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6장/ 1. 마침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사도 2,1)

Skyblue fiat 2021. 5. 17. 05:54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6 장 증거자들

 

1. 마침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사도 2,1)

 

 

나는 사도들이 예수께서 승천하신 그 다음날 이후로 언제나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성모께서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서 사도들 가운데 계셨다.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베푸신 이후 최초의 모임을 그곳에서 가졌던 이래로 나는 사도들이 기도드릴 때와 빵을 나누는 예식 때마다 성모 마리아께서 언제나 베드로의 맞은편에 앉아 계신 것을 보았다. 베드로는 기도 모임과 식사 때에 주님의 후계자로서의 직책을 수행하였다.

 

나는 성모 마리아와 사도들이, 이즈음 날로 불어나는 큰 무리의 제자들과 그 추종자들 그리고 여인들과 떨어져서,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 머무르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은 여러 장소에 각기 나뉘어 있었고, 사도들은 매우 자제하며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나는 큰 무리를 이루어가는 수많은 추종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 머물고 있는 그들에게로 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도들은 유다인들의 추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더욱 은폐시켰고, 다른 장소에 머물고 있는 무리들보다 더욱 엄격하고 절도 있게 기도하며 스스로를 지켰다. 다른 장소에 머물고 있는 무리들은 자주 드나들며 배회하였다. 나는 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밤마다 아주 경건한 자세로 주님께서 걸으셨던 길들을 따라 거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이 축제를 위해 새로 꾸며지면서 모양이 크게 바뀌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기도를 드렸으며 율동은 하지 않고 찬미가를 불렀다. 내일이 오순절 안식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그에 맞추어 단장되어 있었다.

도시는 어느 곳이나 손님들로 들끓고 있었다. 성전은 온통 초록색으로 장식되었으며 많은 예식의 거행으로 떠들썩하였다. 나는 이방인들이 거리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거나 무리를 이루어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특히 주님 교회의 공동체에 속한 신도들이 머물고 있는 집에서 생기가 넘쳤다.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과 그 회랑(回廊)에 백이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며, 성모께서는 친근한 여인들의 곁에 계셨다. 그들은 오늘 한층 더 평온해 보였다. 이전에 그들은 도대체 위로자이신 성령께서 어떻게 그들에게 오실 것이며 어떻게 그 일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 온갖 생각을 다하였었다. 그러나 오늘 그들은 일층 확신에 차 있었다.

 

자정이 지나서 나는 자연 현상 속에서 아주 놀라울 정도의 진실함과 친밀함이 피조물들에게 전파되는 어떤 현상을 감지했는데, 그 같은 신비에 싸인 감미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느낌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또한 그 현상은 나에게 마치 큰방의 열려진 틈을 이용하여 하늘이 점점 밝아져 오는 것을 보는 느낌을 주었다. 사도들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으며, 그 큰방의 중간으로부터 벽 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들은 원주(圓柱) 곁에 있었는데, 벽 사이의 트여진 공간을 통해 제자들이 측량의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기둥 사이로 보였다. 베드로는 성체(聖體)가 보존되어 있는 휘장 앞에 서 있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복도 앞에 있는 회랑에 서 계셨는데, 언제나 그 집에 머물러 있던 다섯 명의 여인이 거기에 있었다.

 

그들 모두는 가슴 위쪽으로 팔을 교차시키고 머리를 숙인 채 고요한 중에 열절한 동경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로부터 흘러나오는 평온이 온 집안 구석구석까지 퍼져 갔다. 둘레의 회랑에 있던 제자들도 고요한 가운데 있고자 노력을 다하였다. 그래서 곧 그 집의 모든 것들이 깊은 정적 속에 잠기게 되었다.

