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3권 공생활 둘째해(상)

하사시 3권 p335~p345 [196. 겟세마니에서의 안식일]

Skyblue fiat 2025. 4. 8. 10:07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335~p345 

 

 

196. 겟세마니에서의 안식일

1945. 6. 21.

예수의 무리는 안식일 아침나절 대부분을 피로한 육체를 쉬게 하고, 여행으로 더러워지고 구겨진 그들의 옷들을 세탁하는 데 보냈다. 빗물이 가득 찬 겟세마니의 커다란 수조와 최근에 내린 폭우로 물이 불어서 거품을 내며 돌 위로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키드론 개울은 수량이 풍부하여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사도들은 차가움을 견디며 차례로 물속에 몸을 담근다. 그리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깨끗해진 옷을 입고, 급류의 물보라로 머리카락이 물에 젖은 채로 저수조에서 물을 떠서 옷을 빛깔에 따라 분류하여 담아놓은 큰 통들에 붓는다.

“좋아! 이렇게 물에 담가놓으면 마리아(나는 아마 그녀가 겟세마니에서 사는 여자라고 짐작한다)가 이것들을 빠는 데 힘이 덜 들 거야.”

베드로가 만족하여 말한다.

“사랑하는 내 아이야, 옷을 갈아입지 못하는 사람은 너뿐이로구나. 하지만 내일은…”

사실 아이는 자기의 작은 배낭에서―어찌나 작은지 인형이라도 넉넉히 멜 수 있을 만한 배낭이다―깨끗한 작은 옷을 꺼내 입고 있는데, 그 옷은 다른 옷보다 빛깔이 더 바래고 더 찢어져 있다. 그래서 베드로는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내가 이 아이를 시내로 데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 겉옷들 중 한 벌을 반으로 자르면 어떻게 되겠지. 겉옷은… 저 애의 몸 전체를 가려줄 테니까.”

예수께서는 부정이 넘치는 이 독백을 들으신 다음에 말씀하신다.

“지금은 저 애를 쉬게 하는 편이 더 낫다. 오늘 저녁에 우리는 베타니아로 갈 테니.”

“하지만 저는 저 애에게 예복을 사주고 싶습니다. 저는 그것을 약속했거든요.”

“나는 분명히 살 것이다. 그러나 내 어머니의 조언을 듣는 편이 더 낫다. 너도 알다시피… 여자들은… 물건을 사는 데 우리보다 더 재능이 있고… 그분께서는 아이를 보살피는 것을 기뻐하실 것이다… 너도 함께 가거라!”

베드로는 자기가 마리아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간다는 생각에 칠층천에라도 간 것처럼 황홀해한다. 나는 예수께서 그분의 모든 생각들을 말씀하셨는지, 일부분은 그분 혼자서만 생각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그 말씀은 그분의 어머니의 취향이 베드로의 그것보다 더 세련되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깔을 고르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넌지시 말씀하시는 것인데, 사실 그분께서는 베드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을 피하시며 그분의 목적을 달성하신다.

그들은 4월의 이 맑은 날에 참으로 아름다운 올리브 밭으로 흩어진다. 나뭇잎들이 어찌나 햇빛에 반짝이고, 올리브나무 밑에 작은 꽃이 어찌나 많은지, 지난 며칠 동안의 비가 올리브나무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꽃들을 뿌려놓은 것 같다. 새들이 노래하며 사방으로 날아다닌다. 시가지는 겟세마니의 서쪽에 있다.

시내에는 군중이 붐비지 않는다. 그러나 물고기 성문과 동쪽에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다른 성문들 쪽으로 가는 여행자의 무리들이 보인다. 그 다음에 도시는 마치 굶주린 입처럼 그들을 집어삼킨다.

예수께서는 요한과 젊은 제자들과 놀고 있는 야베츠를 살펴보시며 걷고 계신다. 가리옷 사람도 어제 발끈했었던 기분이 가시자 명랑해져서 논다. 나이 많은 제자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고 있다.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저 애를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나는 ‘너는 몹시 허약하구나’ 하고 말씀하실 거 같아.”
토마스가 말한다.

“천만에! ‘오, 가엾어라!’ 하고 말씀하실 거야.”
베드로가 대답한다.

“그분께서는 ‘자네가 이 애를 사랑하니 기쁘네’ 하고 자네에게 말씀하실 거야.”
필립보가 반박한다.

