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22. 그 뒤에 예수께서는 여러 촌락으로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셨다(마르 6, 6)
예수께서는 아침에 수꼿을 떠나 야복을 거쳐 애논으로 가셨다. 길은 매우 쾌적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대상(隊商)들과 세례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숙박소가 있기 때문에 항상 활기를 띠었기 때문이다. 길은 천막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아름다운 녹색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길은 길게 뻗친 초막들로 가득 찼다. 왜냐하면 안식일이 끝남과 동시에 초막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오시는 도중에 길의 이곳저곳에서 병자들을 치유하셨다.20)
애논 앞에는 아름다운 초막이 있었는데, 예수님을 축제에 영접하기 위해 수파니아의 마리아에 의해 준비된 것이었다. 그곳에는 그 도시의 명망 높은 사람들과 사제 그리고 수파니아 사람인 마리아가 그녀의 아이들과 친구들을 데리고 참석했다. 남자들은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의 발을 씻어 드렸다.
안식일이 끝나고 수파니아 사람인 마리아가 축제 준비를 갖춰 놓은 공용의 연회장에서 식사가 있었다. 식탁과 집은 초목과 꽃들과 등불 등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아주 많은 손님들이 참석했는데 그중에는 예수께서 치유해 주셨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식사 중에 예수께로 와서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값비싼 향료를 식탁 위에 놓고 나서 한 병의 향유를 그분의 머리위에 부어 드리고는 그분 앞에 엎드렸다. 예수께서는 아주 친절하게 비유를 이야기해 주셨고, 누구도 그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관대함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예수께서는 아침에 가르침을 베푸시고 병자들을 치유해 주신 뒤에 제자들과 다른 많은 주민들을 동반하시고 수꼿으로 가셨다. 그 길은 가는 데는 한 시간도 채 안 걸렸다. 수꼿은 대단히 아름다운 도시였는데 그곳에는 매우 아름다운 유다인들의 회당이 한 채 있었다. 거기서는 에사오와 야곱의 화해를 기념하여 초막제 외에 또 다른 축제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여러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그 축제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때의 모든 축제는 하느님과 사람들의 화해를 비는 축제였는데, 공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죄의 고백이 이루어졌다. 모든 사람이 이런 고백을 하기를 원했다. 죄인들은 일종의 신앙 고백을 하였다. 그들은 땅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했다. 요르단 강의 동쪽에서와같이 이곳에는 아주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조상들의 품위를 아주 많이 지닌 채 살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아주 훌륭하고 감동적인 가르침을 주셨다. 나는 예수께서 조상들의 죄와 우리들이 가진 죄의 부분에 관해서 말씀해 주시고 그것을 개념적으로 바로잡아 주셨던 것이 분명히 생각난다.
회당 앞에는 병자들이 많이 있었다. 초막절에 병자들을 쫓아내는 것은 관례가 아니었기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시켜 병자들을 회당과 교사의 숙소 사이의 통로로 데려오게 하셨다. 그리고는 축제가 끝날 무렵, 이미 오래전부터 등불이 반짝이고 있던 회당에 이르는 통로에서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병자들의 치유가 끝나고 나서 이곳의 넓은 광장에서는 초막절의 식사가 벌어졌다. 예수와 제자들과 레위인들 그리고 이곳의 명망 놓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꾸며진 큰 정자 안에 앉았다. 다른 정자들이 주위에 빙 둘러 있었다. 부인들과 아이들은 따로 모여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했는데, 모두들 자기 식탁에서 가장 좋은 음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내 주었다. 예수께서는 이 식탁 저 식탁을 돌아다니셨고 부인들의 식탁에도 가셨다.
예수께서는 이 날 아침 수꼿을 떠나 애논으로 돌아가셨다. 예수께서는 티쉬리월 17일에 작별 인사를 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애논을 떠나셨다. 그 이전에 예수께서는 수파니아 여인인 마리아의 집에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그녀는 예수께로부터 훈계와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이제 이 부인은 내적으로 완전히 변하여 사랑과 열성과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병자들과 가난한 사람들만을 돌보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그녀를 치유해 주신 뒤에 라모스를 거쳐 바산으로 가셨는데, 그곳에서 제자 한 명을 베다니아로 보내시어 경건한 부인들에게 그녀의 치유와 속죄에 관해 알려 주고 그들이 그녀를 방문하도록 초대하시었다. 나는 또한 베로니카, 요안나 쿠자와 마르타가 그녀의 집에 있는 것을 보았다.
어제 저녁에 예수께서 실로를 향해 가셨다. 이곳은 다소 황량하고 황폐했는데, 이전에 십계명을 새긴 돌판이 담긴 계약의 궤를 보관해 둔 언덕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곳에는 아직도 옛날의 화려했던 모습들이 남아 있었다.
예수께서는 야외에 놓여 있는, 돌로 된 아름다운 강론 의자에 앉아 가르치셨다. 이 위쪽에도 초막들이 있었으며, 부근에는 모든 이들이 공동으로 식사 준비를 하는 초막들이 있었다.
저녁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의 식사가 있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조용히 이곳을 빠져 나가 군중들의 초막집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서 그들을 위로하시고 여기저기에서 가르침을 베풀어 주셨다. 그리고 나는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찾아와 그 앞에 엎드려 그분을 경배하며, 예수께 자신들의 잘못과 죄과를 털어 놓는 것을 보았다. 또한 예수께서 그들을 위로해 주시고 충고해 주시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모습들은 초막들의 가물거리는 불빛 속에서 아주 감동적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곧 불빛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등불이 바람 때문에 꺼졌지만 노란색 불빛이 풀밭과 과실들과 사람들 위로 아주 경이롭게 드리워져 있었다. 실로의 언덕에서는 주위의 여러 마을들이 보였으며 초막절의 깜박거리는 불빛들이 곳곳에서 보였고 가까운 곳과 먼 곳에서 노랫소리들이 들려 왔다.
