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3권 공생활 둘째해(상)

하사시 3권 p325~p335 [194. 스켐에서 브에롯으로. 195. 브에롯에서 예루살렘으로]

Skyblue fiat 2025. 4. 5. 17:17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325~p335

 

194. 스켐에서 브에롯으로

1945. 6. 19.

강이 새 지류들의 물을 받아 커지는 것처럼 스켐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는 소로들을 통하여 여러 마을들에서 성도로 가는 신자들이 쏟아져 들어옴에 따라 길손들로 점점 더 혼잡해진다. 그런 혼잡함은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아이의 부모가 산사태 난 땅 밑에 묻혀 있는 고향의 야산 근처를 지나가면서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베드로가 아이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여행자들은 가파른 산 위에 있는 실로를 왼쪽으로 바라보며 지나친 다음 수정같이 맑은 물이 소리 내며 흘러가는 푸르른 계곡에서 쉬며 음식을 먹느라 오랫동안 걸어온 길을 잠시 중단한 후 다시 길을 떠나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거의 나무가 없는 석회질의 야산을 넘어간다. 그 다음에 그들은 석회질 산의 암괴들을 꽃 줄로 장식하고 있는 매우 아름다운 포도밭들이 모여 있는 곳을 거쳐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곳은 매우 화창하다.

베드로가 의미심장하게 미소지으며 예수께 눈짓하자, 그분께서도 미소 지으신다. 아이는 엔도르의 요한이 가본, 매우 단 포도가 나지만 그 포도들은 포도주를 만드는 데보다는 꿀 바른 비스킷보다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데 쓰인다는 다른 나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해주는 것을 듣는 데 주의가 쏠려 있어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들은 지금 훨씬 더 가파른 새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먼지가 많이 나고 혼잡한 큰 길을 벗어나 산에 나 있는 이 지름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정상에 이르자 그들은 멀리 아마 회칠한 집들인 큰 복합체 위에서 빛나고 있는 거대한 밝은 빛을 볼 수 있다.

“야베츠야”
예수께서 부르신다.

“이리 오너라. 금빛 점이 보이지? 저기가 주님의 집이다. 거기서 너는 율법에 순종하겠다고 맹세할 것이다. 그런데 너는 율법을 잘 아니?”

“제 엄마는 저에게 율법에 대하여 말해주셨고, 제 아버지는 저에게 십계명을 가르쳐주셨어요. 저는 글을 읽을 줄 알아요… 그리고… 그리고 저는 제 아버지와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말해준 것을 안다고 생각해요…”

예수께서 부르실 때 웃으면서 왔던 아이가 지금은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손을 예수의 손에 잡힌 채 울고 있다.

“울지 말고 내 말을 들어라. 너는 여기가 어딘지 아니? 여기는 거룩한 야곱이 천사의 꿈을 꾼 베텔이다.(창세28,10-22) 너는 아니? 너는 기억하니?”

 

“예, 주님. 그분은 땅에서 하늘까지 올라가는 사다리를 보았는데, 천사들이 그리로 올라가고 내려왔습니다. 만일 우리가 항상 착하게 산다면, 우리가 죽을 때에 같은 것을 보게 되고, 그 사다리를 통하여 하느님의 집으로 간다고 엄마는 저에게 말해주곤 했었어요. 제 엄마는 저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었어요… 하지만 지금 그분은 더 이상 저에게 말해주지 않아요… 저는 그 말을 전부 여기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엄마에게서 받은 건 그것이 전부입니다…”

눈물이 슬퍼하는 그의 작은 얼굴로 흘러내린다.

“그렇게 울지 말고, 내 말을 들어라, 야베츠야. 나에게도 한 어머니가 계시는데, 그분의 이름은 마리아시다. 그분께서는 거룩하시고, 착하시고, 많은 것들을 말씀하실 줄 아신다. 그분께서는 선생보다 더 지혜로우시고, 천사보다 더 착하시고, 더 아름다우시다.


지금 우리는 그분을 뵈러 가고 있는데, 그분께서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주실 것이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너에게 많은 것들을 말씀해주실 것이다. 내 어머니와 함께 요한의 어머니도 계시는데, 그분도 아주 착하시고, 그분의 이름도 마리아시다.