“그분의 어머니께서는 꿈에도 이것을 생각하지 않으셨을 거야. 하지만 나는 그분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해. 그분께서는 얘를 꼭 껴안으실 거야.”
열성당원이 말한다.

“그럼 선생님, 당신께서는 그분께서 무어라고 말씀하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분께서는 너희가 말한 대로 하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많은 것을, 아니 너희가 말한 것 모든 것을 생각하시고 마음속으로 말씀하시며, 입 맞추시면서 이렇게만 말씀하실 것이다. ‘너는 축복받아라!’ 그리고 그분께서는 마치 이 애가 둥지에서 떨어진 새인 것처럼 이 아이를 보살펴주실 것이다.

들어보아라. 어느 날 그분께서는 그분께서 아주 어린 소녀였을 때의 일을 나에게 말씀해주셨다. 그분께서 성전에 가시기 전이니 그분께서는 아직 채 세 살이 되시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분의 마음은 마치 압착기에 눌려 으깨지고 짜지는 꽃과 올리브처럼 그 모든 기름과 모든 향기를 바치며 사랑으로 부서졌다. 그분께서는 열렬한 사랑으로 자기의 엄마에게 구세주의 마음에 더 들기 위하여 자기는 동정녀가 되기를 원한다고, 그러나 구원받을 수 있도록 죄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그분의 엄마가 그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시고, ‘순결’하면서도 동시에 ‘죄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지 못하셨기 때문에 거의 울다시피 하셨다. 그분의 아버지가 샘가에서 위험하게 되어 있던 어린 참새를 구한 것을 그분에게 가져다주어 그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셨다.

그분의 아버지는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미리 구원하셨다는 것과, 그 이유로 어머니는 하느님을 두 번 찬미해야 한다고 설명하시면서 어린 새의 비유를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하느님의 작은 동정녀, 지극히 위대한 동정녀 마리아께서는 그 새 새끼에게 최초의 영적인 모성을 쏟으셨는데, 그분은 그 새가 날 수 있게 되었을 때 놓아주셨다.

그러나 그 새는 결코 나자렛의 정원을 떠나지 않았고, 마리아가 성전으로 떠난 다음에 날아다니고 지저귀며 안나와 요아킴의 쓸쓸한 집과 쓸쓸한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그 새는 안나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약간 전에 죽었다… 그놈은 제 사명을 다한 것이다…

내 어머니께서는 사랑을 위하여 그분 자신을 동정에 헌신하셨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완전한 인간이셨으므로 피와 영혼 속에 모성을 가지고 계셨다. 왜냐하면 여자는 어머니가 되도록 창조되었고, 여자가 두 번째 힘의 사랑인 그 감정에 무감각하다는 것은 일탈(aberration)이기 때문이다…”

다른 제자들도 천천히 다가온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둘째 힘의 사랑(love of second power)에 의해서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유다 타대오가 묻는다.

“사촌, 다양한 사랑들과 다양한 힘들이 있다. 첫째 힘의 사랑이 있다. 하느님께 드려진 사랑이 그것이다. 그 다음에는 둘째 힘의 사랑이 있다. 모성애나 부성애가 그것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전적으로 영적인 것인데, 후자는 두 부분은 영적인 것이고, 한 부분은 육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인간적인 애정이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더 높은 사랑이 우세하다. 왜냐하면 건전하고 거룩한 부모는 자신들의 자녀의 육체만을 먹이고 애무하지 않고, 마음과 영혼에도 자양분과 사랑을 주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헌신하는 사람도 마침내 자기의 학생들을 마치 자기 자신의 혈육처럼 사랑하게 되는 것을 본다면, 내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저는 제 학생들을 몹시 사랑했었습니다.”
엔도르의 요한이 말한다.

“나는 네가 야베츠를 다루는 방식을 보고 네가 틀림없이 착한 선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엔도르의 사람은 절하며 말없이 예수의 손에 입 맞춘다.

“부디 사랑에 대한 당신의 분류를 계속해주십시오.”
열성당원이 청한다.

“자기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있다. 그것은 셋째 힘의 사랑인데, 이 사랑이―나는 항상 건전하고 거룩한 사랑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반은 영으로 이루어지고, 반은 육체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내의 남편일 뿐 아니라 그녀의 주인이고, 아버지이다. 아내는 남편의 아내일 뿐 아니라 그의 천사이고, 어머니다. 이것이 세 가지의 가장 높은 사랑들이다.”

