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26, 모든 것에 마음을 비워야 한다.
1912년 7월 23일
1.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과 함께 있게 되자 통사정을 하며 울먹거렸다. 그분께서 찾아 주시지 않는데다가, 내 변변찮은 마음이 마치 생명이 없어진 것처럼 무감감하고 냉랭하며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딱한 상태인지!
2. 그럼에도 나는 자신의 이 불행한 상태를 한탄할 수조차 없어서 그분께, “저는 저 자신을 딱하게 여길 능력조차 없으니, 주님께서 이 마음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이 마음은 당신께서 너무나 사랑하시어, 받으시려고 단단히 작정하신 것이 아닙니까!” 했던 것이다.
3.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딸아, 괴로워할 가치도 없는 것을 가지고 괴로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이 탄식이나 네 마음을 불쌍히 여기는 대신 오히려 기뻐하면서 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와 함께 기뻐하여라. 내가 너의 마음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가졌다. 네가 너 자신의 만족도 네 마음의 생명도 도무지 느끼지 못하게 된 이상, 나 홀로 너의 만족과 생명 자체도 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4. 너는 알아야 한다. 네가 네 마음의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하는 때에는 내가 너의 마음을 나의 마음 안으로 끌어당겨 단잠을 자게하면서 내가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5. 네가 이를 의식하면, 그때에는 즐거움도 함께 있다. 네가 나에게 맡기고 있으면, 내가 너를 내 마음 안에서 쉬게 하면서 너로 인해 즐거워하고, 그런 다음 네 안으로 쉬러 가서 너로 하여금 내 마음의 기쁨을 누리게 한다.
6. 아, 딸아, 이는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또 이 세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것이 너에게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네가 만약 깨어 있었다면 내가 보내고 있는 징벌과 앞으로 보낼 징벌을 보고 심히 괴로워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괴로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너를 잠자게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7. 이것이 나에게도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징벌을 내리지 못하게 만류하는 너의 원을 채워 줄 수 없어 너를 기쁘게 해 주지 못했다면 내가 괴로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를 잠재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어떤 슬픈 시대에는 징벌이 필요한데, 불행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해서 타협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8. 이것이 세상에도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내가 이전처럼 내 고통을 너에게 쏟아 부어 이 세상이 징벌을 면하게 함으로써 너를 만족시켜 주었다면, 믿음과 종교와 구원이 한층 더 세상에서 내쫒기고 말았을 것이다. 특히 이 시대 사람들의 성향이 어떠한지를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9. 아, 딸아, 그러니 내가 너를 깨어 있게 하건 잠자게 하건 내 하는대로 맡겨 주려무나. 너는 나더러 내가 원하는 대로 너를 다루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어쩌면 이 말을 철회하고 싶어진 거냐?"
10. 그래서 나는, “결코 아닙니다, 오 예수님! 어느 쪽인가 하면, 제가 악한 인간이 되었을까 봐 걱정됩니다. 그 때문에 마음 상태가 이러하리라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11.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들어라, 딸아, 나에 대한 것이 아닌 생각이나 애정이나 열망이 네 속에 들어온 적이 있었느냐? 그렇다면 마땅히 걱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내가 너의 마음을 내 안에 간직하고 있으면서 잠재우고 있다는 표징이다.
12. 그러나 때가 올 것이다. 내가 너를 깨울 때가 올 것이다. 그러면 전과 같은 태도를 취하게 되는 너를 보게 될 것이다. 마음이 쉬고 있었기 때문에 태도가 더욱 강력해진 너를.”
13. 그러고 나서 예수님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나는 영혼들을 (사랑의) 온갖 상태에 있게 할 수 있다. 사랑에 취해 잠자고 있는 영혼,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영혼, 사랑에 미친 듯 열중한 영혼, 사랑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영혼... 그러나 이 모든 것 가운데에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14. 일체가 사랑이 되어야 한다. 사랑이 아닌 것에는 눈길 한 번 줄 가치도 없는 것이다.”
11권-27, 태양으로 상징되는 하느님의 사랑.
