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345~p358
197. 봉헌시간에 성전에서
1945. 6. 22.
베드로가 야베츠의 손을 잡고 아버지의 역할을 하며 성전 경내로 들어오는데, 그는 참으로 위풍당당하다. 그가 어찌나 몸을 꼿꼿이 세우고 걷는지 그는 자기의 실제 키보다 더 커 보인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무리지어 그를 뒤따라간다. 예수께서는 성전에 들어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듯한 엔도르의 요한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시며 맨 뒤에 오신다.
베드로가 자기의 피보호자에게 묻는다.
“너는 전에 여기 와본 적이 있니?”
그러자 아이가 대답한다.
“아버지, 저는 제가 태어났을 때 왔었는데, 기억하지는 못해요.”
그 말에 베드로가 유쾌하게 웃고, 베드로에게서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다정하고 재치 있게 말한다.
“그때 너는 아마 자고 있었던 모양이지, 그래서…”
또는
“우리도 너랑 똑같아. 갓난아기였을 때 여기 온 것은 우리도 기억하지 못해.”
예수께서도 엔도르의 요한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시고, 비슷한 대답을 들으신다.
“저희는 개종자였기 때문에 저는 파스카 때 어머니 품에 안겨서 여기 왔습니다. 저는 아다르 달 초순에 태어났으니까요. 유다 출신인 제 어머니는 자기의 아들을 때맞추어 주님께 봉헌하려고 걸을 수 있게 되자마자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아마 너무 빨리 떠난 것 같습니다. 그분께서는 병이 들어서 낫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두 살 전에 어머니를 잃었는데, 그것은 제 인생의 첫 번째 불행이었습니다. 저는 제 어머니의 맏아들이었는데, 그분의 병으로 인하여 외아들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자기가 율법을 지키다가 죽는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제 아버지는 저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네 어머니는 너를 성전에 봉헌한 것으로 인하여 기뻐하며 죽었다…’
가엾은 어머니! 당신은 무엇을 봉헌하셨습니까? 미래의 살인자를…”
“요한아, 그렇게 말하지 마라. 그때 너는 펠릭스였지만, 지금은 요한이다. 하느님께서 너에게 내리신 큰 은총을 항상 마음에 새겨라. 과거의 네 타락은 잊어라. 그 후 너는 다시 성전에 오지 않았느냐?”
“오, 아닙니다, 저는 제가 열두 살 되던 해에 왔었고, 그 뒤에도 올 수 있을 때는… 항상 왔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올 수 있을 때도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당신께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유일한 것 즉 증오만을 경배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더 이상 이곳에 올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집에서 이방인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너무 오랫동안 이 집을 버렸었습니다…”
“너는 아버지의 아들인 나의 손에 이끌려 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너를 제단 앞으로 데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는 것을 내가 안다는 것을 뜻한다.”
엔도르의 요한은 깊이 흐느끼며 말한다.
“나의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래, 지극히 높으신 분께 감사드려라. 너는 참된 이스라엘 여인이었던 네 어머니가 예언자적인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너는 주님께 거룩하고, 대속되지 않았던 아들이다. 너는 내 것이고, 하느님의 것이며, 제자이기 때문에 내 이름으로 불릴 새 시대에 새 종교 안에서의 네 주님의 미래의 사제이다. 요한아, 나는 너의 모든 죄를 사해준다. 확신을 가지고 성소를 향하여 나아가거라.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하는데, 이 경내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너보다 훨씬 더 죄가 중하고, 제단에 가까이 갈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동안에 베드로는 성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들을 어린이에게 분주하게 설명하면서 더 유식한 사람들 특히 바르톨로메오와 시몬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왜냐하면 그가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연장자들과 함께 있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헌금하려고 헌금 궤 가까이에 있는데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그들을 부른다.
“당신들이 이곳에? 당신들은 언제 도착했어요?”
요셉은 인사를 나눈 다음에 말한다.
“어제 저녁에요.”
“선생님께서는요?”
“그분께서는 저기 새 제자와 함께 계시는데, 오시고 계십니다.”
요셉이 어린이를 보면서 베드로에게 묻는다.
“얘는 당신의 손자입니까?”
