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2권-76~80) 순명은 사랑의 정수/가족의 이해관계나 세속적인 일에 얽혀드는 성직자는 불행하다.

Skyblue fiat 2014. 7. 27. 15:28

 

2권-76, 예수님의 수호자이며 사람들의 수호자

1899 년 9월 25일 

 

1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이 기록이 다른 이들의 손에 들어가면 그들은 내가 수많은 은총을 받고서도 여전히 악하다는 것을 모르는 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사람은 틀림없이 착한 그리스도인일 거야. 그러니까 주님께서 그토록 많은 은총을 주시지.' 그러니 사람이란 선에 있어서나 악에 있어서나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가. 오 주님, 홀로 당신만이 마음의 진실과 깊이를 아시나이다."

 

2 내가 이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말씀하셨다. "극진히 사랑하는 얘야, 네가 나의 수호자인 동시에 사람들의 수호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들이 알면 오죽 좋겠느냐!"

 

3 그래서 내가, "예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했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무엇이라고? 네가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그들이 내게 끼치는 고통에서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이냐? 너는 그들이 내게 가하는 타격을 받고 내가 그들에게 가해야 할 타격도 받고 있지 않느냐? 이따금 네가 그것을 받지 못하는 것은 내가 허락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너는 내게 불평까지 할 정도로 큰 슬픔을 느끼지 않느냐? 이 사실을 네가 부정할 수 있느냐?"

 

5 "아닙니다. 주님,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주님께서 제 안에 불어넣어 주신 어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착한 인간이라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당신께서 (방금 전처럼) 말씀하실 때면 저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기분입니다."

 


 

2권-77, 은총의 경이로운 기적인 복되신 동정 마리아,

하느님에 대한 추상적 시각과 직관적 시각

1899 년 9월 26일 

 

1 아침에 예수님께서 오시어 나를 몸 밖으로 나오게 하셨다. 그러나 몹시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뒷모습만 보여 주셨다. 거룩하신 얼굴을 뵙게 해 달라고 아무리 간청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흠숭하올 얼굴을 뵈올 은혜를 내게 베풀지 않으시는 것은 글을 쓰라는 명령에 내가 저항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고 중얼거리면서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2 그분께서는 내가 그렇게 울도록 두신 후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저항에 대하여 별로 개의하지 않는다. 너의 뜻이 나의 뜻과 하도 긴밀히 결합되어 있어서 내가 원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것이 네게 지겨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또한 자석처럼 너를 끌어당겨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기도 하니, 너의 지겨움은 다만 순명이라는 덕행을 더욱 아름답고 찬란한 것이 되게 하는 데에 쓰일 뿐이다. 내가 마음쓰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3 그때 나는 그분의 지극히 아름다운 얼굴을 뵈면서 내적으로 말할 수 없이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드렸다. "지극히 감미로운 제 사랑이시여, 이것이 저입니다. 당신을 뵈면서 이다지 큰 기쁨을 느끼니, 우리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그 지극히 순결한 태중에 당신을 모셨을 때는 얼마나 큰 기쁨에 잠기셨겠습니까?! 얼마나 큰 만족을, 얼마나 큰 은총을 당신께서 그분께 베푸셨겠습니까!"

 

4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내가 우리 어머니에게 쏟아 부은 은총과 기쁨은 어찌나 많고 큰지, 그분께서는 은총에 의해서 본성상 나와 같은 분이 되셨다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그분에게는 죄라는 것이 전연 없었기에 나의 은총이 그분 안에서 거침없이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러므로 내 존재의 그 어떤 것도 그분께 드리지 않은 것이 없다."

 

5 그 순간 내게는 우리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단 하나의 점에서만 하느님과 다른 또 한 분의 하느님처럼 보였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의 본성상 하느님이시지만,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서는 은총의 성취로 말미암아 신성을 지니신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큰 놀라움에 잠겼겠는가! 나의 정신이 이 은총의 경이로운 기적을 보면서 온통 빨려드는 느낌이었다!그래서 예수님을 향하여 이렇게 말씀드렸다.