1912년 8월 12일
1. 언제나 사랑하올 내 예수님께서 아침에 잠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나의 사랑은 태양으로 상징된다. 태양은 장엄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떠오르는 것으로 보일 뿐 항상 제자리에 있어서 결코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3. 태양은 자신의 빛으로 온 땅을 채우고 그 열로 모든 식물을 무성하게 한다. 그러기에 눈이란 눈이 모두 이를 보며 즐긴다. 땅에 있는 모든 선은 거의 태양의 유익한 영향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이 없다면 생명을 얻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으냐?
4. 그러나 태양은 그 모든 일을 하면서도 시끄럽게 떠들지 않을 뿐더러 말 한마디 없으며 아무것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 누구에게도 성가시게 굴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조금도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그 빛으로 땅을 가득 채운다.
5. 인간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태양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정작 태양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유심히 쳐다보는 일도 없이 그들 가운데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6. 그러한 것이 태양으로 상징되는 나의 사랑이다. 이는 장엄하게 떠오른 태양처럼 모든 이들 가운데 떠 있다.
7. 내 빛의 조명을 받지 않는 정신이 없고, 내 마음을 감지하지 않는 마음이 없고, 내 사랑의 포옹을 받지 않는 영혼도 없다. 태양 이상으로 나는 모든 이들 가운데 있는 것이다.
8. 하지만, 아아 슬프게도 내게 주의를 쏟는 사람은 너무나 극소수여서 나는 거의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상태로 그들 가운데 있다. 아무런 보답도 못 받고 있건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빛과 열과 사랑을 주고 있는 것이다.
9. 누군가가 만일 내게 주의를 집중하면 나는 좋아서 미칠 지경이 되지만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는 않는다. 내 사랑은 견실하고 확고하며 진실해서 연약함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10. 나는 나에 대한 너의 사랑도 그러하기 바란다. 그러면 너 역시 나에게도 모든 사람에게도 태양이 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태양의 모든 성질을 지니기 때문이다.
11. 반면에, 견실하지도 확고하지도 진실하지도 않은 사랑은 변화를 타기 쉬운 세속적인 불로 상징된다. 그 빛은 모든 이를 비출 능력이 없다. 연기와 섞여서 여간 침침하지 않다.
12. 그 열도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땔나무를 지펴 주지 않으면 사그라져서 재가 되고 만다. 나무가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생나무라면 매운 연기와 함께 칙칙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탄다. 이러한 것이, 완전히 나를 위해 있지 않은 영혼들, 곧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이들의 상태이다.
13. 그러니 조금이라도 선한 일을 하면 그 행동에서 빛보다도 시끄러운 소리와 연기가 더 많이 난다. 이런 이들은, 비록 경건하고 양심적인 겉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인간적인 어떤 거추장스러운 것이 공급되지 않으면 사그라져서 재보다도 더 싸늘해지고 만다.
14. 그들의 특징은 항구성의 결핍이다. 어떤 때는 불이 되고 어떤 때는 재로 변하기 때문이다.”
11권-28, 자기 망각에 이르는 방법.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으로 인간을 구속하셨고
숨은 생활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성화, 신화하셨다.
1912년 8월 14일
1. 여느 때와 같이 있노라니 언제나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영혼이 자기를 잊으려면 그가 하거나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모든 일을 마치 내가 그 영혼 안에서 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3. 만약 기도하려고 한다면, ‘예수님께서 기도하고자 하신다.’ 하고 말할 일이다. 그러면 내가 그와 함께 기도한다. 일을 해야 할 때에도 ‘예수님께서 일하고자 하신다.’ 하고 말하고,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걷고자 하신다.', ‘예수님께서 식사하고자 하신다.’, ‘예수님께서 주무시고자 하신다.’, ‘예수님께서 일어나고자 하신다.’, ‘예수님께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자 하신다.’ 등 삶 속의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일이다.
4. 이와 같이 할 때라야 비로소 영혼이 자기 망각을 얻을 수 있다. 무엇이든지 내가 원하기 때문에 하고, 또한 나 자신이 그것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내게 필요하기 때문에 하니 말이다.”
5. 어느 날 일을 하다 보니 혼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하는 동안 내 안의 예수님께서 일하시고, 또한 그분께서 이 일을 하시고 싶어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
6.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 자신이 - 나의 손가락이 너의 손가락 안에서 일하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내 딸아, 지상 생활을 하는 동안, 나 자신을 낮추어 목재 작업이나 망치로 못을 박으면서 내 양부 요셉을 도왔던 내가 아니냐?