“아니… 예… 요컨대 혈연으로는 아무것도 아니고, 믿음으로는 아주 가깝고, 사랑으로는 모든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얘는 어린 고아입니다… 그러니 혈연관계는 없고, 제자이니… 믿음으로는 아주 가깝고, 아들이니… 사랑으로는 모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아이를 거두어주셨습니다… 나는 이 애를 애무하고요. 이 아이는 며칠 후에 성인이 됩니다…”
“이 애가 벌써 열두 살이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작아요?”
“말하자면!… 선생님께서 당신에게 말씀해주실 것입니다. 요셉, 당신은 착한 분입니다… 여기서 몇 안 되는 착한 사람들 중의 한 분이지요… 부탁이 있어요… 당신은 이 일에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이 아이를 내 아들인 것처럼 내놓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갈릴래아인이고, 고약한 나병을 가지고 있어요…”
“나병환자라고요!”
요셉이 놀라서 외치며 물러선다.
“겁내지 마세요! 나는 예수께 속해 있기 때문에 나병환자인 거예요! 몇몇 예외를 빼놓고는 성전 사람들에게 가장 추악한 나병이지요.”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지 마시오!”
“이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와 예수님 때문에 이 어린이에게 잔인하게 대할까봐 걱정됩니다. 어찌 됐든 저는 이 아이가 율법, 할라쉬아, 하가다, 미드라쉬오 따위를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어요. 예수께서는 이 애가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씀하시지만요…”
“그렇군요. 만일 예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겁내지 마시오!”
“저를 괴롭히기 위해서 그들이…”
“당신은 이 작은 친구를 대단히 사랑하시는군요! 당신은 줄곧 이 아이를 데리고 다니실 겁니까?”
“그렇게는 못할 겁니다! 저는 밤낮 걸어 다니는데… 얘는 작고 허약해서…”
“그러나 저는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따라다니겠어요…”
요셉의 애무로 자신감이 생긴 야베츠가 말한다.
베드로가 몹시 기뻐하며 말한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그래도 우린 지금처럼 이따금씩 만날 거다… 요셉… 당신은 저를 도와주실 거예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과 동행하겠습니다. 그들은 내 눈앞에서 아이에게 불의한 짓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언젭니까? 오! 선생님! 저에게 당신의 축복을 주십시오!”
“요셉, 당신에게 평화. 나는 당신을 만나서 반갑고, 당신이 건강하신 것을 보니 기쁩니다.”
“선생님, 저도 반갑습니다. 당신의 벗들도 당신을 뵙게 되어 기쁠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겟세마니에 머무실 겁니까?"
“나는 거기 있었습니다만, 기도가 끝나면 베타니아로 갈 것입니다.”
“라자로의 집으로요?”
“아니오, 시몬의 집으로요. 내 어머니. 내 사촌들의 어머니. 요한과 야고보의 어머니가 거기 계십니다. 당신은 나를 보러 오시겠습니까?”
“당신께서는 그것을 저에게 물어보십니까? 저는 기꺼이 가겠습니다. 그런 영광을 주시니 저는 당신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저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요셉, 친구들을 조심하시오!…”
열성당원 시몬이 충고한다.
“오! 당신도 아는 사람들이에요. 신중함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하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당신이 그들을 보면 당신은 그들이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선생님, 요나의 시몬이 이 어린이의 의식에 대하여 저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당신께서 언제 그 의식을 행하려는 의향을 가지고 계시는지 제가 질문하고 있을 때 당신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저도 그 의식에 참례하고 싶습니다.”
“파스카 전 수요일입니다. 나는 이 아이가 율법의 아들로 파스카를 지내기를 원합니다.”
“아주 좋습니다. 그럼 정해졌습니다. 저는 베타니아로 와서 선생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저는 친구들과는 월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선생님,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평화가 선생님과 함께. 지금은 분향시간입니다.”
