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314~p325
192. 에스드렐론에서 므기또를 거쳐 엔간님으로
1945. 6. 17.
“나의 주님, 저것은 카르멜 산의 정상이 아닙니까?”
예수의 사촌 야고보가 묻는다.
“그렇다. 이것은 카르멜 산맥인데,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이 산맥의 이름이 된 것이다.”
“거기서 보아도 경치가 아름답겠군요. 당신께서는 거기 올라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 형제, 나 혼자 한 번 갔었다. 내가 전도를 시작할 때였다. 그리고 나는 그 산 아래에서 나병환자를 처음으로 고쳐주었다. 엘리야를 기념하기 위하여 함께 그곳으로 가보자.”
“고맙습니다, 예수님. 당신께서는 여느 때처럼 제 말을 알아들으셨군요.”
“그리고 여느 때처럼 나는 너를 완전하게 해준다, 야고보야.”
“왜요?”
“그 이유는 하늘에 쓰여 있다.”
“형제, 당신께서는 하늘에 쓰인 것을 읽으시니 당신께서는 저에게 말씀해주시지 않겠어요?”
예수와 야고보는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예수께서 여전히 손을 잡고 가시는 어린 야베츠만이 서로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는 두 사촌의 은밀한 대화를 들을 수 있다.
예수께서는 야고보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기 위하여 그분의 한 팔로 그의 양어깨를 감싸 안으시며 물으신다.
“너는 정말로 그것을 알기를 원하느냐? 그럼 나는 너에게 수수께끼로 말해줄 터인데, 네가 그 정답을 찾아낸다면 너는 지혜로울 것이다. 들어보아라. ‘거짓 예언자들이 카르멜 산 위에 모인 다음 엘리야가 모든 백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희는 언제까지 두 편 사이에서 망설이겠느냐? 만일 주님께서 하느님이시라면, 그분을 따라라. 만일 바알이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라라.’ 백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엘리야가 계속하여 백성에게 말하였다. ‘주님의 예언자들 중에서 나 혼자만이 남아 있다.’ 그리고 외로운 예언자의 유일한 힘은 ‘주님, 저에게 응답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백성이 당신께서 주 하느님이시고, 당신께서 다시 그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하고 계시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그의 부르짖음뿐이었다. 그러자 주님의 불이 내려와 제물을 삼켜버렸다.’ (1열왕18,20-38) 내 형제여, 알아맞혀보아라.”
야고보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생각에 잠긴다.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며 그를 바라보신다. 그들이 이렇게 몇 야드를 걸어가다가 야고보가 말한다.
“이것은 엘리야에 관한 것입니까, 아니면 제 미래에 관한 것입니까?”
“네 미래에 관한 것이다. 물론…”
야고보는 다시 숙고하더니 속삭인다.
“혹시 제가 진실로 한 길을 따르라고 이스라엘을 초대하도록 운명 지워져 있습니까? 저는 이스라엘에 혼자 남아 있게 되겠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박해받아 흩어질 것이고, 그리고… 제가 마치 사제인 것처럼… 마치… 희생제물인 것처럼… 이 백성의 회개를 위하여 당신께 기도하게 될 것이란 말씀입니까? 만일 그렇다면 지금부터 저를 불타오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너는 이미 불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너는 엘리야처럼 불(Fire)로 옮겨질 것이다. 그런 연유로 나와 너 단둘이서만 카르멜 산에 가서 말할 것이다.”
“언젭니까? 파스카 후입니까?”
“그렇다. 한 파스카 후일 것이다. 그때 나는 너에게 많은 것들을 말해주겠다…”
봄비들과 눈 녹은 물로 수위가 높아진, 바다로 흘러가는 아름다운 개울이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베드로가 그들에게 달려와 말한다.
“다리는 더 상류 쪽 프톨레마이스에서 엔간님으로 이어지는 길에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순순히 뒤로 돌아와 든든한 돌다리를 통하여 개울을 건너신다. 바로 뒤에 작은 산들과 언덕들이 나타나는데, 그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저녁때 엔간님에 도착하게 될까요?”
필립보가 묻는다.
“물론.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 어린이와 함께 있구나. 야베츠야, 너는 피곤하니?”
예수께서 다정하게 물으신다.
“천사처럼 솔직해라.”
