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4장/12. “주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요한 13, 36)

Skyblue fiat 2021. 4. 19. 00:38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4 장 과월절의 어린 양

 

12. “주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요한 13, 36)

 

 

성체를 받아 모시고 뒤이어 주님의 경건하고도 애정이 충만한 말씀을 들으면서 사도들 간에는 온통 감격과 진실한 우애가 흘러 넘치었다. 그들은 예수의 주위에 바싹 다가선 채 그들의 주님께 대한 사랑을 갖가지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마치 그들은 그분을 절대로 떠날 수도 없고 절대로 떠나게 되지도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후에 예수께서 체포되시어 끌려가실 때 키드론 시내의 다리를 건너지 않고 길을 돌아서 다른 다리로 건넜다. 그들이 가고 있는 올리브 산의 게쎄마니 동산은 체나쿨룸에서 꼭 반시간 소요되었다. 곧 체나쿨룸에서 요세파 골짜기에 있는 큰 문까지 십오 분이 걸렸으며 그 문에서 게쎄마니까지 역시 십오 분이 걸렸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저녁을 제자들과 함께 이곳에서 지내시면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 장소에는 개방되어 있는 몇 개의 숙소가 있었는데 빈방들이 딸려 있었다. 그 큰 동산은 울타리가 있었고 위풍 당당한 관목들과 과일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휴양과 기도를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과 사도들 역시 이 동산에 이르는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올리브 동산과 게쎄마니 동산 사이에는 길이 가로질러 있었으며 올리브 동산은 훨씬 더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게쎄마니 동산보다 작은 올리브 동산은 흙담으로 되어 있었고 개방되어 있었다. 산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그곳은 오두막과 단구(段丘)와 많은 올리브나무들이 있었다. 올리브 동산의 안쪽은 더 많이 손질되어 있었다. 예수께서 기도하시기 위해 가셨던 장소는 사람의 손이 더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게쎄마니 동산에 오셨을 때의 시간은 아홉시경이었다. 땅은 어슴프레했고 밝은 달이 떠 있었다. 예수께서는 매우 슬퍼하시며 고난의 시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셨다. 제자들은 그 때문에 당황하고 있었다. 잎사귀들로 엮어진 일종의 별장처럼 생긴 곳에서 당신을 따라온 여덟 명의 제자에게 다음과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기도를 드릴 장소에 가 있는 동안 너희들은 이곳에 머물러 있거라.”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과 큰 야고보를 동반하시고 길을 벗어나시어 올리브 동산까지 몇 분간 더 올라가셨다. 그분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에 잠기셨다. 그분은 당신에게 닥쳐오고 있는 수난에 대해 두려움과 피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셨다. 요한은 평소에 항상 제자들을 위로해 주셨던 주님께서 그토록 근심에 싸여 계셔야만 하는 연유를 여쭈었다. 예수께서는 그때 “내 영혼이 애끓는 듯 슬프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이 주위를 둘러보셨을 때 그분은 무시무시한 불안과 유혹의 형상들이 구름떼처럼 사방에서 몰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때 예수께서는 세 사도에게 말씀하셨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기에 머물러 있거라.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나와 함께 기도하여라.”

 

그들은 말씀하신 곳에 머물러 있었다. 예수께서는 약간 더 앞쪽으로 걸어가셨는데, 갑자기 무시무시한 악의 형상들이 밀어 닥치는 바람에 그분은 매우 놀라셨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왼쪽으로 내려가셔서 돌출된 바위 아래에 있는 육 피트 정도 되는 동굴의 오목한 곳에 계셨다. 동굴의 지반(地盤)은 완만하게 안쪽으로 내려앉아 있었으며, 돌출된 바위로부터 동굴 입구까지 관목들이 울창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처음에 예수께서는 기도하는 자세로 조용히 무릎을 꿇으셨다. 뒤이어 그분의 영혼은 하느님께 대한 인간들의 배은 망덕과 무수한 죄악들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셨으며 짓누르는 비통과 밀어 닥치는 고뇌로 몸을 떨으셨다. 예수께서는 하느님께 간구하셨다.

 

“아버지, 당신께서 허락하시는 일이라면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나의 아버지, 당신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사오니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리고 나서 그분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그분의 뜻과 하느님의 뜻은 하나로 일치되어 있었다. 예수께서는 단지 인간의 무력함 중에 겪으시는 사랑의 희생을 드러내셨으며, 죽음 앞에서 몸을 떠셨다. 나는 그 동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악마들이 예수님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인간들의 모든 죄악과 악의 그리고 모든 고통과 배은 망덕들이 예수를 불안으로 몰고 갔다. 나는 어마어마한 고통 앞에 인간적으로 불안해 하시며 죽음 앞에 두려움을 느끼고 계신 예수께 무시무시한 악령의 형상들이 물밀듯이 밀어 닥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출처

12. “주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요한 13, 36)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