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405~p413
205. 탕자의 비유
1945. 6. 30.
“엔도르의 요한아, 나와 함께 가자.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예수께서 문 밖에 나타나시며 말씀하신다.
그는 자기가 무언가를 가르치던 아이를 내버려두고 달려와서 묻는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저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기를 원하십니까?”
“나와 함께 이층으로 올라가자.”
그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비록 아침나절이지만 이미 햇볕이 뜨겁기 때문에 가장 그늘진 곳에 앉는다. 그분께서는 나날이 곡식이 황금빛을 띠어가고, 열매들이 나무 위에서 익어가는 들을 내려다보신다. 그분께서는 이 식물의 변모로부터 모종의 생각을 끌어내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요한아, 들어라. 나는 오늘 요하난의 농부들이 떠나기 전에 이사악이 그들을 나에게 데려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늦은 귀환으로 인하여 받게 될지도 모르는 처벌을 피하게 해주기 위하여 그들이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이사악에게 마차를 빌려 주라고 라자로에게 말했다. 그는 내가 자기에게 말하는 것은 모든 것을 행하기 때문에 이것도 승낙했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는 다른 일을 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주님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나에게 준 돈을 여기 가지고 있다. 대체로 돈을 관리하는 일을 책임지는 내 사도들 중의 한 사람이 자선금을 나눠주는 일도 맡는다.
그 책임자는 주로 가리옷의 유다인데, 때로는 다른 사도 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유다는 여기 있지 않다.
또한 나는 다른 사도들이 내가 하려는 일을 아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유다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다. 네가 내 이름으로 이 일을 해라…”
“나의 주님, 제가요?… 오! 저에게는 그런 자격이 없습니다!…”
“너는 내 이름으로 일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네가 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니냐?”
“예, 하지만 저는 제가 가련한 제 영혼을 다시 세우기 위하여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그 수단을 주는 것이다. 너는 무엇을 거슬러 죄를 지었느냐? 자비와 사랑을 거슬렀다. 너는 미움으로 네 영혼을 부쉈다. 그러니 너는 사랑과 자비로 그것을 재건해야 한다. 나는 그 재료를 너에게 준다. 나는 너를 특히 자비와 사랑의 행위들을 위하여 쓰겠다. 너는 사람들을 치유할 줄 알고, 말할 줄도 안다. 너는 육체적, 정신적 불행을 돌볼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너는 이 일부터 시작할 것이다. 이 돈주머니를 받아라. 너는 이것을 미카와 그의 친구들에게 주어라. 이것을 등분하되, 내가 말하는 대로 나눠주어라. 이것을 십 등분하여 네 몫은 미카에게 주어라.
한 몫은 미카 자신의 것이고, 한 몫은 사울, 한 몫은 요엘, 한 몫은 이사야의 것이다. 나머지 여섯 몫은 미카에게 주면서 그것들을 야베츠의 할아버지에게 그와 그의 동료들의 몫으로 주라고 그에게 말해라. 이렇게 하면 그들은 약간의 위안을 받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들에게 뭐라고 말하면서 그 일을 해야 합니까?”
“‘이것은 자기 자신을 구원하고 있는 한 영혼을 위하여 기도할 것을 여러분에게 상기시켜주는 것입니다’ 하고 말해라.”
“하지만 그들은 기부자가 저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 너는 너 자신을 구원하고 싶지 않느냐?”
“그들이 제가 기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내가 너에게 말하는 대로 해라.”
“저는 순종하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도 약간 보태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어쨌든… 지금 저에게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저는 더 이상 책들도 사지 않고, 길러야 할 닭들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아주 적은 것으로 만족합니다. 선생님, 받으십시오. 선생님, 저는 샌들 값으로 최소한의 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의 허리에 차고 있는 전대에서 약간의 동전을 꺼내 예수의 돈에 합친다.
“하느님께서 네 자비로 인하여 너에게 강복하시기를… 요한아, 머지않아 우리는 헤어질 것이다. 너는 이사악과 함께 갈 터이니 말이다.”
“선생님, 저는 그것이 안타깝습니다만, 순종하겠습니다.”
“나도 너를 떠나보내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나에게는 순회하는 제자들이 몹시 필요하다. 더 이상 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머지않아 사도들을 파송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제자들을 파송할 것이다. 그 동안에 너는 많은 선한 일을 할 것이다. 나는 너를 특별한 임무들을 위하여 사용하겠다.