“주님, 약간이요. 하지만 저는 최선을 다하여 걷겠습니다.”
“이 아이는 아주 허약합니다.”
엔도르의 사람이 후두음으로 말한다.
“놀랄 일이 아니지요! 몇 달 동안 살아온 이 아이의 생활을 생각해볼 때! 내가 너를 안고 갈 테니 이리 오너라.”
베드로가 외친다.
“오! 아닙니다, 아저씨도 힘들게 그러지 마세요. 전 아직 걸을 수 있어요.”
“이리 오너라, 이리 와. 너는 틀림없이 무겁지 않을 거다. 너는 영양실조에 걸린 새 새끼와도 같다.”
베드로는 그를 번쩍 들어 올려 그의 딱 벌어진 양어깨에 걸터앉히고 아이의 두 다리를 붙잡는다.
햇볕이 강렬해져서 그늘진 언덕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빨리 걷는다.
그들은 짙은 색의 돌 수반으로 넘쳐흐르는 물의 수량이 풍부해서 물소리가 들리는 아주 시원한 샘 근처에서 식사하고 쉬기 위하여 한 마을에서 멈추는데, 나는 그 마을의 이름이 므기또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이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다른 순례자들 가운데 있는 익명의 여행자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순례자들 중에는 부자도 있고 덜 부유한 사람도 있어 어떤 사람들은 도보로, 어떤 사람들은 나귀를 타고, 다른 사람들은 노새를 타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간다.
이미 명절 분위기가 나고, 여행자들 중에는 소년들이 많은데, 그들은 다가오는 자기들의 성인례에 관한 생각에 들떠 있다.
야베츠가 그를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물건들로 환심을 사 어디나 데리고 다니는 베드로와 함께 있는데, 유복한 가정의 두 소년이 샘 근처에서 놀려고 다가와 야베츠에게 묻는다.
“너도 율법의 아들이 되려고 가고 있니?”
야베츠는 수줍어하며 베드로의 뒤에 숨다시피 하며 대답한다.
“응”
“이 사람이 네 아버지냐? 너는 가난하지?”
“그래, 나는 가난해.”
아마 바리사이들의 아들인 듯한 두 소년은 그를 경멸하는 태도로 신기한 듯이 훑어보면서 말한다.
“척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어.”
사실 그것은 알 수 있다… 그의 튜닉은 정말로 초라하다! 아마 그 동안 아이가 자랐고 일기불순으로 색이 바랜 밤색 옷의 단을 뜯어 내렸는데도 옷은 겨우 가는 다리 중간까지 내려와서, 형편없이 찌그러진 데다 노끈으로 고정시켜 발이 아플 것이 틀림없는 샌들을 신고 있는 작은 발이 드러나 보인다.
아이들 특유의 무자비한 이기심과 버릇이 고약한 악동들의 잔인함을 가지고 소년들이 말한다.
“오! 그럼 너는 성인례 때 입을 새 옷도 가지고 있지 않겠구나!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요아킴아? 나는 아주 새빨간 옷에 같은 빛깔의 겉옷이고, 너는 하늘색 옷. 그리고 우리 둘 다 은 버클이 달린 샌들을 신고 값진 허리띠에 엷은 색 금 잎사귀로 고정시킨 어깨걸이를 할 거야. 그리고…”
“…그리고 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내가 말하겠다!”
자기의 발들을 시원하게 하고 나서 모든 수통들에 물을 채운 베드로가 외친다.
“너희는 나쁜 놈들이다! 너희의 마음들이 착하지 않다면, 의식과 너희의 옷들은 무화과 한 개만한 값어치도 없다. 나는 내 아이가 더 좋다. 너희 교만한 악동들아, 꺼져라! 부자들에게 가거라. 그렇지만 가난하고 정직한 사람들을 존중해라.
이리 오너라, 야베츠야! 이 물은 네 피로한 발들에 좋다. 내가 네 발들을 씻어줄 테니 이리 오너라. 그렇게 하고 나면 걷는 게 좀 더 편할 거다. 이 끈들 때문에 얼마나 발이 아팠니? 너는 더 걸으면 안 된다. 나는 엔간님에 도착할 때까지 너를 안고 가겠다. 나는 거기서 샌들 장수를 찾아서 새 샌들 한 켤레를 사주마.”
