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4장/ 15. “이제는 너희의 때가 되었고 암흑이 판을 치는 때가 왔구나”(루가 22, 53)

Skyblue fiat 2021. 4. 21. 04:09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4 장 과월절의 어린 양

 

15. “이제는 너희의 때가 되었고 암흑이 판을 치는 때가 왔구나”(루가 22, 53)

 

 

 

예수께서 체포되셨다는 소식이 안나스와 가야파에게 동시에 전해지자 그들은 온 힘을 다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의 관저의 안뜰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으며, 모든 입구마다 보초를 세워 지키게 하였다. 그들은 의회의 동료들과 율법학자들과 재판정에서 진술하게 될 모든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도시의 전역에 전령관을 파견하였다. 자정쯤에 안나스의 저택에 잡혀 계시던 예수께서는 불이 밝게 켜져 있는 뜰을 지나서 큰방으로 불려 가셨다.

 

안나스는 그 불쌍한 구세주가 이곳에 도착한다는 것이 거의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는 남의 재난을 기뻐하는 악한 마음과 간계와 조롱하려는 의지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정규 법정의 대수장(大首長)이었다. 이제 그는 그리스도의 순수한 가르침들을 감시해 온 의회의 다른 동료 의원들과 함께 앉아 대사제 앞에서 원고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참이었다. 안나스의 집은 가야파의 집과 거의 삼백 보도 안 될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가야파의 법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성문을 지나 우선 넓은 바깥 뜰로 들어와야만 했다. 그다음에 다시 큰문을 지나 담벽으로 둘러진 다른 집채의 마당으로 가야만 했다.폭보다 길이가 두 배나 더 긴 그집의 전면(全面)에는 삼면이 열주(列株)로 둘러싸이고 지붕이 없는 평평한 공간이 하나 있었다. 이 공간은 앞뜰 또는 가운데 마당이라고 불리었는데 삼면에 출입구들이 있었다. 그 건물 내부와 바깥 주위는 온통 횃불과 램프로 뒤덮여 있어서 마치 대낮처럼 밝았다. 그 외에도 가운데 마당의 중앙에 큰불을 지펴 놓았기 때문에 그 불빛이 환하게 비치었다. 그곳으로 군인들, 형리들, 가지각색의 하인들 그리고 매수된 야비한 증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들 가운데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 여자들 중에는 사악한 매음부들이 끼어 있었다. 그 여자들은 군인들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그들에게 붉은 색깔의 음료수와 구운 과자를 선물로 주기도 하였다. 참회의 화요일 저녁에 소동이 일어났다. 무리들이 예수를 끌고 그곳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베드로와 요한도 도착하였다. 그들은 이제 재판이 있게 될 가운데 마당에 와서 군중들 틈에 섞여 있었는데, 재판관석이 보이는 오른쪽에 조용히 서 있었다. 가야파는 이미 등급이 붙여진 반원형 의자들의 한가운데에 있는 상급 재판관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칠십 명의 의회 의원들이 앉아 있었다.

 

예수께서는, 미친 듯이 모욕적인 말들을 퍼붓고, 막대기로 찌르고, 옷을 잡아 찢고, 오물을 끼얹는 수모를 받으시며 가운데 마당으로 끌려 들어오셨다. 사람들은 그분을 재판관들 앞으로 데리고 왔다. 이제 증인 심문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이미 예수께서 수없이 답변해 주셨던 같은 말들을 쏟아 놓았다. 즉 그는 마귀의 힘을 빌려 치유하고 마귀를 쫓아냈으며, 안식일을 범했으며, 단식의 규율을 깨뜨렸으며, 예루살렘이 몰락할 것이라고 예언하여 백성들을 선동했으며…

 

사람들은 또 예수와 그분의 제자들이 성전에서 제물을 봉헌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였다. 나는 예수님과 사도들이 과월절의 양을 제외하고는 도살된 제물을 성전으로 가져가는 것을 결코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로 그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에세네파 사람들도 형별을 받을 만한 잘못을 범한 일이 없이는 도살된 제물들을 성전으로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몇몇 사람들은 예수께서 변칙적으로 어제 이미 과월절 음식을 잡수셨다고 말했다. 예수께서는 시온의 과월절 회당에서 마지막 과월절 음식을 잡수셨었다. 이 점을 명백히 하기 위해 니고데모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소환되었다. 가야파 앞으로 걸어나온 그들은 두루마리로 된 책자를 가지고 과월절의 오랜 전통에 의해 갈릴래아 사람들이 저녁에 일찍 과월절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때 성전에는 사람들이 참례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 밖의 과월절 양에 관한 다른 일들은 흠잡을 것이 없으리라고 말했다. 갈릴래아 사람들이 이 같은 권리를 내세우는 근거들은 그 밖에도 더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는 성전에 대 군중이 모여 있어서 율법에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마칠 수가 없으며 귀향시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잊고 있었다. 비록 갈릴래아 사람들이 이 권리를 항상 사용해 온 것은 아니었지만 니고데모가 문헌으로 그 증거를 제시하는 바람에 완전하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마지막으로 두 명의 증인이 더 나타나서 사람의 손으로 만든 이 성전을 예수께서 허물어뜨린 후 사흘 이내에 사람의 손으로 만들지 않은 다른 성전을 다시 지으려 했다고 고발하였다. 그러나 이 두 증인은 서로 언쟁을 벌였다.

 

가야파는 최종적으로 출두한 두 증인이 서로 모순된 증언을 하는 바람에 격분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예수께서 서 계신 아래쪽으로 몇 계단을 내려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 증언에 대해 답변할 것이 없느냐?”

 

가야파는 거칠게 손을 높이 올리고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살아 계신 하느님 앞에서 맹세하여 묻노니, 우리에게 말하라. 네가 지극히 인자하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메시아인가?”

 

그때 갑자기 소란이 멎으면서 매우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하느님으로부터 강한 힘을 받으신 예수께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엄과 모든 것들을 흔들어 놓을 만한 감동적인 목소리로 영원한 말씀을 주셨다.

 

“내가 그 사람이라고 네가 말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제 곧 너희들은 사람의 아들이 하늘에 올라가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자 가야파는 자신의 화려한 겉옷의 가장자리를 움켜 잡고 야유의 소리와 함께 칼로 가운데를 찢으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하느님을 모독하였소. 더 이상 무슨 증인이 필요하겠소? 당신들은 지금 그가 하느님을 모독하는 소리를 듣지 않았소? 이제 여러분들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오?”

 

그러자 거기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는 죽어야 마땅합니다! 그는 죽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나서 대사제는 의회 의원들과 함께 재판관석의 뒤쪽에 있는 원형 홀로 갔다.

 

 

 

 

출처

15. “이제는 너희의 때가 되었고 암흑이 판을 치는 때가 왔구나”(루가 22, 53)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