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21, 예수님과 상관없는 것을 지니고 있는 것만이
영혼에게서 그분을 갈라놓을 수 있을 뿐이다.
1912년 6월 2일
1. 평상시와 다름없이 머물러 있는 동안, 내게 오시지 않는다고 예수님께 불평을 늘어놓았더니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영혼 안에 나하고 상관없는 것이거나 내게 속하지 않는 것이 도무지 없다면, 그 영혼과 내가 서로 갈라질 리가 없다.
3. 더군다나 나의 것이 아닌 생각, 애정, 열망 혹은 심장 고동이 하나도 없다면, 내가 말한다.
나는 그 영혼을 나와 함께 천상에 있게 하거나 내가 그와 함께 지상에 남아 있을 것이다.
4. 나와 무관한 것들을 지니고 있는 것 - 오직 이것만이 그 영혼에게서 나를 갈라놓을 수 있을 뿐이다.
5. 네 안에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찌하여 나와 갈라질까 봐 걱정하는 거냐?”
11권-22, 하느님의 뜻을 행하며 이 뜻 안에서 사는 영혼에게는 죽음도 심판도 없다.
1912년 6월 9일
1. 약간의 고통을 느끼게 되자 언제나 사랑하올 내 예수님께 이렇게 칭얼거렸다.
2. “언제가 되어야 저를 데려가시겠습니까? 오, 예수님, 부디 서둘러 주십시오! 죽음으로 하여금 이 목숨을 끊게 하시어 제가 천국에서 당신과 결합되게 해 주십시오!”
3.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내 뜻을 행하며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에게는 죽음이 없다.
5. 죽음은 내 뜻을 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나 있다. 그들은 여러 가지에 대해서, 곧 그들 자신과 격정과 세속에 대해서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6. 그러나 내 뜻을 행하는 사람은 죽어야 할 거리가 도무지 없다. 천국에서 사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7. 그런 사람에게 죽음은 자신의 헌 옷가지를 벗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귀양살이하던 이 땅을 떠나 아버지의 나라를 소유하기 위해서 자신의 초라한 옷을 벗고 왕다운 옷으로 갈아입는 사람 말이다.
8. 왜냐하면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은 죽음의 지배를 받지 않고 심판도 받지 않으며 영원히 생명을 누리기 때문이다.
9. 죽음이 했을 일을 사랑이 미리 했던 것이니, 내 뜻은 그를 심판할 거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온전히 내 안에 재정돈한 것이다.
10. 그런즉 너는 내 뜻 안에 머물러 있어라. 그러면 네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때에 천국에서 내 뜻 안에 있는 너를 보게 될 것이다.”
11권-23,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은 하나의 하늘이다.
이 하늘의 태양은 예수님, 별들은 그분의 덕행이다.
1912년 6월 28일
1.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있는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깐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내 뜻을 행하는 영혼은 하나의 하늘이다. 그러나 이 하늘에는 태양도 별도 없다.
내가 바로 태양이요, 이를 아름답게 꾸미는 별들도 나 자신의 덕행들이기 때문이다.
3. 하늘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매혹되는데 나는 더욱 그렇다.
나 자신이 그 중심에서 태양으로 자리하면서 새로운 빛과 사랑과 새로운 은총을 화살처럼 끊임없이 쏘고 있기 때문이다.
4. 태양이 빛날 때면, 다시 말해 내가 영혼을 나의 은사들로 채우고 어루만져 주면서 나 자신을 나타내 보일 때면, 이 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5. 나는 그를 껴안는다. 그의 사랑에 감동되어 나른함을 느끼며 그 안에서 쉰다.
6. 내가 쉬고 있는 동안 모든 성인들이 내 주위에 모여든다. 그들은 내가 그 태양으로 있는 이 하늘을 바라보며 경이감에 사로잡힌다. 놀랍고도 놀라운 이 광경 앞에서 황홀경에 잠긴다. 나에게 있어서건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건, 이보다 더 아름답고 더 즐거운 것은 땅에도 하늘에도 없기 때문이다.
7. 태양이 숨어 있을 때면, 다시 말해서 영혼에게 내가 모습을 감추고 있을 때면, 그때에도 이 하늘은 참으로 아름답다! 별들의 조화로운 모습이 얼마나 탄복을 자아내는지!
8. 사실 이 하늘의 대기는 구름이 끼거나 소나기가 쏟아지거나 폭풍이 몰아치는 법이 없다. 태양이 영혼의 중심에 숨어 있어서 그 열이 구름이나 소나기나 폭풍을 다 녹여 없앨 정도로 뜨겁기 때문이다.
