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5 장 30세 되던 해의 봄
5. 이튿날 날이 밝아 올 때 예수께서 호숫가에 서 계셨다(요한 21, 4)
주님께서는 또한 그들이 티베리아로 고기를 잡으러 가야만 한다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들이 제의를 벗어 놓고 여행할 채비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몇 개의 집단으로 나뉘어 동행하였는데 먼저 예수께서 걸으셨던 갈바리아 산의 수난의 길을 향해 갔다. 그리고 나서 여러 제자들이 같이 베다니아로 갔으며, 몇몇 집단은 여러 갈래의 길을 이용하여 갈릴래아의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그들은 베드로가 소작지를 갖고 있던 지역의 앞쪽에 위치한 어장에까지 왔다. 이제 그곳에는 다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두 척의 배에 나뉘어 승선하였는데, 한 척은 좀 크고 좋은 배였고 다른 것은 작은 배였다. 나는 다른 제자들이 베드로에게 큰 배에 타도록 권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횃불로 밤을 밝히며 여기저기로 나아가 양쪽 배 사이에 자주 그물을 던졌으나 계속 빈 그물만 끌어올렸다. 나는 그들이 그 일을 하는 동안 큰소리로 찬미가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날이 뿌옇게 밝아 오는 이른 아침 무렵에 두 배는 호수 동쪽의 요르단 강 건너편 방향으로 접근해 갔다. 매우 지쳐 있던 그들은 강어귀에 닻을 내리려고 하였다. 그들은 고기잡이를 하는 동안 옷을 벗어 놓고 단지 허리끈이 달린 간소한 바지와 소매가 짧은 상의만 입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옷을 갈아입고 쉬려고 하였다. 그때 그들은 강어귀의 갈대 숲에서 한 형상을 보았다. 그 형상은 예수였다. 그분은 사도들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그때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배에서 서쪽으로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그렇게 하기로 작정하고 요한은 그의 배를 베드로가 타고 있는 배의 옆쪽을 향해 저어 갔다. 그들이 끌어올리고 있는 그물이 대단히 무거운 것을 감지하였을때 요한은 비로소 그분이 예수시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조용한 호수 가운데서 베드로에게 외쳤다.
“저분은 주님이시오!”
그러자 베드로는 겉옷을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갈대 숲을 통과하여 예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요한은 부두쪽으로 배를 저어 갔다. 그가 타고 있는 배는 베드로의 배에 연결시켜 놓았던 폭이 좁고 가벼운 것이었다.
나는, 사도들이 호수에서 고기가 걸려 있는 그물을 건져내고 있는 동안, 구세주께서 연옥으로부터 풀려 나온 수많은 선조들의 영(靈)들과 그 밖의 다른 해방된 영들에게 둘러싸여 계신 것을 보았다. 사도들이 여전히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 나는 예수께서 그 영들과 함께 호숫가로 걸어오시는 것을 보았다.
방파제 뒤쪽의 후미진 곳에는 오두막이 한 채 있었는데, 그 집은 아마도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 집의 아래편에는 불이 지펴져 있었다. 베드로는 이미 예수 곁에 와 있었으며 요한도 그리로 왔다. 그때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이 육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그물을 끌어올리는 일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였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물고기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그물을 육지 쪽으로 끌어올렸다. 나는 그때 베드로가 그물에서 집어낸 물고기들을 강가 쪽으로 던지는 것을 보았다.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한 어부들은 여러 명이었는데 그들은 티베리아 사람들이었다. 사도들과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오두막으로 갔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식사를 하러 가자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이미 지펴져 있는 불 위에 그들이 잡은 물고기가 아닌 다른 물고기가 놓여 있는 것과 그 밖에 빵과 꿀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사도들과 제자들은 들보를 뒤로 하여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식사를 위해 집주인의 역할을 하셨다.
나는, 식사가 끝난 후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다시 호수 쪽으로 가시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는 호숫가에 머물러 계시는 동안 베드로에게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그러자 베드로는 송구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대답하였다.
“예, 주님, 주님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때 예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 어린 양들을 잘 돌보아라!”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예수께서는 그들과 함께 계속 거니셨으며, 때때로 멈추어 서신 채 그들에게 몸을 돌리셨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그분께로 주의를 집중했는데, 그때 예수께서는 다시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러자 베드로는 자신이 주님을 부인했던 일을 기억하고 매우 송구스러운 모습으로 겸손하게 다시 말씀드렸다.
“예, 주님, 주님께서 아시고 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다시 한 번 엄숙하게 말씀하셨다.