“잘 가시오, 요셉. 평화가 당신과 함께. 야베츠야, 이리 오너라. 지금은 하루 중 가장 엄숙한 시간이다. 아침에도 중요한 시간이 있다. 사람이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 하루 종일 축복받기 위하여 주님을 찬미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그러나 저녁시간은 더 엄숙하다. 빛이 사라지고, 일이 끝나고, 밤이 온다. 사라져 가는 빛은 우리에게 악에 떨어지는 것을 상기시킨다. 사실 죄는 대체로 밤에 저질러진다. 왜? 사람이 일에 골몰하지 않고, 유혹과 악몽을 무기로 활용하는 마귀에게 더 쉽게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루 동안 보호해주신 데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린 다음 우리에게서 밤의 환상과 유혹으로부터 구원해달라고 하느님께 간구하는 것이 좋다.
밤과 잠은… 죽음의 상징들이다. 주님의 축복과 함께 산 다음에 어둠이 아닌 밝은 새벽에 잠드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분향하는 사제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그 일을 한다. 사제는 하느님과의 통교 안에서 온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고,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인 온 백성을 위한 강복을 사제에게 맡기신다. 사제직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겠느냐?”
“저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저는 마치 제 엄마와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만일 네가 항상 좋은 제자이자 베드로의 착한 아들로 남아 있다면, 너는 그렇게 될 거다. 이제 가자. 자, 들어봐라, 나팔소리가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가서 경건하게 야훼를 찬미하자.”
198. 베타니아에서 그분의 어머니를 만나시다
1945. 6. 23.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올리브동산에서 베타니아로 이어지는 그늘진 길을 따라 라자로의 도시까지 빨리 걸어가신다. 올리브동산의 초록빛 지맥이 베타니아의 들까지 이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분께서 미처 시내에 들어가시기도 전에 사람들은 그분을 알아보고, 자발적인 전령들은 그분의 도착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사방으로 내닫는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라자로와 막시미노가 달려오고, 다른 쪽에서는 이사악이 티모네오, 요셉과 함께 달려오고, 또 다른 쪽에서는 마르타가 마르첼라와 함께 오는데, 마르타는 몸을 숙여 예수의 옷에 입 맞추려고 베일을 젖힌다. 바로 뒤이어 알패오의 마리아와 마리아 살로메가 달려와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나서 자신들의 아들들을 포옹한다.
여전히 예수의 손을 잡고 있는 어린 야베츠는 그렇게 다가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치여 이 모든 광경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엔도르의 요한은 자신이 낯선 사람처럼 느껴져 무리의 뒤로 물러가 구석에 비켜 서 있다. 시몬의 집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예수의 어머니께서 갑자기 나아오신다.
예수께서는 야베츠의 손을 놓으시고 친구들을 살짝 한쪽으로 밀치신 다음 그분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신다. 잘 알려진 말씀들이 웅성거리는 군중의 목소리들 가운데서 사랑의 독창처럼 도드라져 공기 중에 울려 퍼진다.
“아들아!”
“어머니!”
두 분께서는 서로 입 맞추신다. 마리아의 입맞춤에는 오랫동안 걱정했다가 이제는 자기를 사로잡고 있던 공포가 녹아내리는 어머니의 고뇌가 들어 있는데, 그분은 노심초사했던 데서 오는 피로감을 느끼면서 아들이 처해 있었던 위험을 헤아려보신다…
그것을 아시는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를 어루만지며 말씀하신다.
“제 수호천사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수호천사도 저를 지켜주어 어떤 것도 저를 해칠 수 없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것으로 인하여 찬미 받으시기를! 그러나 나는 무척 괴로워했다!”
“저는 더 빨리 오려고 했습니다만, 당신께 순종하기 위하여 다른 길로 와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잘된 일이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명령은 여느 때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웠으니까요.”
“그것은 네 순종이었다, 아들아!”
“어머니, 그것은 당신의 지혜로운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두 분은 연인들처럼 서로를 향하여 미소 지으신다.
이 여인이 이 남자분의 어머니일 수 있을까? 열여섯 살의 나이 차이는 어디 있는가? 마리아의 얼굴과 그녀의 동정녀인 몸의 신선함과 우아함은 마리아를 남성미의 절정에 있는 그분의 아들의 누나처럼 보이게 한다.
“당신께서는 왜 그것이 좋은 열매를 맺었는지 저에게 묻지 않으세요?”
예수께서는 줄곧 만면에 미소 지으시며 물으신다.