이리하여 베드로는 오래 전부터 애무를 받지 못한 작은 발을 씻고 닦아준다.
어린이는 그를 쳐다보며 망설이다가 이윽고 샌들 끈을 다시 매고 있는 베드로에게 몸을 숙여 야윈 팔로 그를 껴안으며 말한다.
“당신은 정말로 친절하세요!”
아이는 베드로의 반백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춘다.
베드로는 감격한다. 그는 축축한 땅에 주저앉아 어린이를 안아 무릎에 올려놓으며 말한다.
“그럼 나를 ‘아버지’라고 불러라.”
두 사람은 다정한 한 팀이 된다. 예수께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오신다.
그러나 두 그룹이 만나기 전에 호기심을 가지고 보고 있던 조금 전의 그 교만한 두 꼬마들이 말한다.
“그럼 이 사람은 네 아버지가 아니냐?”
“이분은 나에게 아버지도 되고, 엄마도 되신다.”
야베츠가 주저 없이 말한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아버지도 되고 엄마도 된다. 그리고 이 잘난 꼬마 양반들아,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이 애도 어울리는 옷을 입고 의식에 갈 것이다. 이 애도 불같이 빨간 왕의 옷을 입고, 풀같이 새파란 허리띠를 띠고, 눈 같이 흰 어깨걸이를 할 것이다.”
비록 양편이 균형이 잘 맞는 대결은 아니었지만, 건방진 두 꼬마는 깜짝 놀라 도망친다.
“시몬아, 너는 그 축축한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예수께서 미소 지으시며 물으신다.
“축축하다고요? 아! 그렇군요. 전 이제야 그것을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제가 뭘 하고 있느냐고요? 저는 죄 없는 어린것을 가슴에 안고 다시 어린양이 되고 있습니다.
아! 선생님! 좋습니다. 가십시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이 아이를 제 손에 그대로 두십시오. 저는 나중에 이 애를 양보하겠습니다만, 이 애가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이 되기 전에는 이 애는 제 것입니다.”
“좋다! 그리고 너는 늙은 아버지처럼 이 아이의 보호자로 있을 것이다. 됐느냐? 아이를 너무 빨리 걷지 않게 하면서 오늘 저녁에 엔간님에 닿을 수 있도록 출발하자.”
“저는 이 아이를 업고 가겠습니다. 얘는 제 그물보다 더 가볍습니다. 이 바닥에 구멍 난 샌들을 신고서는 얘가 걸음을 걸을 수가 없습니다. 이리 오너라.”
베드로는 자기의 대자(代子)를 자기의 양어깨에 무동 태우고 다시 즐겁게 길을 걷기 시작한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있는 숲을 통과하는 그늘진 그 길은 완만한 야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인데, 그 아래로 기름진 에스드렐론 평야가 내려다보인다.
그들은 이미 엔간님 근처에 있다. 엔간님은 아마 로마인들이 건설한 고가(高架) 수로를 통하여 야산에서 물이 잘 공급되는 아름다운 소도시임에 틀림없다. 한 분대의 병사들이 오는 바람에 그들은 길가로 비킬 수밖에 없다. 말발굽 소리가 길에 울려 퍼진다. 도시 근방인 이곳에는 도로가 불안정하게 포장되어 있는데, 한 번도 비질을 하지 않은 도로에 쌓인 먼지와 쓰레기 속에 포석이 드러나 보인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당신께서는 어떻게 여기 계시게 되었습니까?”
푸블리우스 퀸틸리안이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잡은 채 활짝 웃으며 예수께로 다가오면서 말한다. 병사들은 자신들의 상급자와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속도를 늦춘다.
“나는 파스카를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저희는 명절에 대비하여, 그리고 본시오 빌라도가 명절 동안에 도성에 와 있기 때문에 수비대를 보강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클라우디아도 있습니다. 저희는 그녀를 호위합니다. 길들이 별로 안전하지 않으니까요! 독수리들이 오면 재칼들이 도망칩니다.”
그 군인이 웃으면서 말하며 예수를 쳐다본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작은 소리로 말을 잇는다.
