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로 쉽게 엮은 가톨릭 교리
1. 성사
성사는 우리에게 은총을 주시기 위하여 예수님께서 세우신 유형의 표시입니다. 성사는 일곱 가지가 있는데 각각의 성사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이 주시는 생명의 은총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사는 고요한 특수 목적을 달성하도록 우리들을 돕습니다. 이러한 성사를 합당하게 받기만 한다면 가장 큰 은총의 상태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1) 성사의 의의
눈사태
눈이 많이 쌓인 스위스의 산자락에서는 별안간에 눈과 얼음이 큰 덩어리로 뭉쳐져 빠른 속도로 굴러 내리며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여행을 하고 있던 한 청년이 이른 봄에 눈이 쌓인 스위스의 산골짜기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눈이 쌓인 비탈길을 걷고 있었는데 찬란한 아침 햇살이 두텁게 쌓인 눈 위에서 몹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기분이 상쾌해진 청년은 휘파람을 불면서 눈을 한줌 뭉쳐 멀리 집어 던졌습니다. 그 작은 눈덩이는 눈 위에 떨어져 내린 즉시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급격한 경사를 타고 굴러 내리던 눈덩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커다란 굉음과 함께 빠른 속도로 굴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그 소리는 모든 계곡에 쌓인 눈들을 울려 깨워서 수천 톤의 눈이 한꺼번에 우렁찬 소리와 함께 이백 마일의 속도로 계곡을 덮치는 눈사태를 일으켰습니다.
고요한 마을은 일시에 굉음과 함께 거대한 눈사태에 파묻혔습니다. 사방에 눈이 가득 쌓인 곳에서는 아주 조그마한 눈덩이 하나로도 한 마을을 눈 깜짝할 사이에 삼켜버리는 눈사태를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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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단순한 형식이나 말에 불과한 각 성사의 유형한 표시들이 우리의 영혼에 일으키는 위대한 은총의 상태를 나타내 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은총의 상태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우리의 영혼에 주고 있습니다. 성사의 은총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받느냐 하는 것은 성사를 받는 사람의 열성과 준비에 달려 있습니다. 비록 간단한 말이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성사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이를 통해 우리의 영혼에 큰 눈사태를 일으킬 수 있을 만한 은총을 내려 주십니다.
2) 일곱 성사
사람에게 필요한 일곱 가지 조건
일곱 성사는 사람의 성장 발육에 따른 일곱 단계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육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서 일곱 가지로 완벽하게 대비 될 수 있습니다.
1) 세례 성사(태어남) -영성적 생명의 탄생
2) 견진 성사(성인이 됨) -영성적으로 성인이 되고 강인해짐
3) 성체 성사(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양분을 섭취함) -영적인 생명을 유지하고 살게 하는 음식임
4) 고해 성사(병을 치료받음) -죄로 인한 영혼의 병을 치료함
5) 병자 성사(죽음에 처했을 때 각별한 보살핌을 받음) -영혼의 병을 저거하고 새로운 힘을 간지케 함
6) 성품 성사(사회적인 관리 체제에 의해 보호받음) -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며 영성적 보호자가 되어줌
7) 혼인 성사(가문의 번창을 위해 자손을 남김) - 영성적 자녀들이 탄생하게 되어 하느님의 교회를 번창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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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사는 그리스도의 은총이 인간에게 주어지는 통로입니다. 성사의 은총은 우리 영혼의 상처와 병을 낫게 하며 하느님께 의합하도록 아름답게 하고 새롭고 영원한 생명을 주십니다. 예수님이 갈바리아에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그리고 우리의 영혼을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이 일곱 가지 은총의 통로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3) 성사는 은총의 상태를 준다
관
어느 본당에 새로 부임하신 신부님이 교우들이 성당을 등한시라는 것을 알고 몹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부님은 신자들이 교회에 나오도록 하기 위하여 온갖 궁리를 했습니다. 마침내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주일 미사가 끝나자 신부님은 침통한 얼굴로 신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애석하게도 우리 본당 신자 한 분이 오늘 아침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분은 너무나 유명하여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장례 미사는 수요일 아침 9시에 있습니다.”
신자들은 마을에서 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부님의 말씀을 듣자 몹시 놀랐습니다. 장례식 날 아침에는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모여들었는지 서 있을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죽은 사림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관을 들여다보려고 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관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아연실색 하였습니다.