9. 그러니 대기가 언제나 고요하고 잔잔하며 감미로운 향내를 풍긴다. 그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들은 항구한 평화와 끝없는 사랑이다.
10. 그러므로 영혼이 태양 안에 숨어 별들이 보이지 않건, 혹은 태양이 영혼 안에 숨어 별들의 조화가 나타나 보이건, 언제라도 이 하늘은 아름답다. 이 하늘이 나의 기쁨, 나의 안식, 나의 사랑, 곧 나의 낙원이다.
11권-24, 하느님의 뜻이 영혼의 무덤이 되어야 한다.
1912년 7월 4일
1. 오늘 아침에는 영성체 후에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 “제가 어떤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까! 모든 것이 - 고통과 덕행 등 모든 것이 제게서 사라진 것 같습니다!” 하고 탄식하였다.
2.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대체 무슨 일이냐? 너는 시간을 허비하고 싶으냐? 너의 무(無)를 떠나고 싶으냐?
네 자리에, 곧 너의 허무 속에 머물러 있어라. 그래야 모든 것이 네 안에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3. 하지만 너는 내 뜻 안에서 완전히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통에도 덕행에도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도 죽어야 하는 것이다.
4. 내 뜻이 영혼의 무덤이 되어야 한다. 무덤 속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소멸하고, 바로 이 소멸을 통하여 그것이 새롭고도 더욱 아름다운 생명으로 되살아난다.
5. 이와 마찬가지로, 무덤 속에 묻히듯 내 뜻 안에 묻힌 영혼도 그의 고통과 덕행과 영적 선들에 대해서 죽은 후 모든 것 속에서 하느님의 생명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6. 이런, 내 딸아, 너는 마치 속인들 흉내를 내려는 것 같구나! 그들은 일시적이고 유한한 것에 몰두하여 영원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데도!
7. 사랑하는 얘야, 오로지 내 뜻으로만 사는 법을 어찌 익히려고 하지 않느냐?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오로지 천상 삶만을 살기를 어찌 원하지 않는 것이냐?
8. 나의 뜻은 사랑이요, 사랑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에게는 나의 뜻이 무덤이 되어야 하고, 사랑이 네가 이 묘소에서 나갈 기대를 품지 않도록 너를 가두고 봉인하는 자물쇠가 되어야 한다.
9. 게다가 사람이 그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면, 비록 덕행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때마다 자아를 살찌워 하느님의 생명으로부터 달아나게 된다.
10. 반면에 영혼이 오직 나만을 생각하고 나에 대한 것만을 생각하면, 그 자신 안으로 하느님의 생명을 끌어당기게 된다. 이렇게 하느님의 생명을 소유함으로써 인간적인 것에서 벗어나 가능한 모든 선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11. 이제 내 말을 알아듣겠느냐?”
11권-25,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영혼의 숨결은 그분께 상쾌하게 해 드릴 정도로 싱그럽다. 참된 사랑은 자립적인 사랑이어야 한다.
1912년 7월 19일
1. 늘 그렇듯이 오늘 아침에도 나의 일상적인 상태로 있었는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너의 숨결을 느끼면 내 기분이 상쾌해진다. 내가 네 옆에 있을때만 너의 숨결이 내게 상쾌함을 주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네가 그들의 선익을 위하여 한 말에 대해서 말할 때도 그렇다.
3. 상쾌함이 거듭 느껴지기에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내 딸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도 자기의 싱그러운 기운을 내게 보내는구나. 주의를 집중하여 내 말을 경청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다른 이들에게 선을 베풀지 못했을 테지만 그러지 않았으니 계속 이 좋은 것을 나에게 보내는구나.’ 그러니까 내가 너를 더욱더 사랑하게 되고, 너에게로 가서 담화를 나누지 않을 수 없어진다.”
4. 그런 다음 그분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참사랑은 자립적인 것이어야 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한다면, 비록 그 사람이 경건하거나 영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사랑은 나를 역겹게 하므로 만족감은커녕 쓰디씀과 성가심을 느끼게 된다.
5. 사실 사랑이 홀로 설 수 있는 것일 때라야 내가 주권을 가질 수 있고 그 영혼에게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이것이 참사랑의 본질이다.
6. 그러나 자립적인 사랑이 아닐 경우에는 어떤 것은 할 수 있고 다른 것은 할 수 없는 식이 되어 내 주권이 방해를 받으며 완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그러기에 사랑이 거북하고 부자연스러운 감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