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23. 마침 그 동네에는 나쁜 여자가 하나 살고 있었는데…(루가 7, 37)
이어서 예수께서는 기스칼라를 떠나시어 근처에 베둘리아에 들르시지 않고 꽤 유명한 도시인 가바라로 가셨다. 이 도시는 산 어귀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 산은 마치 가파른 벽과 같이 도시 뒤를 받치고 있었다.
대략 열흘 전에 안나 글레오파, 마르타, 베로니카, 그리고 요안나 쿠자가 베다니아를 떠나 가파르나움으로 여행했다. 여행 중에 사마리아 여인 디나가 수파니아 여인 마리아와 함께 애논의 한 숙소에서 그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오늘 나는 마르타가 안나 글레오파와 함께 이곳 레위인의 도시 담나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막달라의 마리아에게 가는 것을 보았다.
마르타가 막달레나에게 간 목적은 그녀의 마음을 특별히 움직여 수파니아의 마리아와 디나와 함께 예수의 위대한 산상 수훈(山上垂訓)에 참석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수요일에 가바라 위편에 있는 산에서 ‘산상 수훈’을 베풀어 주시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막달레나는 그녀의 다소 낡은 저택의 한쪽에서 매우 호의적으로 마르타를 맞이하였다. 막달레나는 마르타를 자신의 호화로운 방에서 멀지 않은 거실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방에는 데리고 가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옳고 그른 것들로 혼합된 수치심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존경스러운 예수 공동체에 자신을 끌어 넣을 마음을 갖고 있는 언니가 소박하고 경건하게 좋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한 편으로는 자신의 어리석고 악습에 젖은 생활을 보여주는 방으로 마르타를 데리고 가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막달레나는 기분이 약간 상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뿌리칠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창백했으며 고뇌로 여위어 있었다. 그녀는 죄악속에 함께 살아 온 남자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그 천박한 사람에게 얽매여 있었다. 그녀도 역시 예수의 가르침에 한 번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마르타는 그녀를 아주 현명하고 사랑이 넘치게 대했다. 마르타는 막달레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가 알고 있는 사마리아 여자 디나와 수파니아 여자 마리아가 산상에서 예수의 교훈을 함께 듣자고 너를 초대했었지. 그날이 다가온거야. 그들은 기꺼이 너와 함께 참석하기를 원하고 있어. 네게 호감을 갖고 있는 베로니카, 마리아 쿠자 그리고 주님의 어머니와 우리들 모두는 네가 그 초대를 감사히 생각하고 응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단다. 네 기분이 어느 정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이곳에서 너는 지금 아주 고독해 보이는데, 그것은 네 마음과 네 재능을 인정해 줄 만한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야. 오, 만일 네가 얼마 동안만이라도 우리와 함게 베다니아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놀라운 일들을 많이 듣고 있으며 착한 일들을 수없이 행하고 있단다. 너는 항상 사랑과 자비심으로 충만해 있지. 하지만 내일 아침 꼭 담나로 함께 가야만 한단다. 거기에 우리 부인들은 숙소에 머물러 있지. 너는 따로 떨어져 머물면서 네가 알고 있는 사람들 하고만 이야기할 수도 있어.”
마르타는 이런 내용으로 그녀의 동생과 이야기를 하면서 모든 모욕적인 것들을 피하였다. 막달레나는 우울한 가운데서도 아주 고분고분했다. 그녀는 가볍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곧 양보를 했으며, 내일 아침에 함께 담나로 가기로 마르타에게 약속했다. 그녀는 마르타와 함께 식사를 했으며, 밤중에는 자주 그녀의 방을 빠져 나와 마르타에게로 갔다. 마르타와 안나 글레오파는 밤중에 하느님께 이번 여행에서 막달레나에게 풍부한 결실을 내려 주시기를 기도드렸다.
파견된 제자들은 가바라 위편에 있는 산에서 위대한 가르침이 있으리라는 것을 벌써 며칠 동안 선포하고 다녔다. 걸어서 수시간 걸리는 곳에 살고 있는 모든 주위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이 산으로 몰려와서 주변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위편에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따로 떨어져 있는 공장과 돌로 된 강론대가 있었다. 한편 시데싸에서 온 이교도들과 메롬 호숫가의 아다마 지방에서 온 이교도들이 모여들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들 엄청난 양의 양식들을 가지고 왔으며, 온갖 질병에 걸린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데리고 왔다.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 나타나엘 이외에 다른 제자들도 모두 참석하였다. 그곳에 참석한 예수의 사도들과 친구들과 친지들은 60명에 이르렀다. 이 날 예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몇 마디 대화를 하셨고 헤로데의 사람들과도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셨다. 예수께서는 이 도시의 여기저기를 다니시면서 가르치시고 병자들도 고쳐 주셨다. 또한 그 밖의 시간들은 찾아온 부인들과 산책하시며 이야기를 나누시었다. 친지들과 친밀한 제자들은 형제적 우애의 입맞춤을 나누는 것처럼 두 손을 맞잡고 뺨을 비비면서 맞아들였다.
