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81, 사람들에 대해 노여워하시는 예수님
1899년 10월 7일
1 복되신 예수님께서 늦도록 오시지 않았던 오늘 아침, 나는 조바심을 치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2 “사랑하올 예수님, 오소서. 이토록 오래 기다리게 하시지 마옵소서! 당신을 마지막으로 뵌 것이 어제 저녁이었는데, 아침이 한나절로 넘어가려는 여태까지 아직도 오시지 않으시다니요? 제가 얼마나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지 보아주시고, 부디 이 참을성을 잃을 정도까지 지체하지 말아 주십시오.이렇게 지체하시는 까닭이 무엇이옵니까? 그 원인이 당신께 있지 않다는 것이옵니까? 제가 더는 참을 수 없을 지경이오니, 부디 오셔 주십시오.”
3 이와 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었을 때에, 나의 하나뿐인 선이신 그분께서 오셨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분은 사람들에 대해 역겨움과 노여움을 느끼시는 표정으로 오셨다. 나는 즉시, “어지신 예수님, 간구하오니, 부디 세상과 화해하소서.” 하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그럴 수 없다. 나는 마치 어느 집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왕과 같다. 그런데 이 집에는 더러운 것과 썩은 것들이 가득하고 다른 많은 것들이 악취를 풍기며 널브러져 있다. 왕은 왕으로서 들어갈 권한이 있으므로 아무도 말릴 자가 없고, 또 집을 왕 자신의 손으로 깨끗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왕은 그렇게 하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도 천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은 왕다운 품위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5 그러므로 이 집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깨끗하게 치워질 때까지는, 아무리 그 집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능력과 원의를 가지고 있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그렇게 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어도, 왕은 결코 거기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6 나도 그렇다.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고 또 그러기를 원하는 왕이지만, 나는 사람의 의지를 원하는 왕이다. 썩어 악취가 나는 것들을, 곧 그들의 죄를 그들 스스로 말끔히 치워 버려야 내가 들어갈 수 있고, 그들과 화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데) 거기에 들어가는 것은 나의 왕다운 품위에 걸맞지 않으니, 징벌을 내릴 수밖에 없다. 환난의 불길이 도처를 휩쓸며 그들을 찍어누르면 그제야 그들은 하느님의 존재를 기억하고, 하느님만이 자기네를 도울 수 있고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테니 말이다.”
7 나는 그분의 말씀을 가로막으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주님께서 징벌을 내리고자 하신다면 저는 떠나고 싶습니다. 이 땅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주님의 조물들이 고통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이 어찌 견딜 수 있겠습니까?”
8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표정을 바꾸시며 다정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떠나면 나는 이 땅 어디에서 살아가겠느냐? 당분간은 함께 여기에 있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자. 하늘에서는 오래도록, 영원토록 함께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 땅에서 너는 내 어머니의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찌 그렇게 빨리 잊어버렸느냐? 그러니까 사람들을 벌할 동안 나는 네 안으로 피신하여 너와 함께 살아가겠다.”
9 “오 주님, 그렇다면 오랜 시일에 걸쳐 제가 산 제물의 신분으로 살아 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사람들이 무슨 선익을 얻었습니까? 당신께서는 사람들이 받을 벌을 면하게 하시려고 저를 산 제물로 삼는다고 하셨는데, 지금 와서 이 징벌들을, 그것도 수년 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것들을 - 하기야 이것이나 저것이나 대동소이하겠지만 - 제게 보여 주고자 하시니 어찌 된 일이십니까?"
10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라. 내가 그것을 자제해 온 것은 너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나올 선익은, 오랫동안 분통을 터뜨렸을 이 끔찍한 징벌의 기간이 단축되리라는 것에 있다. 장기간에 걸쳐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잠시 동안만 받는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게다가 지난 수년 동안, 전쟁이나 혹은 돌연한 죽음들을 통해서 회개할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구원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면 회개하지 않았을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어찌 큰 선익이 아니겠느냐?
11 얘야, 지금으로서는 산 제물이라는 너의 신분이 너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나 큰 이익을 내는지에 대해서 네가 알아듣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하늘에서 네게 보여 주마. 그리고 심판날에 뭇 민족들에게 그것을 드러내 보이겠다. 그러니 더 이상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라.”
