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413~p425
206. 열 처녀의 비유와 왕실의 결혼식의 비유
1945. 7. 1.
예수께서는 요하난의 농부들과 이사악을 위시한 많은 제자들과 여자들 앞에서 말씀하신다. 여자들 중에는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와 마르타와 베타니아의 많은 사람들도 있다. 사도들도 다 있다. 아이는 예수 앞에 앉아서 단한 마디도 놓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예수께서 말씀을 막 시작하신 것 같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에게 이런 강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 나는 기분 좋은 비유를 말해주고 싶다. 이것은 선의의 사람들에게는 달콤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쓰디쓴 비유일 것이다. 그러나 선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그 쓰라림을 없앨 수 있다. 그들도 선의의 사람이 된다면, 이 비유로 그들의 양심 안에 유발된 질책이 없어질 것이다.
하늘나라는 하느님과 영혼들의 혼인잔치 집이다. 한 영혼이 그리로 들어가는 순간이 혼례일이다.
잘 들어라. 신랑이 도착하면 처녀들이 그를 호위하여 불을 밝히고, 노래 부르며, 다정한 신부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가는 것이 우리 고장의 풍습이다. 행렬이 신부의 집을 떠날 때 신부는 베일을 쓰고 깊이 감동한 채 자기가 여왕이 될 곳 즉 자기 집은 아니지만 신랑과 결합하여 한 몸이 되는 순간부터 자기의 집이 되는 집을 향하여 가는데, 대다수가 신부의 친구들인 처녀들이 행렬을 지어 행복한 신랑 신부의 마중을 나와 그들을 둘러싸 빛의 원을 만든다.
어떤 마을에 결혼식이 있었다. 신랑 신부가 신부의 집에서 부모형제,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있는 동안에 열 처녀는 신랑의 집 현관에 있는 자기들의 자리로 가서, 심벌즈 소리와 노랫소리가 신랑 신부가 신부의 집을 떠나 신랑의 집으로 온다는 것을 알릴 때 그를 만나러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혼인집에서의 잔치가 지체되어 밤이 되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처녀들은 신랑이 도착할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항상 등불들을 켜둔다.
그런데 그 열 처녀 중에 다섯 명은 슬기로웠고, 나머지 다섯 명은 어리석었는데, 그들 모두는 등불을 켜두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용의주도하여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등잔에 기름을 넣을 수 있도록 기름을 가득 채운 작은 그릇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은 자기들의 작은 등잔에만 기름을 가득 채웠을 뿐이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그들은 즐거운 대화, 재미있는 이야기, 농담들로 기다리는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냈지만, 나중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게 되고, 지치고 피곤해져서 불 켜진 등불들을 곁에 놓아둔 채 더 편한 자세로 앉아 천천히 잠들었다.
한밤중에 ‘신랑이 오고 있다. 그에게 마중 나가라!’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열 처녀는 그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 베일과 화환을 들고 매무새를 손질한 다음 등불들이 놓여 있는 선반으로 달려갔다.
다섯 개의 등불은 이미 꺼져가고 있었다… 기름이 다 떨어진 심지는 다 타서 점점 더 약한 빛을 내며 연기를 내뿜고 있어 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꺼져버릴 것 같았다. 반면에 다른 다섯 개의 등불은 슬기로운 처녀들이 잠들기 전에 기름을 더 넣어두었기 때문에 여전히 밝았고, 등잔들에 기름이 다 채워질 때는 훨씬 더 밝아지기까지 했다.
어리석은 처녀들이 애원하며 말했다.
‘오! 너희의 기름 중 일부를 우리에게 다오. 기름을 더 넣지 않으면 우리 등불들은 우리가 움직이자마자 꺼져버리겠다. 너희의 등불은 여전히 아주 아름답게 타고 있구나!…’
그러자 슬기로운 처녀들이 대답했다.
‘밖에는 밤바람이 불고 있고, 굵은 이슬이 내리고 있다. 바람과 습기에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한 불꽃을 만들려면 기름이 아무리 많아도 충분하지 않다. 만일 우리가 너희에게 기름을 나눠준다면, 우리 불꽃들도 가물거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없는 처녀들의 행렬은 참으로 초라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니 가장 가까운 기름장수에게 뛰어가 청하고, 문을 두드려 그를 잠에서 깨워 약간의 기름을 구해 오너라.’
