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4장/ 13. “시몬아, 자느냐…?”(마르 14, 37)

Skyblue fiat 2021. 4. 19. 00:56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4 장 과월절의 어린 양

 

13. “시몬아, 자느냐…?”(마르 14, 37)

 

 

 

예수께서는 땀에 흠뻑 젖으신 채 일어나신 후 기진하신 걸음으로 제자들에게로 다가가셨다. 그때는 열시 반경이었다. 제자들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신 예수께서는 난처해 하시는 모습으로 손을 비비셨다. 슬픔과 피로에 짓눌리시어 쓰러지다시피 되신 채로 그분은 말씀하셨다.

 

“시몬, 자고 있느냐?”

 

그러자 그들은 잠에서 깨어나 그분을 부축하여 드렸다. 예수께서는 고독하신 모습으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

 

그들은 창백해진 그분의 얼굴이 근심으로 일그러진 것을 보았으며, 땀에 흠뻑 젖으신 당신의 몸을 잘 가누지 못하신 채 비탄속에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때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분의 모습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만일 평소에 제자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광휘가 그분을 둘러싸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그분이 예수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요한이 예수께 여쭈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제가 다른 제자들을 불러올까요? 우리는 지금 피해야만 하는지요?”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삼십삼 년을 살면서 그동안 가르치고 구원하였으나, 내일까지 내가 이루어야 할 일을 아직 다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른 여덟 명의 제자를 부르지는 말아라. 그들을 그곳에서 떠나게 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재난에 빠진 나를 보았을 때, 나에게 분노를 터뜨리며 많은 것들을 잊은 채, 나에 대한 의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사람의 아들의 거룩함을 보았으므로 사람의 아들이 암울한 고독에 처한 모습을 보더라도 유혹을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서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여도 육신은 유혹에 약하니라.

 

그분은 큰 슬픔 중에서도 많은 말씀을 해주셨으며, 그들에게서 다시 떠나실 때까지 약 십오 분 동안 그들 곁에 계셨다. 예수께서는 점점 더 커져 가는 불안을 느끼시며 다시 동굴 쪽으로 가셨다. 그러자 제자들은 그분을 향해 손을 뻗치며 울었다. 그들은 양팔로 머리를 감싸쥐고는 자문하였다. “무슨 일일까? 선생님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분은 완전히 내버려지신 듯이 보이셨다.” 그들은 머리를 감싸 쥔 채 몹시 슬퍼하며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날 밤 예루살렘에서는 사소한 소동 이외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유다인들은 그들의 집에서 축제를 준비하는 일로 여념이 없었다. 과월절 축제를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의 숙소는 올리브 산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지 않았다. 나는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다니는 동안 곳곳에서 예수님의 제자들과 친구들이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을 보았다. 그들은 불안한 기색이 있으면서도 기대에 가득 차 있는 듯이 보였다. 주님의 어머니께서는 막달레나, 마르타, 마리아 글레오파, 마리아 살로메 그리고 살로메와 함께 체나쿨룸에서 마리아 마르코의 집으로 가셨다. 그분은 소문을 들으시고 심란해 하시면서 예수에 관한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여인들과 함께 도시로 가시고자 하셨다. 그때 라자로, 니고데모,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그리고 헤브론에 사는 몇몇 친척들이 그들에게로 와서 그들의 큰 불안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들 중 몇몇은 예수께서 체나쿨룸에서 진지한 말씀을 주셨을 때 옆의 홀에서 들을 수 있었고, 또 일부는 제자들로부터 그분의 말씀을 전해 들을 수가 있었는데도, 궁금하다 못해 잘 알고 지내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주님의 근황을 묻기도 했는데, 그들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위험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거요. 축제일이 이토록 임박했는데 그들이 주님께 폭력을 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유다의 배신 행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성모 마리아께서는 그들에게 어제 있었던 소동과 체나쿨룸을 떠난 유다가 틀림없이 배반하기 위해 갔으리라는 것을 말씀해 주셨다. 성모께서는 자주 유다에게 그가 타락한 아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훈계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후 거룩한 여인들은 마리아 마르코의 집으로 돌아갔다.

 

예수께서 동굴 쪽으로 가셨을 때 그분은 온통 비애로 가득한 모습이셨다. 그분은 팔을 넓게 펼치시고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리신 채 하늘에 계신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셨다. 그때 그분의 영혼을 거스르는 새로운 갈등이 엄습해 왔다. 그 투쟁은 사십오분 동안 계속되었다.

