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5 장 30세 되던 해의 봄
7. 예수께서 하늘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은 하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사도 1, 10)
주님께서는 점점 더 밝은 광휘를 발하셨다. 제자들은 급히 그분쪽으로 다가갔으나 더 이상 그분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예수께서 광휘에 싸여 산꼭대기에 서 계실 때, 나는 사방을 둥글게 둘러싼 사람의 무리 중에서, 종려나무를 주님 앞에 깔아 드리던 그날에 예루살렘으로부터 나와 그분을 영접했던 사람들을 보았다. 주님께서 산꼭대기에 서 계실 때 그분은 마치 희게 빛나는 태양 광선과도같이 보였다. 그때 하늘로부터 빛나는 둥근 형상이 그분께로 내려왔으며 그것은 무지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뒤쫓아간 사람들은 커다란 원광(圓光) 앞에 몹시 눈이 부신 듯이 서 있었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원광보다 더 밝은 광휘를 발하고 계셨다. 그분은 왼손을 가슴 앞쪽으로 가져가시고 오른손을 높이 쳐드신 다음, 사방으로 방향을 바꾸시면서 전세계를 축복하셨다. 사람들은 꼼짝도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축복이 내려지는 것을 보았다. 전세계를 향해 그분이 축복하실 때 나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이제 위로부터 내려오는 빛과 그분이 스스로 발하시는 광휘가 합쳐지면서 빛 줄기가 사방으로 퍼져 갔다.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빛 가운데로 그분의 모습이 머리부터 점차 사라지는 것을 선명하게 보았다. 마침내 그분은 하늘로 올라가셨다. 그것은 마치 태양이 다른 것 안으로 스며들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불덩이가 빛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기도 했으며, 불꽃 덩이가 화염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도 같았다. 그것은 정오에 한껏 빛을 발하고 있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았는데, 그보다도 더욱 희고 밝았다. 대낮은 그것에 비하면 오히려 어두운 편이었다.
조금 지나자 그 빛은 다소 약해졌다. 모든 회중은 극도의 긴장과 침묵 중에 그것을 바라보았으며, 그들은 또한 온갖 형태의 다양한 영(靈)들이 하늘을 향해 빛 속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은 다소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나는 이 빛 속에서 두 개의 형상을 보았는데, 처음에는 작은 형상이 아래로 내려왔고, 다음에는 예언자처럼 길게 늘어진 흰옷를 입고 손에 지팡이를 든 큰 형상이 내려왔다. 그들은 군중을 향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나팔처럼 크게 울려 퍼졌으며, 내 생각으로는 예루살렘의 모든 사람들까지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아주 조용히 서서 그들의 말을 들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너희는 왜 여기에 서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 너희 곁을 떠나 승천하신 예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그 모양으로 다시 오실 것이다.”50)
이 말을 마치고 그들은 사라졌다. 빛은 잠시 더 머물다가 점점 희미해지더니, 마치 낮이 밤에게 밀려나듯이 사라졌다.
제자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제서야 그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깨달았다. 주님께서는 그들 곁을 떠나시어 하늘에 계신 그분의 아버지께로 되돌아가셨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픈 마음과 혼미한 의식 속에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빛이 완전히 사라질 무렵에 제자들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은 이제 제자들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무리를 이루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여자들도 가까이 다가와서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그런 모습으로 잠시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나서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갔으며, 여인들은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몇몇 사람들은 달랠 수 없는 아이처럼 울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성모 마리아와 베드로 그리고 요한은 아주 고요한 중에 큰 위안을 받았다. 나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지 않고, 믿으려 하지도 않으며, 의심에 싸인 채 제각기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모두들 계속해서 뿔뿔이 흩어졌다. 예수께서 올리브 산정에서 승천하셨던 것이다.
모든 군중들이 제각기 흩어졌을 때의 시간은 이미 점심때가 지나서였다. 나는 성모 마리아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을 향해 가시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 제자들은 이제 혼자라고 느꼈으며, 내버려진 것처럼 생각되어 마음의 평온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 왔을 때는, 특히 그들 가운데 성모 마리아가 계심으로 인해서 그들은 완전히 위안을 얻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주님께서 일러주셨던 말씀, 곧 성모 마리아께서 그들의 중심체가 되시고 그들의 어머니시자 은총의 중재자가 되셔야 할 것이라고 하셨던 주님의 말씀을 완전히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은 성모 마리아를 평화의 모후로 받아 모셨다.
50) 이 말은 안나 카타리나 자신이 언급한 것이 아니고 사도 행전에 기록된 말을 여기에 옮겨 적은 것이다. 그녀는 단지 “그들은 몇 마디 이야기를 했다”라고만 말했다(순례자 브렌타노).
출처
7. 예수께서 하늘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은 하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사도 1, 10)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