그리하여 어리석은 처녀들은 서로 부딪치면서 뛰어가느라 헐떡이며 베일을 구기고, 옷을 더럽히고, 화환을 잃어버리면서 자기들의 동료들의 충고대로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동안에 길 끝에서 신부와 신랑이 나타났다. 불이 켜진 등불들을 가지고 있던 처녀들은 그들을 맞이하러 달려 나갔고, 신랑 신부는 그들에게 에워싸여 마지막 의식을 치르려고 집으로 들어와 처녀들은 결국 신부를 신방까지 호위해갈 수 있었다.
그들이 들어온 다음 대문은 닫혔고, 밖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밖에 남아 있게 되었다. 어리석은 신부 들러리들의 경우가 그러했는데, 그들이 마침내 기름을 사서 돌아와 보니 대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손을 다쳐가며 문을 두드리고 애처롭게 부르짖었다.
‘주님, 주님! 저희에게 문을 열어주세요! 저희도 혼인행렬에 들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주님의 혼인에 영예와 행운을 가져다드리기 위하여 뽑힌 속죄하는 처녀들입니다.’
신랑은 집 위층에서 신부가 신방으로 들어가는 동안 작별 인사를 하는 가장 친한 하객들을 잠깐 떠나 그 처녀들에게 말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나는 너희가 누구인지 모른다. 나는 내 사랑하는 신부 곁에서 환호하는 사람들 중에서 너희를 보지 못했다. 너희는 틈입자들이다. 그러니 너희는 혼인집에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어리석은 다섯 처녀는 쓸모없게 된 등잔을 들고 옷은 구겨지고, 베일은 찢어지고, 화환은 못쓰게 되거나 잃어버린 채로 울며 캄캄한 거리를 따라 멀어져 갔다.
이제 이 비유의 의미를 잘 들어라. 서두에 나는 하늘나라는 하느님과 영혼의 혼례가 행해지는 집이라고 너희에게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모든 자녀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하늘의 혼례식에는 모든 신자들이 초대된다. 모든 사람은 조만간 혼례식을 하는 순간에 이르게 되는데, 거기 이른다는 것은 행복한 운명이다.
그러나 더 들어보아라. 너희는 처녀들이 신부의 들러리로 초대받는 것을 영광과 행운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 여러 인물들이 누구를 대표하는지 생각해보자. 그렇게 하면 너희는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신랑은 하느님이시다. 신부는 아버지의 집에서 약혼기간을 보낸 다음에, 다시 말하면 하느님의 가르침의 보호 아래 그 가르침에 순종하며 정의에 따라 산 다음에 혼례를 위하여 신랑의 집으로 오게 된 의인의 영혼이다. 신부의 들러리들은 신부의 모범에 따라 자신들을 거룩하게 함으로써 같은 영광에 이르려고 애쓰는 신자들의 영혼들이다.
자신의 성덕으로 인하여 신랑에게 선택되었다는 사실은 그 신부가 성덕의 살아 있는 본보기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처녀들은 희고, 깨끗하고, 산뜻한 옷을 입고, 흰 베일을 쓰고, 화관을 쓰고 있다. 그들은 불 켜진 등불들을 그들의 손에 들고 있다. 등들은 아주 깨끗하고, 심지에는 역한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가장 순수한 기름이 공급된다.
흰 옷을 입고.
꾸준하게 실천된 의덕은 흰 옷을 만들어주는데, 머지않아 그 옷이 얼룩에 대한 희미한 기억마저 없이 초자연적이고 천사적인 흰 빛으로 지극히 희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깨끗한 옷을 입고.
겸손으로 항상 옷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마음의 깨끗함을 흐리는 것은 대단히 쉬운데, 마음이 깨끗하지 않은 사람들은 하느님을 뵐 수 없다. 겸손은 씻어내는 물과 같다. 겸손한 사람의 눈은 교만의 연기로 흐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자기의 옷이 더럽혀졌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는 주님께로 달려가 말씀드린다. ‘저는 마음의 깨끗함을 얼룩지게 했습니다. 저는 깨끗해지기 위하여 당신의 발아래에서 웁니다. 오! 나의 태양이시여, 당신의 관대한 용서와 아버지다운 사랑으로 제 마음을 정화시켜주십시오!’
산뜻한 옷을 입고(in a fresh dress).
오! 마음의 산뜻함! 어린이들은 하느님의 선물로 이것을 가지고 있다. 의인들은 하느님의 선물과 그들 자신의 의지로 이것을 가지고 있다. 성인들은 하느님의 선물과 영웅주의로 고양된 그들 자신의 의지로 이것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혼이 찢겨지고, 불타고, 중독되고, 수치스럽게 된 죄인들은 다시는 산뜻한 옷을 가질 수 없겠느냐?
