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42. 이미 어둠이 짙어졌는데도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으셨다(요한 6, 17)
그런데 나는 사도들과 제자들이 타고 있는 베드로의 배가 역풍때문에 어둠 속에 멈추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제자들은 열심히 노를 저었지만 배는 건너가야 할 방향에서 남쪽으로 벗어나 있었다. 나는 또한 작은 배들이 횃불을 밝히면서 호수의 이쪽과 저쪽을 두 시간 간격으로 오가는 것도 보았다. 이 작은 배들은 늦게 도착한 몇몇 사람들을 큰 배로 실어 나르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 있는 제자들에게는 이 작은 배들이 일종의 방향 표시가 되어 주었다. 이 작은 배들은 병사들처럼 일정한 시간이 되면 곧 두 시간 간격으로 서로 교대를 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야간 순시선으로 불려졌다.
이 배들이 네번째 교대할 때가 되었을 때 베드로의 배는 항로로부터 약간 더 남쪽으로 이탈하여 있었다. 이때 예수께서 동북쪽으로부터 서남쪽 방향으로 호수 위를 걸어오고 계셨다. 그분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빛나는 광채가 예수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으며, 물에 비친 예수의 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베싸이다 율리아스 마을로부터 베드로의 배가 있는 맞은편인 티베리아 지역의 부근을 걸어오시던 예수께서는 가파르나움과 그 건너편으로부터 한 해로를 항해하고 있는 두 대의 야간 순시선 사이를 가로질러 통과하셨다. 이 두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를 보고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각적(角笛)을 불었다. 그들은 예수를 유령으로 여겼던 것이다. 베드로의 배에 타고 있는 사도들은 순시선의 불빛을 따라 항로를 바로잡고자 노를 젓고 있었는데 그들도 물위를 걸어 다가오시는 예수를 주목하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수영하는 것보다도 또 사람들이 걷는 것보다도 더 빨리 걸으셨다. 예수께서 가까이 다가오자 바다는 잔잔해졌다. 물위에는 안개가 덮여 있었기 때문에 제자들은 예수께서 어느 정도 가까이 오신 후에야 비로소 그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도들이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를 한 번 감지는 했지만 그분의 모습을 유령같이 낯설게 느꼈던 그들은 크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처음 뵈었던 예수의 모습을 기억에 떠올리고 있을 때 베드로는 자신의 믿음을 다시 증거하고자 큰소리로 외쳤다. “주님이십니까? 그러시다면 저더러 당신께로 걸어오라고 하십시오!” 예수께서 “오너라” 하시자, 이번에는 베드로가 예수를 향한 매우 위대한 노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베드로의 믿음은 충분하지 못했다. 예수께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는 다시 위험하다는 것을 생각했으며, 그러자 물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때 베드로는 손을 내뻗으며 “주님, 살려 주십시오!” 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는 최초의 경우처럼 그렇게 깊이 빠지지는 않았다. 예수께서 다시 그에게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을 품었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자, 사도들은 모두 급히 예수께 다가와 그분 앞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진실로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두려워함과 약한 믿음을 책망하셨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다시 가르쳐 주셨다.
출처
42. 이미 어둠이 짙어졌는데도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으셨다(요한 6, 17) | CatholicOne (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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