그리고 내 사촌 유다의 어머니도 계시는데, 그분은 꿀 케이크처럼 다정한 분이시고, 그분의 이름도 마리아시다. 그분들은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주실 것이다. 네가 착한 아이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너를 많이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도 그럴 것이다.
너는 이분들 곁에서 자랄 것이고,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너는 하느님의 성인이 될 것이다. 너는 여기서 너에게 새 어머니를 준 예수를 박사처럼 전파할 것이다. 나는 죽은 네 어머니와 네 아버지에게 하늘의 문을 열어줄 것이고, 네 때가 되면 너에게도 하늘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너는 죽을 때 하늘의 긴 사다리를 올라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너는 훌륭한 제자일 테니 살아 있는 동안에 이미 그것을 올라갔을 것이고, 그래서 너는 낙원의 문에 가 있게 될 것이다. 나는 거기 있을 터인데, 너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친구이자 마리아의 아들인 너는 오너라.’ 그 다음에 우리는 함께 있을 것이다.’”

한 손을 예수의 손에 잡힌 채 그분 곁에서 걷고 있는 어린이의 들린 얼굴에 다가가시려고 몸을 약간 숙이고 걸어가고 계시는 예수의 환한 미소와 신기한 이야기는 아이의 눈물을 마르게 하고, 그를 미소 짓게 한다.
그 동안에 많은 고통과 궁핍에 짓눌리기만 했을 뿐 우둔한 것과는 거리가 먼 아이는 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이렇게 묻는다.

“당신께서는 당신께서 하늘의 문들을 열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그 문들은 큰 죄 때문에 닫혀 있지 않아요? 제 엄마는 용서가 오기 전에는 아무도 하늘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래서 의인들은 고성소(Limbo)에서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곤 했었어요.”

“그렇다. 하지만 나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다음에… 그리고 너를 위하여 용서를 얻은 다음에 그분께로 가서 말씀드릴 것이다. ‘아버지, 저는 당신의 뜻을 완수했습니다. 지금 저는 제 희생에 대한 보상을 원합니다. 기다리고 있는 의인들이 당신의 나라로 오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네가 바라는 대로 될지어다’ 하고 나에게 말씀하실 것이다. 그때 나는 내려와 모든 의인들을 부를 것이고, 고성소는 내 목소리를 듣고 그것의 문들을 열 것이다.


그러면 성조들과 빛나는 예언자들과 이스라엘의 축복 받은 여인들과 어린이들이 환호하며 나올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나올지 알겠니? 꽃이 만발한 풀밭의 꽃들의 수만큼 많은 모든 나이의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노래 부르며 나를 따라 아름다운 낙원으로 올라갈 것이다.”

“제 엄마도 거기 있을까요?”

“틀림없이.”

“당신께서는 저도 죽었을 때 엄마가 당신과 함께 천국 문에 있을 거라고 저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네 엄마와 네 아버지는 그 문에 와 있을 필요가 없을 거다. 그분들은 빛나는 천사들처럼 하늘에서 땅으로, 예수에게서 자기들의 어린 야베츠에게 끊임없이 날아왔다 날아갔다 하고, 네가 죽으려고 할 때는 저 울타리에 있는 새 두 마리가 하는 것처럼 할 테니 말이다. 저 새들이 보이니?”

예수께서는 아이가 더 잘 볼 수 있도록 아이를 안아 올리신다.

“새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저희의 작은 알들을 품고 있는지 보아라. 그놈들은 그것들이 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에 그놈들은 날개를 펴서 새끼들을 모든 악들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리고 새끼들이 자라서 날 수 있게 되면, 그놈들은 자신들의 강한 날개들로 새끼들을 받쳐서 저 높이, 높이, 높이… 해를 향하여 데리고 올라갈 것이다. 네 부모도 너에게 똑같이 할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될까요?”

“정확히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기억하라고 그분들에게 말씀해주시겠지요?”

“그분들이 너를 사랑하니 그것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분들에게 말해주겠다.”

“오! 저는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해요!”