그 동안에 너는 이사악과 함께 너 자신을 함양해라. 그는 매우 착하고, 하느님의 성령께서 그의 오랜 투병기간 동안에 참으로 그를 가르치셨다. 그는 항상 모든 것을 용서해온 사람이다…
우리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가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주 만날 것이며, 우리가 서로 만날 때마다 나는 너만을 위하여 특별히 말하겠다. 그것을 기억해라…”
요한은 몸을 깊이 숙인 다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쓰디쓴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신음한다.
“오, 그럼 제가 용서받았다는 것을… 제가 하느님을 섬길 수 있다는 것을… 제가 확신할 수 있는 무언가를 즉시 말씀해주십시오. 증오의 연기가 사라진 지금 제가 어떻게 제 영혼을 보는지… 어떻게… 제가 하느님을 생각하는지… 당신께서 아신다면…”
“나는 안다. 울지 마라. 겸손해라, 그러나 실망하지는 마라. 실망은 여전히 교만이다(Disheartment is still pride). 겸손해라, 그것이 전부다. 힘을 내라, 울지 마라…”
엔도르의 요한은 점차 진정된다.
그가 진정되는 것을 보시자,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가자, 사과나무 숲으로 가서 우리의 동료들과 여자들을 모으자. 나는 모든 사람에게 말하겠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너에게 말해주겠다.”
그들은 앞장서서 내려오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과 농장의 그늘에 앉게 한다. 열성당원과 대화하고 있던 라자로도 일행과 합류한다. 그들의 숫자는 약 20명이다.
“들어라. 이것은 많은 경우에 그 빛으로 너희를 인도해줄 아름다운 비유이다.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을 두었다. 맏이는 착실하고 다정하고 순종적인 일꾼이었다. 아우는 형보다 영리했다. 사실 형은 머리가 약간 둔하고, 무슨 일을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수고를 하지 않고 지시를 따르기를 좋아했다. 반면 아우는 반역적이고, 정신을 딴 데 팔고, 사치와 쾌락을 좋아하고, 낭비벽이 있고 게을렀다.
총명은 하느님의 큰 선물이지만, 슬기롭게 써야 하는 선물이다. 그것은 잘못 쓰면 병을 고치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어떤 약들과 같다. 아버지는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따라 아들을 더 분별 있는 생활로 되돌아오게 하려고 노심초사하였으나 그 노력은 허사였고, 그 유일한 결과는 아버지의 타이르는 말에 대한 말대꾸였고, 자기의 아들이 그의 못된 생각에 더 고착되는 것을 보는 것뿐이었다.
마침내 어느 날 더 가시 돋친 말다툼 후에 둘째 아들이 말했다.
‘제 몫의 재산을 저에게 주세요. 그렇게 하면 저는 다시는 당신의 잔소리와 형의 불평을 듣지 않게 될 것입니다. 각자가 자기의 몫을 가지게 하여 그것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게 해주세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조심해라. 머지않아 너는 망할 것이다. 그때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나는 너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불공평한 일은 하지 않겠고, 네 형에게서 동전 한 푼이라도 빼앗아 너에게 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보아라.’
‘저는 당신께 아무것도 청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제 몫이나 주세요.’
아버지는 토지와 귀중품들을 평가하게 했는데, 그는 돈과 보석이 토지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밭과 포도밭과 양떼와 올리브나무들은 맏아들에게 주고, 둘째에게는 돈과 보석들을 주었는데, 그는 지체 없이 보석들을 팔아 현금으로 바꾸었다.
그 다음에 그는 며칠 후에 먼 지방으로 떠나가 귀족처럼 살며 방탕한 생활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낭비하며 사람들에게 자기가 왕자라고 믿게 했는데, 그는 자기가 시골사람이고, 그래서 자기의 아버지를 버린 것이 드러날까 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연회들, 친구들, 여자들, 옷, 술, 노름 등등으로 방탕한 생활을 계속한 나머지 그는 자기의 돈이 바닥나고 가난이 목전에 닥쳐온 것을 보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지방에 극심한 흉년이 들어, 그는 동전 한 닢까지 다 써버리게 되었다. 그는 자기의 아버지께 돌아가고 싶었지만 교만하여 그렇게 결심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방탕할 때의 친구였던 그 고장의 한 부자를 찾아가 ‘자네가 나와 함께 향락을 누렸던 날들을 생각하여 부디 나를 자네의 하인으로 써주게’라고 간청했다.
