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환시
피정 동안 파우스티나는 신비한 체험을 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고통에 시달리는 지옥의 영혼들을 보았다. 그리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룬 한 순간에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묵상과 관상을 통해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체험했다. 파우스티나는 예수님의 명령으로 지옥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오늘 나는 한 천사의 안내를 받으며 지옥으로 내려갔다. 그곳은 온갖 심한 고문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였다. 얼마나 무섭도록 광활하고 넓은지! 나는 온갖 종류의 고문을 보았다.
지옥의 첫째 고문은 하느님의 상실이다. 둘째는 영원한 양심의 가책, 셋째는 조건의 불변이다. 넷째는 영혼을 파괴시키지는 않은 채 계속 파고 드는 불길인데, 하느님의 분노에서 나오는 영적 불로서 무서운 고통이다.
다섯째 고문은 연속적인 암흑과 질식할 듯한 무서운 냄새, 더구나 그 암흑 가운데서 악마와 저주받은 영혼들이 서로 마주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섯째 고문은 사탄으로부터의 끊임없는 시달림, 일곱째 고문은 무서운 절망감, 하느님에 대한 증오, 천한 말, 저주와 모독이 난무하는 현장이다.
이러한 것들이 지옥의 영혼들이 겪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고문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각 영혼마다 특별한 고통이 있었다.
예를 들면 감각의 고통이 있는데 개개인의 영혼은 각자 지은 죄의 양상에 따라 무섭고도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각자가 고통을 겪는 동굴과 구덩이들이 각각 따로 있었다.
만일 전능하신 하느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 광경을 보고 나는 까무러쳤을 것이다. 죄인들은 자기가 지은 죄에 따라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누구도
'지옥이 어디 있는가, 본 사람이라도 있느냐, 지옥이 어떤 곳인지 어떻게 말할 수 있는냐'
는 말을 못하도록 하느님의 명령에 의해 나는 이것을 기록한다.
나 파우스티나 수녀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아 지옥의 실체를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지옥의 심연을 방문하였다. 나는 여기에 대한 기록을 남기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다. 악마들은 나를 증오했으나 하느님의 명령으로 나에게 순종하였다.
나의 기록은 내가 본 것의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옥에 있는 영혼들은 대부분 지옥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나는 지옥에 갔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지!
따라서 나는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더욱 열렬히 기도한다. 나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자비를 기도한다.
오, 예수님! 사소한 죄라도 그것으로 예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보다는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그 어떠한 고통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주님의 수난 묵상
사순절은 파우스티나에게 주님과 더욱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파우스티나는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면서 예수님께서 죄인들 때문에 받으신 고통을 더욱 뚜렷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주님의 수난을 묵상할 때, 주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일이 많았다. 매를 맞으시고 고문에 의해 옷이 찢겨나가면서 말라붙었던 상처가 다시 터졌다. 병사들은 더럽고 낡은 주홍색 외투로 신선한 피가 흐르는 주님의 상처를 덮어 씌웠다. 옷은 무릎까지 닿았는데 그들은 주님을 나무 그루터기에 앉히고 가시나무로 관을 만들어 머리에 씌웠다.
그들은 주님의 손에 갈대를 쥐어 주고 놀리면서 왕에게 하듯이 절을 하였다. 어떤 사람은 손바닥으로 주님을 때리고 어떤 사람은 갈대를 빼앗아 주님을 때렸다. 어떤 사람들은 손으로 쳐서 고통을 주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수건으로 주님의 얼굴을 가리고 주먹으로 쳤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고통을 양순하게 받아들이셨다. 누가 그분을, 그분의 고통을 이해하겠는가? 예수님께서는 눈을 내리감고 계셨다. 그 순간 나는 예수님의 성심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예수님께서 당하신 고통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들은 서로 경쟁이나 하듯 주님을 모독하였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인간의 이러한 사악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원인은 죄에 있다. 사랑과 죄악이 만난 것이다.
파우스티나의 하느님과의 일치는 더욱 지속적으로 성장하였다. 성당에 들어설 때마다 하느님의 위대함과 엄위로우심을 느꼈다. 파우스티나는 하느님께 대한 이러한 경외심으로 말미암아
“성당 안에 어떤 분이 계시는지 사람들이 알기만 한다면, 이 거룩한 장소에서 자행되는 그토록 심한 능욕과 불경은 없을 텐데”
하고 기록하였다.
파우스티나는 미사 중에 자기 영혼 안에 오신 하느님을 보았고 그분의 현존을 깊이 느꼈다. 말없이 그분과 긴 대화를 나누었다. 파우스티나는 그분을 미칠듯이 사랑하였고 또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은 짧았다.
왜냐하면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황홀경에 빠져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서 받은 영향은 오래 갔다. 별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미사 중에 깊은 관상에 잠기었고 남과 이야기하거나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관상은 방해받지 않았다. 파우스티나는
“물방울이 끝없는 대양에 떨어져 스며들 듯 나는 하느님과 가깝게 일치되어 있다.”
고 기록하였다.
하루는 그녀가 잠깐 성당에 들렀을 때, 은총의 힘이 자기 마음을 감싸움을 느끼며 관상에 잠겨 있는데, 사탄이 꽃병을 집어 들더니 있는 힘을 다해 바닥으로 내던지는 것이었다. 파우스티나는 그 사탄의 분노와 질투를 모두 지켜보았다.
