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5장/ 4.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나타나 그들 가운데 서시며…(루가 24, 36)

Skyblue fiat 2021. 5. 13. 10:19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5 장 30세 되던 해의 봄

 

4.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나타나 그들 가운데 서시며…(루가 24, 36)

 

 

그들이 다시 기도를 계속하고 있을 때 두 제자가 소식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방안에 들어섰다. 그들은 기도를 멈추고 그들이 전한 소식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그들이 두번째 대화를 끝내고 다시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나는 그들의 얼굴이 더 한층 심오한 기쁨으로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나는 예수께서 잠겨있는 문의 안쪽으로 나타나시는 것을 보았다. 그분도 길게 늘어진 흰옷을 입고 계셨는데 단조로운 모양의 허리띠를 두르고 계셨다. 예수께서 그들 사이를 지나시어 램프 아래 중앙에 서실 때까지도 그들은 그분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주님의 발현하심이 그들을 매우 놀라게 했으며, 큰 감동을 주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손과 발에 있는 상흔을 보여주셨으며 옷을 젖히시고 옆구리의 상흔도 보여주셨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실 때 그들이 매우 놀랐으므로 그분은 음식을 청하셨다.

 

 

 

 

베드로는 칸막이 뒤쪽으로 가서 흰 탁자보가 덮인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바닥이 깊은 타원형 접시의 음식을 가지고 와서 예수께 드렸다. 그 안에는 생선과 꿀이 담겨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 음식을 축복하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잡수셨다. 그분은 그 음식을 몇몇에게 나누어 주셨는데, 그분이 나누어 주신 것은 그 접시에 담겨 있던 음식만은 아니었다. 예수께서는 현관 입구 방향에 서 계신 당신의 어머니와 다른 여인들에게도 그것을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나서 나는 그분이 더 많은 가르침과 은사의 능력들을 그들에게 베풀어 주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분을 세 겹으로 둘러싸고 서 있었는데 안쪽에는 열 명의 사도가 서 있었다. 토마는 그곳에 없었다.

 

예수께서는 또한 그들에게 시카르 지역으로 가서 당신의 부활을 증거하라고 명하셨다. 그리고 나서 주님은 사라지셨다.

 

사도들은 한 무리의 제자와 함께 그곳으로 갔는데, 그들 가운데는 루가도 있었다. 그들은 시카르로 향한 길에서 여러 지역으로 갈라져 여행을 했다. 베드로는 기쁨에 넘쳐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게 될 것이오!”

 

그의 말은 사람들의 영혼을 구하러 간다는 의미였다. 그들은 이곳저곳을 가리지 않고 숙소와 거리에서 가르쳤다. 그들은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가르쳤는데, 그 같은 일들은 성신 강림절에 있게 될 일대의 회개를 위한 준비였다.

 

루가는 안티오키아에서 신망 있는 이교도였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유다교인이 되었다. 그는 그림을 잘 그렸고 여행 경험이 많은 의사였는데, 이집트에서도 살았었다. 팔레스티나에서 그는 제자들로부터 가르침을 전해 듣게 되었다.

 

사도들은 시카르의 입구에 있는 한 숙소에서 식사를 하였다. 이때 실바노의 아버지 집에 머물고 있었던 토마가 그들에게로 돌아왔다. 사도들은 그에게 주님의 발현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으나, 그는 손을 내저으며 그분의 상처를 만져 보기 전에는 그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하였다.

 

나는 제자들이 베다니아에서 쉬지 않고 가르치는 것을 보았다. 또한 라자로 집의 근처에서 여인들이 조용히 머물러 있는 것을 보았다. 주님의 모친께서는 슬픈 마음을 지니셨으면서도, 그분의 태도는 고요하고 진지하셨다. 매우 사랑스럽게 생긴 마리아 글레오파는 모든 여인들 중에서도 가장 성모 마리아를 닮았다. 나는 그녀가 겸손하고 상냥한 태도로 성모께 허리를 굽혀 인사드리고 또 감동적으로 그분을 위로해 드리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평정을 유지하고 계셨는데 인간적으로 애처로워하시기보다는 오히려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슬픔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막달레나는 소심과 근심으로 주저하는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대담하게 행동하였다. 그녀는 편안히 머물러 있지 않았으며 머리에 손질도 하지 않은 채 자주 거리로 나갔다. 그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주택가나 공적인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님의 살인자들을 비난하였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마치 그녀 자신이 주님과 함께 직접 고통을 당한 것처럼 생생하게, 그분의 수난을 설명했으며 그분의 부활을 전해 주었다. 사람이 없을 때는 동산을 여기저기 다니며 나무와 꽃과 시냇물에 주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르타는 주님께서 고난을 당하시고 제자들이 흩어져버린 동안에 힘든 직무를 떠맡았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그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모두들 슬픔으로 완전히 상심(傷心)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도처에서 그들을 보살펴 주고 도와 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모든 제자들이 이리저리 흩어진 채 찢겨진 마음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 그녀는 그들을 감싸 주고 돌보았으며 그들 모두에게 식량도 공급하였다.

 

사도들은 전령 한 사람을 베다니아에 보내어 그들의 귀환을 알린 후 시카르에서 급히 돌아왔다. 그들은 안식일을 위해 몇 사람을 예루살렘에 보내도록 통보했으며, 다른 사람들은 베다니아에서 안식일을 지키도록 하였다. 그들은 이미 확고한 질서와 규율을 갖고 있었다. 나는 여행복 차림을 한 타대오와 작은 야고보와 엘리웃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도착해서, 요한 마르코 집에 머물고 계신 성모 마리아와 마리아 글레오파를 방문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처럼 매우 반가워하였다.