 

아침 나절에 나는 우리 주님께서 승천하셨던 올리브 산 위쪽의 하늘로부터 빛나는 구름이 내려와 시온에 있는 사도들의 집 쪽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멀리서 처음 볼 때 그것은 마치 감미롭고 따뜻한 기류를 수반한 둥근 공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광운(光雲)은 가까이 다가올수록 더욱 커졌으며 빛나는 안개덩이 모양으로 그 도시를 드리웠다. 그것은 시온과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 위로 점점 더 짙게 드리워졌으며, 찬란히 빛나는 태양과도 같이 점점 투명한 빛을 발하면서 고요히 멈추어 있었다. 그리고는 상승하는 기류의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두텁게 층을 이룬 천둥 구름처럼 아래로 내려앉았다. 나는 길을 걷던 유다인들이 이 소리를 듣고 그 구름을 보고는 놀란 채 성전을 향해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 모든 현상은 급작스럽게 들이닥치는 뇌우와도 흡사하였다. 이 현상은 땅에서부터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이었으며, 어두운 것이 아니라 대단히 밝은 것이었다. 그것은 천둥 소리 대신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다가왔고, 그것의 움직임은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원기를 북돋우는 따뜻한 기류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 빛나는 구름이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 위로 아주 낮게 드리워지면서 소리와 함께 점점 밝은 빛을 발하고 있을 때, 나는 그 집과 주위가 점점 밝아지면서 사도들과 제자들과 여인들이 깊은 고요 속에서 더욱 진지하게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해뜨기 전 새벽 세시경에 쏴아 소리를 내는 그 구름으로부터 갑자기 흰빛의 광류(光流)가 아래로 흘러내려 오는 것을 보았다. 그 광류는 일곱 겹으로 횡단 교차되면서 각각의 광선과 습기찬 물방울로 해체되면서 그 집과 주위로 흘러내렸다. 그런데 일곱 개의 광류가 횡단 교차되는 그 핵심체는 무지개빛으로 싸여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어떤 형상이 빛을 발하며 움직이는 중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에 그 집과 주위로 점점 더 많은 빛이 흘러내렸다. 나는 발이 다섯 개로 이어진 램프가 더 이상 빛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마치 마비된 것처럼 보였고 황홀경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얼굴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늘을 향해 갈망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각개의 광류가 활활 타오르는 작은 불꽃이 되고 다시 혀 같은 모양으로 변하여 모든 사람들의 입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목마른 듯이 그 불길을 들이마셨으며, 마치 숨을 들이쉬듯이 그것을 들이마셨다. 그런데 그들의 입에서 어떤 것이 나와 그 불꽃을 향해 타오르는 것같이도 보였다. 앞쪽 방에 있던 제자들과 여인들에게도 이 거룩한 불길이 흘러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그 빛나는 구름은 쏟아지는 비구름처럼 점점 용해되어 갔다. 그 빛나는 불꽃은 모든 사람들에게 각기 상이한 강도와 다른 빛깔로 흘러 들어갔다.

이 뇌우와 같은 쏴아 소리는 많은 사람들을 일깨워 놓았다. 성령께서는 그 주위에 있는 많은 제자들과 추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놓으셨다.

 

 

 

이 같은 성신 강림이 있고 난 후 회중에는 넘치는 기쁨과 담대한 용기가 솟구쳤다. 모든 사람들은 생기와 환희에 넘쳤으며, 확신과 감격에 차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성모 마리아의 주위로 다가왔다. 나는 성모께서 생기에 넘치시면서도 언제나처럼 내면적 열정을 경건하게 절제하시면서 매우 침착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계신 것을 보았다.

사도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그들 안에서 솟구쳐 오르는 기쁨에찬 담대한 용기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회랑에 있던 모든 제자들 역시 감동에 차 있었다. 사도들은 그들에게로 달려갔다. 모든 사람들 안에서 기쁨과 확신과 담대한 용기가 충만한 새 생명이 솟구치고 있었다.

 

이같이 폭발적으로 생겨난 내적 깨달음과 강건성은 이제 감사의 기도로 이어져 갔다. 그들은 함께 기도실로 가서 힘차게 움직이며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 빛은 점차 사라져 갔다. 그때 베드로는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베풀었으며, 오순절을 보내고자 이곳에 와서 곳곳에 머무르고 있는, 호의적인 이방인들에게 많은 제자들을 파견하였다.

