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3권 공생활 둘째해(상)

하사시 3권 p370~p383 [200. 아글라에가 선생님을 만나 뵙다. 201. 마르지암의 시험]

Skyblue fiat 2025. 4. 11. 15:15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370~p383

 

 

 

200. 아글라에가 선생님을 만나 뵙다

1945. 6. 25.

예수께서는 혼자 열성당원의 집으로 돌아오신다. 몹시도 뜨거웠던 하루해가 저물어 조용하고 평화로운 저녁이 된다. 예수께서는 부엌문을 통하여 안을 들여다보며 인사하신 다음에 묵상하기 위하여 이미 저녁식사가 차려져 있는 위층 방으로 올라가신다.

그분께서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시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자주 한숨을 쉬시며 큰 방을 왔다 갔다 하시고, 정방형인 이 큰 이층방의 많은 문들을 통하여 내다보이는 주위의 들을 가끔 쳐다보신다. 예수께서는 방 밖의 옥상으로 나와 집을 한 바퀴 돌다가 집 뒤쪽에서 걸음을 멈추시고, 친절하게 우물에서 물을 길어 바쁜 살로메에게 가져다주고 있는 엔도르의 요한을 내려다보신다. 그분께서는 내려다보시며 머리를 흔드시고 한숨을 쉬신다.

예수의 시선을 느낀 요한이 위를 쳐다보며 묻는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저를 원하십니까?"

“아니다, 나는 단지 너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요한은 친절합니다. 이 사람은 저를 도와주고 있어요.”
살로메가 말한다.

“하느님께서 그 도움에 대하여 그에게 갚아주실 것입니다.”

이 말씀을 하신 다음 예수께서는 방으로 도로 들어가 앉으신다. 그분께서는 생각에 골몰하여 입구 복도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시고, 외부계단으로 올라와 방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도 알아차리지 못하신다. 마리아께서 부르실 때에야 그분께서는 비로소 고개를 드신다.

“아들아, 수산나가 예루살렘에서 가족과 함께 와서 곧바로 아글라에를 이리로 데려왔다. 너는 우리끼리만 있을 때 그녀의 말을 듣겠니?”

“예, 어머니. 지금 즉시요. 모든 것을 마칠 때까지는 아무도 올라오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저는 다른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에 그녀와 대화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특히 시몬의 유다에게 조심성 없는 호기심이 없는지 제발 살펴주십시오.”

“나는 조심스럽게 살펴보겠다…”

마리아께서는 나가셨다가 잠시 후에 아글라에의 손을 잡고 들어오신다. 그녀는 이제 회색 겉옷과 얼굴에까지 내려오는 베일을 쓰고 있지 않고, 전에 신었던 고리장식과 끈이 복잡한 굽 높은 샌들도 신고 있지 않다.

그녀는 지금은 마리아의 샌들처럼 굽이 낮은 아주 수수한 샌들을 신고 있고, 짙은 파란색 옷 위에 겉옷을 입고 있으며, 평범한 이스라엘 여자들이 쓰는 것 같은 베일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단순하게 머리를 덮고 한쪽 끝만 양 어깨로 늘어져서 얼굴이 부분적으로만 가려지는 스타일의 것이어서 이스라엘 여인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그녀가 대다수의 여자들이 입는 옷과 똑같은 수수한 옷을 입고 있고, 다른 갈릴래아 여인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로 인하여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들어온다. 만일 마리아께서 그녀를 예수께로 살짝 끌어당기지 않으셨다면, 그녀는 문지방에서 무릎을 꿇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들아, 아주 오랫동안 너를 찾고 있는 여자가 여기 왔다. 그의 말을 들어 보아라.”

그녀가 예수에 다가왔을 때 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그분께서는 활짝 열려 있는 문들에 커튼을 내리시고, 계단 가까이 있는 문은 닫으신다.

아글라에는 자기의 어깨에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을 내려놓고 예수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두 팔을 교차시켜 그 위에 머리를 얹고 운다.

“그렇게 울지 마시오. 지금은 울 때가 아니오. 당신이 하느님을 미워하고 있을 때 당신은 울어야 했소. 당신이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에게 사랑받는 지금은 아니오.”

그러나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당신은 그렇다는 것을 믿지 않는 거요?”