오! 물론 그는 가질 수 있다. 그가 혐오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그는 산뜻한 옷을 가지기 시작하고, 생활을 바꾸기로 결정할 때 그 옷의 산뜻함을 더하고, 속죄를 통하여 자기의 가련한 영혼을 씻고, 해독하고, 치료하고, 개조할 때 그 옷의 깨끗함을 완전에 이르게 한다.
그분께 거룩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도와주기를 거절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도움과 초영웅주의(super-heroism)―그는 자기가 가진 것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파괴했던 것을 다시 일으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는 두 배, 세 배, 일곱 배를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로 고양시킨 그 자신의 의지로, 그리고 죄스러운 자아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가차 없는 속죄로 인하여 자신의 영혼을 어린이의 영혼의 산뜻함으로 회복시킬 것이다. 과거의 자기와 같은 죄인들의 선생으로 만들어주는 경험에 의하여 소중하게 된 새로운 산뜻함 말이다.
흰 베일들을 쓰고.
겸손! 나는 ‘너희가 기도하거나 속죄할 때 세상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라’고 말했다. 지혜의 책들에 ‘왕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쓰여 있다. 겸손은 우리가 행하는 선행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을 보호하기 위하여 덮는 깨끗한 베일이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특권적 사랑을 자랑해서는 안 되고, 어리석은 인간적 영광을 추구해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그 선물은 즉시 박탈될 것이다.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 하느님께 이렇게 노래해야 한다. ‘오 주님, 제 영혼이 당신의 위대하심을 선포합니다… 당신께서는 당신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아보셨기 때문입니다.’”98) 루카1,46―48, 마니피캇)
예수께서는 잠시 말씀을 멈추시고 그분의 어머니를 흘낏 쳐다보신다. 마리아께서는 베일 속의 얼굴을 붉히시고, 그분의 발치에 앉아 있는 어린이의 머리카락을 손질해주시려는 것처럼 고개를 깊이 숙이시는데, 사실은 그분의 추억의 깊은 감격을 감추시려는 것이다…
화관을 쓰고.
영혼은 날마다 자기의 성덕의 화관을 짜야 하는데, 지극히 높으신 분 앞에서 시든 것이나 단정치 못한 것이 드러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날마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영혼이 신랑이신 하느님(God-Bridegroom)께서 언제 그에게 나타나 ‘오너라’ 하고 말씀하실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화관을 새롭게 하는 데 싫증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꽃들은 시들지만, 성덕의 화관의 꽃들은 시들지 않는다. 각 사람의 곁에 있는 하느님의 천사는 나날의 이 화관들을 거두어 그것들을 하늘로 가져간다. 그것들은 복된 새 사람이 신부로서 혼인집에 들어올 때 그를 위한 옥좌가 될 것이다.
처녀들은 불 켜진 등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신랑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그리고 길을 밝히기 위하여 불 켜진 등을 가지고 있다. 믿음이란 얼마나 빛나는 것이며, 얼마나 다정한 친구이냐! 믿음은 별처럼 빛나는 불꽃을 주고, 확실하기 때문에 미소 짓는 불꽃을 주며, 등잔마저 밝혀주는 불꽃을 준다. 믿음으로 자양분을 섭취한 사람의 육체는 일찍 늙는 것을 면하게 되어 이 세상에서도 더 빛나고, 더 신령하게 보인다.
왜냐하면 믿는 사람은 자기의 궁극적 목적이신 하느님을 소유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말씀과 계명을 고수하고, 따라서 타락을 피하고, 동요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거짓말을 기억하거나 악행을 숨기려고 애쓸 필요 없이 믿음의 기름을 담고 연기나지 않는 빛을 비추기 위하여 음란이 없는 육체와 생각과 마음, 그 빛을 영원히 비추려는 항구적인 의지라는 성인들의 아름다운 결백성으로 자기 자신을 아름답고 젊게 보존하기 때문이다.
실망, 확인, 접촉, 유혹, 불일치, 믿음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는 매일 매일의 삶.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날마다 달콤하고 지혜로운 하느님의 기름의 원천으로 가거라. 기름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등불은 약간의 바람이나 짙은 밤이슬로 꺼질 수 있다. 밤… 어둠과 죄와 유혹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것은 영혼의 밤이다. 그러나 영혼이 믿음으로 가득 차 있으면, 그 불꽃은 세상의 바람이나 육욕의 안개로 꺼질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어 있고(vigilance), 깨어 있고, 또 깨어 있어야 한다. 경솔하게 제멋대로 믿으며 ‘오! 하느님께서는 내가 빛나고 있을 때 오실 것이다’ 하고 말하며 깨어 있지 않고, 잠자는 사람, 맨 처음 부를 때 재빨리 깨어나 준비하는 데 필요한 것을 준비해두지 않고 자는 사람, 최후의 순간에 가서야 믿음의 기름이나 선의의 강한 심지를 마련하려는 사람은 신랑이 올 때 밖에 남아 있을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하느님께서 언제 오실지를 참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분의 부르심에 항상 준비되어 있도록 조심성 있고, 꾸준하고, 깨끗하게 그리고 신뢰를 가지고 깨어 있어라.