이윽고 미사가 끝나자 신부님은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관 속을 들여다 본 여러분들은 죽은 사람이 다름 아닌 바로 여러분 자신인 것을 알고 날랐을 것입니다. 나는 현재의 어려분의 모습이 비치도록 관에 특수 장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영성적으로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의 장례를 지내려는 것입니다. 이 미사는 여러분의 죽은 영혼을 위해서 올려진 미사였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모조리 회개하여 성당에 꼬박꼬박 나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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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은 자신에게 맡겨진 신자들의 영혼이 성사 받기를 싫어하고 교회를 등한시하므로 이미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지혜롭게 깨우쳐 주었습니다. 성사는 영혼의 생명을 주는 은총입니다. 우리가 자주 고해 성사를 받고 성체를 영하면 그만큼 우리의 영혼에 하느님의 생명이 더해집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께로 의합 하는 길이며 죄를 피하고 참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4) 성사 은총
큰 새장
1618년의 일이었습니다. 일본의 우무라 섬에 잇닿아 있는 조그마한 섬 해안에 아주 초라한 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그 집은 길이가 20피트, 폭이 14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오두막이었는데 그 안에는 예수회 소속 스피놀라 신부님과 32명의 수사들이 박해를 받고 갇혀있었습니다. 그들이 그곳에서 치른 고통은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험난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철창문을 통해 음식물이 넣어졌으며 마룻바닥은 너무나 비좁아서 밤중에도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없었습니다. 낮에도 그들에게는 문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도록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었으며 후덥지근한 해안의 기후는 정말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주었습니다.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은 물론, 목욕도 할 수 없었으므로 그들의 위생이란 엉망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리고 몸에는 흉한 종기가 돋았으며, 방 안은 악취로 가득 찼습니다. 게다가 차디찬 죽 몇 숟가락과 야채가 조금 나오는 것이 식단의 전부였으므로 그들의 굶주림은 극심하였습니다. 가끔 그들에게 주어지는 검고 단단한 빵은 그들에게 베풀어진 최고의 잔치와도 같았습니다.
이러한 날들이 4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열악한 처지에 놓인 그들을 저버리지 않고 끝끝내 희망을 갖도록 한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신자들이 몰래 면병과 포도주, 그 밖에 미사에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은밀하게 그곳에 반입해 준 것이었습니다. 스피놀라 신부님은 거의 매일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용기와 위안, 인내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수도회에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성체 성사가 영혼과 육신에 힘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 천상의 성혈은 저희 마음을 뜨겁게 하여 고통을 덜어 주었으며 우리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예수님을 위해 천만 번이라도 저희의 생명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어떠한 고통이나 치욕도 견딜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솟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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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겪어야만 했던 큰 고통을 이기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성체 성사의 은총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우리 앞에 놓인 작은 고통을 감내하기보다는 우선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 우리가 성체 성사를 더욱 자주 영한다면 우리 앞에 놓인 십자가는 하느님의 은총이 전해지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하느님의 특별한 도우심이 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며 그때에 우리의 십자가는 한결 가벼워지고 오히려 은총을 얻는 계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5) 타당한 성사
영혼의 약
마르타는 어머니의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 드리기 위해 병원의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의사는 지난번과 똑같은 약을 내어주며 말했습니다.
“지난번에 이 약을 드시고 어머니는 많이 좋아지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어때요? 이번에도 이 약을 가져가도록 하세요. 반드시 식후에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의사의 말에 마르타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선생님 그게 아닙니다. 이 약으로 어머니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으셨어요!”
“이상한 일인 걸! 그렇다면 약을 바꾸어 써야겠는데.”
의사를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어머니는 기침이 더욱 심해져서 밤새도록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가슴을 쥐어뜯기까지 하셨다구요?”
의사는 몹시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내가 일러준 대로 반드시 지켰습니까? 하루에 세 번씩, 한 숟가락의 물에 타서 약을 녹인 다음에 복용하고 반드시 물을 많이 마셔야 되는데 그것을 지켰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절대로 가슴을 쥐어뜯을 만큼 기침이 나진 않을 텐데….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그것을 타당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는커녕 오히려 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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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영혼에 은총을 베푸시기 위하여 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우리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은총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성사는 영혼의 병을 낫게 하여 하느님께 의합하게 하는 약과 같은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총 없이는 우리가 착한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성사를 타당하게 받지 않거나 혹은 열성 없이 받는다면 은총의 효과는 그만큼 덜하게 됩니다.