“그럼 우리의 이웃에 대한 사랑은요? 당신께서 틀리신 게 아닙니까? 아니면 당신께서는 그것을 잊어버리셨나요?”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다른 제자들은 망연자실하고… 그의 발언에 격분하여 그를 쳐다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차분하게 대답하신다.

“아니다, 유다야. 살펴보아라. 하느님께서는 그분께서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사랑받으셔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랑을 가지도록 설득하는 데는 아무 설명도 필요 없다. 그분께서는 존재하시는 분(He is He Who is), 즉 만유(Everything)이시고,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닌데, 그는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그에게 부어주신 영혼으로 인하여 만유에 참여한다.

사람에게 영혼이 없다면, 그는 땅이나 물속이나 공중에서 사는 짐승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람은 의무감으로, 그리고 만유 안에서 살아남을 자격을 얻기 위하여, 다시 말하여 하늘에서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의 한 사람, 신성모독과 파괴를 영원히 모를 예루살렘의 시민이 되는 자격을 얻기 위하여 그분을 흠숭해야 한다.

자기의 자녀들에 대한 사람의 사랑, 특히 여자의 사랑은 아담과 하와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 안에 암시되어 있다. 그분께서는 아득한 옛날의 여섯째 날, 창조의 첫 번째 여섯째 날에 그분께서 ‘좋은 것’을 만드신 것을 보시고, 아담과 하와에게 축복하신 다음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자녀를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워라…’(창세1,28)

나는 네 암묵적인 이의를 보는데,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범죄 전에는 피조세계의 모든 것이 사랑에 의하여 다스려지고, 사랑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에 자녀의 번식은 거룩하고, 순결하고, 힘 있고, 완전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자녀를 낳고 번성하라(Be fruitful and multiply)’라는 명령을 첫 번째 계명으로 주셨던 것이다.

따라서 나 다음으로는 너희 자녀를 사랑해라. 지금 있는 것 같은 사랑, 지금 자녀를 낳는 사랑이 그때는 없었다. 악의도 없었고, 관능성에 대한 혐오스러운 갈망도 없었다.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자연적으로 사랑했다. 우리가 이해하는 바에 따른, 아니 너희 사람들이 이해하는 바에 따른 자연에 따라 자연적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들의 본성(nature, 본성이라는 뜻과 자연이라는 뜻을 다 가지고 있다.)에 따라, 다시 말해 초자연적으로(supernaturally) 사랑했다. 한 아버지(one Father)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형제이면서도 부부이고, 서로를 한 요람 안의 쌍둥이처럼 무구한 눈으로 사랑하고, 바라보는 두 사람의 사랑의 나날들은 달콤한 것이었다. 남자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사랑스러운 것처럼 ‘내 뼈에서 나온 뼈, 내 살에서 나온 살’인 아내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고, 여자는 지극히 고상한 사랑에 의하여 보호받으며 딸이 되는 기쁨을 경험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에덴의 아름다운 초원에서 무구하게 천사와 같은 열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멋진 남자의 무언가를 자기 자신 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소중한 어린 자녀들에게 미소 지으시며 주신 일련의 계명 안에는 오로지 하느님에게만 열등한 지성의 은총을 부여 받은 아담 자신이 자기의 아내에게, 그리고 그녀를 통하여 모든 여자에게 발한 명령이 들어 있다. 이 명령은 생각과 말의 꽃인 아담의 영혼의 티 없는 거울에 선명하게 반영된 하느님의 생각의 명령이다. ‘남자는 부모를 떠나 자기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창세2,24) 만일 내가 방금 말한 세 가지 사랑의 세 기둥들이 없었다면, 이웃에 대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었겠느냐?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하느님을 친구로 만들어주고, 사랑을 가르친다. 선하신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결점들을 가지고 있는 자기의 이웃들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세상에 부부의 사랑이 없고, 부성(父性)이 없었다면, 이웃들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웃도 사람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너는 알아들었느냐?”

“예, 선생님. 저는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근원들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수천 년 동안 진창 속에 빠져 있는데, 그 근원들은 저 높은 정상에 있다. 그리고 첫째 근원은 무한한 높이인 하느님에게서 오는 근원이다… 그러나 나는 너희의 손을 잡고 근원들로 데려갈 것이다. 나는 그 근원들이 어디 있는지를 안다…”

“그럼 다른 사랑들은요?”

열성당원 시몬과 엔도르의 요한이 동시에 묻는다.

“둘째 부류에서 첫째 사랑은 우리의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그러나 실상 그것은 강도(强度)에 있어서는 넷째가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지식에 대한 사랑이 오고, 마지막으로 일에 대한 사랑이 온다.”