“올해에는 저 추잡한 안티파스를 보호하려고 수비대가 배증됩니다. 예언자를 체포한 것으로 인하여 불만이 많거든요. 이스라엘에 불만이 있고… 결과적으로 저희 사이에도 불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미 대사제와 그 졸개들의 귀에 친절한 강의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작은 소리로 말을 마친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십시오. 그들은 모든 발톱들을 거둬들였습니다. 오! 그들은 저희를 무서워합니다. 저희가 목청을 가다듬느라고 기침만 해도, 그들은 그것을 포효하는 소리로 듣습니다. 당신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설교하시겠습니까? 총독 관저 근처로 오십시오. 클라우디아는 당신께서 위대한 철학자라고 말합니다. 사실 클라우디아가 실제 총독인데, 그것은 당신께도 좋습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베드로가 아이를 안고 땀을 흘리며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묻는다.
“저 아이는요?”
“내가 데려온 고아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제자 분은 너무 지쳐 있습니다! 얘야, 네가 나와 함께 말을 타고 몇 야드를 간다면, 너는 무섭겠니? 나는 너를 내 망토 안에 넣고 천천히 가겠다. 우리가 성문에 도착할 때 나는 너를 저분에게 넘겨주겠다.”
아이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는 어린양처럼 온순하다. 그래서 푸블리우스는 어린이를 번쩍 들어 안장에 앉힌다.
그가 병사들에게 천천히 전진하라는 명령하고 있는 동안 그는 엔도르의 사람을 본다. 그는 그를 응시하며 말한다.
“아니 당신이 여길?”
“예, 내가 여기 있소. 나는 로마인들에게 달걀 파는 일을 그만두었소. 하지만 닭들은 여전히 거기 있소. 나는 지금 선생님과 함께 있소…”
“이것은 당신에게 좋은 일이오! 당신은 더 큰 위안을 받을 거요, 안녕!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저는 저 작은 숲에서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가 자기 말에 박차를 가한다.
“당신은 그 군인을 알아요? 그리고 그 군인도 당신을 알고?”
여러 사람이 엔도르의 요한에게 묻는다.
“예, 자기에게 닭을 공급해주는 사람으로. 그는 처음에는 저를 알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달걀 가격을 정하기 위하여 나인의 지휘소에 불려갔었는데, 저 사람은 거기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책이나 연장을 사려고 카이사리아로 갈 때마다 그는 항상 저에게 인사하곤 했습니다. 그는 저를 키클롭스(그리스 신화의 외눈 거인) 또는 디오게네스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나쁜 친구는 아닙니다. 비록 저는 로마인들을 싫어하지만, 그를 비난한 적은 없습니다. 그는 저에게 유익할 수 있었으니까요.”
“선생님, 당신께서는 들으셨습니까? 제가 카파르나움의 백부장에게 말한 것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더 안심이 됩니다.”
베드로가 말한다.
그들이 정찰대가 말에서 내려 쉬고 있는 작은 숲에 이르렀다.
“저는 이 아이를 당신께 돌려드립니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저에게 분부하실 것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오, 푸블리우스.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그분 자신을 드러내시기를.”
“안녕히 가십시오.”
그가 자기의 말에 올라타고 박차를 가하자 그의 부하들은 말발굽 소리와 갑옷 소리를 내며 그를 뒤따른다.
그들은 시내로 들어가고, 베드로는 꼬마 친구를 데리고 샌들을 사주러 간다.
“저 사람은 아들을 갖고 싶어 죽을 지경입니다.”
열성당원이 말한다. 그리고 그는 결론을 내린다.
“저 사람의 생각이 옳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수많은 아들들을 주겠다. 이제는 내일 새벽에 출발할 수 있도록 숙소를 찾자.”
193. 엔간님에서 스켐까지. 이틀 동안
1945. 6. 18.
예수께서는 순례자들로 점점 붐비는 길을 따라 예루살렘을 향하여 계속 가신다. 밤사이에 소나기가 많이 와서 길바닥이 약간 질척거리지만, 그 대신 먼지가 가라앉았고, 공기가 더 맑아졌다. 밭들은 숙련된 손길로 부지런히 가꾸어진 정원 같다.
그들 모두는 간밤에 숙면을 취하여 몸이 가뿐해졌기 때문에 빨리 걷는다. 어린이는 새 샌들을 신게 되어 더 이상 걸을 때 고통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점점 더 사도들과 친해져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재잘거리고, 자기의 아버지의 이름은 요한이었고, 어머니의 이름은 마리아였다고, 그래서 요한을 아주 좋아한다고 요한에게 은밀하게 털어놓는다.