나의 소중한 제자들아, 나는 너희가 하느님을 두려워하기를 바라지 않고, 오히려 그분의 선하심을 믿기를 바란다.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이나 떠나는 사람들 모두는 만일 너희가 슬기로운 처녀들이 했던 것처럼 하면, 신랑께서는 ‘너희에게서 다른 누구보다 너희에게서 더 큰 인정과 호의를 발견하실’ 것이기 때문에 신랑을 호위하도록 초대되기만 할 뿐 아니라, 와스티를 대신하여 왕비가 된 처녀 에스테르99) 에스1,10 이하)처럼 신부로 뽑히고 간택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떠나려고 하는 너희에게 강복한다. 내 말을 너희 자신들과 너희의 동료들을 위하여 간직해라. 주님의 평화가 항상 너희와 함께.”예수께서는 농부들에게 한 번 더 인사하시려고 그들에게 다가 가시는데, 엔도르의 요한이 속삭인다.
“선생님, 지금 유다가 여기 와 있습니다…”
“그건 상관없다. 농부들을 마차로 데리고 가서 내가 너에게 말한 대로 해라.”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천천히 흩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라자로에게 말한다… 그러자 라자로는 농부들을 떠나 자기 쪽으로 돌아오시는 예수를 향하여 말한다.
“선생님, 저희를 떠나시기 전에 저희에게 더 말씀해주십시오… 그것이 베타니아 사람들의 마음의 소원입니다.”
“밤이 되어가고 있소. 고요하고 평온한 밤이오. 만일 여러분이 건초 위에서 모이겠다면, 나는 다정한 이 고장을 떠나기 전에 말하겠소. 아니면 우리가 헤어질 시간인 내일 새벽에 말하겠소.”
“저녁에! 오늘 저녁에요!”
모두가 외친다.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합시다. 지금은 돌아가시오. 나는 1시 중간쯤에 여러분에게 말하겠소…”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고, 귀뚜라미 한 마리가 때 이른 불확실한 울음소리를 짤막하게 내는 가운데 지칠 줄 모르시는 예수께서는 최근에 베어낸, 시들어가는 건초의 향기가 풍겨나는 부드러운 양탄자 같은 풀밭 가운데를 향하여 출발하신다. 사도들, 마리아들, 마르타와 라자로와 그 집의 하인들, 이사악과 그의 제자들, 그리고 베타니아 사람 거의 모두가 그분을 뒤따른다. 하인들 중에는 진복팔단의 산에서 여생의 위안을 받은 두 사람인 노인과 여인도 들어 있다.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노인에게 강복하신다. 노인은 울면서 그분의 손에 입을 맞추고 그분과 나란히 걸어가는 어린이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너는 항상 선생님을 따라다닐 수 있으니 행복하다! 얘야, 착해라. 그리고 신중해라! 너는 몹시 운이 좋다! 정말로 아주 운이 좋아! 네 머리 위에는 관이 씌워져 있다… 너는 복되다!”
그들 모두가 자리 잡자 예수께서는 말씀을 시작하신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데 자신의 착한 뜻으로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리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희망, 아니 확신이 필요했었던 사랑하는 우리 친구들이 떠나간 다음에 나는 훨씬 더 많은 물질적인 위안을 누리고 있고, 말씀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행복한 여러분에게 말하겠습니다. 나는 생각으로만 내 사랑을 그들에게 연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내 사랑은 내 말을 통해서도 여러분에게 도달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기 땅 위에서와 하늘 둘 다에서 더 큰 힘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런데 더 많이 받은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것들이 요구될 것입니다.