그녀는 흐느끼며 간간이 말을 잇는다.

“제가 최선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 비록 제가 하느님께서 관대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믿는다 해도, 저는 그분께서 저를 사랑해주시기를 감히 바랄 수 없습니다. 저는 너무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아마도 어느 날 제가 사랑받게 될지도 모릅니다만, 아직 저는 아주 많이 울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저는 제 사랑 안에서 혼자입니다. 저는 혼자뿐입니다… 그것은 지난 몇 년의 절망적인 고독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갈망이 가득한 고독이고, 그래서 더 이상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몹시 슬픕니다…”

“아글라에, 당신은 여전히 주님을 잘 모르고 있소! 그분에 대한 이 갈망은 그대를 부르시고, 초대하시고, 원하시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에 반응하시고, 당신의 친구가 되어주신다는 증거요.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인 사람의 갈망에 대하여 무감각하게 계실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만물의 주님이시며 창조주이신 그분께서 그 갈망을 그 마음에 불러 일으키셨기 때문이오. 그분께서 그분을 갈망하는 영혼을 특권적인 사랑으로 사랑하셨기 때문에 지금 그 갈망을 일으키신 것이오.
하느님의 갈망은 항상 인간의 갈망에 선행하는데, 그 이유는 그분께서는 지극히 완전한 분이시고, 그렇기 때문에 그분의 사랑은 사람의 사랑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열렬하기 때문이오.”

“그러나 어떻게 하느님께서 저 같은 오물을 사랑하실 수 있습니까?”

“당신의 지성으로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시오. 그분께서는 인간의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자비의 심연이시오. 그러나 사람의 지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사랑의 지성, 영혼의 사랑은 이해하오. 그 사랑은 하느님이신 신비와 그 영혼의 하느님과의 관계의 신비를 이해하고, 자신 있게 그것을 관통하오. 들어오시오. 내가 당신에게 말하오. 하느님께서 그것을 원하시니 들어오시오.”

“오! 나의 구세주님! 그럼 제가 정말로 용서받았습니까? 제가 정말로 사랑받습니까? 제가 그것을 믿어야 합니까?”

“내가 당신에게 거짓말한 적이 있소?”

“오! 아닙니다, 나의 주님! 당신께서 헤브론에서 저에게 말씀하셨던 모든 것이 실현되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구원이시기에 당신께서는 저를 구원해주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잃어버린 가엾은 영혼인 저를 찾으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가 죽은 채로 제 안에 가지고 다녔던 이 영혼의 생명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가 당신을 찾으면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사람이 의사와 약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당신께서 계신다고 저에게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사실입니다. 당신께서 유월의 아침에 하셨던 말씀부터 맑은 내에서 하셨던 말씀까지 불쌍한 아글라에에게 하셨던 말씀은 모두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말들도 믿어야 하오.”

“예, 저는 믿습니다. 저는 분명히 믿습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용서한다!’고 말씀해주십시오.”

“나는 하느님과 예수의 이름으로 그대를 용서하오.”

“감사합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나의 구세주님,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남자는 저를 보기만 해도 타락합니다… 저는 발견되고 덫에 걸리는 끝없는 두려움 속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이번 여행 중에도 남자가 저를 쳐다볼 때마다 저는 몸을 떨었습니다… 저는 더는 죄짓기 원치 않고, 다른 이들을 죄짓게 하기도 원치 않습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을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그것이 어떤 길이라 해도 그것을 따라가겠습니다. 당신께서 보시다시피 저는 고초들을 당했는데도 건강합니다… 그리고 설사 제가 지나치게 절제하여 죽게 된다 해도,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저는 죽음을 ‘제 친구’라고 부르겠습니다. 죽음이 저에게 이 땅과 영원의 위험을 면하게 해줄 터이니까요. 나의 구세주님, 말씀해주십시오.”

“광야로 가시오.”

“나의 주님, 어디입니까?”

“당신이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당신의 영혼이 인도하는 곳으로.”

“이제 막 형성된(formed) 제 영혼이 그토록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소. 하느님께서 당신을 인도하고 계시니까요.”

“그런데 누가 다시 저에게 하느님에 대하여 말해주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다시 살아난 당신의 영혼이 말해줄 거요…”

“제가 다시 당신을 뵙게 될까요?”