“나는 내 예수가 나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께 다시 입 맞추신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그 모든 눈 중에 이 다정한 광경을 곁눈질로 쳐다보지 않는 눈은 하나도 없다고 나는 장담하겠다.
그중에서 가장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은 야베츠이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를 껴안으려고 뛰어가실 때 야베츠를 잡고 계셨던 손을 놓으셨고, 빠른 문답이 오가다보니 아무도 가엾은 어린이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이는 혼자 동떨어져 있었다.
그는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참으려고 애써보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부르짖는다.
“엄마! 엄마!”
예수와 마리아를 위시하여 모든 사람이 돌아보며 아이를 도와주려고 애쓰거나 저 아이가 누군가 하고 의아해 한다. 함께 있던 알패오의 마리아가 베드로와 함께 달려온다. 그 두 사람이 말한다.
“너는 왜 울고 있니?”
그러나 야베츠가 울음을 그치고 숨을 돌려 말할 수 있게 되기 전에 마리아께서 달려와 안아주시며 말씀하신다.
“오냐, 내 어린것아, 네 엄마다! 울지 마라. 내가 더 일찍 너를 보지 못한 것을 용서해다오. 친구 분들, 여기 내 어린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다가오시는 짧은 시간 동안에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다.
“이 아이는 제가 데려온 어린 고아입니다.”
마리아께서는 나머지를 미루어 짐작하신다.
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지만, 아까처럼 비통하게 울지는 않고, 마리아께서 껴안고 입 맞춰주시자 울음을 그치고 눈물에 젖은 얼굴로 미소 짓는다.
“눈물을 닦자. 이제 더는 울지 마라. 나에게 입 맞춰다오.”
야베츠가 바라던 바가 다름 아닌 바로 그것이었다. 수염투성이 남자들만의 애무를 받아온 터라 그는 마리아의 부드러운 뺨에 입 맞추는 것에 몹시 기뻐한다.
예수께서는 엔도르의 요한을 찾다가 마침내 찾아내시자 한참 떨어져 있는 구석으로 그를 데리러 가신다. 사도들이 마리아께 인사드리는 동안에 예수께서는 엔도르의 요한의 손을 잡고 그분의 어머니께로 오시며 말씀하신다.
“어머니, 이 사람은 다른 제자입니다. 당신의 명령이 이 두 아들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네 순종이었다, 아들아.”
마리아께서는 그 말씀을 되풀이하신 다음에 그에게 인사하신다.
“평화가 자네와 함께.”
가리옷 사람의 변덕으로 인하여 예수께서 엔도르에 가시게 되었던 그날 아침부터 이미 많이 변했던, 거칠고 좌불안석이었던 엔도르의 사람이 마리아께 절하는 동안에 자기의 과거를 완전히 떨쳐버린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그가 절한 다음에 그의 얼굴이 참으로 평온하고 ‘평화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가 시몬의 집을 향하여 간다. 마리아께서는 야베츠를 안고 계시고 예수께서는 엔도르의 요한의 손을 잡고 계신다. 그들 주위와 뒤에는 라자로와 마르타, 사도들, 막시미노, 이사악, 요셉과 티모네오가 있다.
그들이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대문에서 시몬의 늙은 하인이 예수와 자기의 주인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요셉, 당신과 이 집에 평화.”
예수께서는 늙은 하인의 백발에 손을 얹으셨다가 강복하시기 위하여 손을 드시며 말씀하신다.
방금 전에 기쁨을 표현했던 라자로와 마르타가 지금은 약간 슬퍼하는 기색이어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물으신다.
“내 벗들이여, 왜 그러시오?”
“왜냐하면 당신께서는 저희와 함께 계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고, 저희가 당신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영혼만 빼놓고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께로 오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의 참을성, 희망, 기도를 굳건하게 하시오. 결국 나는 당신들과 함께 있소. 이 집!… 이 집은 사람의 아들이 자기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날마다 날아갈 수 있는, 공간적으로도 가깝지만, 초자연적으로 보자면 사랑 안에서 무한히 더 가까운 둥지일 뿐이오.
당신들은 내 마음 속에 있고, 나는 당신들의 마음속에 있소. 우리가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있겠소? 어쨌든 오늘 저녁에 우리는 함께 있게 될 거요. 부디 내 식탁에 앉으시오.”