아직 예수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이가 그분의 목을 껴안고 기뻐하며 그분께 입 맞추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예수께서도 아이에게 입 맞추어주신 다음 그를 땅에 내려놓으신다.

“자! 계속 가자, 성도를 향하여. 우리는 내일 저녁에 거기 도착해야 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서둘러야 하니? 너는 그 이유를 나에게 말해줄 수 있겠니? 설사 우리가 모레 도착한다 해도 똑같지 않겠니?”

“아니오. 그것은 똑같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일은 안식일 전날이고, 그래서 해가 진 다음에는 6스타드(stade: 고대 그리스의 거리의 단위로 1스타드는 180-190미터) 밖에 다닐 수 없으니까요. 안식일과 그 휴식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상은 걸을 수 없어요.”

 

“그럼 안식일에는 빈둥빈둥 놀며 지내는 거냐?”


“아니오.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 기도드려요.”

“그분의 이름은 무엇이니?”

“아도나이. 하지만 성인들은 그분의 이름을 말할 수 있어요.”

“착한 어린이들도 말할 수 있다. 네가 안다면 나에게 말해보아라.”

“야훼.” (아이는 G자를 매우 부드럽게 발음하여 야로 들리게 하고, ‘아’음은 매우 길게 발음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안식일에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기도드리니?”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모세에게 율법의 판들을 주시며 그에게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오! 그분께서 말씀하셨어? 그분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셨니?”

“그분께서는 우리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너희는 엿새 동안에 일하고, 일곱째 날에는 너도 쉬고, 다른 사람도 쉬게 해라. 왜냐하면 나도 창조한 다음에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뭐라고? 주님께서 쉬셨다고? 그분께서는 창조하시느라 피로하셨던 게냐? 그리고 정말로 그분께서 창조하셨니? 너는 그걸 어떻게 아니? 내가 알기로는 하느님께서는 피로를 모르신다.”

“그분께서는 피로하지 않으셨어요.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걷지도 않으시고, 그분의 팔들을 움직이지도 않으시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그분께서는 아담과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려고, 그리고 우리가 그분에 대하여 생각하는 한 날을 가지게 하시려고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틀림없이 모든 것을 창조하셨습니다. 주님의 책이 우리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그 책을 쓰셨니?”

“아니요. 하지만 그것은 진리에요. 루치페르에게 가고 싶지 않다면, 사람은 그것을 믿어야 해요.”

“하느님께서는 걷지도 않으시고, 그분의 팔들을 움직이지도 않으신다고 너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분께서는 어떻게 창조하셨니? 그럼 그분께서는 어떻게 생기셨니? 그분께서는 조각상이시니?”

“그분은 우상이 아니시고 하느님이셔요. 그리고 하느님은… 하느님은…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엄마가 어떻게 말했는지, 아니 당신의 이름으로 에스드렐론의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그분이 어떻게 말했는지 생각하도록 나를 내버려두세요…


제 엄마는 제가 하느님을 이해하게 하려고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하느님께서는 너에 대한 내 사랑과 같은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몸을 가지고 계시지 않지만, 그래도 계신다.’
그리고 그 작은 분은 아주 다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하느님께서는 한분이시고, 삼위이시며, 영원한 영이시다. 그리고 제2위는 우리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여 육체가 되셨는데, 그분의 이름은…’
오! 나의 주님! 지금 제가 그것에 대하여 생각해보니… 그것은 당신이시군요!”

아이가 깜짝 놀라 땅에 엎드려 경배한다.
아이가 넘어진 줄 알고 그들 모두가 달려온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시고 침묵하라고 그들에게 몸짓하신 다음에 말씀하신다.

“야베츠야, 일어나라. 어린이들은 나를 무서워하면 안 된다.”

어린이는 공경하는 태도로 머리를 들어 거의 두려워하는 변화된 표정으로 예수를 올려다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그분의 한손을 내밀며 말씀하신다.

“너는 지혜로운 어린 이스라엘 사람이다. 시험을 계속하자. 네가 나를 알아본 지금 너는 성경이 나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아니?”

“오! 예, 주님!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이 당신에 대하여 말합니다. 당신께서는 언약된 구세주십니다. 지금 저는 왜 당신께서 고성소의 문들을 여실 것인지를 깨닫습니다. 오! 주님! 주님! 그런데 당신께서는 저를 이렇게도 많이 사랑하세요?”