 

6 "저의 선이시여, 우리 어머니께서 그처럼 많은 선을 지니신 것은 당신께서 그분으로 하여금 당신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보시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 주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추상적인 것입니까, 아니면 직관적인 것입니까? 추상적으로 보여 주시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7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그 둘 사이의 차이점부터 알기를 바란다. 영혼은 추상적으로 하느님을 보고, 직관적으로 그 안으로 들어가서 은총을 -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은총을 얻기에 이른다.러니 네가 어떻게 나의 생명에 참여하지 않았겠느냐? 거의 제2의 천성이 되다시피 네가 감수하는 저 고통, 육신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멀리 나아가는 저 순결,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을 내가 너에게 주지 않았느냐? 너를 직관적으로 내게로 끌어당기면서 말이다?"

 

8 - 아 주님, 참으로 그러하건만 제가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얼마나 감사를드렸습니까? 얼마나 제대로 화답했습니까? 그 생각만 하면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오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시고,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당신께서 무한한 자비를 베푸신 자로서 제가 알려지게 해 주십시오.

 


 

2권-78,

괴로운 유혹 속에서 인내하는 것은 영양이 풍부한 음식과 같다.

1899 년 9월 30일 

 

1 아침 일찍이 한 시간 이상이나 지옥에서 보냈기에, 서둘러 아기 예수님 상(像)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번갯불이 번쩍 하는 듯한 순간, 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가 싶더니 아기를 향해 이렇게 지껄이는 것이었다.

"정말 밉상이네!"

 

2 나는 이에 대해서 마음쓰거나 불안해하지 않음으로써 악마와의 싸움을 피하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악마적인 번쩍임이 내 마음속을 파고들었으니, 이 보잘것없는 마음이 예수님을 미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지옥에서 저주받은 자들과 함께 있는 것 같았고, 사랑이 미움으로 바뀐 것 같았다.

 

3 - 오 하느님,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지다니 얼마나 큰 고통입니까!

 

4 그래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주님, 과연 저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면서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이 고통을 받아 주십시오."

 

5 그렇게 한 시간도 더 되게 지옥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것 같았다. 하느님께 감사! 하지만, 사랑과 증오 사이에 벌어진 싸움으로 말미암아 내 마음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으며 약화되었는지 모른다! 힘이 다빠진 채 문득 평소의 상태로 돌아왔지만 더 이상 목숨이 붙어 있지 않은 것 같았으니, 그것이 그토록 무겁게 나를 짓눌렀던 것이다!

 

6 내 마음과 모든 내적 기능들이 여느 때 같으면 말할 수 없이 조바심치며 그들의 가장 크고 유일한 선이신 분을 원하며 찾았을 터이고, 그분을 찾아내어 더할 수 없이 행복해 하면서 그분의 현존을 누릴 때라야 그 찾는 동작을 멈추었을 터이지만, 이번에는 도시 그렇게 움직일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토록 짓눌려 어리둥절해진 채 그들 자체의 허무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그 존재마저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맙소사! 나의 하찮은 마음이 얼마나 잔혹한 타격을 겪어야 했는지!

 

7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오셨다. 그 위로의 눈길을 받은 나는 지옥에 있었던 사실을 단박 잊어버렸으니, 그분께 용서를 청하지도 않았다. 낮추질대로 낮추진 나의 내적 기능들은 사실 몹시 지쳐 있었기 때문에 그분 안에서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일체가 적막에 싸여 있었고, 그분과 나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가슴에 사랑의 상처를 낼 따름이었다.

 

8 그렇게 한동안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은 후에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좀 다오." "저는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고 나는 말씀드렸다.

 

9 그런데 그 순간 빵 한 조각이 보이기에 그분께 드렸다. 그분께서는 기뻐하시며 그것을 잡수시는 것 같았다.

 

10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예수님께서 아무 말씀도 안 하신 지 한참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런 내 생각에 대해서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11 "때때로 신랑은 가장 깊은 비밀을 신부에게 털어놓으면서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또 다른 때에는 서로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면서 함께 쉬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휴식을 방해할 뿐더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또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므로 오직 서로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12 그러나 서로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함께 쉬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쉬면서 상대의 아름다움 안에서 더 많은 것을 섭취한 결과 서로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밖에 나가서 더욱 큰 힘으로 일을 대하고 관심거리들을 처리하며 보살피게 된다. 이것이 내가 너와 더불어 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니 너는 기쁘지 않느냐?"

 

13 그때에야 비로소 좀 전에 지옥에서 보낸 시간이 내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서 즉시 그분께 "주님, 제가 당신을 정말 모욕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렸다.