파우스티나가 깨어진 꽃병을 집어 꽃을 꽂기 전에 원장 수녀, 제의방 수녀 그리고 몇 명의 수녀들이 들어왔다. 수녀들은 모두 파우스티나가 꽃병을 깨뜨린 줄 알고 놀랐다. 제의방 수녀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으나 파우스티나는 변명하지 않았다.
하느님의 자비
파우스티나는 겸손과 하느님의 뜻에 대한 충실과 하느님 자비에 관한 생각과 영감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렇게 기록하였다.
오, 신비로우신 하느님! 하느님 자비의 신비를 꿰뚫어 보게하시니 제 마음은 기쁨에 넘칩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 자비에서 시작하여 하느님 자비로 끝납니다. 모든 은총이 자비에서 나오고 마지막 순간도 자비로 넘칩니다. 하느님의 선하심을 아무도 의심치 말게 하소서.
사람의 죄가 암흑처럼 어두워도 하느님의 자비는 그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은 있다. 죄인이 하느님의 자비로운 은총을 얻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의 자비에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사람은 불쌍하다. 올리브 동산에서 주님으로 하여금 슬픔에 젖게 한 사람도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다. 하느님의 자비가 흘러나오는 곳은 하느님의 지극히 자비로우신 성심이다.
세라핌 천사
그날 저녁 파우스티나를 담당한 간호 수녀가 와서
"수녀님은 너무 피곤하셔서 내일 영성체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파우스티나는 마음이 상했지만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잠자려고 애썼다. 이튿날 아침, 영성체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묵상 후에 성체를 모실 준비를 했다. 파우스티나는 그때 일어난 일을 이렇게 기록하였다.
......나의 사랑과 소망이 절정에 달했을 때 나는 내 옆에 있는 세라핌을 발견했다. 그는 성체를 내밀며
"보라 천사들의 주님"
하고 말했다. 내가 주님을 영하자 내 영혼은 하느님의 사랑과 놀라움에 잠겼다. 나는 그가 다음날에도 성체를 모셔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14일간이나 계속되었다. 물론 하느님의 선하심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계속 영성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세라핌은 큰 빛에 둘러싸여 있었고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금빛 찬란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위에 투명한 중백의와 영대를 걸치고 있었다. 성작은 수정으로 만든 것이었고 투명한 베일이 씌워져 있었다. 그는 성체를 영해 주고는 바로 사라졌다.
한번은 파우스티나가 의혹을 품고 그 세라핌 천사에게
"저의 고백을 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천국의 영은 그런 능력이 없어요"
하고 말하면서 즉시 그녀의 입에다 성체를 영해 주었다.
고해성사
예수님께서 파우스티나에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내 자비의 샘인 고해성사를 받을 때, 내 성심에서 흘러 나오는 피와 물이 네 영혼을 채우고 너를 고귀하게 만들 것이다. 고해성사 때마다 신뢰하는 마음으로 내 자비에 빠져들어라. 네 영혼에게 무한한 은헤를 내릴 것이다. 고해소 가까이 가거든 내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라. 사제 뒤에 감추어져 있지만 고백자의 영혼 안에서 내가 직접 활동한다.
불쌍한 영혼은 이곳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만날 것이다. 이 자비의 샘에서 자비를 퍼올릴 수 있는 그릇은 신뢰밖에 없다는 사실을 전하여라. 신뢰하는 마음이 클수록 내 관용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며 겸손한 영혼에게는 은총의 급류가 흐를 것이다. 교만한 영혼에게는 가난과 비참함만이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은총은 교만한 사람을 피해 겸손한 사람들을 향해 흐르기 때문이다"
내적 생활
파우스티나가 성모님과 함께 있을 때, 성모님께서는 내적 생활에 관해 말씀하셨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 앞에서 자신믈 낮추고, 자기 자신을 잊고 또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길 때 그의 영혼은 참으로 위대해진다. 주님께서는 위대한 분이면서도 겸손한 사람들 가운데 머무시는 것을 보아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주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항상 물리치신다"
관용과 정의
예수 승천 대축일이 지난 며칠 후 예수님께서 파우스티나에게 말씀하셨다.
"기록하여라. 나는 거룩하기에 아주 미소한 죄까지도 미워한다. 죄에 물든 영혼은 사랑할 수 없다. 그러나 참회하면 나의 관용에 한계가 없어진다.
나의 은총이 그를 감싸 의롭게 한다. 내 자비는 죄인들이 가는 길을 끝까지 따라가며, 그들이 내게 돌아올 때 내 마음은 기쁨에 넘친다. 그들이 내 마음에 던져 주던 고통은 잊고 그들이 돌아 온 것만을 기뻐한다.
아무도 내 손길에서 벗어나게 되면 내 정의의 손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죄인들에게 전하여라. 내가 항상 그들을 지켜보고 있고, 내가 그들의 심장 고동소리를 들으며 나를 위해 고동치게 될 때를 지켜보고 있다고 기록하여라.