“세상에서는 다시 못 볼 것이오. 그러나 머지않아 나는 당신을 완전히 구속하게 될 터인데, 그때 나는 당신의 영혼에게로 와서 하느님께 올라가도록 당신을 준비시켜주겠소.”

“만일 제가 다시 주님을 뵙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저의 완전한 구속이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당신께서는 어떻게 그것을 저에게 주시겠습니까?”

“모든 죄인들을 위하여 죽음으로써.”

“오! 안 됩니다! 당신께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려면 나는 내 자신을 죽음에게 내주어야 하오. 그것이 내가 인간존재로 온 이유요. 울지 마시오… 당신은 내 희생과 당신의 희생 후에 내가 있을 곳에서 지체 없이 나와 합류할 거요.”

“나의 주님! 저도 당신을 위하여 죽게 됩니까?”

“그렇소,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될 거요. 당신의 육체는 매시간 죽어갈 터인데, 당신의 의지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오. 그것은 거의 1년 동안 죽어가고 있소. 그것이 완전히 죽을 때 나는 당신을 부르겠소.”

“제가 죄 많은 제 육체를 파괴할 힘을 가지게 될까요?”

“당신은 당신이 점점 더 하늘에 합당하게 됨에 따라 사탄이 격렬한 증오를 품고 당신을 공격할 당신의 고독한 처소에서 전에 죄인이었다가 구속된 내 사도들 중의 한 사람을 만나게 될 거요.”

“당신에 대하여 말해준 그 복된 사도가 아니고요? 그분은 너무 정직해서 전에 죄인이었을 수 없습니다.”

“그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오. 그는 적시에 당신에게 갈 거요. 그는 지금 당장은 당신이 알 수 없는 것을 당신에게 말해줄 거요. 평안히 가시오. 하느님의 강복이 당신에게 있기를 바라오.”

줄곧 무릎 꿇고 있었던 아글라에는 주님의 발에 입 맞추려고 몸을 숙인다. 그녀는 감히 더 이상은 하지 못한다.
그 다음에 그녀는 자기의 배낭을 집어 그것을 바닥에 쏟아놓는다. 배낭에서는 수수한 옷가지들과 달랑거리는 작은 지갑과 고운 분홍빛 설화석고로 만들어진 작은 암포라가 떨어진다.

아글라에는 옷가지들을 다시 배낭에 집어넣고 지갑을 집어 들고 말한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이것은 제 보석들 중에서 남은 것입니다. 저는 제 여행을 위한 약간의 돈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설령 당신께서 저에게 말씀해주시지 않았다 해도, 저는 먼 곳으로 갈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것은 당신의 성덕의 향기보다는 덜 향기롭지만, 땅의 소산물 중에서는 최상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최악의 것들을 위하여 이것을 썼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앞에서, 하늘에서 적어도 이것만큼 저를 향기롭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암포라에서 값비싼 뚜껑을 열고 그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놓는다.
값진 향유가 스며든 블록 바닥에서 짙은 장미꽃 향기가 물씬 풍겨 올라온다. 그녀는 빈 암포라를 치우며 말한다.

“이 시간을 기념하여.”

그 다음에 그녀는 다시 몸을 숙여 예수의 발에 입을 맞추고 일어서서 뒷걸음질로 물러가 나간 다음 문을 닫는다.
계단 쪽으로 멀어져 가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와 마리아와 몇 마디 말을 나누는 그녀의 목소리와 계단을 내려가는 샌들 소리가 들리고 나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가 남겨둔 것이라고는 예수의 발 앞에 있는 지갑과 방안에 가득한 짙은 향기뿐이다.

예수께서는 일어나… 지갑을 집어 품에 넣으시고, 길 쪽으로 난 창을 향하여 가서 이스라엘 여인이 입는 겉옷을 입고 혼자서 베들레헴 쪽으로 멀어져 가는 여인을 바라보시며 미소 지으신다. 그분께서는 강복하시는 몸짓을 하신 다음에 옥상으로 나가셔서 그분의 어머니를 부르신다.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재빨리 계단을 올라오신다.

“내 아들아, 너는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녀는 용기와 평화를 얻어 떠나갔다.”