“그럼 그것이 전부입니까?”

“이것이 전부다.”

“하지만 더 많은 다른 사랑들이 있습니다!”

가리옷의 유다가 외친다.

“아니다, 다른 갈망(hunger)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랑이 아니고, ‘사랑의 부정(否定, negation of love)’이다. 그것들은 하느님을 부정하고, 사람을 부정한다. 그것들은 부정들(negations)인데, 근원적인 부정(Negation)은 미움(Hatred)이기 때문에 그 갈망들은 사랑일 수 없다.”

“만일 제가 악에 동의하기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미움입니까?”

가리옷의 유다가 또 묻는다.

“아이고 내 신세야! 자네는 율법학자보다 더 까다롭구먼! 자네는 자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나에게 말해줄 수 있나? 유다의 희박한 공기가 경련을 일으키듯이 자네의 신경을 흥분시키는 건가?”

베드로가 외친다.

“아니야. 나는 배우기를 좋아하고 분명한 생각을 많이 가지기를 좋아해. 우리는 율법학자들과 말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나는 논쟁에서 지고 싶지 않아.”

“그래 자네는 넝마들을 죄다 쑤셔 넣어둔 배낭에서 필요할 때에 원하는 색깔의 실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베드로가 묻는다.

“선생님의 말씀이 넝마라니? 자네는 욕하고 있나?”

“분개하는 체하지 마. 그분의 입 안에 넝마들이 잇지는 않지. 하지만 우리가 선생님의 말씀들을 왜곡한다면, 그것들은 넝마들이 되고 말아. 올이 가는 값진 아마포를 어린이의 손에 쥐어줘 보게… 그것은 얼마 안 가서 더럽고 너덜너덜한 넝마가 되고 말 거야.
우리에게 일어나는 게 바로 그거야. 만일 자네가 원하는 넝마를 자네가 제 때에 찾아내기를 바란다면, 그 더러운 넝마를… 흠! 자네가 그걸 가지고 어떻게 하려는 건지 나는 모르겠네.”

“신경 쓰지 마. 그건 내 일이야.”

“오! 자네는 내가 신경 안 쓸 거라는 건 확신해도 돼! 나는 내 문제를 신경 쓰기도 벅차.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나는 자네가 선생님을 괴롭히지 못하게 한 것만으로도 행복해. 왜냐하면 그런 경우에는 나는 자네의 일도 신경 쓰게 될 테니까…”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다면, 그렇게 하게.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거야. 왜냐하면 나는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아니까… 나는 무식쟁이가 아니야…”

“반대로 나는 무식쟁이야. 나도 알아. 난 무식하기 때문에 나중에 과시하려고 바닥짐을 쌓아놓지는 않아. 내가 하느님께 간구하면, 그분께서는 그분의 메시아를 위하여 가장 하찮으면서도 가장 충실한 그분의 종인 나를 도와주실 거야.”

“우리 모두가 다 충실해!”
유다가 오만하게 대답한다.

“오! 당신은 나빠요! 당신은 왜 제 아버지를 모욕하세요? 아버지는 나이가 많고 착하신데. 당신은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 당신은 나쁜 사람이에요. 저는 당신이 무서워요.”
야베츠가 침묵하며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엄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도 동감이야!”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안드레아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속삭인다.
비록 그는 조용하게 말했지만, 가리옷 사람이 그 말을 듣는다.

“보세요, 선생님, 막달라의 그 바보 같은 어린 녀석하고 똑같은 놈이 여기 또 있습니다!”
유다는 격분하며 말한다.

“성난 어린애들처럼 싸우지 말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계속 듣는 편이 더 좋지 않겠어?”
평화주의자인 토마스가 묻는다.

“그렇고말고. 선생님, 당신의 어머니에 대하여 저희에게 더 말씀해주십시오. 그분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빛납니다! 그 빛을 생각만 해도 저희의 영혼이 순결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불쌍한 죄인인 저에게는 그 빛이 꼭 있어야 합니다!”

마태오가 외친다.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겠느냐? 수많은 일화들 하나하나가 모두 심금을 울리는 것들이니…”

“그분께서 당신께 말씀해주셨습니까?”

“그렇다, 그분께서는 몇 가지를 말씀해주셨다. 그러나 요셉이 나에게 훨씬 더 많이 말씀해주셨다. 아이에게 해주실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분이 다 해주셨다. 그리고 사라의 알패오도 이야기해주었다. 알패오는 내 어머니보다 몇 살 위라 내 어머니께서 나자렛에서 사셨던 몇 해 동안 그분의 친구였다…”

“오! 제발 저희에게 말씀해주세요…”
요한이 간청한다.