나는 그들에게 양심의 가책, 실패와 고통, 천둥과 벼락, 교회의 목소리를 통해 항상 말을 건네고 있다. 그들이 내 은총을 헛되이 내버리면 나는 그들에게 화를 내고 혼자 있게 내버려 둘 것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파우스티나가 글을 쓰고 있을 때, 곁에 서 있던 사탄은 하느님의 자비를 견뎌낼 수 없었기에 방안의 물건들을 두드려댔다. 파우스티나는 원수가 광분하는 소란에 개의치 않고 하느님의 자비를 기록해 나가며 찬양했다.
그 주에 파우스티나는 왼팔에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을 환시로 보았다. 성모님은 파우스티나를 친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시며
"나는 하느님의 어머니, 사제들의 어머니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을 땅에 내려 놓으신 뒤 오른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시며
"하느님, 폴란드와 사제들을 축복하소서"
하고 말씀하셨다. 파우스티나는 이러한 환시를 본 일이 없었기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먼저 안드레아 신부에게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파우스티나가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은 것은 2월 9일이었다.
"구약시대에 나는 내 예언자들로 하여금 내 백성에게 천둥 번개를 휘두르게 했다. 그러나 오늘은 너를 통해 모든 인류에게 내 자비를 보낸다. 나는 인류를 벌하지 않고 치유하고 내성심 가까이로 데려오고 싶다.
나는 벌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벌을 사용한다. 내 손은 정의의 칼을 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정의의 날이 이르기 전에 자비의 날을 나는 먼저 보낼 것이다."
파우스티나는
"오, 예수님! 제 말은 정말 보잘것없사오니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직접 말씀하십시오"
하고 말씀드렸다.
(발췌: '자비는 나의 사명'(성녀 파우스티나 수녀가 전하는 하느님의 자비, 소피아 미칼렌코 수녀 저/ 서요셉 신부 옮김, 아베마리아출판사)
(참고) 하느님 자비심의 전달자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 사람들은 저를 조롱하기 위해 '성인'이라고 부르며 저를 몹시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님께 하소연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저에게 대답하셨습니다.
'슬퍼하지 말아라. 너는 거룩하다. 나는 사람들이 사랑을 가지고 너를 거룩하다고 일컬을 날에 온 세상에 그 사실을 알리겠다.'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는 1993년 4월 18일 시복된 후 7년만인 2000년 4월 3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를 통해 부활 대축일 다음 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고(자비심 축일로 삼고), 그날 하느님의 자비심 성화를 공적으로 기리고 찬미하라는 것으로 온 세상이 하느님의 자비를 공경하도록 요청하셨는데(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파우스티나 수녀의 시성식에서 부활 대축일 다음 주일을 "하느님 자비 주일"로 지낼 것을 선포했다.
교황 바오로 2세께서는 2000년 대희년 자비심 주일에 베드로 광장에서 같은 나라 출신의 한 수녀를 큰 기쁨으로 성인 품에 올리셨다.
그 평범한 수녀는 폴란드 출신이며 이미 가톨릭 교회 내에서 유명했던 사랑 받는 한 수녀였다. 그런데 그 수녀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훌륭한 소명을 선물하셨던 것이다. 그 소명이란 인류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신뢰하도록 해 주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자비는 너무나 커서 인간의 이성도 천사도 영원히 그 깊이를 잴 수 없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자신의 유명한 일기장에서 자기의 소명이 오직 한 가지만이기를 간청하고 있다.
"오, 저의 예수님. 당신의 모든 성인들은 당신의 한 가지 특징들을 내뿜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인자하시고 자비로우신 성심의 인호가 박히기를 원합니다. 저는 이 성심을 찬양할 것입니다. 오 예수님, 당신의 자비는 저의 마음과 영혼에 새겨져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나 미래의 삶에서 저의 징표입니다. 저의 마음을 자비롭게 해 주시고 모든 고통을 참아내게 해 주소서.
저는 제 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닫지 않겠습니다. 제 마음을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마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첫 번째 부르심(소명)
헬레나(파우스티나 수녀)는 1905년 8월 25일, 폴란드 글라고비에츠 마을의 한 농부 가정에서 열 자녀들 중의 셋째로 태어났다. 그녀는 매우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똑똑하고 명랑한 어린이였으며 아껴둔 몇 푼 안 되는 돈을 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누어 주는 등, 마을의 다른 어린이들보다 품행이 뛰어났다.
후에 그녀는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7살때 나는 하느님의 궁극적인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 때 나는 처음으로 내 영혼 안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매우 똑똑하게 들었습니다. 그 목소리를 완전한 생활을 재촉하는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 목소리에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목소리를 설명해 줄 사람을 찾아내지 못했었습니다."
2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은 뒤, 일곱 살 난 똑똑한 소녀는 가정 일을 돕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소를 먹이는 풀밭에서 언제나 자기를 에워싸고 따라다니던 어린이들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설교를 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사막에 숨어 기도하는 은수사가 되어야 한다고 설교했다고 그의 오빠 스타니슬라우스는 말했다. 헬레나는 첫영성체를 한 뒤부터 점점 더 기도하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특히 밤에 기도하기를 좋아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녀의 이러한 지나친 행동"을 막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그러나 어린 소녀는
"그런데 엄마, 나는 나의 수호천사가 나를 기도하도록 깨어 있게 한다고 믿고 있어요"
하고 대답했다.