 

14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걱정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라. 나는 영혼을 더욱 신속히 하늘로 인도하려고 지옥의 깊이에까지 끌어내리기도 하는 존재이다."

 

15 그분께서는 그리하여 내가 그 피 흐르는 싸움의 시간을 견딜 인내가 바로 빵이었다는 것을 알아듣게 해 주셨다. 그러므로 유혹을 받는 동안의 인내와 수치감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야말로 우리 주님께 양질의 빵을 드리는 것이니, 그분께서 그것을 크게 기뻐하시며 받아들이시는 것이다.

 


2권-79,

성사들의 악용을 몹시 괴로워하시는 예수님

1899 년 10월 1일 

 

1 예수님께서 오늘 아침에는 연달아 나타나셨다. 그러나 말씀이 없는데다 매우 괴로워하시는 모습이었다. 사랑하올 그분의 머리에는 두꺼운 가시관이 들씌어져 있었다. 나의 내적 기능들도 잠자코 멎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선지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2 그러나 머리에 깊이 박힌 가시관으로 말미암아 몹시 괴로워하시는 그분을 보면서 손을 뻗어 그것을 조금씩 떼어 내었다. 그분께서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겪으셨는지! 상처들이 더욱 벌어지면서 얼마나 많은 피가 쏟아졌는지! 사실로 말하자면 그것은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대는 그 무엇이었다.

 

3 그런 다음 나는 그것을 내 머리 위에 올려놓았는데, 머리 속을 잘 파고들도록 예수께서 도와주셨다. 우리의 침묵이 이 모든 동작을 휩싸고 있었다.

 

4 그렇지만 놀랍게도, 조금 있다 그분을 다시 뵈었을 때에, 사람들이 그들의 죄로 또 하나의 가시관을 만들어 그분의 머리에 씌우고 있는 것이었다. 오 흉악한 자들 같으니라고!... 비길 데없는 인내심을 가지신 예수님은 얼마나 위대하신지!

 

5 그래도 그분께서는 침묵을 지키셨고, 그렇게 당신을 모욕하는 자들이 누구인지는 거의 보시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또 가시관을 뜯어내었다. 나의 내적 기능이 온통 깨어나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6 "저의 선이시며 감미로운 생명이시여, 말씀 좀 해 보십시오. 제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여느 때는 당신 비밀을 감추신 적이 없지 않았습니까? 부디 함께 이야기를 나누십시다. 그러면 당신을 짓누르는 고통과 사랑의 무게를 덜게 될 것입니다.

 

7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는 내 고통이 위로이다. 그러나 언제나 나로 하여금 사람들을 벌하지 못하게 하니까 내가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는 나의 정의와 맞서기를 원하니, 내가 네 소원대로 해 주지 않으면 네 심기가 불편해진다. 그러면 너를 계속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나도 괴로워진다. 그런즉 나는 우리 중 어느 쪽도 언짢은 마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8 "어지신 예수님, 정의를 행사하신 후 당신께서 얼마나 괴로워하셨는지를 잊으셨습니까? 제가 어느 때보다도 더 신중하게 사람들을 책벌하시지 말라고 억지를 부리다시피 하는 것은 사람들 가운데서 고통 받으시는 당신이 보이고, 그것도 바로 그 사람들이 마치 독사들처럼 당신께 달려드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9 그들은 그럴 힘만 있다면 진작 당신 생명을 앗아갔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재난을 당하면 당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함으로써 당신의 의노를 한층 더 부채질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제가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하고 말씀드릴 엄두를 못 내는 것입니다."

 

10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정의는 이제 더 이상 눈감아줄 수가 없다. 많은 사제와 평신도가 무엇보다도 특히 성사들을 악용하기 때문에 그들로 말미암아 내가 상처를 입고 있으니 말이다. 숫제 관심이 없는데다 조롱까지 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참여하면서 쾌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들이 있고, 오락가락하며 변덕을 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를 모욕하는 자들도 있는 것이다.

 

11 성사들이 하찮은 그림이나 석상 같은 것으로 실추(失墜)되다니, 오, 이를 보는 내 가슴이 얼마나 미어지는지! 그들은 멀리서 보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지만 더 다가가서 보면 속임수가 드러난다. 손을 갖다 대면 무엇이 만져지겠느냐? 종이, 돌, 나무토막 따위 생명 없는 것들이니, 이것이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게 하는 것이다.