“오! 한심한 나여! 내가 여기서 어정거리고 있다니! 살로메, 이리 와요, 할 일이 무척 많아요!”
알패오의 마리아가 외치는 소리에 모든 사람이 웃는 동안에 예수의 착한 아주머니는 재빠르게 일어나 일하러 간다.
마르타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한다.
“마리아, 음식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가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시킬 테니 당신은 그것들을 상에 차리기만 하세요. 제가 의자들과 필요한 것들을 보내드릴 게요. 마르첼라, 가자. 선생님, 저는 곧 돌아오겠습니다.”
“라자로, 나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을 보았소. 그는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월요일에 여기 올 거요.”
“오! 그럼 그날 당신께서는 제 손님이 되시겠군요!”
“그렇소. 요셉은 우리와 함께 그날을 지낼 뿐 아니라 야베츠의 의식에 대하여 의논하려고 오는 거요. 요한아, 이 아이를 옥상으로 데려가거라. 얘는 거기서 재미있게 놀 것이다.”
항상 순종적인 제베대오의 요한이 즉시 일어나서 나간 다음에 얼마 안 있어 어린이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뛰어다니는 발자국 소리가 집을 둘러싸고 있는 옥상에서 들려온다.
“어린이는 도라의 농부들 중 한 사람의 손자입니다. 저는 에스드렐론을 거쳐 왔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 그분의 친구들, 여자들에게 설명하신다. 여자들 중에는 선생님 곁에 있는 기쁨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하여 곧바로 돌아온 마르타도 있다.
“자기의 밭들이 황폐해져서 그가 그것들을 팔려고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것들이 황폐해진 것은 사실인데, 나는 그가 그것들을 팔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소. 요하난의 농부 한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이 확실한지 나는 모르겠소.”
“만일 그가 그것들을 판다면… 저는 기꺼이 그것들을 사서 그 뱀 굴 가운데에도 당신의 피신처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소. 요하난이 그것들을 사려고 준비하고 있소.”
“두고 보시지요… 그런데 계속 말씀하십시오. 그 농부들은 누구입니까? 그는 전에 거기 있던 모든 농부들을 흩어버렸는데요.”
“그렇소. 그 농부들은 유다에 있는 그의 땅에서 온 사람들이오. 적어도 아이의 할아버지인 노인은 그렇소. 그 노인은 도라가 보지 못하도록 들짐승처럼 아이를 숲속에 놓아두어…그 아이는 지난겨울부터 거기 있었어요.”
“오! 가엾은 것! 그런데 왜요?”
여자들이 모두 탄식한다.
“왜냐하면 아이의 부모가 엠마오 근처에서 산사태에 파묻혔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 가족들 모두가요. 저 아이는 집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사람들은 저 아이를 그의 할아버지에게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런데 도라의 농부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사악, 너는 이런 경우에도 나를 구세주라고 말했지.”
“주님, 제가 잘못했습니까?”
이사악이 겸손하게 묻는다.
“너는 옳은 일을 했다.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원하셨다. 그 노인은 아이를 나에게 주었는데, 며칠 있으면 그 아이는 성인이 된다.”
“오! 가엾은 어린것! 열두 살에 그렇게 작다니! 우리 유다는 그 나이에 몸집이 곱절은 컸는데… 그리고 예수는? 얼마나 꽃 같이 아름다웠어요!”
알패오의 마리아가 말한다.
그러자 살로메도 말한다.
“우리 애들도 훨씬 더 실했어요!”
마르타가 중얼거린다.
“얘는 정말 작군요! 저는 걔가 열 살도 채 안된 줄 알았어요.”
“아! 굶주림은 무서운 것입니다! 그런데 저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굶주렸습니다. 또 지금은… 또 거기서는 모든 사람이 굶어죽어 가는데 그 노인이 저 애에게 무엇을 줄 수 있었겠어요?”
베드로가 말한다.
“그래요. 저 아이는 많은 고통을 겪었어요. 하지만 저 애는 착하고 영리합니다. 나는 노인과 저 아이 두 사람 모두를 위로해주려고 저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당신께서는 저 아이를 입양하실 겁니까?”
라자로가 묻는다.
“아니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럼 제가 그 애를 맡겠습니다.”