그녀는 주일에 입는 옷을 여자 형제들과 나누어 입어야만 했기 때문에, 평상시에 입는 작업복을 입은 채로 성당의 한 쪽 구석에 숨어서 미사에 참례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그녀에게는 조금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열 네 살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직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1년 뒤에 그녀는 집에 돌아와서 긴급히 제안을 했다.
"엄마, 나는 수녀원에 가야만 해요."
부모들은 결단코 안 된다고 했고 열여덟 살 때까지 허락을 받지 못했다. 헬레나는 싸우다가 지쳐, 다른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세속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잊을 수 없는 무도회
예수님께서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들을 사도로 부르신 것처럼, 그 순간까지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던 파우스티나 수녀를 그렇게 갑자기 부르셨다. 그것은 기억에 남을 만남이었다.
"나는 쓸데없는 말들로 시간을 보내고, 은총에는 귀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 영혼을 만족시켜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쾌락에 빠져 보아도 헛일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하느님을 피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하느님이 피조물들(인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는 은총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언니와 함께 무도회에 나갔습니다. 축제는 절정에 달했는데, 내 영혼은 이상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춤을 추고 있는 동안에 나는 갑자기 예수님께서 내 옆에 서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창백하고 기진맥진하고 상처투성이셨습니다. 예수님은 나에게
'너는 얼마나 오랫동안 내가 너 때문에 괴로워하도록 버려 둘 셈이냐? 너는 나를 얼마나 기다리게 할 작정이냐?
고 하셨습니다. 그 다음에는 아무 말도 없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나에게는 음악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기쁨에 날뛰던 무리들도 내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오직 예수님과 나만 있었습니다.
나는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언니 옆에 와서 앉았습니다. 그 뒤 나는 당장 무도회장을 살며시 빠져 나와서 스타니슬라우스 코스타카의 주교좌 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지도 않고 성체 앞 마루바닥에 엎드려,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물었습니다. 나는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바르샤바로 가거라. 그리고 거기에 있는 수녀원에 들어가거라.'
나는 당장 일어나 집으로 갔습니다. 부모님께 작별인사를 하는 것은 언니에게 맡기고, 물건을 가져 갈 사이도 없이, 옷 한 벌만 챙겨서,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수녀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참금이 필요했는데, 그녀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직장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녀는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고 경건하고 명랑했으며 어린이들의 온갖 장난들을 싫어하지 않았다. 이 소녀는 머리를 두툼하게 땋아 내리고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매우 착한 소녀였다. 그래서 주인은 그녀를 매우 사랑했고 높이 평가하여, 그녀가 다른 데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녀는 여러 차례 수녀원에 받아달라고 청했으나 헛일이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이렇게만 말했다.
"이 소녀는 지참금도 없고, 교육도 안 받아서 글도 간신히 읽고 잘 쓰지도 못하며, 보잘것없고 다 떨어진 옷만 입으니, 분명 관심이 쏠리는 지원자가 아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계속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
"마침내 또다시 나는 수녀원의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이젠 총장이 되어 있는 수녀원장과 잠깐 동안 이야기를 하고 나자, 수녀원장은 나를 참된 주인에게로 보냈습니다. 나는 기쁨에 넘쳐 성당에 들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집의 주인님, 저를 받아들이시렵니까? 나는 당장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나는 너를 받아들인다. 너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내가 되돌아오자 수녀원장은 나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 주님께서 너를받아들이셨느냐?"
나는 "예" 라고 대답했습니다. 수녀원장은
"그분께서 너를 받아들이셨다면 나도 너를 받아들인다"
고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수녀원에 입회할 수 있었습니다."
헬레나 코발스카는 1924년 8월 1일, 스무 살의 나이로 자비의 성모회 수녀회에 입회했다. 그리고 몇 년 뒤 파우스티나 수녀가 자기의 일기장에 이렇게 써둔 것은 옳은 일이다.
"모든 것은 당신의 자비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자비로 끝납니다."
평범한 것 안에 특별한 것이 있다.
젊은 지원자는 청원자가 되어 집안 일을 돌보도록 정해졌다.
"3주일이 지난 뒤 나는 기도와, 내 영혼이 하고자 하는 다른 일들을 할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엄격한 수도원에 입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녀에게
"나는 너를 여기에로 불렀다. 나는 여기서 너에게 많은 은총을 내려줄 것이다"
고 하셨을 때 그녀는 안심을 했다.
"그리고 나는 이 날부터 행복하고 만족스러워했습니다."
그 뒤 13년 동안 수도원에서,
"그녀는 단순하고 겸손한 봉사를 통해 수도회의 여러 집들을 반질반질하게 갈고 닦았다"
고 그의 동료수녀는 회상하고 있다. 어느 때
"파우스티나 수녀를 왜 한 수도원에서 다른 수도원으로 자주 옮기느냐?"
라는 질문을 받고 원장수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불평과 반항을 하지 않고 자리를 옮겨가는 수녀를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파우스티나 수녀는 불평과 반항을 하지 않는 사람에 속합니다. 그녀는 모든 일에 열성을 다합니다. 비록 자기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도 말입니다."
원장수녀는 말을 이었다.
