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로 쉽게 엮은 가톨릭 교리
2. 세례 성사
세례 성사는 은총으로 우리 영혼에게 새로운 생명을 지니게 합니다. 이 성사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늘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됩니다. 세례 성사는 원죄를 없애 줍니다. 그리고 또한 본죄와 그 죄벌까지도 없애 줍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우리는 교회의 한 지체가 되고 다른 성사를 받을 자격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대로 세례 성사는 모든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성사입니다.
‘누구라도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 갈 수 없다.’ 그러나 자기의 본래 의지와는 상반되게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은 혈세와 화세로써 영혼이 구제될 수 있습니다.
1) 세례는 무엇인가?
베이브 루드
베이브 루드가 경기를 치를 때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어 그를 응원하는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항상 소년이 앉아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고 어디서도 그 소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베이브는 소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되었습니다. 열흘쯤 지나서 한 부인이 베이브 루드를 찾아왔습니다.
“제가 당신을 찾아온 것은 제 아들 쟈니 때문입니다. 그 아이는 중병에 걸렸는데 당신을 꼭 한 번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가보겠습니다.”
베이브는 선뜻 응낙했습니다. 그러자 부인은 덧붙여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 아이를 만나거든 제가 당신을 찾아와서 부탁했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도 다시다시피 쟈니는 눈먼 아이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열렬한 팬이었으므로 언제나 경기장에 나와서 당신을 지켜본 것이랍니다.”
쟈니를 방문하고 그에게 힘을 북돋아 준 베이브는 어린 친구를 위해 뉴욕의 유명한 안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결과가 좋아서 쟈니는 눈을 뜰 수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2차 대전이 발발하자, 쟈니는 징집되어 해외로 파병되었습니다. 일 년이 지난 다음 쟈니가 보낸 편지가 베이브에게 전해졌습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무렵이면 저는 이미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심한 부상을 당하였으며 두 눈은 다시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마지막 소원을 당신은 꼭 들어 주리라 믿으며 한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아름다운 꽃 한 다발을 저의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기 바랍니다. 그것을 드리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어머니께 사랑하는 아들 쟈니가 보내는 것이라고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손수 꽃다발을 어머니께 드리지 못하는 것을 요감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소원대로 베이브는 한 아름의 꽃다발을 쟈니의 어머니께 그리고 사연을 모두 전했습니다. 그러자 쟈니의 어머니는 흐느끼며 말했습니다.
“쟈니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 앤 내 친아들이 아니었어요. 그의 부모가 남편을 살해하였지요. 그래서 그들은 전기의자에서 사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부모도 잃고 갈 것도 없는 가엾은 어린 쟈니를 내가 양자로 입양하여 길렀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어느 아들보다도 쟈니는 내게 귀중한 아들이었으며 나는 이 세상의 어느 어머니보다 쟈니를 사랑하였습니다.”
•••
세례 성사는 새로운 생명을 우리에게 주어 하느님의 자녀로 살게 합니다. 쟈니의 어머니는 남편을 살해한 부부의 아들을 양자로 삼아 기르며 사랑을 쏟았습니다.
우리의 죄로 하느님의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지만 하느님은 그런 우리를 양자로 삼으셨습니다. 우리에게 당신의 생명을 주시고 양자로 삼으시어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은 그 얼마나 큰 것입니까!
2) 세례는 죄를 없앤다
도일 신부
도일 신부님은 아일랜드의 예수회 신부였습니다. 어느 날 밤늦게 성당에서 고해 성사를 주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를 길에 거리를 서성이고 있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소녀를 불러 세운 다음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거라. 예수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리면 안돼요. 예수님은 너를 사랑하고 계시니까.”