그가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지 보아라! 자기의 아버지에게 가서 ‘저를 용서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는 대신 주인의 채찍을 선택하다니. 이 젊은이는 영리한 두뇌로 많은 무익한 일들을 배웠지만, ‘자기의 아버지를 버리는 자는 얼마나 고약하고, 자기의 어머니를 괴롭히는 자를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저주하시는가’라는 집회서의 격언(집회3,16)은 배우려 하지 않았었다. 그는 총명했으나, 현명하지는 않았다.일자리를 부탁받은 그 사람은 이 어리석은 젊은이와 함께 즐겼던 좋았던 시절의 대가로 그 젊은이에게 자기의 돼지 떼를 치게 했는데, 그곳은 이교도 지방이어서 돼지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농장의 돼지 떼를 치게 되었다.
그는 때 국물에 전 누더기 옷을 입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굶주리며―식량은 모든 하인들에게 조금씩만 제공되었고, 특히 가장 천한 일을 하는 하인들에게는 더 심했는데, 업신여김의 대상인 타지방 출신의 돼지치기도 이런 하인들로 취급되었다―돼지들이 도토리를 배불리 먹는 것을 보고 한탄했다. ‘이 열매로라도 주린 내 배를 채울 수 있다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것들은 너무 떫어! 아무리 배고파도 저것들이 맛있어지지는 않아.’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대영주라도 되는 양 행세했던 호화로운 연회를 생각하고, 울며 멀리 떨어져 있는 자기 집의 정직하고 풍성한 식사와 자기의 아버지가 그분의 몫으로는 소량만을 취하시고, 각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시며, 자기의 아들들의 건강한 식욕을 기뻐하셨던 것을 회상하곤 했고, 의로운 자기의 아버지가 그분의 하인들에게 베풀어주셨던 도움도 기억하며 한숨을 쉬었다. ‘내 아버지의 하인들 중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도 빵이 풍족한데… 나는 여기서 굶어죽는구나.’ 그렇게 그의 오랜 숙고와 교만을 부수기 위한 오랜 갈등이 있었다…
마침내 겸손과 분별력이 되살아난 어느 날 그는 일어나서 말했다. ‘나는 내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야겠다! 나의 이 교만으로 인하여 내 자유가 없어지는 것을 보니 이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그리고 왜? 나는 용서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육체적으로 고통당하고 심적으로는 더 훨씬 더 큰 고통을 당하지? 나는 내 아버지께 돌아가야겠다. 이제 됐다. 나는 그분께 뭐라고 말씀드릴까? 여기 이 참상, 이 오물 속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당하면서 여기 내 마음속에서 무슨 생각이 무르익었는가!
나는 그분께 말씀드리겠다. ‘아버지, 저는 하늘과 당신께 죄지었으니 더 이상 당신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를 가장 낮은 하인으로 취급해주시되, 당신의 집에 머물 수 있도록 저를 용납해주십시오. 당신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제가 볼 수 있도록…’ ‘저는 당신을 사랑하니까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분은 내 말을 믿지 않으실 거야. 그러나 내 행동이 그분에게 말씀드려줄 터이니 그분도 그것을 알아보시고 돌아가시기 전에 다시 한 번 나를 축복해주실 거야… 오!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내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시니까.’
그래서 그는 그날 저녁에 읍내로 돌아가서 사직하고 구걸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기의 아버지의 밭들과… 집과… 일을 감독하는 그분을 보았는데 그분은 심적 고통으로 인하여 늙고 야위었지만 여전히 친절하고 착하셨다… 죄지은 아들은 자기가 야기한 참상에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기의 아들을 보고 그에게 달려왔는데, 그가 아직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만나자 그의 목을 얼싸안고, 그에게 입 맞추었다. 오로지 아버지만이 이 비참한 거지꼴을 한 사람을 자기의 아들로 알아보았고, 아버지만이 사랑으로 감동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자기의 아버지의 팔에 안긴 아들은 자기의 머리를 그분의 어깨에 기대고 흐느끼며 중얼거렸다.
‘아버지, 제가 당신의 발 앞에 엎드리게 해주십시오.’