그들 모두가 올리브나무들의 그늘에 원형으로 앉아 있고, 야베츠는 그 한 가운데에서 마치 천국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예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내 어머니께서 성전에 들어가시기 며칠 전에 그분의 어린 친구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셨던 순결에 대한 교훈을 너희에게 말해주겠다.

그날 사라의 친척인 나자렛의 한 처녀가 혼인하게 되어 요아킴과 안나도 그 혼인잔치에 초대되었었다. 어린 마리아도 그분들과 함께 갔었는데, 그분은 다른 어린이들과 함께 신부가 걸어가는 길에 꽃잎들을 던지는 일을 맡았었다. 그분은 몹시 아름다워 즐거운 신부입장 후에 모든 사람이 그분을 차지하려고 다투었다고 한다.

마리아는 요즘에도 ‘자기의 혼인동굴’이라고 부르는 작은 동굴을 다른 어떤 곳보다 좋아하여 대체로 집에서 지냈기 때문에 매일 그분을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금발이고, 발그레하고, 귀여운 마리아가 집밖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귀찮을 정도로 그분을 쓰다듬어주곤 했었다.

사람들은 그분을 ‘나자렛의 꽃’, ‘갈릴래아의 진주’라고 부르곤 했고, 그분이 태어나자마자 갑자가 나타났던 거대한 무지개를 기억하고는 ‘하느님의 평화’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분께서는 사실 그 모든 것이셨고, 훨씬 그 이상이셨다. 그분께서는 천국의 꽃이요, 피조세계의 꽃이자, 천국의 진주이시며, 하느님의 평화이시다… 그래, 하느님의 평화이시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자 마리아의 아들이기 때문에 평화로운 자, 무한한 평화, 감미로운 평화이다.

그날 모든 사람이 마리아에게 입 맞추고 그분을 안아보고 싶어 했는데, 그분은 입맞춤과 접촉을 피하면서 상냥하면서도 진중하게 말했다. ‘제발 나를 구기지(rumple) 마세요.’


사람들은 허리와 가는 손목과 목에 파란 띠로 고정시킨 마리아의 아마포 옷이나… 부드럽게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고정시키려고 안나가 장식해준 파란 꽃으로 만들어진 화관을 구기지 말라고 마리아가 말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리아의 옷도, 화관도 구기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세 살 난 어린 숙녀 마리아는 둘러 서 있는 어른들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고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 영혼에 대하여 말하고 있어요. 내 영혼은 하느님의 것이니 하느님께만 만져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람들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네 영혼이 아니라 너에게 입 맞추려는 거야,’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내 몸은 내 영혼의 성전이고, 성령께서 그 사제에요. 백성들은 사제들의 구역에 들어가지 못해요. 제발 하느님의 구역에 들어오지 마세요.’

마리아를 몹시 좋아했었던 여덟 살 가량의 알패오는 이 대답에 큰 충격을 받아 다음날 자기의 작은 동굴 옆에 있는 그분을 보고 물었다. ‘마리아야, 네가 크면 나에게 시집올래?’ 알패오에게는 전날의 혼인잔치의 흥분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랬더니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너를 아주 좋아하지만, 너를 남자로 보지는 않아. 나는 너에게 비밀을 말해줄게. 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영혼만 봐. 나는 온 마음으로 영혼을 사랑해. 하지만 나는 하느님만을 나를 바칠 수 있을 ‘진짜로 살아 계시는 분’으로 봐.’ 이것은 일화들 중 하나이다.”

“‘진짜로 살아 계시는 분(the True Living Being)’이라! 이건 참으로 심오한 말인데요.”

바르톨로메오가 외친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겸손하게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분께서는 지혜의 어머니셨다.”

“그분께서 그러셨다고요?… 그렇지만 그분은 겨우 세 살이셨는데요?”

“그분께서는 지혜의 어머니셨다. 마리아께서 잉태되셨을 때부터 지극히 완전한 한 분이자 삼위(His most perfect Unity and Trinity)인 하느님께서 그분 안에 계셨듯이 나는 이미 그분 안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죄인인 제가 감히 말씀드리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요아킴과 안나는 그분이 선택된 동정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아니다, 그분들은 알지 못했었다.”