“내 어린 양들을 잘 돌보아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다시 그들이 거닐고 있을 때 예수께서는 또 한 번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때 나는 요한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감지하였다. ‘예수께서는 양떼를 넘겨 주어야 할 목자를 세우셔야만 하는구나. 사랑으로 충만하신 그분이 양떼를 베드로에게 넘겨 주시면서 세 번을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그와 같은 사랑을 가져야만 하는구나!’
예수게서는 다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네게 이르노니,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네가 젊었을 때는 제 손으로 띠를 두르고 네가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겠으나 나이를 먹으면 너는 두 팔을 벌리게 될 것이며, 남들이 너를 묶어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너는 나를 따라라!”
예수께서 그에게 세번째로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말씀하시며 남들이 나이 많은 베드로를 끌고 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세상에 널리 흩어져 있는 교회들의 모습과 로마에서 베드로가 묶인 채로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으며, 여기저기서 순교 성인들이 고난당하는 모습들을 보았다. 나는 베드로도 또한 자신의 고난당하는 최후의 모습을 영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예수와 함께 한 구획 정도 되는 길을 걸었다. 예수께서는 앞으로 그들이 해야 할 일들을 가르쳐 주신 후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천주의 성모께서는 이날 예루살렘의 요한 마르코의 집에 머물러 계셨다. 베로니카와 니고데모 그리고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깊은 마음의 정성을 갖고 그분을 찾아뵈었다. 성모께서는 매일같이 예수께서 걸으신 ‘수난의 길’을 걸으셨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리고 밤중에도 그 길을 찾아가셨다. 그 길의 입구가 폐쇄된 시간에는 옆길로 우회해서 ‘수난의 길’을 걸으셨다. 또한 성모께서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며 기도드리는 묵상처를 일곱 군데 집안에 마련해 놓으셨다.
나는 사도들이 베다니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그곳으로 모여들었는데, 그 가운데 여인들이 삼백오십 명 정도 되었다. 그들은 모두 그곳에 와서 자신들의 소유물들을 내어 놓고 공동으로 함께 사용하였다. 사도들과 제자들은 라자로의 집에서 빵을 쪼개어 나누고 술잔을 돌려 가며 함께 마시는 성대한 애찬을 가졌는데, 그것은 아직 성체 성사는 아니고 단지 일치를 위한 나눔의 의식(儀式)이었다. 이 식사는 정원을 향해 열려진 회랑에서 진행되었는데, 베드로는 잠시 후 애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 가르침을 베풀었다.
예수께서 호숫가에 계실 때 베드로의 죽음과 요한의 앞날을 예언해 주시며 당신의 양들을 잘 돌보라고 명하셨는데, 그것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뜻으로 새겨졌다. 곧 양들을 목초지로 이끌며 돌보는 베드로의 임무는 그의 후계를 통해 영원토록 계속될 것이며, 요한은 샘물과도 같이 목초지를 신선하게 하고 양들의 원기를 북돋아 주는 일을 영원히 계속하리라는 것이다. 한 사람은 바위보다 더 견고하였으며, 다른 한 사람은 바람과 구름, 뇌우 또는 천둥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베드로는 건물, 현(絃)의 이음줄 또는 하프의 울림 소리와도 같았으며, 요한은 현이 소리를 내게 하는 바람과도 같았다.
나는 오늘 오십 명의 군인이 예루살렘으로부터 베다니아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성전과 대사제들의 경비병들이었다. 또 나는 베다니아 의회의 원로 의원들이 나타나서 사도들을 자기들 앞으로 호출시키라고 명령하는 것을 보았다. 베드로와 요한과 토마가 그들 앞으로 불려갔다.
나는 자주 사도들이 활동하는 모습들을 보았는데, 그들의 중요한 과업은 교회 공동체를 확대해 가는 것이었다. 나는 특히 갈릴래아 바다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귀에 짐들을 실어 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안전하게 보관시키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관례대로 먼저 베다니아에 있는 사도들의 숙소를 방문했는데, 사도들은 교대로 늘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사람들은 사도들로부터 충고와 지시를 받았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왔다. 제자들은 도착한 사람들을 많은 집과 방을 소유하고 있는 라자로에게로 인도하였다. 거룩한 여인들은 그곳을 찾아온 여자들을 열심히 도왔다. 누구도 자신의 소유물을 갖지 않았다. 무엇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그것을 내어 놓았으며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사람들도 받아들여졌다. 나는 라자로가 공공 기금을 위한 금고를 마련하여 그 재산들을 관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처
5. 이튿날 날이 밝아 올 때 예수께서 호숫가에 서 계셨다(요한 21, 4)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