2권-82, 화해의 어머니인 희망에 대하여
1899년 10월 14일
1. 오늘 아침 나는 좀 어수선하고 짓눌린 느낌이었다. 주님께서 나를 내쫓으시고자 하시는 것 같았다. 맙소사!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인지! 이러한 상태에 있을 때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작은 끈을 들고 오셔서 그것으로 내 가슴을 세 번 치셨다.
2.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화, 평화, 평화, 너는 평화의 나라가 희망의 나라라는 것을 모르느냐? 그리고 이 희망의 권리가 정의라는 것을 모르느냐? 내 정의가 사람들을 치려고 무장한 것이 보일 때면 희망의 나라 안으로 들어 오너라. 그런 다음 희망이 소유하고 있는 더없이 강력한 특징들을 입고 나의 옥좌 앞으로 올라와서 네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기울여 (정의의) 무장한 손에서 무기를 빼앗아라. 극히 설득력 있고 부드럽고 공감이 가는 말로 그렇게 하되, 희망이 너에게 일러주는 더없이 열렬한 간청과 힘있는 근거를 대면서 하여라. 그러나 희망이 몸소 정의에 꼭 필요한 어떤 권리들을 지원하려고 한다는 것을 네가 알게 되면, 따라서 그 권리들을 포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신을 모욕하고자 하는 것이니 있을 수 없는 일인즉, 그때에는 너도 나를 따라 정의에 굴복하여라."
3. 나는 정의에 굴복해야 했으므로 어느 때보다도 더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제게는 불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모상이기에, 당신께서 그들에게 징벌을 내리시리라는 것은 차마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당신께 속하지 않은 조물들이라면야! 그러나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층 더 제 가슴을 찢는 것은, 제가 거의 언제나 말씀드리는 것처럼, 당신 자신에게 마구 두들겨 맞는 당신을 뵈어야 하는 일입니다. 징벌은 남들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지체들 위에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신 자신에게 뺨을 맞으며 모욕을 당하시는 셈이라는 말씀입니다.
4. 그러므로 당신은 고통스러우실 것입니다.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저의 유일한 선이시여, 당신께서 당신 자신에게 두들겨 맞으며 고통을 겪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괴롭히는 것이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단지 피조물에 불과하니 견디기가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참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러므로 저는 당신을 따라 굴복할 수가 없습니다.”
5. 그분께서는 나의 그 말에 매우 감동하셔서 다정하면서도 괴로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 자신의 지체들이 두들겨 맞을 것이라는 네 말은 과연 옳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 마음속까지 감동되어 자비를 베풀고 싶어졌고, 내 가슴이 애정으로 말미암아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정말이지 징벌은 필요한 것이다.
6. 그리고 네가 이제 내가 조금 두들겨 맞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더 많이 두들겨 맞는 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그만큼 더 나를 모욕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면 네 마음이 더 상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나를 따르는 편이 낫다.
7.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나로 하여금 네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너와 더불어 이야기하면서 얻게 되는 위로도 거절하는 셈이 될 것이고, 나는 내 고통을 털어놓을 사람이 한 사람도 없기에 침묵을 지키게 될 것이다.”
8. 나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얼마나 쓰라린 고통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내 마음을 딴 데로 돌리게 하시려는 듯이 희망에 관하여 다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9. “딸아, 괴로워하지 말아라. 희망은 평화이다. 나는 정의를 행사하면서 지극히 완전한 평화 속에 있다. 그러니 너도 희망 속에 뛰어들어 평화롭게 있어라.
10. 희망 속에 있는 영혼이 공연히 괴로워하면서 불안해하고 실망에 잠기게 된다면, 셀 수 없이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영토의 여왕이면서도 망상에 사로잡혀 가슴 아파하며 이렇게 말하는 인간의 불행 속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갈까? 몸에 무엇을 걸치게 될까? 오, 나는 굶어 죽을 거야, 얼마나 불행한지! 더할 수 없이 비참하게 되었다가 결국 죽음으로 막을 내릴 거야’그녀는 이런 말을 하면서 슬픔과 침통함에 잠긴 채 울고 탄식하며 비참하게 나날을 보낸다.