“그렇습니다, 어머니. 안드레아가 돌아오면, 그를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돌아온 사도들의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안드레아가 이층으로 올라와 말한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저를 찾으셨습니까?”

“그렇다, 이리 오너라. 아무도 이것을 알지 못하겠지만, 너에게는 내가 말해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안드레아야, 하느님과 한 영혼의 이름으로 나는 너에게 감사한다.”

“감사요? 무엇에 대해서요?”

“이 향기를 맡아보아라. 이것은 베일 쓴 여자의 기념물이다. 그 여자가 왔었다. 그리고 그녀는 구원받았다.”

안드레아는 얼굴이 체리처럼 빨개지며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는데 할 말을 찾아내지 못한다… 마침내 그가 말한다.

“지금 저는 기쁩니다. 주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그래, 일어나라. 그녀가 왔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라.”

“나의 주님, 저는 침묵하겠습니다.”

“가보아라. 잠깐만, 시몬의 유다가 벌써 돌아왔느냐?”

“예, 그는 무수한 거짓말을 하면서… 저희와 함께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님, 그는 왜 그렇게 행동합니까?”

“그는 응석받이로 자란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진실을 말해라. 너희는 다투었느냐?”

“아닙니다. 제 형은 아이와 함께 있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여 말다툼할 생각이 없었고요, 다른 사람들은… 아시다시피… 더 신중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저희 모두가 넌더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녁식사 후에는 그 사람이 외출한답니다… 그는 다른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말합니다. 오! 그러면서도 그는 창녀들을 경멸합니다!…”

“안드레아야, 진정해라. 오늘 저녁에는 너도 행복하지…”

“그렇습니다, 선생님. 저도 보이지는 않지만, 자상한 부성(父性)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가보겠습니다.”

잠시 후에 사도들이 아이와 엔도르의 요한과 함께 무리지어 올라온다. 여자들은 음식접시들과 등잔들을 들고 사도들을 따라 올라온다. 라자로가 시몬과 함께 마지막으로 올라온다. 그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외친다.

“아! 그 냄새가 여기서 났었구먼!”

그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들이 활짝 열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동하는 장미꽃 향기를 맡는다.

“그런데 누가 이 방에 이렇게 향수를 뿌렸지? 혹시 마르타인가?”
그들 중 여러 사람이 묻는다.

“내 여동생은 식사 후에 하루 종일 집에 있었어요.”
라자로가 대답한다.

“그럼 누구죠? 어떤 아시리아의 태수였나요?”
베드로가 익살부린다.

“구속된 여자의 사랑이었다.”
예수께서는 근엄하게 말씀하신다.

“그 여자는 구속에 대한 이 무익한 과시를 하지 않고, 자기가 낭비한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난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다 그들은 우리가 항상 자선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는 땡전 한 닢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린양도 구입해야 하고, 파스카 식사를 위하여 방도 세내야 하고…”
가리옷 사람이 화내며 말한다.

“그런데 내가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제공했는데요…”
라자로가 말한다.

“그것은 옳지 않아요. 의식은 그 아름다움을 잃어요. 율법은 ‘너는 너와 네 집을 위하여 어린양을 마련해라’ 라고 말하지, ‘너는 어린양을 받아라’ 하고 말하지는 않아요.”

바르톨로메오가 홱 돌아서서 입을 벌렸다가 즉시 다문다. 베드로는 입을 다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러나 자기 집에 있는 열성당원은 자기는 말할 수 있다고 느껴 그가 말한다.

“그것은 율법학자들의 궤변이야… 나는 그것을 잊어버리고 내 친구 라자로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자네에게 부탁하겠네.”

“잘한다, 시몬! 아주 좋아. 나는 우리가 선생님만이 가르치실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잊고 있다고 생각해.”

베드로는 말하지 않으면 폭발할 것 같다. 베드로는 ‘유다가 잊는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영웅적인 노력을 하며 ‘우리가 잊는다’고 말한다.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신경질적이어서… 선생님, 용서하십시오.”

“그러겠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대답도 하겠다. 감사는 큰 성덕이다. 나는 라자로에게 감사한다. 구원받은 그 여자가 나에게 감사했던 것처럼 말이다. 너희 모두의 머리인 나는 내 사도들 중에서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대신해서도 라자로에게 내 축복의 향수를 붓는다.

