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41.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 37)
오늘 아침 예수께서는, 이미 여러 차례 여덟 가지 행복에 대해 가르치셨던 그 산에 올라가셨다. 예수께서 오시기 전에 벌써 군중들은 모두 그곳에 몰려와 있었고 수많은 병자들은 미리 적당한 간격으로 안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사도들과 제자들이 이미 모든 것을 질서 있게 준비해 놓고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와 이복 자매들 그리고 다른 여인들이 와서 여자 환자들을 돌보고 아이들을 보살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고 점심때가 지나서 가파르나움으로 되돌아갔다. 예수께서는 여전히 진복 팔단(眞福八端)에 대해 가르치셨다.
벌써 네시가 지났지만 그 많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들은 이미 어제부터 예수를 따라 나섰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약간의 음식은 이미 다 떨어졌던 것이다. 그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매우 지쳐 있었다. 사도들은 이 사실을 알아채고는 예수께서 가르침을 끝내 주실 것을 간청했다. 그래서 허기져 지쳐 있는 사람들이 밤이 되기 전에 숙소를 구하고 빵을 살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일 때문에 이들을 되돌려 보낼 필요는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필립보가 “그러면 저희가 이삼백 데나리온어치의 빵을 사다가 저들을 먹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하고 여쭈었다. 필립보는 약간 불만스러운 어투로 이 말을 하였는데 그것은 예수께서 자신들에게 이 모든 사람들이 먹을 빵을 마을에서 구해 오게 하는 큰 수고를 요구하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빵이 몇 개나 되는지 알아보아라” 하고 말씀하시고는 가르침을 계속하셨다.
그때 그곳에 있던 한 사동(使童)이 그의 주인이 선물로 준 다섯 개의 빵과 물고기 두 마리를 사도들에게 가져왔다. 그러자 안드레아가 “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되겠습니까?” 하고 자신의 소견을 예수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사람들을 앉히되 매우 허기져 있는 사람은 오십 명씩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백 명씩 앉혀라. 그리고 갖고 있는 그 빵 광주리들을 내게로 가져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사도들은 폭이 넓은 식물의 속껍질로 깊이가 얕게 만들어진 빵 광주리 몇 개를 예수께 갖다 드리고는 군중들 가운데로 나뉘어 자리를 잡았다. 군중들은 아름다운 모양으로 길게 자란 풀들로 덮여 있는 계단형의 산에 둘러앉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서 계신 예수보다 낮은 위치에 앉아 있었다. 예수께서 강론하시는 자리는 몇 개의 입구들로 높게 둘러져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 잔디 의자 위에 보자기를 펴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그 위에 놓으라고 하셨다. 나누기 쉽도록, 길쭉길쭉하게 골이 파여 있는 빵들은 서로 포개어져 있었다. 큰 팔뚝만한 크기의 물고기는 구워진 채로 큰 종이 위에 놓여 있었다. 다른 한 남자가 양탄자 위에 펼쳐 있는 종이 위에 두 개의 꿀단지를 갖다 놓았다.
제자들이 군중들의 숫자를 헤아리고 있는 동안 예수께서는 다섯 개의 빵에 쪼개질 수 있게 금(線)을 그으시고 물고기를 잘라 놓으셨다. 빵 조각 중 하나를 손으로 들어 올리시고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셨으며 물고기도 그렇게 하셨다. 그때 예수의 곁에는 세명의 제자가 있었다. 예수께서는 빵과 물고기와 꿀을 축복하시고 갈라져 있는 금대로 빵을 나누기 시작하셨으며 그 나누어진 빵 조각에 금을 그으셨다.
잘라 놓은 물고기 조각들은 다시 커졌고 물고기 조각에는 다시 금이 그어졌다. 예수께서는 빵을 한 남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잘라서 나누어 주셨고 물고기도 그와같이 하셨다. 옆에 서 있던 사투르닌은 매번 빵 한 조각 위에다가 물고기 한 조각을 올려놓았고, 목자의 아들이며 세례자 요한의 제자인 한 젊은이는(그는 나중에 주교가 되었다) 각각의 일인분의 양(量)마다 꿀을 조금씩 얹어 놓았다. 그렇지만 물고기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고 꿀의 양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타대오는 물고기 한 조각과 약간의 꿀이 얹혀 있는, 각자에게 할당된 빵들을 편편한 광주리에 넣었다. 그 광주리는 우선 오십 명씩 앉아 있는 몹시 허기진 사람들에게 갖다 주었다. 곧 되돌아온 비워진 광주리는 즉시 가득 채워졌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먹기 위해 이러한 작업은 약 두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말이 없었으나 놀라움에 가득 차 있었다.30)
모든 사람들이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난 뒤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남은 부스러기를 조금도 버리지 말고 광주리에 모아 들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제자들이 부스러기를 모아 들였더니 열두 광주리를 가득 채웠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올린 채 여기저기서 무리를 지어 모여들었으며, 모두들 주께서 행하신 기적에 대한 놀람과 경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이분이야말로 진실된 분이시다. 이분이야말로 세상에 오시기로 된 예언자이시다. 이분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보내 주시기로 약속하신 그분이시다.” 등등.
이미 날이 어두워졌으므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먼저 배를 타고 베싸이다로 가라고 명하셨다. 당신은 잠시 동안 사람들을 보내고 나서 뒤쫓아가겠노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제자들은 빵 부스러기로 가득 찬 광주리를 가지고 배를 타러 내려갔고 일부는 베싸이다로 건너갔다. 그들은 그곳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그 빵 광주리를 가지고 갔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주변에 다시 모여든 군중들을 돌려보내셨다. 그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내심으로 크게 감격하고 있던 군중들은 예수께 와서 강론하시던 자리를 둘러쌌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여기 저기서 외쳐댔다. “그분은 우리에게 빵을 주셨다. 그분은 우리의 왕이다. 우리는 그분을 우리의 왕으로 모시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가 가시고자 하는 쪽으로 서둘러 쫓아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아채고 계셨으며 그들은 예수를 만나지 못했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피해 광야에 있는 산으로 가셨고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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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복음서에는 여자들과 어린이를 제외하고도 약 오천 명의 군중에게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마태 14, 21참조 -편집자 주).
출처
41.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 37) | CatholicOne (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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