“그렇다, 야베츠야.”

“아니에요. 저는 더 이상 야베츠가 아닙니다. 당신께서 저를 사랑하셨고, 저를 구원해주셨다는 뜻을 가진 새 이름을 저에게 주세요…”

“나는 이름은 내 어머니와 함께 고르겠다. 좋으냐?”

“하지만 정확히 그런 뜻을 가진 이름이어야 해요. 저는 제가 율법의 아들이 되는 날 그 이름을 받겠어요.”

“너는 그날부터 그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들은 베텔을 통과한 다음에 음식을 먹기 위하여 시원하고 물이 많은 작은 계곡에서 잠시 쉰다. 야베츠는 계시(revelation)로 인하여 반쯤 얼이 빠진 채 예수께서 자기에게 주시는 음식을 말없이 한 입, 한 입 공손하게 받아먹는다.
그러나 그는 조금씩 대담해져서 다른 사람들이 풀밭에 누워 쉬는 동안에 요한과 함께 푸른 풀밭에서 즐겁게 논 다음 미소 짓는 자기의 친구 요한과 함께 예수께로 돌아와 세 사람이 대화한다.

“너는 성경에서 누가 나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주님, 예언자들입니다. 그리고 그전에도 성경은 아담이 쫓겨났을 때 당신에 대하여 말하고… 그 다음에는 야곱과 아브라함과 모세에게도 말합니다… 오!… 제 아버지는 자기가 요한에게 ―이 요한 말고, 요르단 강의 요한이요― 갔었는데, 그 훌륭한 예언자가 당신을 어린양이라고 불렀다고 저에게 말해주었어요… 오! 이제 저는 모세의 어린양을 이해하겠어요… 당신께서는 파스카에요!”

요한이 그를 놀린다.
“하지만 그분에 대하여 가장 잘 예언한 예언자는 누구냐?”

“이사야와 다니엘, 하지만 저는… 지금 당신을 제 아버지로 사랑하니 다니엘이 더 좋아요. 제가 이렇게 말해도 돼요? 제가 제 아버지를 사랑했던 것처럼 저는 당신을 사랑한다고요? 그래요? 그럼 지금 저는 다니엘을 더 좋아해요.”

“왜? 그리스도에 대하여 가장 많이 말한 사람은 이사야인데.”

“맞아요, 하지만 그는 그리스도의 고통들에 대하여 말해요. 반대로 다니엘은 아름다운 천사와 당신의 오심에 대하여 말해요. 사실은… 다니엘도 그리스도께서는 제물로 바쳐질 것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어린양이 일격에 제물로 바쳐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사야와 다윗이 말하는 것처럼 말고요. 저는 제 엄마가 그들의 글을 읽어주는 것을 들을 때 항상 울었어요. 그래서 그분은 더 이상 그들의 글을 읽어주지 않았어요.”

그는 예수의 손을 쓰다듬고 있는 지금도 울기 직전이다.

“지금 당장은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라. 너는 십계명을 아니?”

“예, 나의 주님. 저는 제가 그것을 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숲 속에서 살 때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그리고 저는 제 엄마와 아버지의 말을 듣고 싶어서 그것을 되풀이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당신을 모시고 있으니 더 이상 울지 않겠어요(그러나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린다).”

요한은 미소 지으며 예수를 껴안으며 말한다.

“제가 한 말과 똑같군요! 마음이 어린아이인 사람은 모두 똑같이 말합니다.”

“그렇다, 그 이유는 그들의 말이 오로지 하나의 지혜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브에롯에 아주 일찍 도착할 수 있도록 떠나야겠다. 군중이 더 많아지고 있고, 비가 올 것 같구나. 숙소 쟁탈전이 벌어질 터인데, 나는 너희가 병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요한이 그의 동료들을 부른다. 그들은 평야를 지나 브에롯까지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것은 아주 잘 가꾸어지지도 않았지만, 그들이 실로를 지나온 다음에 넘어온 야산처럼 메마르지도 않다.