약을 타당하게 쓰지 않으면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처럼 성사도 타당하게 받아야만 은총을 잘 받게 되는 것입니다. 타당한 성사를 받도록 하며 자주 성사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의 영혼을 우하기 위해 마련하신 확실하고도 올바른 방법입니다.
6) 죽은 이의 성사
성 아우구스티노
성 아우구스티노는 354년 북아프리카의 타가스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교도였으므로 아들을 장차 유식한 사람으로 기르기에만 주력했고 인격이나 신앙심 배양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성녀 모니카는 아들을 착하게 인도하여 영혼을 구하는 데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일정한 나이가 되니 않은 어린이들에는 세례 성사를 주지 않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16세가 된 아우구스티노는 세례도 받지 않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그의 불멸의 자서전인 ‘고백록’에서 볼 수 있듯이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생활을 했고 이교도의 유설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가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수사학 교수로 있을 때 밀라노 주교 성 암브로시오를 알게 되었고 함께 담화하기를 즐겼습니다. 그는 신약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아니고는 아무도 죄의 노예적 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뜰을 거닐며 기도하고 있을 때, 한 어린아이의 말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습니다.
“펼쳐서 읽어라!”
그는 바오로의 서간을 펼쳐서 읽게 되었고 한 구절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새 생명이 주어질 것이다. 새 사람이 된 그는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비로소 자유를 얻은 충족감 속에서 그는 즉시 어머니 모니카에게 달려가 모든 것을 고백했습니다. 아들을 위해 바틴 어머니의 뜨거운 기도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 보답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는 33세로 387년 부활 대축일 전날에 성 암브로시오로부터 세례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모니카가 세상을 떠난 후 그는 로마에 돌아와 전교에 힘썼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건너가 3년간을 엄격한 기도 생활을 하며 선행을 했습니다. 후에 성품 성사를 받아 사제가 되었고 북아프리카에 있는 히포의 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35세의 젊은 주교였으나 강론과 저서로써 이교도와 외교인에 대한 엄정한 논쟁을 하였고 호교에 전심을 기울였습니다. 430년 8월 28일,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가 쌓은 업적은 교회사 속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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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성사와 고해 성사는 ‘죽은 이의 성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 까닭은 죄로 인해서 죽은 영혼에 은총을 불어 넣어서 새 생명으로 살게 만드는 것이 두 성사가 지닌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미루던 세례를 받자 아우구스티노의 영혼에는 새 생명이 부여되었고 그로써 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자주 고해 성사를 받음으로써 죄에 대한 유혹과 습관을 물리치고 덕을 닦을 수 있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7) 산 이의 성사
첫영성체와 노자 성체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어느 귀부인이 파리에 있는 음침한 토굴에 감금되었습니다. 열두 살 난 그의 딸은 신심이 두터운 늙은 하인이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 어린 딸의 소원은 갇혀 있는 어머니를 만나보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소녀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교도관의 아내와 친밀한 사이가 되었는데 그 소원을 알게 된 교도관의 부인은 자기 딸의 옷을 소녀에게 입혀서 감방으로 심부름을 보내어 어머니를 만나볼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일은 3개월 동안이나 매일 계속되었습니다.
감방에 있는 소녀의 어머니는 딸에게 열두 살이 되었으니 신부님을 찾아가서 첫영성체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녀와 어머니의 뜻을 전해들은 신부님은 그것을 쾌히 승낙하며 한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감옥에 있는 네 어머니도 성체를 영할 수 있도록 하고 싶구나. 네게 성체를 줄 테니 네 어머니께 성체를 드려서 영할 수 있도록 하여라. 거기서 너도 어머니와 함께 첫영성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부님은 그의 어머니가 세상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 두 개를 소녀에게 주었습니다. 소녀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예수님을 모시고 어머니께로 갔습니다. 두 사람은 경건히 무릎을 꿇고 성체를 조배하고 나서 하나는 그 어머니가 노자 성체로 영하였고 하나는 딸의 첫영성체가 되었습니다. 소녀는 다음날 아침 어머니를 면회하러 갔으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나 더 이상 감옥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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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어머니는 딸로 인해서 그 자신도 영원한 길을 떠나는 영혼의 노자가 되어 성체를 영한 것입니다. 즉 노자 성체를 영하는 은총을 받았던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잊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에도 결코 그를 잊지 않으십니다. 소녀의 어머니는 항상 은총 가운데 살았으므로 노자 성체까지 영할 수 있었고 은총을 받아 더욱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첫고해를 하고 첫영성체를 하였으므로 이 소녀 역시 은총 속에 살게 되었을 뿐 아니라 더욱 많은 은총을 받게 된 것입니다.