 

12 성사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것이 되고 말았으니 단지 외형만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하물며 깨끗하기보다는 더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 관해서야 무슨 말을 하겠느냐? 종교 지도자들을 지배하는 사리사욕 추구의 정신을 보면 너는 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면서까지 매우 부정한 돈푼이 있는 곳에 눈독을 들이는 것 같지 않느냐? 반면에 개인적인 이익이 없는 곳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13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 공리적(功利的) 정신이 그들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도 흘러넘친다. 그러므로 일반 신자들도 여기에서 그 고약한 냄새를 맡고 그것에 걸려 넘어진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종교 지도자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14 그렇다. 아무도 내게서 빠져나갈 수 없다. 어떤 이들은 나를 직접적으로 모욕하고, 어떤 이들은 그런 죄악을 짓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려들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누구에게 호소하겠느냐? 오히려 그들을 무자격자가 되도록 벌하거나 일부는 완전히 멸할 작정이다. 교회가 황폐해질 정도로 징벌을 내려서 성사들을 집전할 자가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15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그분의 말씀을 가로막으며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사들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올바른 지향을 가지고 성사를 받으며 이를 받지 못하면 매우 괴로워하는 착한 자녀들도 많이 있습니다."

 

16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성사들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겪게 될 그들의 고통은 내게 대한 보속이 될 것이고, 성사들을 악용하는 자들을 위한 희생 제물이 될 것이다."

 

17 나는 복되신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들으면서 온 존재가 산산조각이 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분께서 당신의 무한한 자비로 말미암아 노여움을 가라앉히시기를 기대하고 있다.

 

 

 

2권-80,

"순명은 사랑의 정수이다... 결국 나 자신이 바로 순명이다."

가족의 이해관계나 세속적인 일에 얽혀드는 성직자는 불행하다.

1899년 10월 3일 

 

1 오늘 아침에도 예수님께서 괴로워하시는 모습으로 줄곧 나타나셨다. 인내심이 강하신 그분께 나는 한 마디도 말씀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신앙심들의 통탄할 상태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꺼내실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2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귀부인 순명'이 무엇이든지 다 쓸 것을 요구하고 또 이웃 사랑에 관한 것도 쓰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는 무척 고통스럽다. 그래서 이 귀부인이 내게 치명적일 수 있는 무기를 든 강력한 모습으로 바뀌자, 있는 힘을 다해서 고집을 부리며 싸워왔다.

 

3 사실, 그것이 그토록 내게는 힘든 일이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내게 비추어 주신 빛 안에서 그 빛에 의하여 이웃 사랑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이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았으니, 심장은 수없이 많은 가시로 찔리고 말문은 막히고 용기도 꺾일 대로 꺾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친애하는 순명이여, 나는 당신을 매우 사랑하므로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기꺼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당신도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주제를 다룰 능력이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그래서 내 마음이 미어지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 서로 원수가 되지 맙시다. 당신을 이다지도 사랑하는 자를 잔인하게 대하지 말고, 부디 너그럽게 대해 주십시오. 이리로 와서 우리가 어떻게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 함께 의논해 봅시다.”

 

5 그러자 그녀는 노기를 가라앉히는 것 같았고, 그 대신 가장 긴요한 말을 받아쓰게 하였는데, 그 몇 마디 말 안에 사랑에 관한 여러 사실들의 포괄적 의미를 함축시키는 것이었다.

 

6 그러나 그녀가 더 상세하게 쓰기를 원할 때에 내가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될 것입니다. 많은 낱말보다 하나의 낱말 안에 전체적인 의미를 담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7 때로는 그녀가 양보하고 때로는 내가 양보하는 식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복된 귀부인과 더불어 (일하려면) 여간 큰 인내가 필요하지 않다! 그녀는 그러나 참으로 귀부인이어서 사람이 자기를 지배할 권한을 주기만 하면 당장 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어린양의 모습이 된다. 고된 일은 자기가 떠안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주님과 함께 쉬게 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그녀는 아무도 그의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하는 것이다.

 

8 그러면, 그 영혼이 잠들어 있는 동안 이 귀부인이 하는 일은 무엇이겠는가? 오, 영혼이 해야 했던 일을 대신 해 주느라고 그녀의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이는 참으로 모든 사람의 정신을,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의 정신도 놀라움에 잠기게 하고, 모든 마음을 움직여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점이다.