“그렇다면 요아킴은 어떻게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미리 구원하셨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까? 그것은 원죄에 대한 마리아의 특은(Her privilege over sin)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 요아킴은 모든 예언자들처럼 하느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말했다. 그분 자신도 성령께서 자기의 입술을 통하여 말씀하신 숭고한 초자연적 진리를 깨닫지 못했었다. 그분은 그러한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을 만큼 의인이셨고, 겸손하셨기 때문이다.

교만이 있는 곳에는 의덕(justice)이 없다. 요아킴은 의롭고 겸손했다. 요아킴은 부성애로 그분의 딸을 위로해주셨다. 그분은 사제의 지식으로 자기의 딸을 가르쳤다. 그는 하느님의 계약의 궤의 보호자로서 사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대사제로서(요아킴은 유다 지파로서 사제는 아니지만 진정한 의미의 계약의 궤인 성모 마리아의 보호 자였기 때문에 영적인 의미에서 사제요 대사제라는 말씀이다.) 티 없는 여자(the Immaculate One)’라는 가장 감미로운 칭호로 딸을 봉헌했다.

다른 백발의 대사제가 세상 사람들에게 ‘마리아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분(the Immaculate Conception)’이라고 말하고, 이 진리를 의심할 점이 없는 교리로 신자들의 세계에 주어, 이단들과 악덕의 흐린 회색 안개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가는 그 시대에 별들로 관 쓰고, 자기보다는 덜 깨끗한 달빛으로 옷 입고, 모든 별들보다 더 밝은, 피조세계의 여왕이자 하느님의 여왕(the Queen of Creation and of God)이신 분께서 완전히 드러나 세상에서 빛날 날이 올 것이다. 하느님이신 왕(God-King)께서는 그분의 나라에서 마리아를 그분의 여왕으로 모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아킴은 예언자셨습니까?”

“그분은 의인이셨다. 그분의 영혼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자기의 영혼에게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메아리처럼 되풀이한 것이었다.”

“나의 주님, 우리는 언제 이 어머니를 뵙게 되겠습니까?”

야베츠가 갈망하는 눈빛으로 말한다.

“오늘 저녁에. 네가 그분을 뵐 때 너는 그분께 뭐라고 말씀드리겠니?”

“‘구세주의 어머니, 저는 당신께 문안드립니다’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될까요?”

“아주 좋다.”
예수께서는 그를 쓰다듬어주시며 동의하신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성전에 가야 하지 않습니까?”
필립보가 여쭌다.

“우리는 베타니아로 출발하기 전에 거기 갈 것이다. 너는 여기 남아 있을 거지?”

“예, 나의 주님.”

올리브 밭의 관리인인 요나의 아내가 조용히 다가와서 말한다.

“당신께서는 왜 이 아이를 안 데려가십니까? 이 아이는 몹시 가고 싶어 하는데요…”

예수께서는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신다.
여자가 알아듣고 말한다.

“알겠습니다! 저는 아직 마르코의 작은 겉옷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찾아보겠습니다.”

그 여자가 뛰어간다.
야베츠는 요한의 소매를 잡아끈다.

“선생님들이 엄격할까요?”

“오!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어쨌든 오늘은 아니다. 네가 선생님의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며칠 후에는 너는 어떤 박사보다 더 지혜롭게 될 것이다.”


요한이 그를 안심시킨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야베츠의 걱정에 미소 짓는다.

“그런데 누가 이 애의 아버지로 참여하지?”
마태오가 묻는다.

“당연히 나지! 만일… 선생님께서 직접 아이를 소개하기를 원치 않으신다면 말이야.”
베드로가 말한다.

“아니다, 시몬아. 나는 그 역할을 하지 않고, 그 영광을 너에게 넘겨주겠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도 가시겠지요?”

“물론. 우리 모두가 간다. 이 아이는 ‘우리’ 아이니까.”

요나의 마리아는 아직 입을 만한 짙은 보라색 겉옷을 가지고 돌아온다. 그런데 그 색깔이라니! 그 여자 자신도 이렇게 말한다.

“마르코는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며 이것을 입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고말고! 정말 끔찍하다! 얼굴빛이 올리브색인 가엾은 야베츠가 그 강렬한 보라색 옷을 입자 어찌나 안 어울리는지 정말로 못 봐주겠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른 같은 옷차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한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선생님. 하녀가 지금 막 어린양을 쇠꼬챙이에서 뺐습니다.”

“그럼 가자.”

그들은 자기들이 있던 자리에서 내려와 식사하려고 넓은 주방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