 

사도들은 최후의 만찬이 베풀어졌던 집에 매우 늦게 도착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준비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곧바로 안식일 예절에 들어갔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들은 먼저 발을 씻어 주는 일을 행하였다. 그들은 곧바로 제의를 입었다. 나는 모두가 기도할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토마가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는 너무 늦게 도착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준비를 거의 끝내었을 때 그는 다른 사도들 사이를 지나 한쪽 구석으로 가서 제의를 갈아입었다.

 

성모 마리아께서 막달레나와 함께 큰방으로 들어오시자 베드로와 요한이 그들을 영접하였다. 굉장히 많은 제자들이 입구 측면의 회랑에 모여 있었다. 성모 마리아와 막달레나가 큰방에 들어서자 그들은 곧 문을 닫고 기도 준비에 들어갔다. 거룩한 두 여인은 가슴에 십자가 모양으로 팔을 올리고 문의 양쪽 측면에 경건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는 사도들이 성체 앞에 먼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 다음, 램프 아래에 모여 시편을 합창하며 기도하는 것을 보았다.

잠시 후 회중은 기도를 한차례 끝낸 것처럼 보였다. 이제 그들은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티베리아의 바다를 건너가는 문제와, 일을 어떻게 나누어 맡을 것인가에 대해 의논했다. 그러자 바로 주님께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오셨다. 그들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으며 흥분의 빛을 감추지 못하였다.

 

나는 이미 흰색 띠가 달린 하얀 예복을 입으신 예수께서 광휘를 발하시며 정원에 서 계신 것을 보았었다. 그분이 현관 문을 향해 걸어가시자 문이 저절로 열렸으며, 안으로 들어오시자 문은 저절로 닫혔다. 문이 저절로 열렸을 때 현관 앞 회랑에 있던 제자들은 그분을 뵈었으며, 자리를 비켜 드리기 위해 양쪽으로 물러섰다. 주님께서는 빠른 걸음으로 회랑을 지나시어 큰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다른 사도들처럼 베드로와 요한도 양쪽으로 물러났는데, 그분은 두 사도 사이로 가시어 베드로가 있던 자리에 들어서셨다.

 

먼저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리고 나서 그분은 베드로와 요한과 몇 마디 말씀을 나누셨다. 그분의 말씀에는 질책의 뜻이 담긴 것 같았는데, 어떤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그들이 그분의 가르침을 벗어나 자기들 생각대로 했었더라면, 그 일을 성공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는 내용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시카르와 타니스-실로로부터의 귀환 도중에 있었던 환자의 치유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그분의 지시대로 정확히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그 일에 성공하지 못했었다.

 

토마는 예수를 뵙자 매우 놀랐으며 송구하고 겸연쩍은 모습으로 뒤로 물러났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오른손으로 토마의 오른손을 잡으시고는 그의 둘째손가락을 당신의 왼손 상처에 갖다 대셨다. 그다음에 당신의 왼손으로 토마의 왼손을 잡으시고는 그의 둘째손가락을 당신의 오른손 상처에 갖다 대셨다. 그다음에 그분은 옷을 들추지 않으신 채 다시 토마의 오른손을 잡으시고는 그의 검지와 중지를 당신의 오른쪽 가슴의 상처에 얹어 놓으셨다. 그때 그분은 몇 마디 말씀을 하셨는데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는 듣지 못하였다. 토마는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고 말하고는 엎드렸다. 예수께서는 여전히 토마를 붙들고 계셨는데 그는 의식을 잃은 듯이 보였다. 곁에 있던 제자들이 그를 받치고 있었으며 예수께서 다시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 주셨다.

 

다른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며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예수께서 토마에게 당신의 상처를 만져 보게 하실 때 그것을 보려고 머리를 앞으로 내밀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예수의 바로 앞쪽에 따로 서 계셨다. 나는 그분이 움직이시지 않고 침묵 중에 깊은 내면의 묵상 기도를 드리고 계신 것을 보았다. 성모께서는 무아경(無我境)에 몰입되어 있으신 것처럼 보였다. 막달레나는 제자들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으면서도 겉으로는 그들보다 적게 감동을 받은 것처럼 자제하였다.

 

예수께서는 곧바로 사라지시지 않으시고 그들에게 몇 마디 말씀을 주셨으며 먹을 것을 청하셨다. 나는 식탁이 있는 쪽에 위치한 벽장으로부터 타원형의 대접이 예수께로 운반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처음에 가져왔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는데 그 안에 물고기 같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축복하시고 잡수셨으며, 먼저 토마에게 건네 주신 다음 다른 제자들에게도 나머지를 나누어 주셨다. 토마가 회개하고 난 후 예수께서는 그들이 당신의 뜻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들 가운데 서게 되셨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다. 그분은 또한 베드로에게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그들이 형제들을 굳세게 만들어 주는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셨다. 예수께서는 모두를 향해 몸을 돌리시고는 당신을 부인했던 베드로를 그들의 지도자로 세워 주시며 그 연유를 말씀해 주셨다. 그분은 양떼들에게 목자가 꼭 있어야만 한다는 것 베드로의 열성에 관해서도 덧붙여 언급하셨다.

 

 

 

 

출처

4.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나타나 그들 가운데 서시며…(루가 24, 36)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