소녀를 집으로 돌려보낸 다음 그곳을 떠난 신부님은 그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렸습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도일 신부에게 한 통의 전보가 날아왔습니다. 서둘러 더블린을 향해 떠나라는 수도원장의 연락이었습니다. 사형이 곧 집행될 여자가 도일 신부를 접견하기를 바라니 더블린의 형무소로 곧장 가서 그 여자를 만나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도일 신부님은 다음날 새벽녘에 형무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간주장이 아편 중독자로 사형을 선고받은 불행한 소녀인 패니 크란부슈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녀는 2년 전 야르무스에서 전교했던 신부님을 애타게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일 신부님이 감방에 들어서자 20세 가량 되어 보이는 여자가 좁은 침대머리에 머리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는 신부님을 보자 몹시 기뻐했습니다.
“신부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도일 신부는 낯선 여자가 자기를 부른 이유가 몹시 궁금하였지만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저를 모르실 거예요. 2년 전에 야르무스의 밤거리에서 신부님께서는 저의 걸음을 멈추게 하셨지요. 거는 나쁜 죄를 저지르고 다니던 악한 여자였으며 일생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때 신부님께서 ‘왜 이렇게 밤늦도록 다니는 거지? 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예수님 마음을 상해드리지 않도록 해요.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니까’ 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때 신부님의 눈길과 음성은 제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모릅니다. 내가 예수님 마음을 상해드렸는가? 그분이 나를 사랑하시는가? 그분은 누구신가? 하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일찍이 기도해 본 적도 없고 세례를 받은 적도 없지만 예수님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었지요. 그날부터 저는 몇 주일 동안은 거리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굶주림이 저를 다시 거리로 내몰았고 다시 타락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 저는 이곳에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와서도 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문득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무엇인가 제 마음 안에서 빛나고 있는 것을 느꼈으며, 저는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신부님을 꼭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저는 신부님의 입을 통해 예수님에 대한 말씀을 다시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자가 되기를 바랍니까?”
“신부님, 진정으로 그것을 원합니다.”
중요한 교리를 그녀에게 가르쳐 준 다음 신부님은 그녀에게 즉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녀의 때 묻은 모든 과거는 깨끗이 씻겨 졌습니다. 감방에 간단히 꾸민 제대 앞에서 패니 크란부슈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사에 참례하였고 하느님을 마음에 모셨습니다. 사형수에게 베풀어지는 마지막 아침 식사를 거절하며 말했습니다.
“저는 생명의 빵을 이미 먹었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교수대로 향하면서 그녀는 꿈이라도 꾸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신부님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상해드린 것을 제가 얼마나 깊이 뉘우치는지를, 그리고 저를 사랑하는 예수님을 알게 된 것을 제가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를 예수님은 전부 아실 것입니다.”
조금 후에 패니 크란부슈는 더렵혀지지 않은 깨끗한 세례의 옷으로 갈아입은 영혼으로 예수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
패니 크람부슈는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을 잘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하느님에 관해 아는 것이라고는 조금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자기 죄가 예수님의 마음을 상해 드렸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던 것입니다. 세례 성사를 받는 순간에 그녀가 지은 모든 죄와 벌은 완전한 용서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교수대에서 직접 하늘나라의 영광 안에 들어갔습니다. 세례 성사를 통해 그녀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은총 때문입니다. 우리가 쌓은 공로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오직 하느님의 은총인 세례 성사를 우리가 받는 것에 깊이 감사해야 합니다.
3) 누가 세례를 줄 수 있는가?
훌륭한 의사
젊은 의사 벤야민 와이스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급히 아래층 응급실로 뛰어 갔습니다. 그곳에는 담요로 감싼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 아기는 4개월이 된 제 아들입니다. 아기가 너무나도 위급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서둘러 담요를 벗기고 아이를 살피던 의사는 고래를 가로 저으며 실망의 빛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가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시간쯤 후에는 숨이 끊어질 것 같습니다. 종교는 무엇인가요?
의사의 침통한 말에 아기의 아버지는 온몸의 힘이 빠졌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만 그것은 왜 물으십니까?”
“여기는 가톨릭 병원입니다. 부모가 가톨릭 신자일 경우 아이가 위독하게 되었을 때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 세례를 주어야 할 의무가 제게는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여 둘 것은, 저는 유다인입니다.”