그 여자는 구원받은 자기의 기쁨의 향수를 내 발 앞에 쏟아 부었다. 그 여자는 왕을 알아보았고, 왕이 훨씬 더 많은 사랑을 쏟은 다른 많은 사람들보다 먼저 왕에게 왔다. 그 여자를 비판하지 말고 그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어라.
그 여자는 내가 갈채받을 때나 내 도유식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베드로, 너는 아시리아의 태수가 여기 왔었느냐고 물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토록 순수하고 값진 동방 박사들의 향도 이것보다 더 감미롭지도, 더 값지지도 못했다.
이 향수에는 눈물이 섞여 있기에 이토록 강렬한 것이다. 겸손은 사랑을 부축하고 완전하게 한다. 벗들아, 이제는 식탁에 앉자.”

음식을 봉헌하는 기도와 함께 환상이 끝난다.




201. 마르지암의 시험

1945. 6. 26.

예수와 마리아께서 소년을 두 분의 사이에 데리고 앞서 가시고 그 뒤에 사도들과 여인들의 무리가 물고기 성문을 향하여 가는 것을 보면 지금은 수요일 아침임이 틀림없다. 그들과 함께 아리마태아의 요셉도 있는데, 그는 자기가 약속대로 그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예수께서는 병사 알렉산데르를 찾으시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도 오늘은 없구나. 그는 왜…”

그러나 인파가 너무 많아서 병사들에게 말을 걸기가 어렵고, 세례자가 체포된 데다 유다인들이 빌라도와 그의 부하들을 세례자 체포의 공범으로 비난하기도 하기 때문에 유다인들이 흥분해 있고 명절 전보다 더 비타협적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것은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성문에서 병사들과 시민들이 말다툼하면서 끊임없이 오가는 욕설들과 불꽃처럼 줄곧 터져 나오는 생동감 있고… 무례한 모욕들로 인하여 이 모든 것을 깨닫는다.

갈릴래아 여자들은 그로 인하여 눈살을 찌푸리고, 베일과 겉옷으로 몸을 더 감싼다. 마리아께서는 얼굴에 홍조를 띠시고 그분의 아드님을 쳐다보시며 종려나무처럼 꼿꼿이 자신 있게 걸어가시고, 예수께서는 과도하게 흥분해 있는 유다인들에게 이치를 따져보라거나 병사들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가지라고 권하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으신다.

사람들이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꽤나 불손한 말을 던지기 때문에 아리마태의 요셉이 예수 곁에서 앞으로 나서자 그를 아는 군중이 그에 대한 경의로 침묵한다.

마침내 그들은 물고기 성문을 통과하고, 이 거대한 군중은 나귀들과 양떼들을 데리고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간다.

“선생님, 저희는 여기 있습니다.”

토마스가 인사하며 말한다. 그는 성문 안쪽에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와 함께 있다.

“유다는 여기 없어?”

“자네들은 왜 여기 있나?”

여러 사람이 묻는다.

“그는 여기 없어. 저희는 당신께서 더 일찍 오실까봐 동틀 무렵부터 여기 와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유다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제 저는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율법학자 사독과 함께 있었습니다. 요셉, 당신은 그를 아시지요? 눈 아래 물 사마귀가 있는 늙고 깡마른 사람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와 함께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유다에게 ‘유다, 안녕?’ 하고 소리쳤지만, 그는 저를 모르는 체하면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런데 저 사람은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말하며 몇 야드를 따라갔습니다… 그는 사독과 헤어졌습니다. 사독과 함께 있을 때 그는 레위인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그의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과 함께 갔는데… 그 사람들은 분명히 레위인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이곳에 없습니다. 그는 저희가 이리로 오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필립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바르톨로메오는 마음에서 올라오는 판단을 억제하려는 듯이 입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을 꽉 다문다.

“아주 좋아! 그래도 가세! 나는 분명히 그가 없다고 해서 울지는 않을 거야.”
베드로가 말한다.

“잠시만 더 기다리자. 오다가 지체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니.”
예수께서 정색하며 말씀하신다.