11. 뿐만 아니라, 더욱 나쁘게도, 자기의 보물들을 보거나 소유지들 속을 거닐면서도 행복해 하기는커녕 다가올 종말을 생각하면서 괴로워한다. 음식을 볼 때에도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마저 먹기를 거부한다. 설사 누군가가 그녀에게 그녀의 재산을 보여 주고, 그녀가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렇듯 극도로 비참한 상태가 될 턱이 없으리라는 것을 보여 주면서 설득하려고 해도, 그녀는 확신하지 못한 채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며 자신의 슬픈 운명에 대해 한층 더 심하게 울어댄다.
12. 그러면 이제 다른 사람들은 그녀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겠느냐? 미쳤다고들 할 것이다.
과연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다. 분별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분명히 그렇다. 다른 이유를 댈 수가 없다.
13. 그런데, 그녀가 망상에 빠져 있었던 대로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겠느냐? 재산을 버리고 자기의 영토 밖으로 나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땅에 들어감으로써 이 야만인들에게서 빵 한 조각도 얻어먹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그 망상은 현실이 되고 과거에 허상이었던 것이 이제는 실상이 된다.
14. 그러나 그것은 누구의 탓이었겠느냐? 이다지도 비통한 변화에 대하여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은 누구이겠느냐? 다름아닌 그녀의 의심 많고 고집스러운 의지이다. 이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영혼에 대해서도 똑같이 지적할 수 있는 점이다. 희망 속에 있으면서도 공연히 속을 끓이며 실망하다 보면 극심한 광증에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15. 그래서 나는 예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주님, 희망 속에 살고 있는 영혼은 어찌하여 언제나 평화 속에 있습니까? 그런데 영혼이 만일 죄를 짓는다면 어떻게 평화 속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16.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희망과 죄는 함께 있을 수 없으므로 영혼이 죄를 지을 때면 희망의 나라를 떠나는 것이다. 인간의 이성은 각 사람이 자기가 가진 것을 존중하며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자기의 소유지로 가서, 가지고 있는 재산 전부를 불살라 버리는 사람이 있겠느냐? 방심한 채 자기 재산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느냐?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17. 이와 같이, 희망 안에 사는 영혼도 죄를 지음으로써 희망을 모욕하고, 희망이 지닌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릴 수 있다. 그러면, 자기 재산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가서 사는 저 여왕과 같은 불행에 처하게 될 것이다. 죄로 말미암아 화해의 어머니인 희망을 떠나 야만인들과 더불어 살 것이니 말이다.
18. 이 어머니는 영혼에게 그 자신의 살을 먹일 정도로 자상하고 감동적인 어머니이니, 그 살은 바로 복된 성사 안의 예수이며 이는 희망의 일차적인 목적이다. 여기서 야만인들은 마귀들이니, 영혼에게 최소한의 위로도 거절하고 독만 먹일 따름인데 이 독이 바로 죄이다.
19. 하지만 그 자상한 어머니는 어떻게 하겠느냐? 영혼이 자기를 멀리하고 있다고 해서 어머니가 무관심하게 있으리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어머니는 울면서 지극히 부드럽고 감동적인 음성으로 영혼을 부르며 (돌아오라고) 애원한다. 그리고 그 영혼을 따라다니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오도록 인도한 후에야 비로소 행복해 한다.”
20.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희망의 본질은 평화이다. 이 화해의 어머니 품안에서 사는 영혼은 은총에 의하여 본래 그대로의 평화에 이른다.”
21.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면서 나로 하여금 어머니의 모습으로 의인화된 이 희망이 인간을 위해서 하는 일을 지성의 빛으로 보게 해 주셨다. 그것은 참으로 부드럽고 감동적인 광경이었다. 만일 누구든지 이 어머니를 볼 수 있다면, 마음이 가장 굳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양심의 가책 때문에 울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어머니를 무척 좋아하게 된 나머지 그 모성적인 품을 떠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내가 이해한 바를 할 수 있는 대로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다.