"그녀는 순종이 모든 것을 다 대신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파우스티나 수녀의 요리기술과 빵 굽는 기술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원사로 일할 때 그녀는
"주님. 그런 것에 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하오니 저를 도와주소서"
하고 기도하면서, 나흘 동안 악착같이 일하다 지쳐 기절을 한 적도 있었다. 동시에 어느 때는 부엌 수녀 혼자 일이 너무나 많아 저녁에 불을 끌 때까지 씻지 못한 식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적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발적으로 부엌에서 일하는 수녀를 돕기로 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자기의 일기장에 이렇게 써 놓기도 했다.
"나는 남들이 어려운 일이 있어 나를 필요로 할 때에는 기꺼이 그들을 대신해 일해 주었습니다. 나는 내가 그렇게 해 주는 것이 예수님께 기쁨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가장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하느님께 대한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행하면,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얼굴에 항상 미소를 지으며 남을 기꺼이 도와주려는 청원자의 착한 마음씨를 다른 이들이 자주 이용한 것은 의심할 나위도 없다. 여러 동료 수녀들은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그녀는 어리석었거나 아니면 이미 성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인간은 자기를 그렇게 다루면 절대로 참아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온순함과 겸손과 정신적인 원만함에 있어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 비해 뛰어났다. 그녀는 매우 잘 순종했으며, 투덜거리거나 불평을 하는 일이 없었다. 그녀는 매우 참을성이 많앗다. 사람들은 그녀가 하는 것은 모두 오직 한 분만을 위해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녀는 세속의 부부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예수님을 마음 속으로 그렇게 사랑했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 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오직 그분만을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 일상적인 일을 할 때에도 하느님 면전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일하려고 애썼다. 루드비나 수녀는
"우리들이 스토브를 청소하고 재를 대야에 퍼 담을 때마저도 그녀는 우리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했습니다"
하고 회상하고 있다. 젊은 수녀들의 의견도 일치하고 있다.
"그녀는 우리처럼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소성당 안에서의 그녀의 태도는 우리들을 감탄케 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무릎을 꿇고 장궤를 하고 있었으며 움직이지도 않고, 쓰러지지도 않고, 주위에서 생기는 어떤 일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왔다갔다했으나 그런것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를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드러내 놓고 질투도 하고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신은 시험을 당해 본일이 한 번도 없지요? 당신은 모든 것을 쉽게 지내왔을 거예요!"
라고 하는 둥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커다란 모욕을 당한 뒤 근심에 가득 차 성당으로 달려간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그녀는 성당에서 바늘에 찔려 피가 흐르는 고통을 느꼈다. 사람들에게 그 상처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정신 안에서 성합을 열고, 내 머리를 그 성합의 모서리에 댔습니다. 내 눈들이 모든 고통을 이해하시는 분의 심장에 똑똑 떨어졌습니다."
고통스러운 시험을 당한 수련자
파우스티나 수녀는 스물한 살 때 착복식을 하는 동안에 기절을 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앞으로 당하게 될 모든 고통들을 미리 보여주셨기 때문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를 절망한 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의 신부를 고통의 학교에 다니게 하시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이 학교에서 그녀는 모든 희망과 모든 느낌에 대해 신뢰하는 것을 배웠다.
"수련자 1년 기간이 끝날 무렵 점점 짙어지는 어둠이 내 영혼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내 정신은 흐려지고, 신앙의 진리가 어리석은 것같이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하느님에 관해 말할 땐 내 마음이 돌덩어리처럼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도에서 아무런 위안을 찾지 못했으며, 불안이 나를 휘감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를 들여다보면 죄와 허무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가장 간단한 기도형식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기도시간, 아니 투쟁의 시간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한 시간 동안 기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세 시간 동안."
그런데 마침내 고통을 당하고 계시는 주님이 그녀의 영혼에 나타나시어, 사랑 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부는 신랑을 닮아야만 해. 나는 가끔 가장 큰 은총을 기도의 마지막에 주려고 준비하고 있는 때가 있단다."
이러한 때에도 파우스티나 수녀에게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영신 지도자가 없었다.
시련받은 내적인 삶과 비범한 은총을 가지고 그녀는 아무런 도움도 얻지 못하면서도 고백소에서 원장수녀에게로, 원장수녀에게서 고백신부에게로 돌아다녔다.
"하느님께서 피조물과 그렇게도 가깝게 내적인 관계를 맺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라고 원장 수녀는 생각했었다. 그리고 일반 수녀들은 가만히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하느님의 은총은 나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주님과의 만남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환상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면그럴수록 예수님은 당신의 선물을 가지고 나를 뒤쫓아 왔습니다."
2년 반이 지난 뒤에야 주님께서는 그녀에게서 시험을 거두어 들이셨다.
"순종만이 나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빛이 나에게 흘러 넘쳤습니다. 이 때부터 내 영혼은 어린이가 자기의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느님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침내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의 서원식에는 그녀의 부모들도 와서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았다. 이들은 그 때까지 그녀를 원망하고 있었기에 딸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다.
값진 혼인 꽃다발(종신서원식)
스물일곱 살 난 파우스티나 수녀는 1933년 5월 1일 종신서원식에 "하늘과 땅"을 초대했다. 그런데 이 "혼인식의 날에 앞서 혹독한 고통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주님께서 나에게 한 편의 그림을 그리라고 명령하셨던 그 날까지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딜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나를 히스테리 환자처럼, 또는 사기꾼처럼 취급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가혹한 단죄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성당에 있을 때나, 일을 하고 있을 때나, 숙소에 있을 때나 언제나 나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사람들이 나의 침대를 파헤쳐 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저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원장수녀도 못마땅해 했다.
