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기도지향

[레오 14세 교황 주교좌 성당 착좌 미사] 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강론 2025년 5월 25일

Skyblue fiat 2025. 5. 28. 08:51

 

로마 주교 레오 14세 교황의 주교좌 성당 착좌 미사
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강론


2025년 5월 25일, 부활 제6주일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

저는 이 자리에 계신 추기경님들, 특히 로마교구 총대리 추기경님과 보좌 주교님들, 모든 주교님들과 사랑하는 신부님들을 – 본당신부님들과 보좌신부님들,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서 사목적 돌봄에 여러 직책으로 협력하는 모든 분들 - 비롯하여 부제들과 남녀 수도자들, 당국 관계자와 사랑하는 신자 여러분 모두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

로마 교회는 베드로와 바오로, 그리고 수많은 순교자의 증거에 뿌리내린 장구한 역사를 이어받았고, 이 주교좌성당 정면에 새겨진 대로 ‘Mater Omnium Exxlesiam’, 곧 모든 교회의 어머니가 되는 유일한 사명을 지향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종종 교회의 어머니다운 차원을 묵상하도록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46-49.139-141; 「일반알현 교리 교육」, 2016년 1월 13일 참조). 아울러 교회의 고유한 특징들, 곧 온유한 사랑과 기꺼이 희생하는 자세, 그리고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도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도움을 바라고 궁핍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 경청할 줄 아는 역량에 대해 성찰하라고 권고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 백성 가운데 어느 곳이든, 이곳 우리의 거대한 교구 가족, 곧 신자들과 제일 먼저 저를 포함한 목자들 안에서도 더 많이 논의되기를 바라는 주제들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오늘 우리가 들은 전례 독서를 성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사도행전(15,1-2.22-29 참조)은 초대 공동체가 복음을 전하면서 이방인들에게 어떻게 문을 열어야 하는가 하는 중대한 문제에 부딪혔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서로 인내하며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이런 일이 안티오키아 공동체에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곳 형제들은 서로 대화하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기도 하면서 마침내 함께 해답을 찾아갔습니다. 그런 다음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습니다. 혼자서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교회와 하나가 되고자 했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을 찾아간 것입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베드로와 사도들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화가 시작되었고, 마침내 올바른 결정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새로 신앙을 받아들인 이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배려하여, 꼭 필요한 몇 가지 사항만을 요구하고 무거운 짐은 지우지 않기로 합의한 것입니다(사도 15,28-29 참조). 그리하여 처음에는 문제로 여겨졌던 일이 모든 이에게 깊이 생각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 사건에 담긴 풍부하고 흥미로운 인간적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에게 더 깊은 의미를 전해줍니다.

예루살렘의 형제들이 안티오키아 형제들에게 편지로 자신들의 결정을 알리면서 한 말이 바로 그것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성령과 우리가 함께 결정하였다”고 썼습니다(사도 15,28 참조). 다시 말해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며, 이러한 경청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일치는 무엇보다 먼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끊임없이 회심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실제로 이렇게 할 때에만 우리 각자는 “아빠, 아버지!”(갈라 4,6)라고 부르짖는 성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 결과 다른 이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복음 역시 인생의 선택 앞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동일한 메시지를 거듭 강조합니다(요한 14,23-29 참조). 성령께서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모든 말씀을 “기억하게 해주시면서”(요한 14,26 참조) 우리를 도와주시고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보여주십니다.

무엇보다 성령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가르치시면서 그 말씀을 우리 마음 깊숙이 새겨주십니다. 이는 율법이 더 이상 돌판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새겨진다는 성경 말씀과 같습니다(예레 31,33 참조). 이러한 은총은 우리가 서로에게 “그리스도의 추천서”(2코린 3,3)가 되기까지 자라나도록 도와주는 선물입니다. 바로 이런 뜻입니다. 곧, 우리가 복음에 사로잡히고 변화될수록, 성령의 권능이 우리 내면을 정화시키도록 내어맡길수록,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힘도 커집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말을 순수하게 만드시고, 우리의 마음을 정직하고 맑게 하시며, 우리의 행동을 너그럽게 해주십니다.