베드로는 자기의 희망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깊이 탄식하며 말한다.
“주님, 모든 것이 라자로의 것입니까?”
예수께서 미소 지으신다.
“라자로, 당신은 이미 많은 일을 했소. 그래서 나는 당신께 감사하오. 그러나 나는 이 아이를 당신에게 맡길 수 없소. 그는 ‘우리의’ 아이요. 그는 우리 모두의 아이로서 사도들과 선생의 기쁨이오. 더구나 여기서는 저 아이가 호사를 누리며 자라게 될 것이오. 그러나 나는 저 아이에게 내 왕의 겉옷인 ‘정직한 가난’을 선물로 주고 싶소. 어느 누구에게도 굴욕감을 주지 않으면서 가장 큰 불행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사람의 아들이 자기 자신을 위하여 원했던 가난을 말이오. 당신은 최근에도 나에게서 선물을 받았지요?…”
“아! 예! 노인장과 그분의 딸을요. 여인은 매우 부지런하고, 노인은 아주 착합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소?”
“그들은 여기 베타니아에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당신께서 보내주신 축복을 제가 멀리 보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인은 아마포 길쌈을 합니다. 그 일에는 날렵하고 숙련된 손들이 필요합니다. 노인도 일하기를 고집하셔서, 저는 그분에게 벌통을 돌보시게 했습니다.
어제, 마르타야, 그렇지? 그분의 긴 수염은 온통 황금빛이었습니다. 벌들이 그 수염에 잔뜩 달라붙었던 것입니다. 노인은 벌들이 그분의 딸들이라도 되는 양 벌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분은 행복합니다.”
“나는 그분이 그럴 거라고 확신하오! 당신은 축복받기를.”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러나 저 아이에게 많은 비용이 들 텐데요! 당신께서는 최소한 그것만이라도 저에게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나는 그 애가 의식에 입을 옷을 사주려고 하고 있어요.”
베드로가 외친다. 그의 충동적 반응에 그들이 웃는다.
“좋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다른 옷들도 필요할 것입니다. 시몬, 친절을 베푸시오. 나에게도 아이가 없소. 마르타와 내가 아이에게 작은 옷들을 지어주는 것으로 약간의 위로라도 받게 해주시오.”
이런 부탁을 받자 베드로가 즉시 감동하여 말한다.
“다른 옷들은… 좋습니다. 그러나 그 애가 수요일에 입을 옷은… 내가 책임질 겁니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약속하셨는데, 그분께서는 내일 내가 그분의 어머니를 모시고 그 옷을 사러 갔다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자기에게 불리한 어떤 예기치 못한 변경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것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래요, 어머니. 내일 시몬과 함께 가주세요.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이 사람은 상심하여 죽을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어떤 옷을 고를지 조언해주세요.”
“저는 빨간 옷에 초록색 띠라고 말했습니다. 그 애에게 썩 어울릴 것입니다. 그 애가 지금 입고 있는 옷 빛깔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빨간 색은 괜찮을 거야. 예수도 빨간 옷을 입었었어. 하지만 빨간 옷에는 빨간 허리띠나 아니면 적어도 빨간색으로 수놓아진 허리띠가 더 나을 것 같은데.”
마리아께서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얼굴이 가무잡잡한 유다가 붉은 색 속옷에 초록 띠를 매고 있는 것이 아주 멋져 보이기 때문에 저는 초록색을 말씀드린 겁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초록색이 아니야, 이 사람아!”
가리옷 사람이 웃으면서 말한다.
“아니라고? 그럼 이것들은 무슨 색이야?”
“이 색깔은 ‘마노의 정맥’이라는 거야.”
“자네는 내가 그것을 알기를 바라나? 나에게는 이것들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걸. 그 빛깔은 나뭇잎에서도 볼 수 있어.”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께서 친절하게 개입하신다.
“시몬의 말이 맞네. 그것은 티쉬리 달(9월-10월 사이의 유다력의 1개월)의 첫 번째 비가 왔을 때의 나뭇잎과 똑같은 색깔이네…”
“바로 그겁니다! 나뭇잎들이 초록색이니 저도 그것이 초록색이라고 말한 거였습니다.”