 

그때 예수께서는 당신의 고귀한 피로 그토록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얻게 될 당신의 교회가 장래에 고통과 시련과 손상을 당하는 모습을 보셨다. 그분은 당신께 대한 인간들의 배은 망덕을 보셨다. 그분의 영혼에는 당신의 사도들과 제자들과 친구들이 앞으로 겪게 될 모든 수난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또한 최초의 교회에 적은 숫자의 신자들이 모이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교회의 성장과 함께 이단이 끼어드는 모습이 떠올랐다. 모든 형태의 자만심과 기만적인 자기 권익의 확대 그리고 커져 가는 교만과 불순종 속에서 회개의 여지가 추호도 없이 인간의 타락이 되풀이되다가 마침내 교회가 분열되는 모습이 그분의 영혼에 비쳐졌다. 또한 헤아릴 수 없는 그리스도인들의 우유 부단과 부조리와 악의들이 그분께 떠올려졌다. 그분은 자만에 찬 모든 설교자들이 가지각색의 거짓으로 사람들을 기만하는 교활성을 보셨으며, 악덕에 물든 사제들이 교회의 신성한 성사들을 손상시키는 죄를 범하는 모습들을 보셨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극한 고통 속에서 당신의 피와 생명을 내놓고 이룩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나라에 이 같은 놀라운 일들이 도래되는 것을 주님은 보셨다.

 

 

 

예수께서 이 같은 불안에 싸여 계신 동안 나는 성모 마리아께서도 역시 마르코의 집에서 큰 불안과 슬픔 속에 계신 모습을 보았다. 성모께서는 막달레나와 마리아 마르코를 데리고 정원으로 나가시어 그곳에 있는 석판 위에 무릎을 꿇으셨다. 성모께서는 여러 차례 의식을 잃으셨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박해당하시는 모습을 내적 영상으로 보셨기 때문이다. 성모께서는 예수께 일어나고 있는 소식들을 듣기 위해 이미 사람을 보내셨지만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실 수만은 없으셨다. 그래서 그분은 불안에 싸인채, 막달레나와 살로메를 데리고 요세파 계곡으로 가셨다. 나는 베일을 쓰고 계신 성모께서 걸으시는 동안 종종 올리브 산을 향해 두 손을 뻗으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하시는 까닭은 그때 예수께서 지극한 불안 속에 피땀을 흘리시고 계신 모습을 그분이 영적으로 보셨기 때문에 팔을 뻗어 예수의 얼굴을 닦아 드리기를 원하셨기 때문이었다. 성모께서 이와같이 아들을 향한 열절한 마음의 파동을 겪으시는 동안 나는 예수께서도 역시 성모를 그리워하시며 도움을 청하시듯이 성모께 영적으로 손을 내미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두 분의 이 같은 관계가 광휘 속에서 서로 마주 보시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다. 주님께서는 막달레나도 생각하셨는데, 그녀가 느끼고 있는 고통을 감지하시며 감동하셨다. 그 때문에 그분은 제자들에게 막달레나를 위로해 주라고 명하셨다. 왜냐하면 예수께서는 막달레나의 사랑이 어머니의 사랑 다음으로 큰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고, 앞으로 그녀가 여전히 고통을 받게 될 것이며, 그녀가 죽는 날까지 더 이상 당신을 모독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셨기 때문이었다.

 

이 시간에 여덟 명의 사도는 게쎄마니 동산에 있는 나무 줄기로 엮어진 초막집에 다시 모여 이야기를 나눈 후에 잠이 들었다. 그들의 마음은 크게 동요되고 있었으며 혹독한 유혹 앞에서 겁을 먹고 있었다. 피신처에 대해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그들을 다음과 같은 근심으로 이끌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지? 우리는 모든 일에서 손을 떼었고 모든 것을 포기했지 않았는가. 우리는 이제 가련한 존재가 된 채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구나. 우리는 선생님을 완전히 신뢰했지만 이제 우리가 그분으로부터 어떤 위로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그분은 완전히 무력해지셨으며 의기가 꺾이셨다.’

 

다른 제자들은 처음에 여기저기를 방황하고 다녔다. 그러나 예수께서 마지막으로 남겨 주신 절박한 말씀들을 여러 가지로 확인하고 깨달은 후에는 대부분 벳파게로 갔다.

 

 

출처

13. “시몬아, 자느냐…?”(마르 14, 37)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