"주님께서 당신같이 보잘것없고 불완전한 사람을 신뢰하고 말씀을 하신다는 생각을 당신 머리에서 없애버리시오! 예수님께서는 성인들과만 일을 하십니다!
이런 점을 잘 기억하세요!... 그래 좋아요. 내가 캔버스와 물감을 마련해 주겠어요. 그러니 그 일을 해보세요."
원장 수녀는 한참 뒤에야 파우스티나 수녀가 매우 슬프게 그 자리를 떠났으며, 많은 동료 수녀들에게 자기가 주님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신서원을 하기 전 8일간의 피정 동안에, 평수녀였던 매우 욕심 많은 한 수녀의 방을 정돈해 주어야만 했었다. 이 수녀는 파우스티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이런 모든 고통과 불쾌한 일들을 엮어 내 결혼식(종신서원식)을 위한 꽃다발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고 말하고 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마지막 "예'에 대한 준비로서 로마에서 온 계몽된 엘터 수도신부에게 자기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해성사를 보았다.
이 신부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수녀님,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예수님께서는 수녀님의 스승이십니다. 예수님께 대한 수녀님의 사랑은 히스테리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닙니다"
고 설명했다. 그리고 파우스티나 수녀는
"이 순간부터 마음 속에서 하는 말을 의심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같은 해에 파우스티나 수녀는 마침내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약속하신 영신 지도자 소포코 신부를 알게 되었다. 파우스티나 수녀가 이 신부에게
"내 모습을 그려라"
라는 예수님의 부탁에 관해 말하자, 처음에 신부는 반대하는 듯이 말했다.
"당신의 영혼 안에 하느님의 모습을 그리시오!"
그러나 이 기쁜 소식을 잘 알아들은 유일한 사람인 성인같은 이 고해신부는 마침내 예수께서 원하셨던 바대로 그림을 그려 전람회를 하도록 허락하였다. 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게 된 파우스티나 수녀의 기쁨은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나 파우스티나 수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움으로 가득 찬 악마는 못된 해꼬지를 했고, 그녀는 이미 받은 은총으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파우스티나 수녀가 자기의 수호천사에게 도움을 청하자 악마는 당장 사라졌다. 이 수호천사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집까지 따라왔다.
"그 수호천사의 눈은 조용하고 겸손했습니다. 그의 이마에는 불꽃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몇주일 뒤 그녀가 원장수녀에게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새로운 수도원을 창립하라고 위탁하셨다고 설명했을 때,
"이런 이상한 일들은 이제 끝을 냅시다'
하고 말하며 원장수녀는 파우스티나 수녀를 바르샤바에서 윌나로 옮겨가게 했다.
가난한 이의 위로자
"나의 나날은 '투쟁'으로 시작되고 투쟁으로 끝난다. 매일 저녁 때 나는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 같은 느낌이 든다."
폐결핵에 시달리고 있던 파우스티나 수녀는 수녀원 현관지기를 하면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불안을 알게 되었고, 때로는 자신이 겸손되게 손을 내민다는 것이 그들에겐 오히려 역겹게 느껴짐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이들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나도 그들을 대접하리라"
는 것이 그녀의 아름다운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쓰고 있다.
"오늘 아침에 누더기를 입고 모자도 쓰지 않고 맨발인 초라한 젊은 남자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는 추위에 떨고 있었다. 왜냐하면 장대비기 내리고 있었고 날씨도 매우 추웠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 더운 음식을 좀 달라고 했다. 나는 부엌에서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약간의 스프를 찾아냈다. 나는 이것을 데우고, 거기에다 빵을 조금 넣어 그 가난한 사람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는 잘 먹었다. 내가 그릇을 가지러 갔을 때 그는 나에게 '자신은 하늘과 땅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내 영혼은 이런 말을 들었다.
'내 딸아, 이 문을 지나면서 내게 축복을 구하던 가난한 사람들의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순종에 이끌리는 너의 자비로움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너의 자비의 열매를 맛보러 왔느니라'"
나는 이 병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리라
기진맥진한 부엌데기 수녀에게는 이미 노비스 시절에 첫 번째의 병의 증세가 나타났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오랫동안 의사들이
"수녀님, 수녀님의 폐에서는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라고만 말하게 하셨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그러나 저에게는 고통이 있습니다"
고 부드럽게 대답하고 병원을 나오곤 했다. 많은 동료 수녀들마저 파우스티나가 응석을 부리며 아프지 않으면서 꾀병을 부린다고 쑥덕대곤 했다.
자기의 괴로움을 예수님의 성심에 잘 숨겨둘 줄을 알았던 파우스티나 수녀는 그녀의 마음이 돌로 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수녀들에게 예수님의 자비로운 눈길을 청하며, 그들에게 "순수한 사랑"을 심어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자신에 대해 자각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나는 수녀님들의 근심의 쓰레기통으로써" , 또는 "양탄자처럼 동료 수녀들의 발 밑에 깔려 있는 것으로서 충분하다. 수녀님들이 이 양탄자 위를 걸어다니고 그 위에 자기들의 신발을 닦아도 좋다. 이런 것이 내가 처해 있을 자리이다. 나는 이 양탄자를 열심히 보살피고 돌보아 주며 그러면서도 눈에 띄지 않으리라."