‘아니다, 내 아들아! 내 발 앞에 엎드리지 말고, 너의 부재로 인하여 몹시 고통당했고 이제 네 체온을 느껴서 되살아날 필요가 있는 내 가슴에 안겨라.’
그러자 아들이 더 크게 울며 말했다.
‘오! 아버지! 저는 하늘과 당신께 죄지었으니 더 이상 당신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하인들과 함께 당신의 집에서 살며, 당신을 뵙고, 당신의 빵을 먹고, 당신을 섬기고, 당신이 제 삶의 호흡이 되게 해주십시오. 제가 빵 한 조각을 먹을 때마다, 당신이 숨을 쉬실 때마다 그토록 타락한 제 마음은 새로워지고, 저는 정직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줄곧 그를 껴안은 채 멀리서 함께 모여 지켜보고 있던 하인들을 향하여 말했다.
‘서둘러라, 가장 좋은 옷과 향기롭게 한 물을 담은 대야들을 이리 가져와 내 아들을 씻기고, 그에게 향수를 뿌려주고, 옷 입히고, 새 샌들을 신기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어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잡고 잔치를 준비해라. 왜냐하면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잃었다가 도로 찾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내 아들도 어린이의 순진한 사랑을 되찾기를 바라고, 내 사랑과 내 아들이 돌아온 것에 대한 온 집안의 축하로 인하여 그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내 아들은 오래 전 어렸을 때 내 옆에서 아장아장 걸으며 미소와 귀여운 재잘거림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을 때처럼 자기가 항상 내가 사랑하는 막내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래서 하인들은 그렇게 했다.
맏아들은 밭에 나가 있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 그는 저녁에 집에 돌아오다가 집에 불이 환히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집안에서 들려오는 악기소리와 춤추는 소리를 듣고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하인을 불러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
하인이 대답했다.
‘당신의 아우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그분의 아드님이 무사하고 악습이 고쳐져서 돌아왔기 때문에 살진 송아지를 잡게 하시고 잔치를 준비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돌아오시기만 하면 시작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맏아들은 어릴 뿐만 아니라 악하기까지 했던 자기 아우를 그렇게까지 환영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가 나서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집 밖으로 멀어져 갔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상황을 보고받고 밖으로 뛰어나와 그를 쫓아가서 자기의 기쁨을 망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간곡하게 그를 설득했다. 그러자 맏아들이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그럼 당신께서는 제가 화내지 않기를 바라십니까? 당신은 당신의 맏아들인 저에게 불공평하시고, 저를 무시하십니다. 저는 제가 일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당신을 섬겼습니다.
저는 당신의 간단한 소원을 포함하여 어떤 명령에도 불순종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항상 당신 곁에 있었고, 제 아우가 당신께 입혀드린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해드리려고 두 사람 몫의 사랑을 당신께 드렸습니다. 그런데도 당신께서는 제 친구들과 즐기라고 어린양 한 마리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께서는 당신을 모욕했고, 당신을 버렸고, 게으른 낭비자였다가 굶주림에 쫓겨 돌아온 제 아우는 명예롭게 해주고 계시고, 그 애를 위하여 가장 좋은 송아지를 잡게 하셨습니다.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진실로 가치 있는 일입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그렇게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를 자기의 가슴에 껴안으며 말했다.
‘아들아! 너는 내가 네 행위를 칭찬하며 잔치를 베풀어주지 않는다 하여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느냐? 네 행위들은 그 자체로 이미 거룩하고, 세상은 네 행동을 보고 너를 칭찬한다.
반면 네 동생은 세상 사람들과 자기 자신이 보기에 회복될 필요가 있다.
너는 내가 너에게 눈에 보이는 상을 주지 않는다 해서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 밤낮으로 내 삶의 모든 순간에 너는 내 마음에 있고, 나는 매순간 너를 축복한다.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다는 끊임없는 상을 받고 있고, 내 것은 모두 네 것이다.
그러나 죽었다가 선한 생활로 다시 돌아왔고, 잃었다가 우리의 사랑으로 다시 돌아온 네 동생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어주고, 축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맏아들은 자기의 아버지의 뜻에 굴복했다.
내 벗들아, 이것이 아버지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니 자기가 비유의 둘째 아들과 같다고 느끼는 사람은 만일 그가 둘째 아들처럼 아버지께 돌아온다면, 아버지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내 발 앞에 엎드리지 말고, 네 부재로 인하여 고통당했고 네가 돌아와서 지금은 행복한 내 가슴에 안겨 쉬어라.’
