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2장/ 24. “나는 분명히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고 있다.”(마태 21, 31)

Skyblue fiat 2021. 3. 12. 08:17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24. “나는 분명히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고 있다.”(마태 21, 31)

 

 

마리아 막달레나의 회개_by Paolo Veronese_in the National Gallery of London_England

 

 

이미 날은 저물어 가고 있었으므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이끌고 가바라를 향해 떠나셨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그분을 따랐는데, 그분의 앞뒤로는 몇몇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막달레나는 주위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항상 그녀 자신의 심정에 사로잡혀 제자들의 무리에 끼어 주님을 가까이 따랐다. 그녀 때문에 나머지 네 명의 여인에게도 마찬가지 일이 생겼다. 그녀는 언제나 가능한 한 예수께 가까이 있으려고 애썼다. 이는 여인으로서는 특이한 경우였기에 몇몇 제자들이 이를 예수께 말씀드렸다. 그러나 그분은 제자들을 행해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그녀가 자기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어라. 그것은 너희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예수께서는 그 도시에 도착하셨다. 시몬 즈불룬이 식사를 준비한 연회장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앞마당에는 다시금 환자들과 가난한 자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이들은 예수께서 그곳에 가까이 오시고 계셨을 때 이미 안으로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예수께 구원을 갈구했다. 그러자 곧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시어 깨우침을 주시고 위로하시며 병을 고쳐 주셨다. 그 사이에 시몬 즈불룬이 다른 몇몇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함께 예수께 와서 사람들이 식사오러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어서 오늘은 그만큼 일한 것으로 충분할 것이므로 그 사람들은 다음 기회까지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후 자기가 그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은 당신이 초대한 손님들이므로 당신 자신이 우선 그들을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분은 또한 그가 당신을 초대했다면 그것으로 그들 역시 초대된 것이므로 당신이 그들을 도와 주고 난 후에야 비로소 식사 초대에 응하겠으며, 그것도 그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그들 모두를 고쳐주시자, 제자들은 남아 있기를 원하는 사람을 그들을 위해 마련된 식탁으로 인도하였다.

 

막달레나와 그 여인들은 그곳까지 예수를 따라와서 앞마당에 있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들은 곧 식당으로 들어갔다. 예수께서는 나중에 제자들 중의 일부와 함께 식사하러 들어오셨다. 식사는 진수 성찬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시켜 그 음식들을 가난한 자들의 식탁으로 보내신 후 그들로 하여금 그 가난한 자들의 시중을 들면서 함께 식사하도록 하였다. 예수께서 식사를 하는 동안 가르침을 주셨을 때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곧 그분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나는 줄곧 막달레나가 자기를 따라온 여인들과 함께 그 회랑의 입구에 접근하고 있는 것을 주시하였기 때문에 그 격렬한 논쟁의 주제를 잊게 되었다. 막달레나는 점점 가까이 다가갔으며, 나머지 여인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녀를 뒤쫓았다. 그녀는 얼굴을 면사포로 가린 채, 한다발의 약초가 꽂힌 작고 하얀 향유병을 한 손에 들고, 몸을 공손히 숙이면서 예수의 뒤쪽 회랑 중앙으로 신속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예수의 머리 위에 그 향유를 부어 드리고는 면사포의 긴 끝을 두 손으로 포개어 쥐고 마치 머리카락을 매끈하게 쓰다듬어 향유를 말리려는 것처럼 예수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이렇게 하고 난 후에 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 격렬했던 대화가 중지되었다. 모두가 조용히 그 여인과 예수를 응시하였다. 향기가 점점 실내에 퍼져 나갔다. 예수께서는 침묵하고 계셨다.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불만에 차서 막달레나를 쏘아보면서 수군거렸다.