베드로가 기뻐하며 결론을 내린다. 온유하신 마리아께서는 이 작은 문제도 평화롭게 해결해주셨다.
“여보게, 자네는 아이를 좀 불러주겠나?”
마리아께서 부탁하시자 아이는 즉시 요한과 함께 온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마리아께서는 그를 쓰다듬어주시며 물으신다.
“제 이름은… 지금까지는 야베츠라고 했는데, 지금 저는 새 이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 이름을 기다리고 있다고?”
“예. 야베츠는 제가 자기를 구원해주었다는 뜻을 가진 이름을 원합니다. 당신께서 그것을 지어주세요. 사랑과 구원의 이름을.”
마리아께서는 곰곰 생각하신 다음에 말씀하신다.
“마르지암(마륵지암). 너는 예수에게 구원받은 사람들의 바다에 있는 작은 별이다. 이 이름이 네 마음에 드니? 이 이름은 너에게 구원 말고도, 나도 생각나게 해줄 것이다.”
“그것은 예쁜 이름이네요.”
아이가 만족하여 말한다.
“하지만 그건 여자 이름이 아닙니까?”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이 인류의 작은 물방울 같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맨 끝의 받침을 ‘ㅁ’ 대신 ‘ㄹ’을 써서 마르지알이라고 하면, 이 이름을 남자의 이름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아이는 어머니께서 그에게 주신 이름을 가진다. 괜찮겠니?”
아이가 대답한다.
“예.”
마리아께서는 그를 쓰다듬어주신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야베츠의 겉옷을 만지며 마리아께 말한다.
“이건 훌륭한 모직이긴 하지만, 색깔이 너무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이것을 암적색으로 물들여주었으면 해요. 그러면 아이에게 잘 어울릴 거예요.”
“내일 저녁에 우리가 그 일을 합시다. 내일은 아이에게 새 옷이 생겨서 괜찮지만, 지금은 옷을 벗길 수가 없어요.”
마르타가 아이에게 말한다.
“얘야, 나를 따라오겠니? 나는 너를 여기서 가까이 곳에 데려가서 많은 것들을 보여줄게. 그 다음에 다시 오자…”
야베츠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는 아무것도 거절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거의 초면이다시피 한 여자를 따라가는 것에 약간 겁먹은 것 같다. 그는 수줍어하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요한 아저씨가 저와 함께 가도 돼요?”
“그럼!”
그들이 나간다. 그들이 없는 동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계속한다. 그들은 사람들의 냉혹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논평하고 탄식한다. 이사악은 세례자에 대하여 알아낸 것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들은 세례자가 마케루스에 있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티베리아스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제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요한의 제자들은 그를 뒤따라가지 않았느냐?”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세례자를 잡은 자들이 도코 근처에서 그를 데리고 강을 건너갔는데, 그들이 호수 쪽으로 올라갔는지, 마케루스로 내려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요한, 마티아, 시메온이 찾아보려고 헤어졌는데, 그들은 분명히 세례자를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사악, 너도 이 새 제자를 버리지 않겠지. 지금 당장은 이 사람이 나와 함께 지낼 것이다. 나는 이 사람이 나와 함께 파스카를 지내기를 원한다.”
“저도 예루살렘에 있는 요안나의 집에서 파스카를 지내게 될 겁니다. 저를 만나게 된 요안나가 저와 제 동료들을 위하여 방 하나를 내주었습니다. 올해에는 그들 모두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요나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레바논에서 온 네 동료들도?”
“예. 하지만 요한의 제자들은 아마 오지 못할 것입니다.”
“요하난의 농부들도 온다는데, 너는 그것을 알고 있느냐?”
“그래요? 저는 제물을 바치는 사제들 가까이에 있는 문 곁에 있겠습니다. 저는 그들을 만나 이리로 데려오겠습니다.”
“그 사람들은 마지막 시간에 도착할 것이다. 그들의 시간은 아주 제한되어 있다. 그래도 그들은 어린양 한 마리를 가지고 있다.”
“저도 한 마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훌륭한 놈인데, 라자로가 그것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저희는 이놈을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른 놈은 그들이 돌아갈 때에 도로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르타가 요한과 흰 아마포 옷에 빨간 웃옷을 걸쳐 입은 아이와 함께 돌아온다. 아이는 어깨에 빨간 겉옷도 걸쳐 입고 있다.