 




195. 브에롯에서 예루살렘으로

1945. 6. 20.

비가 오고 있다. 나에게는 베드로가 아이네아스(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물. 그가 피난 갈 때 자기의 아버지를 업고 갔다고 하여 야베츠를 업고 가는 베드로를 아이네아스와 비교한 것이다.) 와 정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아버지를 업고 가는 대신 자기의 큰 겉옷으로 완전히 둘러싼 어린 야베츠를 자기의 양어깨에 무동 태우고 있다. 소년의 작은 머리가 베드로의 반백의 머리 위로 보인다. 베드로의 목에는 어린이의 팔이 감겨 있는데, 그는 습지를 철벅거리고 걸어가며 웃고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꼴을 면할 수도 있었는데.”

가리옷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와 땅에서 자기의 옷에 튀어 오르는 물로 인하여 신경질 내며 투덜거린다.

“에! 우리가 면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말고도 많아요.”

엔도르의 요한이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잘생긴 유다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한다. 나는 그의 외눈이 두 눈 만큼이나 잘 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무슨 뜻이오?”

“내 말은 우리가 우리의 이웃 중 누구에게도 경의를 표하지 않고, 몇 방울의 비나 몇 방울의 흙탕물이 튀는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문제들에 있어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요소들이 우리에게 경의를 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익하다는 것입니다.”

“그건 맞는 말이오. 하지만 나는 말쑥하고 깨끗한 차림으로 시내에 들어가기를 원해요. 나는 거기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높은 자리에 있는 친구들이란 말이오.”

“그렇다면 당신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당신은 나를 놀리고 있소?’

“그럴 리가요! 하지만 나는 과거의 선생이고… 과거의 학생입니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나는 배워오고 있습니다. 나는 먼저 무위도식하는 법을 배웠고, 그 다음에는 인생을 관찰했고, 그 다음에는 인생의 쓰라림을 알게 되었고, 무익한 정의, 하느님과 사회를 거스르는 ‘사람만의’ 정의를 행했어요.


하느님께서는 나를 가책으로 벌하셨고, 사회는 사슬로 벌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정의의 희생자가 되었어요.
마침내 지금 나는 ‘사는’ 법을 배웠고, 배우고 있습니다. 내가 선생이고 학생인 만큼 배운 것을 내가 복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당신은 아시겠지요.”

“하지만 나는 사도요…”

“그리고 나는 보잘것없는 불쌍한 인간이고요. 나도 압니다. 그러니 내가 감히 당신에게 훈계하려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보세요, 사람이 어떻게 될는지 당신은 결코 알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정직하고 존경받는 교사로서 키프로스에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살인자가 되었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되었어요. 내가 복수하려고 칼을 들었을 때, 그리고 쇠사슬을 끌고 다니며 세상을 미워할 때 만일 누군가가 내가 거룩하신 분의 제자가 될 것이라고 나에게 말했다면, 나는 그가 제 정신인지 의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나는 여기 있어요! 그러니 내가 사도인 당신에게 좋은 충고를 해줄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내 성덕이 아니라 내 경험 때문에요. 나는 성덕에 대해서는 꿈도 안 꿉니다.”

“당신을 디오게네스라고 부른 그 로마인이 옳았소.”

“물론입니다. 그러나 디오게네스는 인간을 찾고 있었는데,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보다 더 운이 좋아서 여자가 있다고 믿었던 곳에서 뱀을 만났고,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간부(姦夫)를 찾아냈어요. 그러나 나는 이 경험으로 인하여 미친 사람이 되어 그렇게도 여러 해 동안 방황한 끝에 사람(the Man)을, 거룩하신 분(the Holy One)을 찾아냈습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지혜가 아닌 다른 지혜는 알지 못하오.”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구원의 방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 지식 아니 하느님의 지혜도 가지고 있어요.”

“그건 같은 거요.”

“오! 아니에요! 그것은 해가 쨍쨍 나는 날에 비하면 안개 낀 날과 같은 겁니다.”

“좋소! 당신은 그렇게도 나를 가르치고 싶소? 나는 그것이 싫소.”