아이가 결론짓는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해요. 그래서 나는 성전에 가서 여러분을 위하여, 그리고 주 예수님을 위하여 아주 많이 기도할 거예요.”
그들 대다수가 자녀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사람들이 예수의 가장 어린 제자에게 얼마나 아버지처럼 다정하고,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는지를 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엔도르의 사람도 꼬마에게 달걀을 마시게 할 때나 언덕이나 더 높은 산을 푸르게 하는 숲에 올라가 시큼한 열매가 달린 가지를 꺾어 오거나 야생 회향의 향기 나는 줄기를 꺾어다가 어린이에게 물을 많이 마셔서 몸을 무겁게 하지 않고도 목마름을 달래줄 때는 얼굴표정이 더 부드러워진다. 그는 또한 바닥으로 간선도로가 지나가는 이 큰 골짜기에서는 시야가 좁아진 농촌의 또 다른 모습과 정경으로 아이의 주의를 돌리게 하여 긴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인간의 악의로 인하여 신세를 망친 친티움의 전직 교사는 자기 자신과 같은 비참한 처지에 있는 이 아이로 인하여 활기를 되찾고, 불행과 쓰라림의 주름살이 부드러운 미소로 펴진다.
야베츠는 새 샌들을 신어 이미 덜 초라해 보이고,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는 어떤 사도의 손길이 지금까지는 헝클어지고 먼지투성이였던 머리카락을 손질해주고, 잘 씻겨주어 여러 달 동안의 야생생활의 모든 흔적을 말끔히 지워 없애 아이의 얼굴은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는다.
엔도르의 사람도 많이 달라졌다. 그는 누군가가 자기를 요한이라고 부를 때 아직은 약간 당황하다가 이내 자신의 나쁜 기억력을 딱하게 여기며 머리를 흔들고 나서 미소 짓는다. 날이 갈수록 그의 얼굴에서 습관적인 냉혹함이 사라지고, 아주 평온해 보이는 진중함이 드러난다.
예수의 인자하심으로 소생한 이 비참한 두 사람은 물론 그들의 사랑에 있어 그분께 끌린다. 동료들도 소중하지만 예수께서는… 예수께서 그들을 쳐다보시거나 자신들에게 말을 거실 때는 그들의 얼굴 표정이 지극히 행복해 보인다.
큰 계곡을 지나고 아름다운 초록색 야산을 넘어갈 때 그 꼭대기에서는 아직 에스드렐론 평야가 멀리 희미하게 보인다. 이것을 보고, 어린이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늙으신 우리 할아버지는 무얼 하고 계실까?”
아이는 아주 슬픈 한숨을 쉬며 갈색 눈에 눈물이 글썽한 채 탄식한다.
“오! 그분은 나보다 훨씬 행복하지 않으셔… 그분은 그렇게도 착하신데!”
소년의 한탄에 모든 사람의 얼굴에 슬픔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들은 경작된 밭들과 올리브 밭들로 완전히 뒤덮여 있는 아주 기름진 계곡을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포도나무들과 조생종 올리브나무들의 작은 꽃들이 가벼운 바람에 불려 눈처럼 떨어진다. 에스드렐론 평야는 이제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들은 식사하느라 잠깐 쉰 다음 예루살렘을 향한 그들의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비가 아주 많이 왔거나 이 지역에 지하수가 풍부한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무성한 풀 사이에서 반짝이고 길이 철벅거릴 정도로 올라온 물로 인하여 풀밭들이 늪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길이 주위보다 약간 높은데도 여전히 질척거리기 때문에 어른들은 진흙이 튀어 오르지 않도록 옷을 걷어 올리고, 유다 타대오는 아이를 쉬게 할 겸 물이 있어 어쩌면 건강에 해로울지도 모르는 곳을 빨리 지나가게 하려고 아이를 무동 태운다.
다른 야산들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가 메마른 바위계곡을 건넌 후 황혼이 시작될 무렵 그들은 약간 높은 바위 제방 위에 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그들은 순례자들의 무리를 뚫고 길을 걸어가 매우 촌스러운 일종의 여인숙에 유숙하려고 한다.