자기들의 감옥으로 돌아가고 있는 저 불쌍한 친구들은 최소한의 복지와 최대한의 슬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자비의 약속들만이 있는데, 다른 모든 것은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그들의 생활은 속죄이고, 성덕이며, 그들에게는 다른 어떤 것도 부과되지 않습니다. 또한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그들은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부름 받는 시간까지 자신들의 등불들이 꺼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등불들이 꺼지도록 내버려둔다고요? 아닙니다. 그들의 등불들의 빛이 그들의 전 재산이기에 그들은 그 불이 꺼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 안에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말씀인 내가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한 채로 남아 있기를 원한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 나는 가장 비천한 사람들을 사랑하시고 그들로부터 온 힘을 다한 사랑을 받으시는 아버지와 더 가깝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은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자들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외롭습니다. 부자들은 많은 위안거리들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부자들은 많은 오락거리들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의 일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자들에게는 돈이 모든 것을 쉽게 만들어주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질병과 기근을 염려해야 하는 십자가를 지고 있는데, 그것들이 그들에게는 굶주림과 죽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친구, 그들의 위로자, 하늘에 대한 희망으로 그들의 고통스러운 현재를 잠시 잊게 해주시는 분이신 하느님을. 그분께서는 우리가 ‘아버지, 당신의 자비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릴 수 있는 분이십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미천하고, 외롭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줄 압니다.
비록 부자이지만, 내 친구이고, 하느님의 친구인 라자로 소유의 이 토지에서 내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라자로는 부자들 가운데 예외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고, 타인들에게 가르쳤을 때 실천하기는 훨씬 더 어려운 성덕을 성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재물로부터의 자유라는 성덕 말입니다.
라자로는 의인입니다. 그는 모욕당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가 부자임과 동시에 가난한 사람이고, 그래서 암묵적인 내 비난이 자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기가 모욕당했다고 느낄 수 없습니다. 그는 의인입니다. 그는 가진 자들의 세계가 내가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가난한 사람이 하느님 안에 있기가 부자가 하느님 안에 있기보다 훨씬 더 쉽고, 나와 여러분의 아버지의 하늘에서는 이 세상에서 짓밟힌 먼지와 같은 가장 비천한 사람들로 멸시당했던 사람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 말씀의 진주를 마음에 간직합니다. 그것들은 그들의 유일한 보물입니다. 유일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잘 보살핍니다.
많은 보물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겨워하고, 정신을 딴 데 팔고, 교만하고, 관능적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께서 주신 보물을 겸손하고 사랑하는 눈으로 감탄하며 바라보지 않고, 외관상으로만 값진 것으로 보이는 다른 보물들 즉 이 땅의 재산이라는 보물과 혼동합니다. 그는 ‘나와 같이 육체적인 사람의 말을 내가 받아들여주는 것은 내 친절의 발로일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초자연적인 것을 맛보는 자기의 능력을 육욕의 짜릿한 맛으로 무디게 합니다.
짜릿한 맛!… 그렇습니다. 그것들의 고약한 냄새와 썩은 맛을 감추기 위하여 향신료를 듬뿍 처바른 맛입니다.
잘 들으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세속의 염려와 부와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것이 어떻게 그 사람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날 한 왕이 자기 아들의 혼례를 치렀습니다. 여러분은 왕궁의 잔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의 외아들이 나이가 차서 자기가 사랑하는 처녀와 결혼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왕(父王)은 마침내 지극히 사랑하는 약혼녀와 결혼하게 된 자기의 아들이 기뻐하는 하객들에게 둘러싸여 기뻐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많은 축하행사들과 함께 성대한 만찬도 계획했습니다. 그는 때맞춰 그것을 준비하며, 그 만찬이 성대하고 왕의 아들의 혼인잔치에 어울리도록 세세하게 보살폈습니다.
그는 일찌감치 하인들을 친구들과 동맹국들과 자기 나라의 유력자들에게 보내 어느 날 저녁에 거행되는 혼례식에 초대하니 와서 왕의 아들을 기쁘게 해달라고 전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동맹국들과 유력자들은 그 초대를 수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왕은 처음에 보낸 하인들이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하인들을 보내 이렇게 간청하게 했습니다. ‘부디 와주십시오. 지금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연회장에 식탁이 놓여 있고, 각지에서 진귀한 포도주가 와 있고, 요리할 황소들과 살진 송아지들이 부엌에 준비되어 있으며, 노비들은 과자를 만들기 위하여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고, 진귀한 향신료로 풍미를 더한 고급 후식을 만들려고 아몬드를 빻아 섞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기예가 뛰어난 무희들과 악사들이 잔치에 출연할 것입니다. 그러니 오셔서 이 모든 준비가 무익한 것이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친구들과 동맹국들과 나라의 유력자들은 거절하거나 ‘우리는 다른 볼 일이 있다’고 말하거나 초대에 응하는 체하다가 자신들의 볼일을 보러 갔는데, 어떤 사람들은 밭으로 가고, 어떤 사람들은 장사하러 가고, 어떤 사람들은 훨씬 고상하지 못한 일을 하러 갔습니다. 끝으로 ‘임금님의 초대를 거절하지 마세요. 거절하시면 나리께 난처한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하고 집요하게 간청하는 왕의 하인을 붙잡아 입 다물게 하려고 그들을 죽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인들이 왕에게 돌아와 상황을 보고하자 그는 불같이 화내며 자기의 병사들을 보내 자기의 하인들을 죽인 사람들을 응징하고, 자기의 초대를 무시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오기로 약속한 사람들에게는 상을 주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러나 잔칫날 저녁 정해진 시간에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왕은 격노하여 자기의 하인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내 아들의 혼례식이 거행되는 오늘 저녁에 진심으로 그를 축하해주는 하객이 아무도 없대서야 말이 되겠느냐? 잔치가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손님들은 그 잔치에 올 자격이 없다. 그래도 내 아들의 혼인잔치는 치러져야 한다. 그러니 길을 따라 광장으로 가서 네거리에 지켜 서서 행인들을 붙들고, 거기 서 있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 모두를 이리로 데려오너라. 연회장을 하객들로 채워라.’