“내 말을 막지 마세요! 언젠가 나는 아이들에게 말하곤 했어요. 그들은 주의가 딴 데 쏠려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나는 그림자들에게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것들은 나를 저주했어요. 그 다음에 내가 닭들에게 말했더니, 그놈들은 아이들과 그림자보다 나았어요.
지금 나는 아직 하느님에게 말씀드릴 줄 모르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왜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을 막으려 합니까? 나는 눈이 하나밖에 없고, 내 인생은 광산에서 부서졌고, 여러 해 전부터 심장이 병들었습니다. 최소한 내 정신이라도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내버려두시오.”

“예수께서는 하느님이시오.”

“나도 압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믿습니다. 당신이 믿는 것보다 더요. 왜냐하면 나는 그분의 작용으로 다시 살아났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 아무리 좋으시다 해도 그분께서는 여전히 하느님이시기에, 보잘것없는 불쌍한 사람인 나는 당신처럼 그분께 감히 무람없이(예의 없이 함부로)  굴지 못합니다.

내 영혼은 그분께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입술은 감히 그러지 못해요. 나는 그분께서 내 영혼이 감사와 뉘우치는 사랑에 복받쳐 울고 있는 것을 감지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요한아, 그것은 사실이다. 나는 네 영혼을 감지한다.”

예수께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드신다. 유다는 창피해 하며 얼굴을 붉히고, 엔도르의 사람은 기뻐하며 얼굴이 상기된다.

“내가 네 영혼을 감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네 정신이 하는 일도 느낀다. 네가 말한 것은 정확하다. 네가 내 안에서 형성되면, 선생과 부지런한 학생으로서의 네 경험은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말해라, 부디 말해라. 너 자신에게도 말해라.”

“선생님, 언젠가 불과 얼마 전에 당신께서는 자기의 자아에게 말하는 것은 나쁘다고 저에게 말씀하셨는데요.”

가리옷의 유다가 무례하게 말한다.

“그건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네 자아와 함께 불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불평하지 않고 묵상하는데, 좋은 목적으로 묵상한다. 그러니 이 사람이 어떤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요컨대 제가 틀렸군요!”
유다는 공격적이다.

“아니다. 네 마음은 참을성이 없다. 날씨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농부들은 비를 바란다. 비가 오도록 기도하는 것은 사랑이다. 비도 사랑이다. 보아라. 아름다운 무지개가 아타롯에서 라마 쪽으로 아치를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이미 아타롯을 지나왔다. 우리는 큰 슬픔의 골짜기를 지나온 것이다. 여기는 모든 것이 잘 가꾸어져 있고, 구름을 뚫고 나온 햇빛을 받아 아름답다.
우리가 라마에 가면 거기서 예루살렘까지는 36스타드가 된다. 기브아 사람들이 저지른 소름끼치는 음행의 장소인(판관19,11-21,25) 저 야산을 지나면 우리는 다시 예루살렘을 보게 된다. 유다야, 육체의 정욕이란 얼마나 무서우냐…”

 

유다는 대답 대신 화내며 물웅덩이 속을 철벅거린다.

“저 사람이 오늘 왜 저럽니까?”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요나의 시몬이 네 말을 듣지 못하도록 침묵해라. 모든 말다툼들을 피하자… 그래서 시몬의 기분을 망치지 말자. 저 사람은 자기의 아이와 몹시 행복하다!”

“그러겠습니다, 선생님. 하지만 그건 옳지 않습니다. 제가 그에게 말하겠습니다.”

“그는 젊다. 나타나엘아. 너도 젊을 때가 있었다…”

“예… 하지만… 그는 당신께 불경스럽게 굴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인다.

베드로가 그들에게 달려온다.
“무슨 일이야? 누가 불경하게 굴어? 새 제자가?”

그는 엔도르의 요한을 쳐다본다. 엔도르의 요한은 예수께서 사도를 나무라고 계신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여 지금은 알패오의 야고보와 열성당원 시몬에게 말하고 있다.

“천만에, 그는 소녀처럼 공손해.”