그들은 그늘 진 성벽에 기대어 선다.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모여 서 있다.
그들 모두가 잘 차려 입고 있는데, 특히 베드로의 옷차림은 위풍당당하다. 그는 붉은 색과 금색 실로 수놓은 리본으로 장식된 눈같이 흰 새 두건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아주 짙은 석류석 빛 속옷을 입고 있고, 두건의 장식과 스타일이 똑같은 새 허리띠를 매고 있다. 허리띠에 달린 음각된 손잡이와 속이 내비치는 투조 세공을 한 놋쇠 칼집이 달린 단도 같은 칼의 칼날이 칼집의 듬성듬성한 구멍들 사이로 빛난다. 다른 사람들도 다소간 같은 양식으로 차려입고 있다.

예수께서만 무기를 지니지 않은 채 새하얀 아마포 옷과 아이리스 청색 겉옷을 입고 계시는데, 이 겉옷은 틀림없이 마리아께서 겨울 몇 개월 동안에 짜셨던 것일 것이다.

마르지암의 옷은 엷은 붉은 색이고, 그것의 목둘레와 소매 끝에 더 짙은 붉은 색 선이 둘러쳐져 있다. 겉옷의 허리께와 단에도 비슷한 천이 둘려 있는데, 아이는 겉옷을 개켜서 팔에 걸친 채 만족스럽게 어루만진다.
그는 가끔씩 반은 미소 짓고, 반은 걱정스러워하는 작은 얼굴을 든다. 베드로는 손에 꾸러미 하나를 들고 있는데, 그는 그것을 아주 조심스럽게 다룬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가는데도… 유다는 오지 않는다.

“그분은 왕림해주시지 않는구먼…”

베드로가 투덜거린다. 아마도 그는 다른 무언가를 덧붙였을 터인데, 사도 요한이 말한다.

“어쩌면 그는 황금 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들은 성전으로 간다. 유다는 거기에도 없다.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한다.

“갑시다”

마르지암은 몹시 창백한 얼굴로 마리아께 입 맞추며 말한다. “기도해주세요… 저를 위하여 기도해주세요!”

“오냐, 귀염둥이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아주 영특해서…”

마르지암은 이번에는 베드로에게 달라붙는다.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베드로의 손을 꼭 잡는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 안심하지 못하여 예수의 손도 잡고 싶어 한다.

“마르지암아,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를 위하여 기도하겠다. 나중에 보자.”

“당신께서는 안 가십니까? 선생님, 왜요?”
베드로가 깜짝 놀라며 말한다.

“그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매우 엄숙하시다. 나는 그분께서 슬퍼 보이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분께서는 결론지으신다.

“요셉은 의인이니 내 결정에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요셉은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고 침묵과 웅변적인 한숨으로 동의를 표한다.

“좋습니다. 그럼… 갑시다…”
베드로는 약간 의기소침하다.

마르지암은 이번에는 요한에게 매달린다. 그들은 앞장서 가는 요셉을 뒤따라간다. 사람들은 깊이 몸을 숙여 요셉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몬과 토마스도 그들과 함께 간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와 함께 남아 있다.


그들은 언젠가 예수께서도 들어가셨던 적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한 구석에서 글을 쓰고 있는 젊은이가 요셉을 보고 벌떡 일어나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한다.

“즈카르야, 하느님께서 그대와 함께 계시기를. 빨리 가서 아즈라엘과 야곱을 모셔 오게.”

젊은이는 갔다가 거의 즉시 두 사람과 함께 돌아오는데, 그들이 라삐들인지 회당장들인지 율법학자들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퉁명스러운 두 사람은 오만으로 인하여 요셉에게만 고개를 숙인다. 덜 거만한 다른 여덟 사람이 뒤따라 들어온다. 그들은 아리마태아의 요셉을 포함한 청원자들을 세워둔 채 자리에 앉는다.

“요셉,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선임 시험관이 묻는다.

“나는 율법 아래로 들어오고, 자기 스스로 그 율법을 지키도록 규정된 나이에 도달한 아브라함의 이 아들을 당신의 지혜에 노출시키기를 원합니다.”

“이 아이는 당신의 친척입니까?”

그들은 놀라 서로를 쳐다본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 모두는 친척입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고아이고, 내가 그 정직성을 보장하는 이 사람이 후손들이 없기를 원치 않아 이 아이를 입양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요? 본인이 직접 대답하시오.”