하인들은 갔습니다. 그들은 길거리로 나가고, 광장에 퍼지고, 네거리에 서서 착한 사람이건, 악한 사람이건,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모아 왕궁으로 데리고 들어와 혼인잔치의 연회장에 들어가기에 어울리는 복장을 마련해주었습니다. 그 다음에 그들이 그들을 연회장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왕이 바라는 대로 연회장에 하객이 꽉 들어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왕이 잔치를 시작할 수 있는지 보려고 연회장에 들어왔다가 하인들이 마련해준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왕은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예복을 입지 않고 여기 들어오다니 어찌된 일이오?’ 그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기에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자기의 하인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이 사람을 붙잡아 손발을 결박한 다음에 왕궁 밖 어둡고 추운 진창 속으로 내던져라. 그는 연회장과 내 아들에게 어울리는 사람만이 들어올 수 있는 연회장에 초라하고 더러운 옷을 입고 들어옴으로써 배은망덕했을 뿐만 아니라, 나를 모욕했고, 나보다 내 아들을 더 모욕했으니, 그는 거기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세상에 대한 염려, 탐욕, 육욕, 잔인함은 그 사람들에 대한 왕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그들이 결코 다시는 왕의 궁궐에 들어올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왕의 아들을 위하여 초대받은 사람들 중에도 벌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의 말씀을 보내신 오늘 날 이 땅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동맹국들, 친구들, 그분의 백성의 유력자들을 그분의 종들을 통하여 초대하셨고, 내 혼례식이 다가올수록 더 간곡하게 다시 초대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거짓 동맹국들이고, 거짓 친구들이며, 이름으로만 유력자들이기 때문에, 비열하기 때문에 초대에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예수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달빛 없는 밤을 밝히기 위해 예수와 청중 사이에 켜놓은 불빛에 그분의 두 눈은 두 개의 보석처럼 반짝인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비열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열함으로 인하여 왕의 초대에 응하는 것이 자기들의 의무이고 영광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교만과 냉혹함과 음란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벽으로 작용합니다.
그들은 악하기 때문에 나를 미워하고, 그래서 그들은 내 혼례식에 오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들은 오기를 거절합니다. 그들은 내 혼례식에 오는 것보다 추잡한 정치, 훨씬 더 추잡한 돈, 가장 추잡한 육욕과 연루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들은 약삭빠른 계산들, 음모들을 선호하고, 음모들, 덫들, 범죄들을 이해합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단죄합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을 초대하는 목소리와 그 잔치를 미워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종들을 죽이는 사람들을 이 백성 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느님의 종들이었던 예언자들과 지금부터 내 종들인 내 제자들을 말입니다. 이 백성 중에는 ‘예, 저희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나는 결코 가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하면서 하느님을 속이는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이 모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왕은 자기의 아들이 성대한 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자기의 하인들을 네거리들로 보내 친구들, 유력자들, 동맹국들이 아니고 단지 행인에 불과한 사람들을 데려오게 할 것입니다. 나를 통하여, 하느님의 아들이자 종인 나를 통하여 모으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이 누구든 올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왔습니다. 나는 그들이 혼인잔치를 위하여 몸을 씻고 혼인잔치에 맞는 예복을 입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그중에는 하느님께서 그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을 그런 것처럼 보이게 하시려고, 즉 부유하고 자격 있는 사람들로 보이게 하시려고 향수와 왕의 옷을 주시는 하느님의 너그러우심마저 남용하여 자기들 스스로의 불행을 초래할 사람들도 있을 터인데, 그들은 유혹하고 이득을 얻기 위하여 이 모든 관대하심을 가증스럽게 남용할 것입니다.