그곳은 많은 짚들이 깔려 있을 뿐 다른 어떤 것도 없는 커다란 헛간이다. 여기저기 켜진 작은 등불들이 순례자 가족들의 저녁식사를 밝혀준다. 사도들의 무리처럼 가난한 가족들이다. 대다수의 부자들은 현지 주민들이나 가난한 순례자들과의 접촉을 경멸하여 마을 밖에 천막을 쳤기 때문이다.
밤과 적막함이 찾아든다… 가장 먼저 잠드는 것은 소년이다. 그는 피로에 지쳐 베드로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었는데, 베드로는 그를 짚 위에 눕히고, 정성스럽게 그를 덮어준다.
예수께서는 기도드리기 위하여 어른들을 모으신다. 그러고 나서 그들 각자는 먼 길의 여독을 풀기 위하여 자리에 눕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한 사도단은 사마리아를 지난 다음 석양 무렵에 스켐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도시는 아름답고 위풍당당한 건물들이 있고, 그 주위에는 아름답고 말쑥한 집들이 질서정연하게 꽉 들어차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나는 이 도시도 티베리아스처럼 로마에서 가져온 시스템에 따라 최근에 재건되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곽 밖의 땅은 매우 기름지고 잘 가꾸어져 있다.
사마리아에서 스켐으로 이어지는 길은 땅을 받쳐주는 담이 연속되는, 테라스에서 테라스로 이어지면서 점점 내려가는 피에솔레의 협로를 연상케 한다. 남쪽으로는 푸른 산들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매우 아름다운 평야가 보이는데, 조망이 아주 훌륭하다.
길은 계곡을 향한 내리막이지만 이따금씩 오르막이 되어 다른 야산들을 넘게 되는데, 그 야산들 꼭대기에서는 아름다운 올리브나무와 밀과 포도나무 따위의 경작지들이 있는 사마리아 지방이 내려다보인다. 그 야산들 위에서는 계곡을 통하여 불어와 농작물을 해치는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는 바람에 대하여 참나무들과 그 밖의 키 큰 나무들이 농작물을 보호해주고 있다.
이 지방은 우리의 아펜니노 산맥의 아미아타 산 주위의 특정 지점들을 연상시키는데, 그곳들에서는 마렘마의 평지 곡물 경작지들과 밝은 야산들, 그리고 내륙 쪽에 더 높이 솟아 있는 위풍당당한 산들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나는 오늘날 사마리아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때 그곳은 매우 아름다웠다.
이제는 이 지방에서 가장 높은 두 산들 사이에 길게 뻗어 있는 매우 기름지고 관개가 잘 된 토지가 있는 계곡이 있고, 그 한 가운데에 스켐이 있다. 예수와 그분의 제자들은 여기서 명절을 지내려고 예루살렘으로 이동하는 집정관 궁정의 화려한 포장마차의 행렬을 만난다. 걸어가는 노예와 물건 운반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하여 수레를 타고 가는 노예들…
세상에! 그 시대에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싣고 다녔는가! 노예들과 함께 모든 종류의 물건들, 심지어 완전한 가마들과 여행용 4륜 포장마차들까지 실어 운반하는 마차들이 있다. 그것들에는 현가장치가 달려 있고, 포장이 둘러쳐져 있어 그 안에 여인들이 탈 수 있는 아주 넓은 사륜마차들이다. 그리고 다른 수레들과 노예들이 있다…
한 여인의 보석으로 장식된 손에 의하여 커튼이 들리고 플라우티나의 준엄한 옆모습이 나타나는데, 그녀는 말없이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그리고 종알거리며 웃고 있는 어린 딸을 무릎에 앉힌 발레리아도 같은 모양으로 사람들에게 말없이 인사한다. 훨씬 더 위풍당당한 포장마차가 지나가는데, 커튼이 열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차가 이미 지나간 다음에 닫힌 커튼 사이로 리디아의 발그레한 얼굴이 뒤에서 나와 고개 숙여 인사한다. 포장마차의 행렬이 멀어져 간다…
“저 사람들은 편하게 여행하는군!”
피로에 지치고 땀에 젖은 베드로가 말한다.
“그러나 만일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면, 모레 저녁이면 우리도 예루살렘에 도착하겠지.”
“아니다, 시몬아. 나는 우회하여 요르단 강 쪽으로 가야 한다.”
“나의 주님, 왜요?”