“제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주십시오. 저는 가톨릭 신자가 되는 것이 갓난아이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대단한 위안이 되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자 젊은 유다인 벤야민 와이스 의사는 깨끗한 물을 준비한 다음 정성을 기울여서 아기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몇 분이 지나자 아기는 한숨을 길게 쉬고 숨이 가빠지더니 이내 창백한 얼굴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렇게도 씩씩하게 호흡 운동을 하던 작은 가슴은 정지 상태에 들어갔고 그의 영혼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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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이 세례 성사를 거행하는 것이 정식 절차이긴 하지만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이 죽을 위험에 처해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세례 성사에 따른 올바른 형식과 교회의 의도에 따라 세례를 줄 수 있습니다. 유다인 의사는 비록 신자는 아니었지만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정성껏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는 올바른 세례 성사를 주었고 죽어가는 아기의 영혼을 하늘나라에 인도했습니다.
하느님은 여러 경우에서도 쉽게 세례를 받게끔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물보다 손쉬운 도구가 어디 있으며 세례에 쓰이는 기도처럼 쉬운 말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세례를 누구나 집행할 수 있도록 해 놓았으니 말입니다. 우리도 위급함에 처한 영혼을 하늘나라로 인도하기 위해 어느 때라도 세례를 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4) 위급할 때의 세례
죽음의 계곡에서
우라늄 탐사팀이 되어 나선 세 사람이 죽음의 계곡에서 길을 잃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사막에서 이틀간이나 헤맨 그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그들 중의 한 사람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는 간신히 입을 열고 동료들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살 가망이 없으니 자네들은 내 곁에서 지체하지 말고 이 계곡을 벗어나 어서 살 길을 찾기 바라네. 그런데 떠나기 전에 내게 세례를 주었으면 하네.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지만 아내와 자식들이 모두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따르겠네. 그들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 나도 세례를 받고 싶다네.”
그래서 동료들은 서로의 지식을 짜내어 그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은 숨을 멈추었습니다. 때마침 저공비행 중이던 비행기 한 대가 이들을 발견하고 사막에 착륙했는데 비행기에는 마침 인근 마을로 전교를 나가던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사막에서 신부님을 만난 그들은 자신들이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 세례를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신부님이 상세히 말할 것을 요구하자 그들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상의해서 두 줌의 모래를 이 사람에게 뿌리며 여기에 써있는 기도를 외우고 세례를 주었습니다.”
그들이 상의해서 적은 기도문이 적인 필기장을 꺼내 보였습니다.
‘우리는 네게 세례를 준다.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하신 하느님이신 성부와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하늘에 계신 모든 천사와 성인들이 이 세례의 증인이 되어 주리라.’
이들의 말을 들은 신부님은 아직도 몸이 따뜻한 그 사람에게 정식으로 세례를 주었습니다. 신부님으로부터 다시 세례를 받은 그 영혼은 비로소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
위급한 사람에게 주는 세례는 물과 극히 짧은 한 소절의 기도만 있으면 됩니다.
세례를 받을 사람의 이마에 물을 부으면서 짤막한 아래의 기도문을 외면 세례 성사가 끝나는 것입니다.
‘나는 성부와(첫 번 물을 붓고) 성자와(두 번째 물을 붓고) 성령의 이름으로(세 번째 물을 붓고) (아무)에게 세례를 줍니다.’
따라서 이야기 속의 두 사람이 준 세례는 무효입니다.
첫째, 그들은 물을 사용하지 않았고
둘째, 올바른 기도를 사용하지 않았고
셋째, 물이 이마에 부어지는 동안 기도문을 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즉 물이 없었고 기도를 몰랐으나 세례를 받고자 하는 본인의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화세를 받은 것이 됩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실제로 영혼이 떠나기 전에 확실한 세례를 받은 것입니다.
- 예화로 쉽게 엮은 가톨릭 교리/ Lawrence G. Lovasik지음 / 김정진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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