동쪽 기슭에는 다볼 산의 첫 단지의 요부(凹部)내에 다브랏이라는 도시가 있었다. 이 도시는 아주 아름답게 건설되어 있었다. 아직도 나는 많은 주랑(柱廊)이 있는 큰 현관이 있던 한 집이 생각난다. 이 현관은 집과 맞닿아 있었다. 주랑 위로 계단이 나 있었으며, 이 높이에서 다시 다른 계단들이 지붕까지 이어져 있었다. 나는 예수께서 그 도시에 들어오시자 사람들이 그분을 맞이하기 위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분의 친척 중의 한 명이 이곳에 살고 있었는데, 그 친척은 주님의 양부인 요셉의 큰형의 아들이었다. 요셉의 형이 되는 그 사람의 이름은 엘리야였는데, 그는 아들이 다섯 있었고 그들 중의 한 아들인 이새가 이곳에 살고 있었다. 이새는 이미 늙은이가 되어 있었다. 이새는 그의 전가족과 더불어 매우 경건한 생활을 했다. 그의 아이들은 매일 성전에 나갔으며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자주 다볼 산 위에서의 예식에 참여했다. 엘리야와 말라기가 살았었던 이 산은 이곳의 주민들에게는 특히 성스러운 곳이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그의 집에 머무르시면서 그 마을에서 병자를 치유해 주시고 회당에서도 가르치셨다.
어느 날 저녁 황혼 무렵에 예수께서는 회당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제자들과 다른 여러 사람들과 함께 동북쪽에 있는 다볼산으로 올라가셨다. 다른 사람들과 그분의 친척들이 벌써 그곳에 모여 있었다. 예수께서는 산 언저리에 앉으셨고 그의 발치에 청중들이 누워 있거나 앉아 있었다. 별빛이 밝게 빛났고 달빛도 조금 비쳤다. 예수께서는 밤이 이슥할 때까지 가르치셨다. 하루 일과가 끝날 때면 예수께서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자주 이렇게 가르침을 베풀어 주셨다. 깊은 밤중에 예수께서 이 무리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셨을 때 이교도 상인 한 명이 예수의 뒤로 다가왔다. 키프로스 출신의 이 이교도는 조금 전에 예수의 가르침을 함께 들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겸손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예수 앞에 나서는 것을 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는 혼자서 예수를 찾아가 그분이 머무는 집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예수께서는 마치 니고데모에게 하셨던 것처럼 그와 함께 앉아서 그가 지극히 겸손하게 여쭙는 모든 것들을 그에게 가르쳐 주셨다.
이 이교도는 아주 고귀한 품성을 지닌 현명한 사람으로서 그의 이름은 시리노였다. 그가 예수께 자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상 숭배의 무의미함을 깨달았으며, 유다교인이 되길 원했었다고 말했다. 시리노는 또한 키프로스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자신의 두 아들이 유다교인이 되는 데 큰 장애라고 예수께 호소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를 위로해 주시고 그분의 일을 완성하시게 되면 그 아들은 포도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일꾼이 될 것이라고 확언하셨다. 내가 알기로는 그 두 아들의 이름은 아리스타르코와 트로피모인데, 이들은 나중에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었다. 아무튼 이 밤중에 시작된 예수와 이교도간의 대화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오전 중에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세 시간을 걸어 북동쪽에 뻗어 있는 들판과 기스칼라라는 마을을 향해 가셨다. 그때 예수께서는 훌륭한 가르침을 통해 당신의 제자들에게 예언적인 말씀을 해주셨다. 곧 세 명의 맹렬한 사람이 기스칼라로부터 온다는 것이었다. 그 첫번째 사람은 그 사람 때문에 오늘날 유다인들이 축제를 갖는데, 그는 사두가이파를 창설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다음 두번째 사람은 장차 대악한이 될 기스칼라의 요한인데, 그가 이곳 갈릴래아에서 큰 소동을 일으킬 것이며, 예루살렘을 포위 공격할 때 끔찍스런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세번째 사람은 분노가 사랑으로 변하여 진리를 위해 강론할 것이며 모든 것을 다시 만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세번째 사람이 바오로였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부모는 다르소로 이사했다.21) 나는 또한 그가 개종한 뒤에 예루살렘을 여행하면서 아주 열정적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부모는 옷감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직물 공장이었을 것이다. 아키아라고 하는 한 이교도 관리가 이 집을 임차하여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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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집트의 출정과 시나이 산의 계시를 연상시켜 주는 초막절은 야훼께서 모세를 통해 규정하신 순례자의 축제이다. “너희는 칠 일간 초막에서 살아야 한다. 이스라엘 국민은 누구나 초막에서 살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내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고 나올 때 초막에서 살게 했던 일을 후손 대대로 상기시켜 주려는 것이다. 나 야훼가 너희 하느님이다”(레위 23, 42-43 편집자 주).
21) 성 예로니모에 의해 오래전에 증명된 전수 내용도 이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편집자 주).
출처
22. 그 뒤에 예수께서는 여러 촌락으로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셨다(마르 6, 6) | CatholicOne (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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