22. 인간은 영원한 생명을 다시 누릴 것이라는 희망도 없이 영원한 죽음에 처해진 채 악마의 종으로서 쇠사슬에 묶여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멸망할 운명이었다. 그런데 이 어머니는 하늘 높은 곳에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지복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23. 그러나 그녀는 만족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서 생겨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며 그녀의 모상인 자녀들이 주위에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하늘에 있으면서도 그녀의 눈은 땅에서 멸망의 길을 가고 있는 인간에게 온통 쏠려 있었다.
24. 그녀는 사랑하는 자녀들이 구원을 얻도록 하려고 헌신하지만 그들이 하느님의 신성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열등한 존재임을 알고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하려고 한다. 그들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 것이다. 그녀는 그들의 고통과 비참을 떠안고 그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모조리 대행한다.
25. 그리하여 이 사랑에 찬 어머니는 온통 눈물로 젖은 눈과 극히 부드러운 음성과 그 너그러운 마음에서 우러나는 더없이 힘있는 논거들을 가지고 하느님 정의의 대전으로 가서 이렇게 말씀드린다.
26. “저의 길 잃은 자녀들을 위한 은총을 간청합니다. 제 마음은 그들이 저와 떨어져 있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사오니, 제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저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이 생명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주고자 합니다.
27. 당신께서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보속입니까? 그러면 제가 대신 보속하겠습니다. 영광과 영예입니까? 제가 대신 당신께 영광과 영예를 드리겠습니다. 감사입니까? 제가 대신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당신께서 그들로부터 받기를 원하시는 모든 것을 제가 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저와 함께 다스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28. 하느님께서는 이 애정 깊은 어머니의 눈물과 사랑에 감동되시어, 또한 그 말의 힘있는 논지에 설득되시어 이 자녀들을 사랑하고자 하신다. 그들의 운명을 한탄하시면서 (성삼위의) 합의하에 이 어머니의 생명을 희생 제물로 받아들이시고 이로써 (정의를) 온전히 충족시키면서 자녀들을 되찾고자 하시는 것이다.
29. 그리하여 하느님의 명령이 떨어졌고, 그 즉시 어머니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하늘에서 입고 있었던 여왕다운 의상을 내버리고 더없이 천한 종처럼 인간의 비참들을 옷 삼아 걸친다. 그녀는 극도의 가난과 전대 미문의 고통과 인간 본성의 견딜 수 없는 조롱 속에서 살려고 온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하여 울면서 중재하는 일만을 하면서 말이다.
30. 이 자녀들과 이 어머니에 대해서 더욱 놀랄 만한 것은, 어머니는 자녀들을 그리도 사랑하건만, 자녀들은 자기네를 구하려고 온 어머니를 팔을 벌리고 맞아들이기는 커녕 정반대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그들 가운데는 그녀를 받아들이거나 인정하려는 자가 아무도 없으며 오히려 그녀로 하여금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 자상하고 애정 깊은 어머니를 업신여길 뿐더러 죽일 궁리까지 하기 시작한다.
31. 이 배은망덕한 자녀들에게서 그런 고약한 대접을 받고 있음을 보면서 그녀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쯤에서 중단하고 말겠는가? 아니다. 오히려 자녀들을 더욱더 사랑하며 그들을 자기 품안에 모아들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오, 얼마나 고되게 일하는지 피땀을 흘릴 지경이다. 그녀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언제나 자녀들을 구할 태세로 있으니, 그들의 모든 필요를 보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악들을 치유해준다. 요컨대, 자녀들의 선익을 위해서 모든 것을 안배하며 해결해 주는 것이다.
32. 그러나 자녀들은 어떻게 하는가? 그들의 배은망덕을 뉘우치는가? 그녀를 어떤 태도로 맞아들였던가? 이제는 이 어머니 편에 있기로 마음을 고쳤는가? 결코 아니다. 그들은 험상궂은 얼굴로 그녀를 노려본다. 더없이 흉악한 욕설로 그녀의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와 멸시와 당혹을 안겨 주며 온갖 종류의 매를 가지고 때린다. 그렇게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게 하여, 결국 잔혹한 고통과 비탄 속에서 일찍이 본 적 없는 수치스러운 죽음으로 죽게 한다.
33. 그러면 이 어머니는 그 숱한 고통 속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자기를 해치는 이 교만한 자녀들을 어쩌면 미워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더 뜨겁게 그들을 사랑한다. 자기의 아픔을 그들의 구원을 위하여 봉헌하고 평화와 용서의 말을 하면서 마지막 숨을 거둔다.