모든 악습들에 찌든 혐오스러운 문어 같은 사악한 영혼을 가진 사람… 그는 향수와 옷을 아들의 혼례를 위하여 사용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사탄과의 혼례를 위하여 쓰기 때문에 불법적인 이익을 얻기 위하여 그것들을 횡령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일어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름 받은 사람들은 많지만, 자기의 소명에 꾸준할 줄 알아서 선택되는 사람들은 적기 때문입니다. 또한 살아 있는 음식보다 썩은 음식을 더 좋아하는 저 하이에나들은 연회장 밖, 사탄이 한 영혼을 이길 때마다 끔찍하게 웃고, 자기들을 부르셨던 관대하심(Bounty)을 따르는 대신 죄악(Crime)을 따랐던 미친 사람들의 영원한 절망적인 울음소리가 가득한 영원한 늪의 어둠과 진창 속으로 던져지는 형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일어나시오. 가서 쉽시다. 베타니아의 주민 여러분, 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강복하고 내 평화를 줍니다. 그리고 나는 특히 내 친구 라자로 당신에게 강복하고, 마르타 너에게 강복한다. 나는 왕의 혼인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하기 위하여 세상에 보낼 내 옛 제자들과 새 제자들에게 강복한다.
내가 여러분 모두에게 강복할 테니 무릎 꿇으시오. 베드로야, 내가 너희에게 가르쳐준 기도를 여기 내 곁에 서서 암송해라. 하느님께서 이 일을 위하여 예정하신 사람들은 이렇게 기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가 건초 위에 무릎을 꿇는다. 서 있는 사람은 아마포 옷을 입으신 키가 크고 아주 미남이신 예수와 짙은 밤색 옷을 입은 베드로뿐인데, 베드로는 깊이 감격하여 거의 몸을 떨다시피 하며 비록 아름답지는 않으나 남성적인 목소리로 기도하는데, 실수할까 염려하며 아주 느리게 암송한다.
“하늘에 계시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두 손을 합장하고 계시는 마리아 바로 앞에서 무릎 꿇고 있는 마르지암은 천사 같은 미소를 머금고 예수를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한다.
“어머니, 보세요, 그분께서는 얼마나 멋지신지! 그리고 제 아버지도 얼마나 멋지신지요! 저는 하늘에 있는 것 같아요… 제 엄마는 여기서 우리를 보고 있을까요?”
그러자 마리아께서는 속삭이는 소리로 대답하신다.
“그럼. 얘야. 그분은 여기 계신다. 그분은 여기서 기도를 배우고 계신다.”
그분께서는 말을 마치시고 소년에게 입을 맞추신다.
“그럼 저는요? 저도 이 기도를 배우게 될까요?”
“네가 자고 있는 동안에는 네 엄마가 그것을 네 영혼에게 속삭여줄 거고, 낮에는 내가 그것을 너에게 되풀이해주겠다.”
어린이는 자기의 작은 짙은 갈색 머리를 마리아의 가슴에 기대고 예수께서 장엄한 모세의 축복으로 강복하시는 동안에 그 자세 그대로 있다.
그 다음에 모든 사람이 일어나 각자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고, 라자로만이 예수와 함께 좀 더 있으려고 그분을 따라 시몬의 집으로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들어간다. 가리옷 사람은 어두침침한 구석으로 가는데, 그는 창피해 하는 것 같다. 그는 다른 사도들처럼 감히 예수에게로 다가가지 못한다.
라자로는 예수께 축하드리며 말한다.
“오! 저는 당신께서 떠나시는 것을 뵙게 되어 괴롭습니다만, 당신께서 그저께 떠나셨던 것보다는 더 기쁩니다!"
“라자로, 왜요?”
“왜냐하면 당신께서는 너무 피로하시고, 슬퍼 보이셨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는 침묵하시고, 별로 웃지도 않으셨고… 그런데 어제와 오늘 당신께서는 다시 다정하시고 거룩하신 제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몹시 기쁩니다…”
“나는 내가 침묵할 때에도 그랬었소…”
“당신께서는 그러셨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평화이시고, 말씀이십니다.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것은 그것입니다. 저희는 그 원천들에서 저희의 힘을 마십니다. 그런데 지금 그 원천들은 마른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희의 목마름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당신께서는 이방인들도 놀라 그것들을 찾아왔다는 것을 아십니다.”
제베대오의 요한이 가리옷 사람을 데려왔는데, 그가 감히 말한다.
“물론입니다. 그들은 저에게도 물었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만나 뵙기를 바라며 자주 안토니아 탑으로 갔었으니까요.”