노사 성체와 견진 성사, 병자 성사, 성품 성사, 혼인 성사가 ‘산 이의 성사’로 불리는 까닭은 이미 살아 있는 영혼이 더욱 많은 은총을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8) 타당하지 않은 성사
독성
프랑스 혁명 직후에 어느 신부님이 부상자와 병자들을 위해 병원을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숨을 거두려는 한 병사가 다급하게 신부님을 불렀습니다.
신부님이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병사에게 다가갔을 때 그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부탁했습니다.
“신부님 제 가슴에 덮여 있는 담요를 좀 벗겨 주십시오.”
신부님이 담요를 벗기자 두 팔이 잘려나간 병사의 참상이 드러났습니다. 그것을 본 신부님은 몹시 놀랐습니다.
“신부님 발을 덮고 있는 담요도 벗겨 주시겠습니까?”
신부님이 다시 담요를 벗기자 두 발 역시 절단되고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형제의 고통을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잠시 말을 잃은 신부님은 딱한 병사의 처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감히 신부님께 위로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보다 더한 고통을 받아 마땅한 죄인입니다. 저는 동료들과 함께 행군 중이던 길가에서 십자고상을 보았습니다. 혁명군들은 가볍게 절을 하고 십자고상을 지나쳐 갔는데 나와 동료들은 십자고상을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한 짓이 가장 잔악한 것이었는데, 저는 십자고상에 기어 올라가서 예수님의 팔과 다리를 꺾고서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그 후에 병여에 돌아왔을 때 저는 즉시 공격군에 편입되어 제1차로 전장에 출동해서 신부님이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부상을 당한 것입니다. 제는 제게 벌어진 이 불행한 일을 통해 비로소 제 자신을 바로 볼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이 저를 끝내 버리지 않으시고 저의 눈을 뜨게 해주신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제가 저지른 독성죄에 대한 벌을 이 세상에서 제가 받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지요. 무한히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그래도 영원한 불행에서 저를 건져 주실 것을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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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사가 저지른 행위는 간악한 죄이지만 그래도 대죄 중에 있으면서 ‘산 이의 성사’를 받는 사람보다는 간악하지 않습니다. 대죄를 짓고서도 고해 성사를 하지 않은 해, 산 이의 성사를 받는 사람은 십자가보다도 더욱 거룩한 것을 능욕하기 때문입니다. 대죄 중에 성체를 영한다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능욕하는 행위입니다.
하느님은 어떠한 죄를 지은 사람일지라도 무한한 자비로 그가 회개하기만을 기다리십니다.
9) 인호를 남기는 성사
세 흑인 소년
세 명의 어린 흑인 소년이 기차역에서 아버지와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소년의 윗도리에 글을 쓴 쪽지가 핀에 꽂혀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뉴욕에 있는 아이들의 어머니에게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병이 워낙 위중하여 아이들을 이렇게 남겨 놓은 채 미시시피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려고 떠나는 길입니다.”
낯선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세 소년이 뉴욕에 도착하여 무사히 어머니를 찾아왔을 때 어머니는 너무 놀라서 세 아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어린 세 아들도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채 입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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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울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기 아이들을 버리는 무정한 부모들에게 경종이 될 것입니다. 가톨릭교회의 모든 어린이들은 자모이신 성교회가 발행하는 세례 증명서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영원한 하늘나라의 시민임을 증명하는 증서와도 같은 것입니다. 세례 증명서를 가진 사람들의 목적지는 하느님이 계시는 우리의 본고향입니다. 세례 성사, 견진 성사, 성품 성사는 우리 영혼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인호를 새겨 줍니다.
- 예화로 쉽게 엮은 가톨릭 교리/ Lawrence G. Lovasik지음 / 김정진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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