또한 여기서 “기억하다”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드러납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온 일들과 배운 것들에 마음을 기울여 그 뜻을 더 깊이 깨닫고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로마교구가 지난 몇 년간 걸어온 힘겨운 여정을 떠올립니다. 이 여정은 여러 차원에서 귀 기울이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여러 도전을 받아들이기 위해 주변 세상에 귀 기울이는 것과, 필요를 파악하고 복음화와 사랑의 실천을 지혜롭고 예언자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공동체 안에서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매우 풍성하지만 또한 매우 복잡한 현실을 품어 안으려고 애쓰는 어려운 여정이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 교회의 역사에 걸맞는 일입니다. 이 교회는 새롭고 힘든 상황 앞에서도 과감히 나서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업에 아낌없이 헌신하면서 “크게” 생각할 줄 아는 역량을 여러 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희년을 맞아 교구 전체가 이 시기에 순례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돌보며 수많은 다른 일들에 온 마음을 쏟고 있는 위대한 노력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많은 이들의 헌신 덕분에 이 도시는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신앙의 보금자리로서 열린 마음으로 맞아주는 큰 집처럼 다가갑니다.

저로서는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 “나는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인이고 여러분을 위해서는 주교입니다”(「연설」 340,1 참조)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함께 배우고 깨달으며 결정해 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이토록 큰 일터에 들어서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과 다짐을 표명합니다. 저는 대 레오 교황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기도와 사랑으로 하나 되어 제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이루는 모든 선한 일은 우리 공로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그분 없이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그분께만 영광을 돌립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힘은 그분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설교」 5, 성탄에 대하여(de natali ipsius), 4).

이 말씀에 더하여 저는 “미소의 교황”이라 불리며 환하고 평화로운 얼굴로 복자 요한 바오로 1세 교황님이 1978년 9월 23일 로마교구 가족들에게 전하신 인사말로 강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성 비오 10세 교황님께서 총대주교로 베네치아에 부임하실 때 산 마르코 성당에서 외치셨습니다. ’베네치아 시민 여러분, 제가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저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로마 시민들에게 이와 같은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저는 오직 여러분을 섬기고 싶을 뿐이며, 저의 보잘것없는 힘과 제가 가진 미약한 모든 것, 바로 이 모습 그대로의 제 자신을 여러분 모두에게 바치고 싶습니다”(로마 주교좌 착좌 미사 강론, 1978년 9월 23일).

저 또한 여러분에게 저의 모든 사랑을 전하며, 이 함께하는 여정에서 여러분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 수고와 희망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미약한 모든 것과 이 모습 그대로의 저를” 여러분께 드리며,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의 전구와 함께 이 교회의 역사와 로마의 거리를 거룩함으로 밝혀준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전구에 맡겨드립니다. 동정 성모님, 저희와 함께 걸어주시고 저희를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




레오 14세 교황 성하께서 미사 말미에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로마 시에 강복하며 하신 말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로마 공동체 여러분, 오늘 저녁 여러분의 로마 주교로서 저의 착좌식을 거행한 이 예식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 희년 동안 희망을 찾아 나서면서, 더 나아가 세상에 희망을 전해주는 증인이 되도록 힘쓰며 우리의 신앙을 살아갑시다. 세상은 전쟁과 폭력, 가난으로 인해 너무나 큰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언제나 살아있는 증거가 되라고 요구하십니다. 우리의 신앙을 살아내며, 우리 마음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계심을 느끼고, 그분께서 우리의 걸음마다 늘 동행해 주신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함께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함께 걸어갑시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인이며 여러분을 위한 주교이니, 언제나 저를 믿고 의지해주십시오!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안녕히 계세요! 우리 모두 이 기쁨을 늘 간직하며 살아갑시다. 고맙습니다.


 

번역 이창욱

 - 바티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