하녀를 데리고 온 막달레나, 수파니아 여자인 마리아, 디나 그리고 안나 글레오파는 아침에 벌써 산 위에 도착해 있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변에 장사진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들것에 실려온 온갖 병자들을 그들의 병세에 따라 가깝고 먼 자리에 함께 모아 놓았다. 그들을 위해 가벼운 천막들이 쳐 있거나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정자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위편에서는 예수의 제자들이 사람들을 친절하게 정렬시키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그들을 돕고 있었다. 강론대 위에는 담요 하나가 드리워져 있었고 청중들의 머리 위로는 여기저기 천막 지붕들이 팽팽하게 세워져 있었다. 막달레나와 네 부인은 약간 떨어진 곳에 편안히 자리를 잡았다. 부인들은 함께 모여 있었다.
예수께서는 열시경에 제자들과 함께 도착하셨다.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헤로데 사람들 및 사두가이파 사람들도 함께 도착했다. 예수께서 강론대에 자리하시고, 제자들은 한 편에 섰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다른 편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르침 도중에 사람들이 자리를 바꿔 앉기도 하고, 다른 쪽에 있던 사람들이 새로 도착하는 바람에 가르침이 자주 중단되기도 했다. 중간에 한 번 예수께서는 사람들과 가벼운 음료수를 마셨다. 예수께서 행하신 가르침은 지금까지 행하신 모든 가르침 가운데에서도 가장 예리하고 힘찬 것이었다. 예수께서는 가르침을 시작하시기 앞서 기도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당신이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해서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까닭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분의 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서 예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증명해 주셨다. 이어서 예수께서는 큰소리로 아버지께 기도하고 일종의 예언적인 준엄한 가르침을 주셨다. 예수께서는 계약의 시기에서부터 이루어져 온 모든 것들을 가르침 속에 포함시키셨다. 그리고 예언자들을 위협하고 박해를 가하는 일들이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도 전형적인 현상이 될 것으로 간주하셨다. 예수께서는 예언의 실천을 통하여 메시아가 도래하셨다는 것을 증명하셨다. 또한 선구자로서 길을 예비한 세례자 요한에 관해서 말씀하셨다. 그가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소명을 충실히 이행했는데도, 핍박자들에 의해 항상 혹독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죄악으로 가득 찬 육신으로 지은 악덕과 속임수와 우상 숭배에 관해 예증하셨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진노하심과 다가올 심판에 관해서 아주 열렬하게 말씀하셨다. 또한 최후의 심판 날에 메시아가 다시 오실 것이며 경건한 신자들을 위로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이야기하시면서 진실과 인내를 가질 것을 요구하셨다.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을 가르치기 위해 그들을 보낸다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죄인들을 엄격히 회개의 길로 인도하실 때에도 항상 사랑이 충만하시었다. 그분은 모든 이들에게 당신의 손길을 뻗치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외치셨다. “오라, 수고하며 짐을 진 자들은 나에게 오라. 너희 죄인들아, 오라. 회개하고 믿어라. 나와 함께 왕국을 나누어 가지거라.” 그분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그들의 모든 반대자들에 대해서도 팔을 내미셨다.
막달레나는 처음에는 아름답고 고결하며 약간은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 적어도 그와같이 보이기를 원하는 – 여인의 모습으로 다른 여인들 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은 부끄러움과 감동으로 격앙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군중 가운데서 이리저리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예수께서 오시어 가르치기 시작하시자 그녀의 눈빛과 영혼은 점점 그분에게 이끌리게 되었다. 그녀는 죄악과 회개에 대한 그분의 말씀과 징벌의 무서움에 관한 가르침에 의해 마음이 완전히 동요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몸을 떨었다. 면사포로 가리워진 얼굴에는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예수께서 이제 그 죄인들을 향해서 그들이 당신 품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자애롭고도 애절하게 외치셨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러자 그 무리 가운데서 움직임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점점 그분께 가까이 밀려들었다. 막달레나와 그녀의 권유를 받은 여인들이 또한 그분께 가까이 접근해 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아! 비록 한 명이라도 나에게 다가오는 영혼이 있다면!” 하고 말하셨을 때 막달레나는 너무도 감동되어 그에게 바싹 다가가려고 하였다. 그녀는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그녀의 행동으로 그분이 방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를 막아서면서 “나중에, 나중에 하시오!”라고 외쳤다. 이러한 그녀의 움직임은 몇몇 사람 외에는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조차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모두가 예수의 가르침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여섯시가 되었다. 태양은 이미 등뒤편 산 속에 깊숙히 묻혀 있었다. 예수께서는 저녁에 하실 가르침을 준비하시고자 했다. 가르치시던 장소는 이미 어두워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기도를 하신 후 사람들을 귀가시키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는 남아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음식을 사서 나누어 주라고 분부하셨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충분히 식사하고 남은 것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을 만큼 구입해야 했다. 제자들 중의 일부는 곧 상점으로 갔다. 상점들 중에는 돈을 받고 팔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냥 주었다. 제자들은 그 지역에서 대부분 잘 알려진 사람들이었으며, 그러한 일을 사랑을 갖고 실천하였다. 그래서 그 가난한 사람들은 충분히 식사를 했고, 예수의 온정에 대해 깊이 감사했다. 다른 제자들은 그 사이에 예수와 함께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산 후미의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길가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앞에 서 있던 시몬 즈불룬은 미리 예수께 자기 집에서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셨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렸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가실 것이라고 대답하셨다.
출처
23. 마침 그 동네에는 나쁜 여자가 하나 살고 있었는데…(루가 7, 37) | CatholicOne (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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