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36. 요한의 제자들이 와서 그 시체를 거두어 갔다…(마태 14, 12)
예수께서는 스무 명 가량의 친구들과 제자들을 데리고 즈가리야의 집에서 나와 맘브로 숲 쪽을 향해 가셨다. 도시의 교외에서 딸들과 함께 나온 친지, 부인들과 다른 여인들이 예수의 일행을 영접하였다. 남자들은 앞장 서서 걸어 갔다. 여인들은 한 시간 반 가량을 동행한 후 다시 되돌아갔다. 그녀들은 예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분의 발에 입을 맞추고자 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을 못하게 하셨다. 여인들은 매우 비통하게 울었으며 예수께서는 그들을 축복해 주시고 나서, 그들을 떠나가셨다.
나는 제자들이 관(棺)에 씌울 보, 띠, 향료 그리고 가죽으로 된 들것 등 갖가지를 꾸려서 나귀 등에 싣고 세례자 요한의 시신을 가지러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어젯밤에 열 명의 제자가 마캐루스의 앞쪽에 도착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사투르닌, 유다 바르사바, 야고보 글레오파, 헬리아킴, 사독,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사촌 두 명, 요안나 쿠자, 베로니카의 아들들 그리고 즈가리야의 조카들이었다. 그들은 농가 부근에 나귀를 세우고는 싣고 있던 짐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 짐들을 지고 성(城)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이 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나이 든 몇몇 제자들은 예수와 친척이 되는 사람들로서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다. 이들은 성을 지키는 경비병들에게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경비병들은 그것을 허락하고 싶지만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들은 본래의 위치로 되돌아가서 벽 근처로 옮겨 갔다.
그리고는 어깨를 타고 요한의 감방이 있던 쪽으로 기어 올라갔다. 그들은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무덤을 뛰어넘어 갔다. 하느님께서 보호하신 양 그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재빨리 그것을 해치웠다. 그러나 이들이 둥근 출구를 통해 감방 위로 올라갔을 때, 앞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 두 명이 이 상황을 알아채고, 횃불을 비추며 다가왔다. 제자들은 경비병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인데, 헤로데에게서 살해된 선생님의 시신을 모셔 가고 싶습니다.” 그러자 군사들은 그들에게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감방문을 열어 주었다. 그 까닭은 아마도 그 일이 그들의 권한이거나 헤로데에 의해 요한이 죽은 것을 분노하고 있었던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들은 이같이 훌륭한 일에 한몫을 담당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미 며칠 전부터 많은 군사들이 도먕을 가버렸던 것이다.
나는 제자들이 요한의 시신으로 급히 달려가서 그 위에 엎드려 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나는 감방 안에 제자들 외에도 커다란 광휘에 싸인 한 부인이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녀는 마치 성모 마리아 같아 보였다. 훗날에야 비로소 나는 그 부인이 성녀 엘리사벳의 발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처음에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매우 자연스럽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도대체 저 부인이 누구며 어떻게 이리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하고 한참 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시신은 처음 놓였던 대로 그의 가죽옷에 덮인 채 누워 있었다. 제자들은 재빠르게 준비를 하였다. 그들은 천을 펼쳐 놓고 그 위에 시신을 놓은 다음 시신을 씻겼다. 그들은 가죽 주머니에 물을 담아 왔으며, 군사들은 물그릇 몇 개를 갖다 주었다. 유다 바르사바, 야고보 그리고 헬리아킴이 열심히 준비했으며 나머지 사람들도 일을 도왔다. 나는 발현한 그 여인이 이들과 계속 함께 일하시는 것을 지켜 보았는데, 마치 그녀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내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나서 가죽 덮개 안에 천으로 싼 시신을 넣고 닫아 버렸다. 그리고 그 위에다 다시 평상시에 요한이 입고 있던 가죽옷을 덮고는 이 거룩한 시신을 양쪽에서 들고 밖으로 나왔다. 두 명의 군사도 이들과 함께 마캐루스를 빠져 나와서는 요한이 갇혀 있던 감방으로 난 지하 통로를 거쳐 벽 뒤쪽으로 이어진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모든 일들이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이고도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처음에 그들은 불빛조차 없는 산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조금 후에 나는 그들이 횃불 하나를 밝혀 든 채 나무 받침대에 놓인 시신을 어깨에 메고 가는 것과 나머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나는 횃불을 밝히면서 밤길을 매우 조용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이 같은 행렬이 얼마나 감동을 주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나는 매번 장소를 옮길 때마다 그곳에 있었다. 그들이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고 그를 따르게 되었던 그 요르단 강을 건널 때, 그들은 또 얼마나 울었던가! 그들은 모두 시신 곁에 바싹 다가선 채 강을 건넜으며, 한적한 오솔길과 광야를 지나갔다.
세시가 조금 지나자 예수께서는 몇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시고 베짜타라는 연못가로 나가셨다. 예수께서는 더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잠겨진 문을 통해 외곽 끝까지 가셨다. 거기에는 극빈자들과 버림받은 사람들이 가장 외진 구석부터 문의 입구까지 가득 차 있었다. 삼십팔 년이나 억눌려 지낸 절름발이가 있었다. 그는 남자들이 모여 있는 방에 눕혀져 있었다.26)
목요일인 어제 정오에 나는 제자들이 베들레헴의 동굴 속으로 요한의 시신을 들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밤까지 머물렀다가 유타로 시신을 운반하였다. 나는 그 밤 내내 엘리사벳이 발현하여 이 행렬에 함께 하는 것을 여러 번 볼 수가 있었다. 날이 밝기 전에 그들은 시신을 아브라함의 무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셔 놓았다. 나는 그들 중 몇몇이 밤을 새워 시신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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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 절름발이의 치유는 요한 복음 5장 1-8절에 설명되어 있다(편집자 주).
출처
36. 요한의 제자들이 와서 그 시체를 거두어 갔다…(마태 14, 12)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