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4 장 과월절의 어린 양
14. “누가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바치는 것이다”(요한 10, 18)
예수께서 세 명의 사도와 함께 게쎄마니 동산과 올리브 동산 사이에 있는 길로 걸어 나오셨을 때 – 그분과 이십 보 정도의 간격을 두고 – 유다가 병사들과 함께 그 길의 입구에 도착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예수께서는 그 무리들 앞으로 몇 걸음 더 다가가신 후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누구를 찾느냐?”
그때 병사들의 지휘 대장이 대답했다.
“나자렛 예수요.”
그러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그 사람이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자마자 그들은 마치 경련을 일으킨 사람처럼 서로 밀치며 뒤로 쓰러졌다.
그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치 살인자를 체포하려는 듯이 투창과 철봉을 가지고 왔느냐? 나는 날마다 너희들이 있는 성전에서 가르쳤지만 그때 너희들은 감히 나에게 손을 대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너희의 때가 왔고, 어둠이 판치는 시간이 되었다.”
그들은 예수를 묶으라고 명령하고는 그분을 조롱하였다.
더욱 많은 횃불에 불을 붙이며 웅성대는 그들은 이제 잔인 무도한 패거리로 되어 버렸다. 열 명의 감시병들이 앞장 서 갔으며, 그다음에 형리들이 뒤따랐다. 예수께서는 밧줄에 묶이신 채 끌려 가셨고, 그 뒤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조롱하며 따라갔다. 그리고 맨 뒤에는 열 명의 감시병들이 뒤따랐다. 제자들은 통곡하며 넋을 잃은 듯이 이리저리 방황하였다. 그러나 요한은 후미에 있는 감시병의 뒤를 더욱 바싹 쫓아갔다. 그때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요한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몇몇 감시병들이 돌아서서 요한을 향해 급히 다가갔다. 그러나 요한은 재빨리 그들로부터 피하였다. 감시병들이 요한의 목에 걸려 있는 땀 닦는 수건을 움켜 잡았을 때, 그는 그 수건을 벗어 던진 채로 달아났다. 요한은 더욱 용이하게 피하기 위해 외투도 벗어 버렸다. 그는 걷어 올린 바지 이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그 무리들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올리브 동산과 게쎄마니의 휴양 동산사이의 길을 택하지 않고, 게쎄마니 동산의 서쪽 편 길을 통해 키드론 시내 위에 세워진 다리를 향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쪽 길은 매우 멀었다. 그 길은 올리브 산에 인접하여 흐르는 키드론 시내를 건너야 할 뿐 아니라 마차가 통과할 수 있는 자갈길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계곡의 언덕길을 넘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무리들이 다리에 도착하기 전에 나는 병사들이 예수의 몸을 묶은 밧줄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겼기 때문에 예수께서 두 번이나 땅에 거꾸러지시는 것을 보았다. 그 무리들이 다리의 한가운데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악독한 마음을 품고 예수께 지극히 비열한 짓을 하였다. 병사들은 밧줄로 팔이 묶여 있는 예수를 다리로부터 어른 키를 훨씬 넘는 곳에 있는 키드론 시냇물 속에 밀어 넘어뜨리고 나서 그분께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 예수께서는 시냇물 속에서 질리실 정도로 물을 들이키셨을 것이다. 오로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예수께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으셨다. 예수께서는 얼굴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엎어지셨는데, 만일 그때 예수께서 밧줄로 묶여진 당신의 손으로 몸을 버텨 내지 않으셨더라면 그분의 얼굴은 물이 거의 없는 바위의 표면 위에서 심한 상처를 입으셨을 것이다.
나는 예수께서 지극한 불안에 싸이신 채 올리브 산에 계실 때 목이 몹시 마르셨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마시는 모습을 뵙지 못했다. 그러나 키드론 시냇물에 처박히게 되셨을 때 예수께서는 억지로 물을 마시게 되었다. 나는 그때 시냇물을 마시게 되실 것을 예언한 시편의 구절(시편 110, 7)이 이루어졌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네 명의 병사가 예수님을 키드론 골짜기 길로부터 옆쪽길로 몰아내는 것을 보았다. 그 길은 좁고 움푹 들어가거나 불룩 나왔으며, 날카로운 돌멩이들과 암석 조각들 그리고 엉겅퀴와 가시덤불이 어우러져 있어서 걷기가 매우 힘들었다. 나는 그들이 예수를 그곳으로 몰아냈다가 비인간적으로 잡아채었다가 하며, 그분에게 모욕을 퍼붓고 때리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아직 자정이 아니었다.
그들이 한참 동안 예수를 몰아세워 가며 걷고 있을 때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벳파게와 다른 피신처로부터 온 많은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예수께서 붙잡히셨다는 소문을 듣고 앞으로 그들의 스승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는지를 지켜 보기 위해 이곳으로 접근해 왔던 것이다. 예수의 적대자들은 그분의 제자들이 급습하여 예수를 빼앗아 갈 것을 우려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협정문의 내용대로 전방에 위치한 오벨 도시를 지날 때 군사 호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나는 오십 명의 군인들이 성문 밖으로 곧 출두하는 것을 보았다.
무리들이 횃불 아래서 한호하며 오벨에 도착했을 때 지원군들은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그곳에 왔다. 그때 이곳저곳으로 배회하던 예수의 제자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성모 마리아께서 불안에 싸이신 채 서둘러 요세파 계곡으로 가시는 것을 보았는데, 처음 보는 여인들도 함께 따라갔으며, 그분 곁에는 마르타, 막달레나, 마리아 글레오파, 마리아 살로메, 마리아 마르코, 수산나, 요안나 쿠자, 베로니카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 그들은 게쎄마니보다 더 남쪽에 있는 올리브 산의 맞은편 지역으로 갔다. 그곳에는 평소에 예수께서 기도하셨던 다른 동굴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곳에 도착했다. 나는 라자로, 요한 마르코, 베로니카의 아들 그리고 시므온의 아들이 그들 곁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거룩한 여인들에게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두 무리의 군대가 하나로 합쳐진 채 소리지르는 함성을 들었으며 그들이 흔들어 대는 횃불들을 보았다. 그때 성모 마리아께서는 의식을 잃으셨으며, 그분을 동반했던 여인들의 팔에 안기셨다. 그 소란한 무리들이 지나가자 그들은 성모를 다시 마리아 마르코의 집에 모시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 무리들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따라가던 베드로와 요한은 예수께서 도시로 끌려 들어가시게 되었을 때, 잘 알고 지내는 몇몇 사람들한테로 급히 달려갔다. 그들은 대사제 관저에서 일하는 사람들로서 요한과 잘 아는 사이였다. 베드로와 요한은 그들의 스승이 불려 들어오시게 될 관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들에게로 달려갔던 것이다.
출처
14. “누가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바치는 것이다”(요한 10, 18) | CatholicOne (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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