그리고 맏아들의 처지에 있고 아버지께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은 아버지의 기쁨에 대하여 질투하지 말고 그 기쁨에 참여하고, 구속된 아우를 사랑해야 한다.
다 끝났다. 너 엔도르의 요한은 여기 남아 있어라. 라자로 당신도. 다른 사람들은 가서 식탁들을 차려라. 우리도 곧 갈 것이다.”
그들 모두가 물러간다. 예수와 라자로와 요한만이 남게 되자 예수께서는 라자로와 요한에게 말씀하신다.
“라자로,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영혼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요. 요한, 네 영혼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도 그것이다. 하느님의 관대하심은 한이 없다…”
…사도들은 마리아와 여인들과 함께 집을 향하여 가는데, 마르지암이 앞장서서 깡충깡충 뛰어가다가 갑자기 돌아와 마리아의 손을 붙잡으며 말한다.
“저와 함께 가주세요. 저는 우리가 단둘이 있을 때 당신께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그러자 마리아께서는 그를 뒤따라가신다. 두 사람은 작은 마당 한 귀퉁이에 있는 우물 쪽을 향하여 간다. 우물은 땅에서 옥상 쪽으로 활처럼 휘어져 올라간, 잎이 무성한 나무로 된 정자에 완전히 가려져 있다. 그 뒤에 가리옷 사람이 있다.
“유다, 자네는 무엇을 원하나? 마르지암아, 가거라… 용건이 무엇인가?”
“저는 죄지었습니다… 저는 감히 선생님께 가지도 못하겠고, 제 동료들과 대면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나는 자네를 도와주겠네. 하지만 자네는 자네가 얼마나 큰 고통을 끼치는지 모르나? 자네 때문에 내 아들은 울었고, 자네의 동료들은 괴로워했네. 하지만 가세. 아무도 자네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걸세. 가능하다면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게. 그것은 사람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고,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서는 신성모독일세.”
“어머니, 그럼 당신께서는 저를 용서해주시겠습니까?”
“나? 자네 스스로가 대단히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자네에 비하면 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네. 나는 주님의 종들 중 가장 작은 사람이네. 만일 자네가 내 아들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 걱정을 해줄 수 있겠나?”
“왜냐하면 저에게도 어머니가 계시는데, 만일 당신께서 저를 용서해주신다면 저는 제 어머니가 용서해주시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자네의 이 잘못을 모르고 계시네.”
“하지만 그분은 제가 선생님께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저에게 맹세하게 했는데, 저는 그 맹세를 어겼습니다. 저는 제 어머니의 영이 저를 꾸짖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네가 그것을 느낀다고? 정말로? 그런데도 자네는 아버지 하느님(the Father)과 그분의 말씀의 탄식과 질책은 느끼지 못하나? 유다, 자네는 수치일세! 자네는 자네 자신과 자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심적 고통을 주네.”
마리아께서는 아주 근엄하시고 슬프시다. 그분께서는 신랄하지는 않으나 아주 심각하게 말씀하신다. 유다는 운다.
“울지 말고, 자네 자신을 향상시키게. 가세.”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그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들어오신다.
모두가 경악한다. 그러나 마리아께서는 있을 수 있는 모든 매정한 말을 차단하시려고 말씀하신다.
“유다가 돌아왔네. 자기의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형이 한 것처럼 행동하게. 요한, 예수께 가서 말씀드리게.”
제베대오의 요한이 달려 나간다. 부엌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이윽고 유다가 말한다.
“자네들 모두는 나를 용서해주게. 특히 누구보다 시몬 자네는 나를 용서해주게. 자네의 마음은 참으로 아버지처럼 자애롭네. 그런데 나 또한 고아일세.”
“그래, 나는 자네를 용서하네. 제발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세. 우리는 형제들이네… 그런데 나는 용서를 간청하고 다시 잘못을 저지르는 이런 일진일퇴들을 좋아하지 않아. 그것은 가해자와 용서해주는 사람 모두에게 굴욕적인 일이야. 예수께서 저기 오시네. 그분께 가보게. 자, 이제 됐네.”
유다가 나가고 베드로는 다른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맹렬하게 장작을 패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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