“아이 때문이다. 그는 매우 슬퍼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산사태가 났던 그 산을 보면 너무 슬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희는 그 산을 보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반대로 저희는 다른 쪽을 볼 것입니다… 제가 책임지고 이 아이의 주의를 딴 데로 돌려놓겠습니다. 저와 요한이 말입니다… 이 둥지 없는 가엾은 새끼 멧비둘기는 쉽게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립니다.
요르단 쪽으로 가다니요! 글쎄요! 이 길이 더 낫습니다. 곧은길이고, 더 가깝고, 더 안전합니다. 안 됩니다. 안 돼요. 이 길입니다. 이 길이어야 합니다. 보이시죠? 로마여자들도 이 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바다와 강 근처에는 초여름 장마가 지는 이때는 열병에 걸릴 위험성이 있습니다. 여기는 건강에 좋고요. 어쨌든… 만일 우리가 더 먼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언제 도착하게 되겠습니까? 당신의 어머니께서 세례자의 그 불행한 사건 후에 얼마나 불안해하실지 생각해보십시오!…”
베드로가 승리하고, 예수께서는 동의하신다.
“그럼 오늘 우리는 일찍 발걸음을 멈추고 푹 쉬자. 그 다음에 내일 새벽에 떠나 모레 저녁에 겟세마니에 도착할 수 있게 하자. 우리는 금요일 다음날 내 어머니를 뵈러 베타니아로 가 너무 무거워 운반하기 힘든 요한의 책들을 거기 내려놓고, 이사악을 만나 이 가엾은 우리의 형제를 그에게 맡기자…”
“그렇다면 아이는요? 당신께서는 아이도 즉시 넘겨주실 겁니까?”
예수께서 미소 지으신다.
“아니다, 나는 ‘이 아이의’ 축제를 준비시켜주시도록 내 어머니께 이 애를 맡겨드리려 한다. 그 다음에 우리는 파스카에 그 아이를 데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우리는 이 아이를 남겨두어야 할 것이다… 그에게 너무 애착을 가지지 마라! 아니 그를 마치 네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사랑하되, 초자연적인 영혼으로 사랑해라. 너도 보다시피 이 아이는 약하고, 쉽게 지친다.
나도 이 아이를 내가 가르쳐 이 아이가 나에게서 자양분을 받아 지혜가 자라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지칠 줄을 모르는 사람인데, 야베츠는 우리가 하는 일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너무 약하다. 우리는 유다를 두루 다니다가 오순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고… 그 다음에 기쁜 소식을 전하러 이리 가고 저리 갈 것이다… 우리는 여름에 우리의 고향에서 이 아이를 다시 만날 것이다.
자, 우리는 스켐 성문에 왔다. 네 동생과 시몬의 유다와 함께 먼저 가서 숙소를 알아보아라. 나는 장터로 가서 거기서 너희를 기다리겠다.”
그들은 헤어진다. 베드로는 숙소를 찾아 떠나고, 다른 사람들은 큰 소리로 외치고 요란한 몸짓을 하는 사람과 나귀들과 수레들로 뒤엉켜 돌아가는 거리를 어렵게 걸어간다. 이들은 모두가 임박한 파스카를 지내려고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외침, 부름, 저주가 나귀들의 울음소리와 섞여서 들려온다. 그것은 집과 집 사이에 있는 좁은 길에 부딪혀 아주 큰 소음이 된다. 이것은 어떤 조개껍질을 귀에 댈 때 들리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소음이다. 어둠이 덮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마치 맹렬하게 흐르는 급류처럼 밤을 지새울 집이나 공간이나 잔디밭을 찾아 달려가는 곳에 메아리도 따라다닌다…
예수께서는 어린이의 손을 잡고 나무에 기댄 채 장마당에서 베드로를 기다리고 계시는데, 장마당에는 때가 때인 만큼 장사꾼들로 가득 차 있다.
“아무도 우리를 주목하지 않고 알아보지 못하기를 바라세.”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어떻게 해변에서 모래 한 알을 알아보겠나? 군중이 얼마나 많은지 자네는 보지 못하나?”
토마스가 대답한다.
베드로가 돌아온다.
“읍내 외곽에 건초가 있는 헛간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것을 찾아보지 말자. 그것도 사람의 아들에게는 너무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