“오! 좋아! 그렇잖으면… 남아 있는 그의 한쪽 눈이 위험할 거야. 그럼… 그럼 그건 유다로구먼!…”

“시몬아, 들어라. 너는 네 어린 친구나 보살필 수 없겠니? 너는 나에게서 아이를 빼앗아가고, 지금은 내가 나타나엘과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데 끼어들려고 한다. 너는 네가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예수께서 몹시 온화하게 미소 짓고 계시기 때문에 베드로는 자기의 생각을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바르톨로메오를 바라보지만… 바르톨로메오는 매부리코의 자기 얼굴을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베드로의 의심이 사라진다.

성도가 보이자 베드로의 관심이 완전히 그쪽으로 쏠린다. 성도는 이제 근거리에 있어 아름다운 언덕들과 올리브밭들과 집들 특히 성전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 광경을 보는 것은 항상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감격과 자부심의 원천임에 틀림없다. 유다의 4월의 매우 뜨거운 해가 집정관 도로의 돌들을 이내 말려놓아서 물웅덩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사도들은 길가에 서서 의복을 가다듬고, 치켜 올렸던 자기들의 옷들을 내린다. 그들은 진흙투성이의 발을 맑은 개울물에 씻고, 머리를 손질하고, 겉옷을 입는다. 예수께서도 그렇게 하신다. 나는 그들 모두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본다.

예루살렘 입성은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이 명절 때 예루살렘의 성곽 앞에 나타나는 것은 군주 앞에 나타나는 것과도 같았다. 성도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진정한’ 여왕이었다.

나는 집정관 도로에서 군중들이 취하는 행동을 눈여겨볼 수 있기 때문에 올해는 그것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여러 가족들의 행렬이 정돈되어 여자들은 모두 함께 모이고, 남자들은 다른 무리를 이루며, 어린이들은 이 무리나 저 무리에게로 간다.

그러나 모두가 아주 진지하고 차분하다. 어떤 사람들은 낡은 겉옷을 개키고 배낭에서 새 겉옷을 꺼내기도 하고 샌들을 바꿔 신기도 한다.

그들의 걸음걸이도 장엄해져서 이미 성직자들과 같다. 각각의 무리에는 합창을 리드하는 선창자가 있어 찬미가를, 다윗의 영광스러운 옛 찬미가들을 부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마치 하느님의 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은 양 서로를 더 다정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위풍당당한 성전 경내 한 가운데에 박혀 있는 진주와 같은, 황금 돔이 얹혀 있는 거대한 대리석 정육면체인 거룩한 건물을 쳐다본다.

사도들의 행렬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맨 앞에는 예수와 베드로가 있고, 그들 가운데에 아이가 있다. 그 뒤에 시몬, 가리옷 사람, 요한이 있고, 그 뒤에 안드레아가 있는데, 그는 엔도르의 요한을 자기와 제베대오의 야고보 사이에 들어오게 한다. 넷째 줄에는 주님의 사촌들이 마태오와 함께 있고, 맨 끝에는 토마스가 필립보, 바르톨로메오와 함께 있다.

예수께서는 세련된 테너의 바이브레이션이 있는 부드럽고 풍부한 목소리인 힘차고 아름다운 높은 바리톤 목소리로 찬미가를 선창하시고, 진짜 테너인 가리옷의 유다, 맑고 아직 앳된 목소리를 가진 요한, 예수의 사촌들의 두 바리톤 목소리, 그리고 바리톤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인 토마스의 목소리가 화답한다.

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다른 사람들은 고음의 합창을 소리죽여 따라한다(시편 찬미가들은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고 불리는 잘 알려진 시편의 노래들이다).(시편120편부터 134편까지의 15편)

남자들의 굵은 목소리들 가운데서 천사의 목소리 같은 어린 야베츠는 노래를 매우 잘하는데, 아마 그가 시편 121편(122편)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야훼의 집에 가자’ 하기에 나는 몹시도 기뻤네.” 며칠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슬퍼하던 작은 얼굴이 지금은 기쁨으로 밝게 빛난다.지금은 성곽이 아주 가깝다. 여기는 물고기 성문인데, 군중이 붐비는 거리다.

그들은 첫 번째 기도를 드리기 위하여 곧장 성전으로 간다. 그 다음에는 겟세마니의 평화, 그 다음에는 저녁식사와 휴식이다.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