“갈릴래아 벳사이다 출신 요나의 아들 시몬입니다. 결혼은 했으나 자녀가 없으며, 세상 사람에게는 어부고,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는 율법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갈릴래아 사람인 당신이 이 아이의 아버지가 되겠다는 거요? 왜요?”

“우리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야 한다고 율법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입양될 자격이 있을 정도로 율법을 알고 있을까요? 얘야, 나에게 말해라. 너는 누구냐?”

“엠마오 부근 평야 출신 요한의 아들 야베츠 마르지암이고, 나이는 열두 살입니다.”

“그럼 너는 유다인이로구나. 갈릴래아인이 유다인을 돌보는 것이 적법합니까? 율법을 살펴봅시다.”

“그런데 제가 어떤 사람입니까? 나병환자입니까, 아니면 저주받은 사람입니까?”
베드로가 분노로 흥분하기 시작한다.

“시몬, 조용하시오. 내가 이 사람 대신 말하겠소. 나는 당신들에게 내가 이 사람을 보증한다고 말했소. 나는 집안사람과 다름없을 정도로 이 사람을 잘 압니다. 원로 요셉은 율법이나 다른 법률에 어긋나는 일을 결코 청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이 어린이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시험해주세요. 마당이 시험을 기다리는 어린이들로 가득합니다. 모든 이를 위하여 부디 서둘러주시오.”

“하지만 이 아이가 열두 살이 되었다는 것과 성전에서 대속되었다는 것을 누가 증명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이 기록들을 살펴본다면,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약간 성가신 조사겠지만, 할 수는 있습니다. 얘야, 너는 맏아들이라고 나에게 말했지?”

“예, 선생님. 제가 주님께 봉헌되었고, 규정된 봉헌물들을 내고 대속되었으니 선생님들이 그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그 자료를 찾아봅시다…”

요셉이 말한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두 트집쟁이 시험관들이 차갑게 내뱉는다.

“얘야, 이리 오너라. 십계명을 외워보아라.”

아이가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한다.

“야곱, 그 두루마리를 나에게 주시오. 네가 읽을 줄 알면, 읽어보아라.”

“어디를 읽을까요, 라삐님?”

“네가 읽고 싶은 데를. 네 눈에 맨 먼저 띄는 데를.”
아즈라엘이 말한다.


“아니다, 여기. 그것을 나에게 다오.”

야곱이 말한다. 그는 두루마리를 편 다음 다시 말한다.
“여기”

“‘그러자 그는 그 사람들에게 은밀히 말하였다. ‘모든 산 자들 앞에서 하늘의 주님을 찬미 찬양하시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당신들에게 자비를 베푸셨기 때문입니다. 왕의 비밀을 지키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것을 밝히는 것도 훌륭한 일이오…’”(토빗12,7)

“이제 그만! 충분하다! 이것들이 무엇이냐?”
야곱이 자기의 겉옷의 가장자리 술 장식들을 가리키며 묻는다.

“신성한 술 장식들입니다. 우리는 지극히 높으신 주님의 가르침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그것들을 달고 다닙니다.”

“이스라엘 사람이 아무 고기나 먹어도 율법에 저촉되지 않느냐?…”
아즈라엘이 묻는다.

“아닙니다, 선생님. 깨끗한 것으로 선언된 고기만 먹을 수 있습니다.”

“계율들을 말해보아라…”

그러자 온순한 아이가 “하지 마라”를 계속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만! 갈릴래아 아이로서 이 아이는 너무 많이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여보시오, 이제는 아이가 성인이라는 것을 맹세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오.”

베드로는 이제까지 그토록 무례한 대접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보일 수 있는 최상의 품위를 가지고 아버지로서의 자기의 인사말을 한다.

“당신들이 방금 확인하신 바와 같이 규정된 나이에 이른 제 아들은 율법, 가르침들, 관습, 전통, 의식, 축복, 기도를 알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자기 스스로 압니다. 따라서 이 아이와 저는 당신들이 확인하신 바와 같이 그가 성인이라고 선언해주시기를 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제가 모두(冒頭)에 진술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만, 여기서는 이 관습이 침해되어 아이가 아버지보다 먼저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그것은 저희 갈릴래아 사람들의 탓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당신들께 말씀드립니다. 당신들이 이 아이가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신 만큼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하느님 앞에서와 사람들 앞에서 이 아이의 행동에 대하여 더 이상 책임이 없어졌습니다.”