 

 

 

시몬 즈불룬이 특히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시몬, 나는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안다. 너는 내가 이 여인으로 하여금 내 머리에 향유를 붓도록 내버려 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곧 너는 그녀를 죄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네 생각은 옳지 못하다. 그녀는 네가 게을리했던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너는 손님에게 나타내야 할 공경심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예수께서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던 막달레나에게 몸을 돌려 말씀하셨다. “평안히 가라! 너는 많은 것을 용서받았다.” 그러자 막달레나는 나머지 여인들에게 되돌아가서 그들과 함께 그 집을 떠났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모인 사람들에게 그녀에 관해 이야기하셨다. 그분은 그녀를 동정심이 많은 착한 여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은밀하게 더 커다란 죄악을 품고 있으면서 다른 이들의 잘 알려진 죄를 심판하는 것에 관해 말씀하셨다. 그분은 그들과 대화하시면서 오랫동안 가르침을 하시고 난 뒤에 제자들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셨다.

 

막달레나는 그녀가 듣고 본 모든 것들로 인해 감동하였고 감격에 떨었다. 그녀의 내면 세계는 완전히 정복당했던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떤 강한 희생심과 고결함이 있었기에 예수를 공경했으며, 그분께 자신의 감동을 고백하고자 했다. 그녀는 가장 비범하며, 가장 신성하고 현명한 구원자이신 그분에게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공경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슬퍼했으며,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그녀가 대신 행하겠다는 의지가 내면에 솟구쳤다. 그녀는 그 지역의 지체 높은 부인들이 곧잘 그러하듯이 크기가 한 손만한 작은 병을 지니고 다녔다. 그녀는 백색 상의 하나에 붉은빛의 커다란 꽃과 작은 나뭇잎 모양들을 수놓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목에 휘감고 있던 베일을 이번에는 널리 펼쳐 놓았다.

 

막달레나는 나머지 다른 여인들보다 더 몸집이 크고 아름다웠다. 역시 아름다웠던 사마리아 여인 디나는 막달레나보다 훨씬 활동적이고 민첩하였다. 그녀는 마치 재빠르고, 영리하며 사랑이 충만한 하녀와도 같이 도처에서 주님께 도움을 드리는 여자였으며 지극히 공손하였다. 그러나 신비스런 아름다움에 있어서 동정 성모 마리아는 모든 이들을 능가했다. 비록 다른 여인들이 외적인 아름다움에서 그녀와 같고, 두드러진 본성에서 그녀를 능가할지는 모르지만, 동정 성모 마리아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정숙, 순수, 소박, 진지, 겸손, 평온함을 통해 누구보다도 돋보이시는 분이었다. 그녀는 지극히 순결하신 것 이외에는 다른 어떤 인상도 갖지 않으셨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간 속에 계신 하느님의 모습을 그녀에게서 보게 된다. 그녀의 아들의 본성 이외에는 어느 누구의 본성도 그녀와 같을 수는 없으리라. 그녀의 모습은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는 지극한 정결, 결백, 진실, 지혜, 평화, 상쾌하고 경건한 사랑으로 어우러져 있어서 그 아름다움은 주위의 모든 여인들과 내가 보았던 모든 여인들을 능가했다. 그녀는 매우 고결하시면서도 마치 순진한 어린 아이처럼 보인다. 그녀는 매우 진지하셨고 침착하셨으며, 자주 슬픔 중에 계시면서도 염세적이거나 고집스러운 것이 전혀 없으셨다. 눈물이 평화로운 그녀의 얼굴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그의 제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기 자신의 가족들에게 되돌아 간 후, 날이 어둑어둑해져서야 비로소 예수께서는 어머니의 집을 향해 가파르나움 계곡으로 들어가셨다. 그 거룩한 여인들 모두가 거기에 모여 있었는데, 그것은 커다란 기쁨이었다. 베드로와 친지들 역시 식사 중에 있었다. 나는 거기서 다시 한 번 성모 마리아와 그 거룩한 여인들이 예수께 청하는 것을 들었다. 그들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단체가 예수께 대해 몹시 격분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날 일찍 그곳을 떠나 호수를 건너가실 것을 청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을 진정시켰다. 마리아는 병든 종 때문에 찾아온 고르넬리오 대장을 예수께 소개하였다.

 

 

 

 출처

24. “나는 분명히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고 있다.”(마태 21, 31)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