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4장 /10.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루가 22, 19)

Skyblue fiat 2021. 4. 17. 22:30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4 장 과월절의 어린 양

 

10.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루가 22, 19)

 

 

예수께서는 사도들의 발을 씻어 주신 후 주방장에게 다시 식탁을 준비하라고 명하셨다. 식탁은 다소 높게 조정되었다. 그것은 붉은 양탄자 위에 놓여 있었는데 성기게 엮어진 흰색의 식탁보로 덮여 있었다. 주방장은 음식들을 식탁의 중앙으로 정리한 후 물 항아리와 포도주 항아리를 식탁 밑에 놓았다.

 

베드로와 요한은 제물을 얹는 화덕이 놓인 큰방의 곁방에서 성찬배를 가져왔다. 그 성찬배는 세라피아의 집에서 베드로와 요한이 가져온 것이다. 그들은 물통 안에 있는 성찬배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가져왔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예수께서 앉아 계신 식탁 위에 물통을 올려놓았다. 그곳에는 길쭉하고 둥근 모양의 접시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얄팍하게 생긴 흰색의 과월절 빵 세 개가 놓여 있었다. 그 빵은 물결 모양의 줄무늬가 일정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그 옆에는 세 개의 작은 빵조각과 길쭉하고 넓적한 과자가 놓여 있었다. 빵은 보자기로 덮여 있었다. 예수께서는 과월절 식사 시간에 그 빵을 자를 수 있도록 미리 금을 그어 놓게 하셨다. 거기에는 포도주와 물을 담을 그릇들도 준비되어 있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 빵을 갈라 나누고 같은 잔으로 함께 마시는 행위는 이미 옛부터 영접이나 작별을 위한 연회에서 형제적 결속과 사랑을 표시하기 위해 행하여 온 관습이었다. 성서에도 그 사실이 기록되었어야만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오늘 그 같은 행위를 성체 성사를 위한 가장 거룩한 행위로써 승화시키신다. 지금까지의 그것은 실제 있게 될 거룩한 일을 상징하는 비유였다. 이제 가야파에게 고발하는 유다의 배신 행위를 통해 실제의 사건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분은 과월절 예식에 새로운 것을 마련하셨다. 니고데모는 이 같은 작별의 관행들이 오래 된 것이라고 성서를 통해 인증하였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의 사이에 계셨으며 문은 닫혀 있었다. 모든 일들은 매우 신비스럽고 장엄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성찬배에 덮여 있던 덮개를 벗겨 내고 다시 그것을 큰방 옆의 공간으로 옮겨 갈 때 예수께서는 기도를 드리셨다. 그리고 나서 나는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과, 그와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해 매우 엄숙하게 말씀해 주시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는 심원한 내적 사랑을 더욱 진지하게 드러내시며 말씀해 주셨다. 그분은 당신이 갖고 계신 모든 것을, 당신의 몸까지도 그들에게 내주시고자 하신다고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그분은 완전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고 하시기 때문이었다.

 

예수께서는 깊은 내면의 기도를 진지하게 드리시면서 적당한 양으로 자를 수 있도록 금을 그어 놓은 빵을 나누시고는 그것을 접시 위에 탑 모양으로 올려놓으셨다. 그리고 나서 그분은 빵이 담긴 접시를 드시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받아 먹어라.”

 

거룩한 성찬식이 베풀어지는 동안 예수께서는 모든 일을 법도에 따라 매우 엄정하고 장엄하게 진행하셨다. 그러시면서도 미리 깨우쳐 주시기도 하고 설명해 주시기도 하셨다. 나중에 나는 제자들이 두루마리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몇 가지를 기록하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는 이제 신비에 가려졌던 일들을 가르쳐 주셨다. 예수께서는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당신을 기억하며 어떻게 그들이 이 거룩한 성체 성사를 계승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또한 그분은 그들이 성사를 집전하고 그 뜻을 전달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들을 가르쳐 주셨다. 가르쳐 주신 대로 사도들은 이제 점차로 미사 성제의 신비를 가르치고 언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예수께서는 성직자 계급, 도유식 그리고 크리스마(Chirsma) 성유의 준비에 관해 사도들에게 가르쳐 주셨다.44)

 

뒤이어서 나는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을 성유로 축성해 주시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는 식탁의 중앙으로부터 약간 옆으로 걸어 나오신 후, 우선 베드로와 요한의 어깨 위에 손을 얹으시었으며 다시 그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으시고는 성유를 바른 베드로와 요한의 머리 위에 십자 성호를 그으셨다. 예수께서는 이 도유식이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사도들에 의해 계속되어야 한다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작은 야고보, 안드레아, 큰 야고보 그리고 바르톨로메오도 축성받았다. 예수께서는 성신 강림 후에 그들이 먼저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게 될 것이며 도유식을 통해 다른 제자들을 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또한 성신 강림절에 베드로와 요한이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기 전에 다른 사도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축성하는 것을 보았다. 여드레가 지나서 이 같은 예식이 더 많은 제자들에게 베풀어졌다.

 

 

예수께서는 성찬 예식을 베푸실 때 오랫동안 가르치셨으며 위대한 내적 사랑이 깃든 기도를 여러 차례 바치셨다. 그 기도를 드리시는 그분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시는 것과 같이 보였다. 실로 예수께서는 완전한 영혼이시자 충만한 사랑이셨다. 사도들 역시 기쁨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예수께 여러 가지를 여쭈었으며 그분은 모든 질문에 답변해 주셨다. 이 모든 것들 중에 많은 부분이 성서에 적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수께서는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베드로와 요한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것은 그전에 보기를 들어 예수께서 그들에게 해주신 말씀들을 나중에 다른 사도들과 제자들 그리고 거룩한 여인들의 신앙이 성숙해 가는 상태에 맞추어 베드로와 요한이 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수께서는 요한에게 더 말씀해 주셨는데, 내 짐작으로는 요한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라고 일러주신 것으로 여겨졌다.

 

 

 


 

 

44) 이 같은 언명을 듣고 난 후 몇 년이 지나 <하나의 일치된 가톨릭 교회의 기본 교리((Catechismus Romanus, 마인츠의 뮐러에 의해 만들어진 라틴어 인쇄본)> 231면에서부터 기록된 견진 성사에 관한 내용을 읽게 된 것은 기록자에게 특기할 만한 일이었다. 그 책에는 성 파비아노 교황이 전한 내용, 곧 ‘예수께서 성만찬 예식을 세우실 때 사도들에게 크리스마 도유식을 준비하도록 가르침을 주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파비아노 교황은 동방 주교들에게 보내는 그의 두번째 사도 서한 54장에서 그것에 관해 이렇게 언명하였다. “우리들의 선임자들이신 거룩한 사도들에 의해 받아들여져서 후대에 전수(傳受)되고 있는 바 그대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고 그들과 성만찬을 나누시던 그날에 크리스마 성유 도유식을 준비하도록 가르쳐 주셨습니다”(기록자 브렌타노).

 

 

 

출처

10.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루가 22, 19)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