여러 가지 고통으로 잠을 잘 수 없을 때, 그녀는 이 시간들을 "영혼의 구원을 위해 정신적으로 온 세상의 교회와 경당들을 방문하는데 이용했다."
마침내 사람들은 폐와 내장과 목의 결핵이라고 확정진단을 내리고, "마치 썩어 내리고 있는 송장처럼" 느끼고 있던 파우스티나 수녀를 두 번이나 요양원에 보냈다. 그러나 그녀는 낫는 것도 죽는 것도 원치 않았다. 하느님의 뜻이 실행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았다.
"나는 어린애처럼 그분의 자비로운 팔에 꽉 매달렸다."
요양원의 원장인 유대교에서 개종한 실버 박사는 "자기의 비정상적인 환자가" 모진 고통을 당하면서도 매순간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던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환자가 마음쓰고 있던 한 가지의 질문은
"내가 내일 영성채를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할 수 없을까요?"
죽기 두 주일 전에 죽어 가는 환자를 수녀원으로 데려갈 때, 실버 박사는 작별을 하며 자기의 소망대로 파우스티나에게서 성녀 소화 데레사의 상본 하나를 받았다. 이 상본에 관해 실버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파우스티나의 고통의 증거입니다."
그는 기뻐하며 자기 아들의 침대 위에 그 상본을 걸었다.
"나는 그런다고 병이 전염 되리라고 염려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파우스티나 수녀는 진정한 성인이예요. 짧게 말하자면, 성인들은 전염을 안 시켜요!"
나는 너를 구원사업에 동참시키노라
예수님은 당신의 신부에게 이렇게 소망하셨다.
"나는 네가 너 자신을 죄인들을 위해, 특히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모든 희망을 포기해버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바치기를 원한다."
그리고 파우스티나 수녀는 이 소망에 응답했다. 그녀에게는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지 않는 무지한 죄인들에게 바치는 희생에 대해 지나치다고 생각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비의 복음을 전하는 이 사람은
"나는 희망을 잃고 괴로워하는 영혼들을 이해한다. 왜냐하면 내가 이런 불길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며, 이런 것을 자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불신의 죄와 절망했을 때의 말할 수 없는 영적인 곤경을 스스로 감내해냈다. 그리고 사탄은 성녀로 하여금, 사탄의 미움을 느끼게 하고 알게 해 주었다. 왜냐하면 성녀 때문에 대죄를 지은 죄인들이 다시 신뢰를 갖게 되고 하느님께로 되돌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온전한 불덩어리이다. 나는 영혼을 구하려는 열망에 불타고 있다. 나는 내 마음으로 온 세상을 두루 구원한다. 특히 보잘것없는 나라의 영혼들을 구원한다. ... 내 소망은 헤아릴 수가 없다. 나는 모든 민족들이 하느님을 알게 되기를 원한다. 나는 모든 국가들이 주님이 다시 오시는 것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나는 매우 많은 영혼들이 '우리들에게 하느님을 주세요!' 라고 외치고 있는 것을 정신적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하느님과의 내적인 신뢰가 이루어지는 순간, 나에게는 온 세상의 운명이 나에게 달려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사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선교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예수님, 제가 당신에 대한 사랑 때문에 초췌해진다면, 제가 사제가 될 수 있고, 사도가 될 수 있으며, 순교자의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요양원에서 생명이 끝나갈 무렵 성녀는 이런 것도 깨달았다.
"어떤 사람이 나의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예수님께서 내게 알려 주신 것은 특별한 일이다! 이런 일은 특별히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서 일어난다. ...나는 죽음과 투쟁을 하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을 돕는 일이 가끔 있다. 언젠가 나는 알지 못할 한 오막살이에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잔인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가고 있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의 침대 주위에는 많은 마귀들과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의 가족들이 있었다.
내가 기도를 시작하자 마귀들은 울부짖으며 도망을 치며 협박까지 했다. 임종을 맞은 이는 믿음에 가득 차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나는 내 방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녀가 영안의 눈으로 미래를 보게 되었는데, "오랫동안의 전쟁 때문에" 유럽이 초토화 된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예언했을 때 성녀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 땅 위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이 그 노력의 성과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자주 있다. 이런 사람들의 기쁨은 하늘나라에 이미 보관되어 있다."
파우스티나가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전부터 그녀는 동료 수녀들에게 곧 길고 무서운 전쟁이 일어날터이니 폴란드를 위해 기도하라고 자주 말해왔다. 사람들이 곧이 듣지 않아도 굽히지 않고 길고 참혹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소포코 신부도, 파우스티나가 평소에 폴란드의 운명에 대해 매우 우려했지만 파우스티나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소포코 신부는 그럴 때 더이상 상세한 것을 묻지 않고 파우스티나도 더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파우스티나가 무서운 광경을 보지 않으려는 것 같은 몸짓을 하고 얼굴을 가리는 장면을 보았었다고 말했다.