“오빠, 오빠는 이 옷들을 기억하세요? 보세요, 물건이란 건사해두면 항상 쓸모 있다고요.”
그들은 서로 미소를 교환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마르타야, 고맙다.”
“오! 나의 주님! 저에게는 물건들을 모아두는 기벽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 오빠의 옷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옷들은 어머니가 손질하셨던 것이라 저에게는 소중합니다.
저는 이따금씩 그 중에서 하나씩 꺼내서 아이들에게 줍니다. 이제는 그 옷들을 마르지암에게 주겠습니다. 그것들은 조금 길지만, 줄일 수 있습니다.
오빠는 성인이 되어서는 더 이상 그 옷들을 입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아이의 변덕이었지요… 어머니가 오빠를 무척 사랑하셨기 때문에 오빠는 자기 고집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마르타는 라자로를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라자로는 마르타의 아름다운 손에 입 맞추며 말한다.
“그럼 너는 변덕스럽지 않았고?”
그들은 웃으며 서로를 쳐다본다.
“이거야말로 섭리의 안배로구먼.”
여러 사람이 논평한다.
“그렇습니다. 제 변덕이 좋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저는 아마 이 일로 인하여 용서받을 것입니다.”
저녁식사가 차려져 모든 사람이 자기 자리에 앉는다…
예수께서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방해받지 않고, 그분의 어머니와 말씀을 나누실 수 있다. 두 분께서는 옥상으로 올라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손을 잡고 말하기도 하시고, 듣기도 하신다. 먼저 예수께서 그 동안에 일어났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이어서 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아들아, 네가 떠난 직후에 한 여자가 나를 찾아왔었다… 그 여자는 너를 찾고 있었다. 크나큰 비참이고, 크나큰 구속이었다. 그러나 불쌍한 그 여자가 자기의 결심을 지켜나가려면 네 용서가 필요하다. 나는 그 여자를 수산나에게 맡기며 네가 고쳐준 여자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 집이 모든 배가 정박할 수 있는 항구 같은 곳이 되지 않았다면, 내가 그 여자를 데리고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악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 그 여자는 세상에 대하여 욕지기를 느끼고 있다. 너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싶으냐?”
“그녀는 한 영혼입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 실수 없이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녀의 이름을 말씀해주세요.”
“그녀는 아글라에다. 네가 헤브론에서 구원하기 시작한 판토마임 배우이자 죄인인 로마여자다. 그녀는 너를 찾다가 ‘맑은 내’에서 너를 찾아냈고, 되살아난 정직성 때문에 이미 고통당했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는지! 그녀는 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얼마나 끔찍한지!…”
“그녀의 죄가요?”
“그것도 그렇고… 나는 세상이 얼마나 더 끔찍한지 말하고 싶다. 오! 아들아! 카파르나움의 바리사이들을 믿지 마라! 그들은 그 불쌍한 여자를 이용하여 너를 해치려 했다. 그녀까지 이용하여…”
“어머니, 저도 압니다… 아글라에는 어디 있습니까?”
“그녀는 파스카 전에 수산나와 함께 올 것이다.”
“아주 좋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말하겠습니다. 매일 저녁 저는 여기 있을 테니, 가족들과 함께 있을 파스카 저녁만을 빼놓고는 그녀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녀가 오면 당신께서는 그녀에게 기다리라고 말씀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당신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은 큰 구속입니다. 그리고 대단히 자발적인 것이었고요! 제가 당신께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제가 뿌린 씨앗이 이 불행한 토양에서처럼 힘 있게 뿌리내린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나중에 안드레아가 그 씨앗이 완전히 형성되기까지 자라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당신께 다가온 그 참상을 보시고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혐오감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마치 지옥의 심연의 가장자리에 있는 것 같았고 동시에 푸른 하늘로 들어 올려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내 아들아, 네가 그런 기적을 행할 때 너는 진정 하느님이다.”
두 분은 밝은 별빛과 상현달의 창백한 빛을 받으시며 말없이 계신다. 침묵 가운데서 사랑하시며 서로 상대방의 사랑 안에서 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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