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기도지향

교황 레오 14세 [2025년 희년 교리 교육] 6. 씨 뿌리는 사람

Skyblue fiat 2025. 5. 23. 13:09

 

 

교황 레오 14세 [일반알현]

“인간은 모든 것을 따져 계산하지만, 하느님은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베푸십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25년 5월 2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첫 번째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의 2025년 희년 교리 교육을 이어갔다. 교황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풀이했다. 교황은 이 비유를 통해 우리가 “복음의 모든 말씀은 마치 우리 삶의 땅에 뿌려진 씨앗과 같다”며, 그 씨앗이 우리 “삶의 다양한 상황” 가운데 뿌려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가장 좋은 땅”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시고, “언젠가는 씨앗이 자라날 것을 확신하신다”고 설명했다.

 


 

 

[2025년 희년 교리 교육]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


제2부 예수님의 생애: 비유들

 

6. 씨 뿌리는 사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마태 13,3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의 첫 수요 일반알현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시작하신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의 2025년 희년 교리 교육을 오늘부터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고, 하느님께서 역사 안에서 어떻게 활동하시는지를 보여주는 예수님의 비유들에 대한 묵상을 계속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다소 특별한 비유 하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다른 모든 비유의 입문과 같기에 특별한 비유입니다. 바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마태 13,1-17 참조). 이 비유 이야기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소통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의 복음 선포에 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모든 비유는 일상생활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며, 더 깊은 의미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비유는 우리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하고,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만 머물지 말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나 우리에게 제시된 이미지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비유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 이미지는 내 삶에 무엇을 말해주는가?” 비유라는 말은 “옆에 놓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동사 “파라발레인”(paraballein)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비유는 우리로 하여금 도전하게 하고, 우리에게 의문을 품게 하는 말씀을 던져줍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바로 하느님 말씀의 역동성과 그것이 낳는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복음의 모든 말씀은 우리 삶의 땅에 뿌려진 씨앗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씨앗의 이미지를 여러 번 사용하셨으며, 그 의미도 다양했습니다. 마태오 복음 13장에 나오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시작으로 다른 작은 비유들이 이어지는데, 그중 일부는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것입니다. 곧, 밀과 가라지, 겨자씨, 밭에 숨겨진 보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땅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의 마음이면서 동시에 세상, 공동체, 교회이기도 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모든 현실을 풍요롭게 하고 도발을 일으킵니다.

 

우선 예수님께서 집에서 나와 호숫가에 앉으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 주위에 모여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마태 13,1 참조). 그분의 말씀은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합니다. 물론,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은 매우 다양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각 사람에게 작용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이러한 맥락을 통해 우리는 이 비유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소 독창적인 씨 뿌리는 사람은 씨를 뿌리러 나가지만 정작 씨앗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없는 곳에도 씨앗을 뿌립니다. 길에, 돌밭에, 가시덤불 속에도 씨앗을 뿌립니다. 이런 태도는 비유를 듣는 사람을 놀라게 하며, ‘왜 그랬을 까?’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우리는 모든 일을 따져보고 계산하는 데 익숙합니다. 때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아낌없이” 씨 뿌리는 사람이 씨앗을 뿌리는 방식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물론 씨앗의 운명은 땅이 씨앗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땅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비유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모든 종류의 땅, 곧 우리의 어떤 상황에든 당신 말씀의 씨앗을 뿌리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때로 우리가 피상적이고 마음이 산란할 때에도, 때로 열정에 휩쓸릴 때에도, 때로 삶의 걱정에 짓눌릴 때에도 말입니다. 물론 우리가 마음을 열고 기꺼이 씨앗을 받아들이는 때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젠가는 씨앗이 꽃피고 열매 맺을 것임을 믿고 희망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가장 좋은 땅”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시고, 언제나 아낌없이 당신의 말씀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어쩌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토록 신뢰하신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 안에 더 좋은 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너그러우심과 자비의 반석 위에 세워진 희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씨앗이 어떻게 열매를 맺게 되는지를 말씀하시면서, 동시에 당신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곧 말씀이요 씨앗이십니다. 씨앗이 열매를 맺으려면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비유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실 뿐 아니라, 예수님께서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기꺼이 당신 목숨을 바치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깊이 보여줍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름다운 유화 작품인 ‘해질녘의 씨 뿌리는 사람’이 생각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씨 뿌리는 사람의 모습은 농부의 고단함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반 고흐가 씨 뿌리는 사람의 뒤쪽으로 잘 익은 밀밭을 그려 넣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그것이 희망을 나타내는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씨앗이 열매를 맺었으니까요. 정확히 어떻게 열매를 맺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림의 중심에는 씨 뿌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는 그림의 한 쪽에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전체를 압도하는 것은 태양입니다. 때로는 하느님께서 부재하시거나 멀리 계신 것처럼 보일지라도, 역사를 움직이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심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주기 위한 것 같습니다. 밭이랑을 따뜻하게 하고 씨앗이 자라나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바로 태양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삶의 어떤 상황에서 우리에게 다가옵니까? 우리가 이 씨앗, 곧 주님의 말씀을 언제나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 청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비옥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오히려 우리가 더 나은 땅이 되도록 일하실 수 있게 주님께 도움을 청합시다.

 

 

번역 김호열 신부

 

[일반알현] “인간은 모든 것을 따져 계산하지만, 하느님은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베푸십니다” - 바티칸 뉴스

 

[일반알현] “인간은 모든 것을 따져 계산하지만, 하느님은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베푸십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25년 5월 2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첫 번째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의 2025년 희년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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