 

9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문하고 있었다. “순명이란 대관절 무엇일까? 그 질료는 무엇이며, 이를 존속시키는 양식은 무엇일까”그때 예수님께서 당신의 아름다운 음성을 듣게 해 주셨다.

 

10 "순명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냐? 그것은 사랑의 정수(精髓)이다. 순명은 사람이 자기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더없이 고통스러운 희생에서 오는, 가장 훌륭하고 순수하고 완전한 사랑이다. 순명은 지극히 고상하고 거룩한 것이기에, 인간적인 어떤 것, 즉 순명에 속하지 않은 것은 그 무엇도 영혼 안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11 그러므로 온통 주의를 기울여 순명의 거룩한 고상함, 즉 사랑 자체에 속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지 죽여 없앤다. 이것이 다 이루어지면 더 이상 돌볼 것이 없으므로 영혼을 쉬게 한다. 순명은 그토록 영혼에게 적합한 것만 남아 있게 하려고 힘쓰는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이 바로 순명이다."

 

12 복되신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나는 말할 수 없도록 큰 경탄과 황홀에 잠겼다.

 

13 - 오 거룩하신 순명이여, 당신은 얼마나 알아듣기 힘든 분이신지! 당신 발치에 꿇어 엎드려 경배드립니다. 간구하오니, 이 비참한 삶의 여정에서 저를 인도하시고 가르치시며 비추어 주소서. 당신의 인도와 가르침과 비추심을받으면 저는 더 굳건한 확신을 가지고 영원한 하늘을 차지할 수 있겠나이다.

 

14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강요하다시피 해서라도 이 순명이라는 덕행에 관한 이야기를 이쯤서 접어 둘 작정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없이 이야기할 것 같으니 말이다. 언제나 오직 이 이야기만 해도 넉넉할 정도로 많은 비추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들에도 마음을 써야 하므로 여기에서 그치고, 앞에서 중단했던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15 그때 괴로워하시는 예수님이 보였다. 나는 어떤 사람을 위하여 간청하라는 명령이 기억나서 마음을 다하여 그를 예수님께 맡겼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16 "딸아, 그의 모든 일이 오직 덕행으로 빛나게 되기 바란다. 특히 그는 가족의 이해관계에 얽혀 들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가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남에게 주어야 한다. 가진 것이 없더라도 나는 그가 다른 어떤 일들에 관여하며 뒤섞이는 것을 원치 않은다. 그런 일들은 그것을 해야 하는 이들이 하게 하여라. 그는 속박의 사슬에 매이지 않고 세속적인 일에 빠져들지 않아 민첩하고 자유로운 상태로 있어야 한다.

 

17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가족의 일에 말려들어 급기야는 그 무거운 짐을 온통 어깨에 지게 된 다른 이들과 같은 불행 속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내가 그런 이들에게 풍요가 아니라 가난을 허락해 온 것은 오로지 나의 자비로 말미암은 것이니, 성직자로서 세속적인 일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직접 체험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18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내가 이미 말했지만,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는 한 내 성소의 성직자들에게는 일용할 양식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성직자들에게 그저 번성만을 허락했다면 그들의 마음이 진창에 빠져 하느님에 관해서나 그들의 직무에 관해서나 도무지 마음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자기네 상태가 심히 걱정되고 지겹기도 해서 말끔히 털어 내고자 하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하니, 이는 그들이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들을 한 것에 대한 책벌인 것이다.”

 

19 그 뒤 나는 어떤 병자를 예수님께 맡겼다. 그분께서는 그 병자가 당신께 입힌 상처들을 보여 주셨다. 그래서 나는 그분께 간구하면서 노여움을 풀어 드리고 속죄를 하려고 힘썼다. 그러자 그 상처들이 낫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분께서 친절하게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20 “내 딸아, 네가 오늘 내게 아주 능숙한 의사 노릇을 해 주었다. 그 병자가 내게 끼친 상처들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치유해 주려고 애쓰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건강을 회복한 듯 한 느낌이 들고 여간 기쁘지 않다.”

 

21 그래서 나는 이 사실을 깨달았다. 곧, 우리가 병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면, 당신 자신의 모상(인 그 병자) 안에서 괴로워하시는 주님께 의사가 되어 드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