34. - 오 저의 아름다운 어머니! 친애하는 희망이여! 당신 자체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사랑합니다! 부디, 언제나 저를 당신 품안에 있게 하소서. 그러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겠나이다!
35. 나는 이쯤에서 희망에 관한 기록을 마무리하려고 작정하였다. 그런데 한 음성이 나의 온 존재를 감싸며 울려오는 것이었다.
36. “희망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선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희망의 품속에서 살며 그 무릎 위에서 양육되고 있는 영혼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된다.
37. 영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영광과 영예이냐? 희망은 그에게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큰 영예와 영광을 이 땅에서 줄 것이고, 하늘에서는 영원토록 영광스럽게 해 줄 것이다.
38. 혹은 어쩌면 재산이냐? 오, 희망이라는 이 어머니는 지극히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더군다나 이는 자녀들에게 나누어 주어도 조금도 줄지 않은 재산이다. 게다가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구적인 재산이다.
39. 혹은 행복과 기쁨이냐? 그렇다. 희망은 하늘과 땅에서 찾아낼 수 있고 동등한 것이 달리 있을 수 없는, 가능한 모든 기쁨과 풍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 이 희망의 품속에서 온전히 양육되는 이는 누구나 행복하기 마련이다. 오, 이 어머니는 얼마나 큰 행복과 기쁨에 잠겨 있는지!
40. 혹은 영혼이 원하는 것이 지식과 지혜이냐? 이 어머니는 지극히 숭고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교사들의 교사이니, 그녀가 가르치는 이는 누구나 참된 성덕에 대한 지식을 배우게 된다.”
41. 요컨대, 희망은 우리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그러기에 허약한 사람에게는 힘을 주고, 때가 묻은 이에게는 성사들을 통하여 목욕을 하도록 준비시킨다. 이 자애로운 어머니는 굶주림이나 목마름에 시달리는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을 주는데, 이는 바로 그녀의 지극히 부드러운 살과 지극히 보배로운 피이다.
42. 그런즉, 이 화해의 어머니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녀와 같은 이가 달리 어디 있겠는가? 오, 홀로 그녀만이 하늘과 땅을 화해시킬 수 있었다. 희망이 믿음과 사랑과 하나로 결합하여 인성과 신성을 연결하는 영구적인 고리가 된 것이다.
43. 그러나, 이 희망은, 이 어머니는 대관절 누구인가?
이는 바로 구속 사업을 통하여 길 잃은 인간의 희망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2권-83, 기다림, 가슴 아픈 광경
1899년 10월 16일
1.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오늘 아침에는 오시지 않았다. 어제 저녁 이후 아직 못 뵈었거니와, 그분은 그때 연민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모습이었다. 당신 친히 인간에게 내리신 징벌을 보지 않으시려고 숨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그들을 멸하지 않을 수 없어서 취하신 방식이었건마는! 아아! 이는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가슴 아픈 광경이었다.
2. 나는 그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분께서 왜 오시지 않을까? 내가 그분의 정의에 따르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오시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씀드리는 것이 내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이니...” 그러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마 고해사제가 만류하기 때문에 그분께서 못 오실 거야.”
3.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그분을 뵈었는데, 뵈었다기보다는 가까스로 그분의 그림자만을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은 그분의 말씀이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사제에게 주어진 힘은 한정되어 있다. 그들이 너에게 가 달라고 내게 간청하면서 사람들을 멸하지 않게 하려고 너를 고통 받는 산 제물로 바치는 정도에 따라, 나는 내가 보내는 징벌 속에서도 사람들을 치유하며 구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나도 그들에 대해서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겠다.”
4. 이 말씀을 마치신 그분께서는 괴로움과 눈물의 바다 속에 나를 남겨 두신 채 사라지셨다.
2권-84, 성화를 위해 선용해야 할 지상적인 재산을 우상시하는 것은 금물이다.
