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6 장 증거자들
2. “그런데 우리는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저마다 자기가 태어난 지방의 말로 듣고 있으니 어찌 된 셈인가?”(사도 2, 8)
이제 베짜타 못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 못 주변의 숙소들과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오래 된 큰 건물(다윗 성)로부터 온 사람들이었으며 그밖에 이곳에 가도록 파견된 제자들이었다. 활기와 생명력이 그들 가운데 넘쳐흘렀으며, 제자들은 큰 기쁨 속에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말해 주고 또 질문에 대해 상세히 답변해 주었다.
제자들은 최근에 못가에 회당을 갖게 되었으며, 갖가지 준비를 끝내고 오늘의 축제를 맞게 되었다. 예수께서 이미 이곳에서 세례를 베풀도록 정해 놓으셨던 것이다. 나는 회당의 벽들과 장들이 벽지로 단장되고, 방들과 그 집의 한가운데 마련된 일종의 제단이 양탄자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다. 또한 나는 못에서부터 그 회당의 입구에 이르기까지 천막 통로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베드로에게 안수 기도를 받았던 다섯 명의 사도들은 이제 그 못의 다섯 개의 출입구 방향으로 나누어 각기 운집한 군중들에게 열정적으로 강론을 베풀었다. 베드로는 그를 위해 마련된 강론대 앞으로 올라갔는데, 그것은 못의 바깥 구역으로부터 세번째 구역에 위치해 있었으며, 그 단구(段丘)는 가장 넓은 것이었다. 그 못의 모든 단구들은 청중들로 가득히 메워져 있었다. 마침내 사도들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사도들의 말을 각기 자기 지방의 말로 말하는 것처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있을 때 베드로는 사도 행전에 기록된 것(2, 14-40)처럼 큰소리로 강론을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겠다고 나서자 베드로는 요한과 야고보와 함께 성수를 뿌리며 그들을 축성하였다. 오늘 교회로 온 사람은 삼천 명 가량이었다고 생각된다. 강론을 하고 세례를 주는 일은 종일 계속되었다. 저녁때가 되어 그들은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많은 축성된 빵들이 나누어졌으며,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저녁 기도 시간을 가졌다.
갈바리아 산의 서북쪽 사이에서 지성소의 한 모퉁이를 볼 수 있듯이 베짜타 연못의 서남쪽 사이에서도 지성소의 한 모퉁이를 볼 수 있었다. 이 연못은 이미 오래전부터 황폐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 시대에 많은 성유물과 교회의 오래 된 거룩한 관례들처럼 완전히 방치된 상태에 있었다. 마치 우리 시대에 성수와 십자가의 길과 몇몇 은총의 성화(聖畵)들이 가난한 신자들에 의해 애호를 받는 것처럼 그 연못은 그런 식으로 단지 가난한 신자들에 의해 사용되었다. 희생 제물의 피는 그 성전의 제단 밑에 있는 관을 통해 그 못으로 흘러내려 갔다.
그 못은 타원형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로 내려오는 다섯 개의 노단(露壇) 위에는 다섯 개의 행각들이 있었다. 그것은 그 못 주위를 마치 원형 극장처럼 둘러싸고 있었으며, 몇 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는 다소 경사진 다섯 길이 교차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 못의 물이 움직이는 것을 어느 쪽에서도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 못의 바닥은 반짝이는 흰모래가 덮여 있으며, 세 개의 샘 줄기가 솟구치면서 중심의 모래들을 헤쳐 내었다. 종종 이 샘 줄기는 표면 위에까지 솟아오르기도 한다. 예수께서는 여러 차례 이곳에서 치유와 가르침을 베푸셨었다. 이곳에서 앉은뱅이 남자를 고쳐주신 그분의 기적을 통해 이 못은 다시 번창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더욱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베다니아에 모여 있었다. 사도들은 매우 열정적으로 제자들의 숙소와 시몬과 라자로의 집에서 강론하였다.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과 니고데모는 유다인들의 증오 때문에 라자로의 집에서 계속 살았다. 사도들은 라자로의 집에서 거룩한 성체를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패기에 차 있었으며 확고하고 단호하였다. 나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 사도들과 제자들이 모여 있는 것과 베드로가 그곳에서 가르침을 베푸는 것을 보았다. 토마는 베짜타 못가의 교회 공동체에 남아 있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베드로도 그 못가의 교회로 왔다. 그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서 행했던 것처럼 이제 예수께서 보내신 성령을 누가 모시고 있는지가 밝혀질 시기가 오고 있다고 가르쳤다. 그는 이제 박해를 견디어 내고, 모든 것을 나누어야 하는 시기가 시작되었으며, 굳건한 믿음으로 충만된 사람이 아니면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나는 맨 나중에 들어온 큰 무리의 사람들 가운데 백 명 가량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 머물렀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이들이 사도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오랫동안 기도하는 것을 보았다.