7. 그 일을 하면서 바로 그 손과 손가락으로 영혼들을 창조하는 한편 다른 영혼들은 저승 삶에로 도로 불러가기도 했던 것이다.
8. 나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신성하게 하였다. 모든 행동을 성화하면서 각각의 행동에 신적인 공로를 부여하였다. 내 손가락의 동작으로 네손가락의 모든 동작들과 다른 사람들의 모든 동작들을 차례차례 불렀다.
9. 그들이 나를 위해서 행동하거나 내가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들 안에서 나의 나자렛 생활을 계속하곤 하였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내 숨은 생활의 희생과 수모에 대한 위로를 받는 듯 느끼면서 바로 내 생활의 공로를 그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10. 딸아, 내가 나자렛에서 영위했던 숨은 생활을 사람들은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은 실상 나의 수난을 제외하고, 그들을 위해 내가 베풀 수 있었던 가장 큰 선이었다.
11. 사람이 일상 생활 중에 하는 모든 행위들, 이를테면 먹고 자고 마시고 일하고 불을 켜고 잠을 자는 등 누구든지 행하는 모든 사소한 행위로 나 자신을 낮춤으로써 그들의 손에 무한한 가치를 지닌 신성한 주화 한 닢을 쥐어 준 것이다.
12. 나의 수난이 사람들을 구속(救贖)했다면, 나의 숨은 생활은 그들의 모든 행위에, 극히 사소한 행위들에도, 신적인 공로와 무한한 가치를 부여했던 것이다.
13. 이제 알겠느냐? 네가 일하는 동안, 즉, 내가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네가 일하는 동안, 나의 손가락들이 너의 손가락들 안에 있고, 내가 네 안에서 일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내가 내 창조적인 손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도로 불러가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성화하고 바로잡아 주며 책벌하는 등의 일을 하겠느냐?
14. 그러니 너도 나와 함께 있으면서 창조하고 부르며 바로잡아 주는 등의 일을 하게 된다. 네가 혼자서 일하지 않는 것과 같이 나 역시 혼자서 일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이보다 더 큰 영예를 안겨 줄 수 있겠느냐?"
15. 그러나, 내가 이해한 것, 곧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하고 싶어하시는 일들을 함으로써 우리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선익을 베풀 수 있다는 것 - 이를 누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내 정신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으니 이쯤에서 그치겠다.
11권-29, 신적 매력이 이루는 그물과 인간적 매력이 이루는 그물.
1912년 8월 16일
1.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늘 아침에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자기 자신을 생각하면 마음의 눈이 먼다. 이 생각이 인간 내면에 일종의 인간적인 매력을 형성하고, 이 인간적인 매력이 인간 주위를 에워싸는 그물이 된다.
3. 이 그물은 인간 본성에 포함된 좋지 못한 모든 것, 나약, 의지 소침, 비애, 공포 따위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외관상 괜찮아 보이더라도, 자기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그물이 빽빽해져서 영혼을 더욱더 눈멀게 한다.
4. 반면에, 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나만을 생각하고 사랑하면 어떤 상황 속에서건 이 생각과 사랑이 마음을 밝히는 빛이 되면서 감미로운 신적 매력을 형성한다.
5. 이 신적 매력도 그물이 되지만, 이 그물은 빛과 불굴의 굳셈과 기쁨과 신뢰 - 요컨대 내가 소유한 모든 선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영혼이 자기 생각을 덜할수록 그물은 더욱 빽빽해져서 그 자신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다.
6. 신적인 매력으로 엮인 이 그물에 휩싸여 있는 영혼은 보기에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온 천국 주민에게 얼마나 유쾌하고 귀하며 소중한 영혼인지!
7. 자기를 생각하는 영혼은 이와 정반대이다.”
11권-30, 자기를 생각하는 영혼은 작아진다.
1912년 8월 17일
1. 기도 중인 내게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2. "딸아,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영혼은 더욱 작아진다. 그리고 이 작음으로 나의 위대함을 잼으로써 거의 강제로 나를 속박하려고 든다.
3. 이에 반해서 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영혼은 나를 생각함으로써 무한성 안에서 널리 커진다. 그리하여 내게 합당한 영예를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