징벌의 원인
1899년 10월 21일
1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는 쓰디쓴 며칠을 지내고 나니 지쳐서 힘이 다 빠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 고통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2 “주님, 아시다시피 주님께서 오시지 않으면 저는 극심한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에 저를 맡기고, 주님께 대한 제 사랑의 표시로서, 또한 주님의 의노를 풀어 드리기 위하여 이 쓰디쓴 고통을 봉헌합니다. 제가 느끼는 이 괴로움과 성가심과 나약과 냉랭한 마음을 저 자신과 모든 사람들을 위한 찬미와 보속의 사자(使者)로 주님께 보내 드립니다.
3 제가 가진 것을 다 바치는 것이오니, 주님께서 아무것도 남김 없이 모든 것을 바치실 때에 이 선의의 제물도 받아들여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이제 더는 견딜 수 없사오니, 부디 오셔 주십시오.”
4 나는 몇 번이나 하느님의 정의를 따르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는 까닭이 내게 있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당신 정의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그분으로 하여금 더 이상 오시지 못하게 강요하는 셈이라고 며칠 전에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 날 그분께서는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특히 ‘순명’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5 이러한 괴로움 속에 있을 때에, 한 빛이 이렇게 말하는 목소리와 함께 내게로 왔다. “영혼은 지상적인 것들 사이에 끼여 있는 정도만큼 영원한 선들에 대한 존중심을 잃고 멀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그들에게 재산을 주어 성화를 위하여 쓰도록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이용하여 나를 모욕하고 그들의 기분에 맞는 우상을 만든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재산과 아울러 그들도 멸할 작정이다.”
6 나중에 지극히 사랑하올 예수님을 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분께 너무나 심한 고통과 모욕을 끼치며 분노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장 이렇게 말씀드렸다.
7 “주님, 저는 당신의 상처와 피를 당신께 바칩니다. 또한 사람들이 오관을 악용하여 저지르는 죄악에 대한 보속으로, 당신께서 지상 생활 동안 선용하신 지극히 거룩하신 손과 오관을 당신께 바칩니다.”
8 그러자 예수님께서 심각하게, 거의 노기 등등한 표정으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간의 감각 기관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는 아느냐? 그것은 인간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으르렁대며 쫓아 버리는 들짐승들의 사나운 울부짖음 소리 같은 것이 되었다. 인간의 오관에서 나오는 죄의 악취와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나는 그런 것들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수 없다.”
9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오 주님, 당신께서는 매우 노여워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징벌을 내리시고자 하신다면, 저는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아니면 이 (산 제물의) 신분을 떠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벌을 면해 주기 위한 제물로서 이제 저 자신을 바칠 수 없다면, 저의 이 신분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0 그런데 그분께서 엄한 표정으로 말씀을 다시 시작하셨기 때문에 나는 더럭 겁이 났다. “너는 두 가지 극단적인 것을 원하고 있다. 내가 도무지 징벌을 내리지 않거나 네가 떠나기를 원하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부분적으로나마 그것을 면하게 되면 기쁘지 않겠느냐? 네 생각에 코라토는 나를 가장 심하게 모욕하는 고장이냐, 아니면 그 정도가 가장 덜한 곳이냐?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 볼 때 내가 코라토를 벌주지 않았던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지느냐? 그러니 기뻐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있어라. 그리고 내가 징벌을 내릴 때면 너의 탄식과 고통으로 나를 동반하면서 징벌이 사람들의 회개를 위한 것이 되도록 기도하여라.”
2권-85, “십자가의 길은 온통 별들로 포장되어 있는 길이다.”
1899년 10월 22일
1. 예수님께서 계속 괴로워하시는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오셔서 있는 힘을 다하여 내 팔 속으로 뛰어드시는 품이 위로를 원하시는 것 같았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고통을 내게 좀 나누어 주신 다음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십자가의 길은 온통 별들로 포장되어 있는 길이다. 네가 이 길을 따라가노라면, 그 별들이 찬란한 태양들로 바뀐다. 이 태양들에 에워싸인 영혼은 영원토록 얼마나 큰 행복을 누리겠느냐? 또한, 그때 내가 십자가를 통해서 줄 상급은 너무도 커서 길이도 너비도 잴 수 없을 것이니, 인간의 지성으로는 거의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네가 십자가를 질 때면 인간적인 것은 도무지 없고 일체가 신적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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