날이 샐 무렵에 사도들은 제자들과 함께 성전으로 갔으며 성모 마리아께서도 거룩한 여인들과 함께 그리로 가셨다. 베드로는 아주 힘차게 가르쳤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어떤 고문도, 채찍질도, 십자가 처형도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을 저지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명백히 선언하였다. 나는 그때 모든 사도들과 제자들이 큰소리로 “예” 하며 다짐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그 응답이 있는 동안 베드로의 말이 잠깐 중단되었다.
사도들이 성전을 떠났을 때는 아침 여덟시경이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다른 많은 여인들과 함께 그보다 훨씬 전에 성전에서 나오셨다. 성모께서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서 홀로 거룩한 성체 앞에 꿇어앉아 기도를 드리셨다. 막달레나는 주랑(柱廊) 현관에서 무릎을 꿇고 팔을 넓게 벌린 채 땅에 엎드려 기도를 드렸다. 다른 여인들은 베짜타 교회 옆에 간소하게 지어진 작은 집들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둘씩 둘씩 작은 집들에 나뉘어서 세례를 받게 될 유아들에게 입힐 옷을 세탁했으며, 그들에게 나누어 줄 것을 준비하고, 필요한 도구들을 정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53)
베다니아에 있는 라자로의 집 주위에서는 여러 종류의 옷감들을 짜고, 뜨며, 교회의 일들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라자로는 모든 그의 재산을 교회 공동체를 위해 나누는 일에 열성을 다하였다. 그의 재산은 교회의 성장을 위한 진정한 기반이 되고 있었다. 누가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하였겠는가? 그는 굉장한 부자였으나 나중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바다에 떠 있는 허술한 배위에 내던져졌다.
오늘 아침에 베드로와 요한과 다른 일곱 명의 사도들은 성전으로 갔다. 마태오와 토마 그리고 필립보는 며칠 전에 파견 나가 있었다. 요사파 계곡에 이르는 도시 앞쪽의 길에는 이미 많은 환자들이 천막 아래의 들것 위에 뉘어 있었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성전 주위와 이방인들이 모이는 성전 앞뜰과 성전의 계단에까지 누워 있었다. 나는 특히 베드로가 치유하는 모습을 보았다. 다른 사도들도 치유를 했으나 보조하는 일을 더 많이 했다. 베드로는 믿음이 있고 교회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사람들만을 치유하였다. 나는 환자들이 양편에 두 줄로 누워 있는 곳에서 베드로가 치유하는 동안, 맞은편에 누워 있는 환자들 위로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그가 원하는 바에 따라 그 환자들도 함께 치유되는 것을 보았다. 그가 치유를 거절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는 성전안의 오른쪽에 위치한 번제물을 바치는 제단에서 가르쳤으며 다시 왼쪽으로 가서도 가르쳤다. 사람들이 성전 안으로 들어오면 측면 회랑에 있는 계단의 높은 자리로 가서 가르쳤다. 그 누구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고, 백성들은 그들을 열렬히 지지하였다.
나는 또 사울이 이미 예루살렘에서 매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유다인들의 모든 분노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주어진 권한에 대한 확신을 갖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광적인 열정으로 신자들을 이리저리 추격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울은 사제들이 보낸 편지를 받고는, 마치 전권(全權) 사절처럼 여러 지역으로 그리스도교인들을 추적하러 나섰다.
53) 새로 개종하는 사람들을 대하시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에 대한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의 관찰은 흥미로운 것이었다. “베드로와 요한은 개종한 사람들을 데리고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집에 와서는, 현관 문의 아래쪽에 담으로 둘러쳐진 뜨락과 마주한 곳에 계시는 성모 마리아께로 그들을 안내하였다. 성모께서는 격식을 갖추어 옷을 입고 계셨다. 베드로는 새로 입교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예식의 말을 한 후, 그들을 교회 공동체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 인계해 드렸다. 베드로는 그들을 스무 명씩 그룹을 만들어 앞으로 인도했으며, 성모께서는 몇 마디의 환영의 말씀과 함께 그들을 축복하셨다. 그리고 다시 다음 그룹이 앞으로 나아갔다. 성모께서는 모든 개종하는 이들에게 그와같이 하셨다”(<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제3권, 512면)
출처
2. “그런데 우리는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저마다 자기가 태어난 지방의 말로 듣고 있으니 어찌 된 셈인가?”(사도 2, 8)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