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의 교회를 위한 미사 강론,
“교회는 세상의 밤을 밝히는 등대가 돼야 합니다”
추기경들과 함께 거행한 ‘교회를 위한’ 미사에서
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강론
2025년 5월 9일 금요일 시스티나 경당
(2025년 5월 8일 교황선출 다음날)
https://youtu.be/7bPGoJqersM?si=6TWiW6QUcWgr0ST3
영어로 시작하여 나머지는 이탈리아어로 하겠습니다.
시편 화답송에 나오는 말씀을 되풀이하고 싶습니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를. 그분께서 기적들을 일으키셨도다”(시편 97[98],1).
정말로 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그분은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형제 추기경 여러분, 오늘 아침 우리가 이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께서 베드로의 직무를 통해 계속해서 우리 모두에게 내려주시는 은혜와 축복을 깨닫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저에게 이 십자가를 지고 이 거룩한 사명을 받도록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벗들인 우리가, 신앙인들인 우리가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계속 나아가며 복음을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이 길에서 저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믿고 의지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이탈리아어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
스승이신 주님께서 당신께 대한 믿음을 물으셨을 때,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한 마디로 교회가 이천 년 동안 사도 전승을 통해 간직하고 깊이 연구하며 전해온 신앙의 보화를 요약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이시며,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곧 유일한 구원자이시며 아버지의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에게 가까이 오시려고 예수님 안에서 당신을 우리에게 계시하셨습니다. 어린아이의 맑은 눈빛으로, 젊은이의 활기찬 마음으로, 어른의 성숙한 모습으로(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22항 참조), 마침내 부활 후에는 영광스러운 몸으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본받을 수 있는 거룩한 인간의 모범을 보여주셨고,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영원한 희망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답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의 선물과 그 선물로 변화되기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을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구원과 분리될 수 없는 두 측면입니다. 교회는 온 인류의 선익을 위해 구원을 선포해야 합니다. 모태에서 나기 전부터 우리를 택하신(예레 1,5 참조)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세례의 물로 새롭게 나게 하셨습니다. 우리의 허물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로 없이 여기로 인도하시고 여기서 파견하셨습니다. 이는 복음을 모든 피조물에게 선포하려는 것입니다(마르 16,15 참조).
특히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투표를 통해 저를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 부르셨습니다. 그래서 이 보화를 저에게 맡기셨습니다. 하느님의 도움으로 온 교회의 지체를 위해 충실한 관리자가 되라고 하신 것입니다(1코린 4,2 참조). 그리하여 교회가 더욱더 산 위에 자리잡은 거룩한 도성이 되고(묵시 21,10 참조), 역사의 파도를 헤쳐 나가는 구원의 방주가 되며,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등대가 되게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웅장한 건물들이나 거대한 구조물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 구성원들의 거룩함 때문입니다. 곧 “어둠에서 당신들을 당신의 놀라운 빛으로 부르신 그분의 놀라운 업적을 선포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자기 것으로 삼으신 백성”(1베드 2,9 참조)의 거룩함 때문입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신앙고백을 하기 전에, 예수님께서 먼저 다른 질문을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마태 16,13 참조) 이는 뻔한 질문이 아니라 우리 사목의 중요한 측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곧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한계와 가능성, 질문과 확신에 관한 질문입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마태 16,13) 우리가 묵상하고 있는 이 장면을 생각해보면, 이 질문에 두 가지 답이 가능합니다. 이 답들은 서로 다른 두 태도를 보여줍니다.
먼저 세상의 답이 있습니다. 마태오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그분의 정체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곳이 아름다운 도시 카이사리아 필리피였다고 말합니다. 이곳은 호화로운 궁전들로 가득하고, 헤르몬 산자락의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지만, 동시에 잔인한 권력 집단의 근거지이며 배신과 불충의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이 모습은 예수님을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껏해야 특이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정도의 인물로 여기는 세상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분의 존재가 정의와 도덕성을 요구해서 거슬릴 때가 되면, 이 “세상”은 주저하지 않고 그분을 거부하고 제거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질문에 대한 다른 답이 있습니다.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답입니다. 그들에게 나사렛 사람은 “허풍쟁이”가 아닙니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고, 용감한 사람이며, 말을 잘하고 이스라엘 역사상 위대한 예언자들과 마찬가지로 의로운 것을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분을 따랐습니다. 적어도 별다른 위험이나 불편함 없이 할 수 있는 한은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분을 단지 한 인간으로만 간주했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인 수난 때에는 그들도 그분을 버리고 실망한 채 떠납니다.
이 두 태도의 놀라운 점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우리 시대의 많은 남녀의 입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생각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본질은 똑같습니다.
오늘날에도 그리스도교 신앙을 어리석은 것으로, 약하고 교양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기술이나 돈, 성공, 권력, 쾌락 같은 다른 안전장치들이 신앙보다 앞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복음을 증언하고 선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믿는 사람은 조롱당하고, 적대받고, 멸시당합니다. 혹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의 인내에 의존하거나 동정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바로 그 까닭에 이런 곳에서 선교가 더욱 시급합니다. 신앙의 부재는 자주 비극을 낳기 때문입니다. 삶의 의미를 잃고, 자비를 잊으며, 인간 존엄성이 가장 극심하게 침해받고, 가족이 해체되고, 우리 사회가 적지 않게 겪고 있는 다른 많은 상처들을 낳습니다.
오늘날에도 예수님이 한 인간으로는 높이 평가받지만 단순히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나 ‘슈퍼맨’ 정도로 축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비신자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대다수 세례 받은 이들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결국 이런 차원에서 사실상 무신론자로 살아갑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세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여러 번 가르치신 대로, 우리는 이 세상에서 구세주 그리스도에 대한 기쁜 신앙을 증언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도 이 신앙고백을 되새기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당신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 참조).
무엇보다도 주님과의 인격적인 관계에서, 매일 회심의 여정을 걸어가는 가운데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인 우리는 함께 주님께 속한 우리 모습을 간직하며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 1항 참조).
이 말은 무엇보다도 저 자신에게 해당합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로마 교회의 주교인 저의 이 사명을 시작하면서,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의 유명한 표현대로 사랑으로 온 교회를 이끌도록 부름받은 교회의 주교로서 말입니다(「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인사말 참조). 이 도시로 쇠사슬에 묶여 끌려오며 곧 다가올 순교를 향해 가던 그는 그곳 그리스도인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세상이 저의 몸을 볼 수 없게 될 때 저는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것입니다”(「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4장 1). 성인은 경기장에서 맹수에게 잡아 먹히는 것을 두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의 말은 더 넓은 의미에서 교회에서 권위의 직무를 수행하는 누구에게나 포기할 수 없는 사명을 상기시킵니다. 그리스도만 남도록 자신은 사라지고, 그분이 알려지고 영광 받도록 자신은 작아지라는 것(요한 3,30 참조), 아무도 그분을 알고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자신을 완전히 바치라는 것입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자애로운 전구의 도움으로, 하느님께서 오늘 그리고 언제나 저에게 이 은총을 주시기를 빕니다.
번역 이창욱
레오 14세 교황의 교회를 위한 미사 강론, “교회는 세상의 밤을 밝히는 등대가 돼야 합니다” - 바티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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