 

그 장소들은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으로부터 베짜타 못51)이 있는 방향을 따라 산재하였는데, 축제에 참석하러 온 이방인들은 그곳에 연이어진 많은 식당들과 공공 숙사(公共宿舍)에서 잠을 잤으며, 짐을 나르기 위해 데리고 온 가축들을 그곳에 매어 놓고 있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이 깬 다른 사람들은 함께 성령의 은총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 현상은 피조물을 향해 일어난 보편적인 움직임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많은 착한 사람들은 내적인 깨달음의 은총을 받았다. 그러나 악한 사람들은 그것을 창피하게 여기고 겁을 먹었으며, 여전히 뉘우침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초대 교회 공동체가 형성되었던 이 지역에서 숙식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월절부터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고향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오순절과 과월절 사이에 다시 고향에 갔다 오는 여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듣고 목격한 모든 것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욱 신도들을 신뢰하여 그들에게 마음을 쏟게 되었다. 파견된 제자들이 기쁨에 넘치는 모습으로 그들에게로 다가가서 성령의 약속이 이루어졌음을 알렸다. 그때, 그들은 다양한 형태로 각자의 마음이 일깨워지면서 감동했으며, 제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모두들 근처에 있는 베짜타 못 주위로 모였다.

 

이 못 주변에는 많은 건축물들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곳에 가까이 가려면 먼저 얼마쯤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분지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타원형으로 된 이 못의 주변에는 많은 건축물들이 시온과 성전으로부터 남서쪽의 예루살렘 사이를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이 못은 동쪽으로 가파르게 경사되어 있는 계곡과 길게 연접되어 있었다. 이 못의 서쪽 뒤편에는 덜 후미진 골짜기가 있었고 다리가 놓여 있었다. 시온 산과 연결된 이 못에 대해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은 다음과같이 부언하였다. “그러나 이 못가에 위치한 새로운 교회는 훨씬 평온하고 자유스러웠다”(<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제3권, 499-508면).

 

그동안 베드로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서, 앞으로 베짜타 못가에서 강론과 함께 세례를 베푸는 일을 돕게 될 다섯 사도에게 손을 얹어 기도를 드렸다. 내 생각에 그들은 작은 야고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 유다 타대오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이 축북의 기도를 받고 있을 때, 마지막 사람은 영적 환시(幻視)를 체험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가 팔을 뻗쳐 주님의 몸을 자신의 가슴에 포옹해 드리는 모습을 보았다.52)

 

 

 


51)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은 이 못의 위치와 이 못 주변에서 이루어진 예루살렘 초대 교회의 상황을 더욱 상세하게 언급하였다. 그중에 몇 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갈바리아 산의 서쪽과 북쪽 방향에서 지성소의 한 모퉁이를 볼 수 있듯이 이 베짜타 못의 남쪽과 서쪽에서도 지성소(至聖所)의 한 모퉁이를 볼 수 있다. 이 못은 이미 오래전에 황폐해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못을 양우리 대문들과 그 안쪽을 돌담으로 둘러싸고 있는 성전 북쪽의 가축 시장 곁에 있는 연못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그 연못과 베짜타 못은 다른 것이다. 베짜타 못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으며 바닥은 모래로 되어 있고 그곳에는 많은 샘물 줄기(水源)들이 있었다. 희생 제물의 피가 성전으로부터 흘러 나와 이 못으로 흘러 들어왔다. 곧 봉헌 제물로 바쳐진 짐승들의 피는 제단 아래쪽데 있는 도관(導管)을 통해 그 연못 안쪽으로 흘러 들어왔다.

 

52) 예수의 초대 교회 공동체에서 주님의 어머니의 위치에 대해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은 다음과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이미 사도들이 성수 축성과 세례에 필요한 기구들을 베짜타 못으로 보내는 것과 그들이 무릎을 꿇고 성모 마리아의 강복 기도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같은 일은 예수께서 승천하시기 전부터 항상 계속되어 온 일이었다. 나는 그 후 계속해서 사도들이 파견되어 나갈 때와 되돌아올 때 언제나 성모 마리아로부터 이 같은 강복 기도를 받는 것을 보았다. 성모께서는 이 강복 기도를 통해 사도들 가운데서의 당신의 존귀한 위치를 드러내셨다. 성모께서는 노란빛을 띤 베일을 얼굴 위에 쓰셨고 흰색의 큰 망토를 입고 계셨다. 또 머리에서부터 양편으로 하늘색의 천이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게 드리워져 있었으며, 그것의 앞 부분은 약간 접혀 있고 자수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분의 머리에는 희고 섬세한 생사로 만든 작은 관(冠)이 씌워져 있었다”(<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제3권, 498면).

 

 

 

 

출처

1. 마침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사도 2,1)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