수녀들도 전쟁이 다가온다는 파우스티나의 끊임없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우스티나가 자신을 친절히 돌보아 주던 선배 안나 수녀에게
"무서운 전쟁이 곧 일어나겠지만 수녀님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고 말했을 때 안나 수녀도 죽어가는 사람이 미래의 전쟁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자기 영혼이나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소포코 신부가 파우스티나를 방문했는데 이는 마지막 방문이 되었다. 소포코 신부는 파우스티나와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파우스티나는 천상의 하느님 아버지와의 일치 속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비망록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이 지상의 존재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었다. 천사가 성체를 영해 주었다는 수녀의 일기에 나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파우스티나가 소포코 신부에게, 주님께서 자신의 죽을 날을 가르쳐 주실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날이었다.
이레네오 원장 수녀가 파우스티나의 임종 직전에 방문했을 때, 파우스티나는 겨우 몸을 일으키며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하면서 말했다.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저를 들어올려 성인으로 만들고 싶어 하십니다."
죽음이 비로소 나의 과업을 시작한다.
죽어가는 이가 몇 개의 꽃송이만을 원한 것은 매우 겸손한 일이다. 성녀는 어린애처럼 이렇게 쓰고 있다.
"한 환자가 내 소망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여러 개의 훌륭한 꽃송이들을 가져다 주었다."
얼마나 알맞은 선물인가! 파우스티나 수녀 자신은 한 단의 익은 곡식처럼 하늘나라를 위한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미천하지만 당신 앞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자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는 주님과의 마지막 대화를 성녀는 일기장에 썼다.
밤 10시 45분, 리고리아 수녀가 원장 수녀에게 달려갔을 때 파우스티나 수녀는 마치 무아지경에 잠기듯이 눈을 하늘로 향한 채 천국으로 떠났다.
성녀는 죽음과의 투쟁도 없이 1938년 10월 5일 크라코우에서 33세의 나이로 선종하였다. 성녀의 유언은 우리 모두에게 위안을 준다.
"의심하는 영혼들이여, 당신들이 하느님의 좋으심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늘의 문을 열어 줄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들은 불신으로 인해 더 이상 사랑에 가득 찬 예수님의 성심을 슬프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온전한 사랑이시요, 온전한 자비이시기 때문입니다!"
파우스티나가 죽은 지 1년 뒤에 일어난 전쟁 동안, 수녀들은 나찌의 침공으로 세 번이나 위협을 받았다. 그때마다 파우스티나의 말을 생각했다.
그리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파우스티나의 무덤을 찾아가 하느님의 자비로 무사히 살아 남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청하였다. 수녀들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파우스티나의 말대로 라기에브니키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후일에 '영성체 준비'라는 제목이 쓰여진 파우스티나 수녀의 노트가 발견되었는데 서문에 이러한 글이 실려 있었다.
내 인생에 가장 엄숙한 순간은 영성체를 하는 순간이다. 나는 매일 영성체하기를 갈망하고, 영성체를 한 후에는 매번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께 감사를 드린다. 천사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점이 있다면 다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영성체를 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고통을 당하는 일일 것이다.
(발췌: '마리아(maria)' 통권 108,109호, 아베마리아출판사, '자비는 나의 사명' 소피아 미칼렌코 수녀 저 / 서요셉 신부 옮김, 아베마리아출판사)
성녀 파우스티나 축일은 10월 5일 입니다.1935년 주님께서는 빌니우스에서 파우스티나 성녀에게 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를 받아쓰게 하셨다
에수님께서는 부활 후 첫 주일에 거행되기를 원하셨다. 이 축일을 위한 준비는 성 금요일부터 시작하여 하느님 자비의 5단기도를 9일 동안 바친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셨다.
"나는 이 기도를 바치며 나에게 청하는 모든 것을 베풀어 주는 것이 기쁘다. 만일 그것이 내 뜻에 부합한다면."
그 특별한 은총은 임종의 시간에도 약속하였는데,그것은 행복하고 평화로운 죽음의 은총이다. 임종에 직면해서 신뢰와 인내를 가지고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뿐만아니라, 그를 위해 이 기도를 바쳐 주는 사람도 이 은총을 얻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겪으신 당신의 죽음의 시간(오후 3시)이 매일 공경받기를 바라신다. 그 시간은 자비가 정의를 누른, 온 세상을 위한 은총의 시간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는 파우스티나 성녀에게 이렇게 가르치셨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시간에 십자가의 길을 바치도록 최선을 다하여라. 십자가의 길을 바칠 수 없거든 잠깐이라도 성당에 들러 성체 대전에서 자비로 가득 찬 내 성심을 찬양하여라. 성당에 갈 수가 없으면 네가 있는 곳에서 잠깐 동안이라도 기도하여라."
예수님께서 약속하셨다.
"그 시간에 너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내 수난의 공로 안에서 나에게 청하는 것은 나는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자비의 시간은 명백히 오후 3시(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못박혀 돌아가셨던 시각 오후 3시)다.
"나는 내 자비의 영광을 전파하는 영혼들의 전 생애를 자애로운 어머니가 아기를 돌보듯이 보살펴 줄 것이며, 그들의 임종시에 나는 심판자가 아닌 자비로운 구세주로 그들을 대할 것이다."
(발췌:'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 아베마리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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