“너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간결하게 대답하신다.
“저는 알고 있었지만, 당신께서는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마인들도 실망했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왜 그렇게 하셨는지 모릅니다…”
“네가 나에게 그것을 묻고 있느냐? 너는 나에 대한 산헤드린과 바리사이들과 또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알지 못하느냐?”
“뭐라고요? 당신께서는 두려우셨습니까?”
“나는 역겨웠었다. 작년에 내가 혼자였을 때에―내가 예언자인지도 알지 못하는 온 세상과 맞서 나 혼자였을 때―나는 내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고, 나의 이 대담성이 네 마음을 끌었다. 나는 시끄럽게 떠드는 온 세상에 맞서 공개적으로 말했다. 나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잊어버렸던 백성들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고, 사람들의 미래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하느님의 집에 둥지를 틀고 있는 더 심각한 윤리적인 더러움을 정화시킬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 집의 물질적인 오염을 씻어냈다.
나는 협잡꾼들과 고리대금업자들과 도둑들이 떠들어대는 장소로 변질되어버린 영원하신 주님의 집에 대한 열정으로 인하여 내 의무를 수행해야 했고, 세기들에 걸친 사제들의 부주의가 야기한 영적 나태함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무감각상태에서 흔들어 깨우기 위하여 그렇게 했었다. 그것은 내 백성을 불러 모아 하느님께로 데려가기 위한 외침이었다…
올해 나는 다시 왔다… 그리고 나는 성전이 여전히 그대로인 것을 보았다… 그것은 훨씬 더 나쁘다. 그것은 더 이상 도둑들의 소굴이 아니라 음모의 장소이며, 나중에는 큰 범죄(Crime)의 중심이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창가(娼家)가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마침내 거룩하다고 불릴 자격이 없는 계급이 박살나면서 삼손의 힘보다 더 센 힘에 의하여 파괴될 것이다. 내가 너에게 상기시키거니와, 내가 말하는 것을 금지당한 그곳에서 말하는 것은 무익하다.
하느님의 집의 중독된 우두머리들이 감히 하느님의 말씀이 자기의 집에서 말하는 것을 금하는 믿음 없는 백성! 나는 말하는 것을 금지당했다. 나는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침묵했다. 아직 내가 죽을 시간은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내 사도들은 내 자녀들 즉 세상을 두 팔로 안을 만큼 아직 강하지 못하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 용서하세요. 착하신 어머니, 제가 알고 있는 진리에 대하여 자신을 속이고 싶어 하거나 속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는 어머니의 아들을… 저는 침묵하겠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침묵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화가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 울지 마십시오. 마르지암아, 울지 마라!… 제발 아무도 울지 마시오.”
그러나 실제로는 그들 모두가 더 비통하게, 혹은 덜 비통하게 울고 있다.
노란 색과 빨간 색의 줄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있는 유다는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슬퍼하는 체하며 희극적인 목소리로 감히 말한다.
“선생님, 저는 놀랐고, 몹시 슬픕니다… 저는 당신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성전 사람을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과 접촉을 끊었습니다만, 당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것은 사실이겠지요…”
“유다야!… 너는 사독도 보지 못했느냐?”
유다는 머리를 숙이며 투덜거린다.
“그는 친구입니다… 저는 성전 사람이 아니라 친구로서 그를 만났습니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시고, 이사악과 엔도르의 요한을 보시며 그들의 일에 대하여 추가적인 당부의 말씀을 하신다.
그 동안에 여인들은 울고 계시는 마리아와 그분께서 우시는 것을 보고 울고 있는 아이를 위로한다.
라자로와 사도들도 슬퍼한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가시어 다정하게 미소 지으시며 그분의 어머니를 껴안고 아이를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신다.
“자 이제 나는 여기 남아 있게 될 여러분과 작별인사를 하겠습니다. 우리는 내일 새벽에 떠날 테니까요. 라자로, 안녕히 계시오. 막시미노, 잘 있게. 요셉,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 내 어머니와 여자제자들에 대한 네 친절에 감사한다. 나는 모든 것에 대하여 감사한다. 라자로, 당신은 다시 한 번 내 이름으로 마르타를 축복해주시오. 나는 곧 다시 오겠소. 어머니, 가서 쉬십시다. 마리아와 살로메, 두 분도 원하신다면 오세요.”
“물론 저희도 갈 겁니다.”
두 마리아가 말한다.
“좋습니다… 자러 갑시다. 모두에게 평화.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와 함께.”
그분께서는 강복하는 손짓을 하시고, 아이의 손을 잡고 어머니를 껴안으신 채로 가신다.
베타니아에서의 체류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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