“회당으로 가시오.”

작은 행렬이 베드로에게 한방 먹은 라삐들의 떨떠름한 얼굴들을 뒤로 한 채 회당으로 건너간다. 마르지암을 독서대와 등불 앞에 세워두고 사람들이 양어깨까지 내려온 아이의 머리카락을 귀를 덮을 정도까지만 남겨둔 채 자른다. 그 다음에 베드로는 작은 꾸러미를 펼쳐 황금빛 실로 수놓은 아름다운 붉은 색 모직 허리띠를 꺼내 아이의 허리에 그것을 매준다. 그리고 사제들이 아이의 이마와 팔에 작은 가죽 띠를 매주는 동안에 베드로는 마르지암이 건네준 겉옷에 바삐 신성한 술 장식을 단다. 베드로는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읊조리며 깊이 감격한다.


의식이 끝난다. 그들이 빨리 밖으로 빠져나온 다음에 베드로가 말한다.

“무사히 끝났군!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요셉,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들은 심지어 의식을 마무리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상관없다. 내 아들아, 너에게는… 너를 봉헌해주실 분께서 계시니까… 가서 주님께 찬미의 제물로 드릴 어린양을 마련하자. 너처럼 사랑스러운 작은 어린양을.
요셉, 감사합니다. 너도 이 친절한 친구 분께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드려라. 당신이 거기 계시지 않았다면, 그들은 우리를 지독하게 애먹였을 것입니다.”

“시몬, 나는 당신 같은 의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녁식사를 준비해놓을 테니 부디 벳자타의 제 집으로 와주십시오. 물론 다른 모든 분들도 함께 말이지요.”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립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것은 너무 큰 영광입니다!”

베드로가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난다.

그들은 마당들과 안마당들을 다시 지나 여자들의 안마당에까지 간다. 거기서 모든 여자들이 마르지암에게 축하인사를 건넨다. 그 다음에 남자들은 예수께서 그분의 제자들과 함께 기다리고 계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안마당으로 건너간다. 그들 모두가 격조 있는 행복한 일치에 참여한다. 베드로가 어린양을 제물로 바치러 가는 동안에 그들 모두는 현관들과 마당들을 지나 첫 번째 구역으로 나간다.

이제 완전한 이스라엘 사람이 된 자기의 아들을 거느린 베드로는 어찌나 행복해하는지! 그는 예수의 이마에 파여 있는 주름살을 보지 못할 정도로, 동료들의 무거운 침묵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행복하다. 뒤늦게 요셉의 집의 응접실에서 베드로는 나중에 무엇을 할 생각이냐고 묻는 의례적인 질문에 대하여 아이가 “저는 제 아버지처럼 어부가 되겠습니다”라고 대답할 때에야 비로소 눈물 흘리며 그것을 기억하고, 깨닫는다.

“하지만… 유다는 우리의 잔치에 한 방울의 독약을 쳐서 그것을 망쳐버렸군요… 그래서 선생님께서도 상심하셨군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슬퍼하고… 제가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아! 유다!…”

나는 베드로처럼 모든 사람이 마음속으로 탄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께서는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하여 애써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시몬아, 걱정하지 마라. 이 즐거움에 네 아내만이 빠졌구나. 나는 그토록 착하면서도 항상 희생당하는 네 아내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머지않아 예기치 않은 가슴 벅찬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선을 생각하자. 이리 오너라. 그래, 마르지암은 모든 질문에 대하여 똑바로 잘 대답했다지? 나는 네가 그럴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셉은 자기의 하인들에게 지시한 다음 응접실로 돌아와 말한다.

“저는 그 의식으로 제가 다시 젊어진 것처럼 느끼게 해주신 것에 대하여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선생님과 그분의 모친과 그분의 친척들과 친애하는 제 동료 제자들을 제 집에 모시는 영광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정원으로 나가십시다. 바람이 시원하고 꽃들도 피어 있습니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