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1 장 나자렛을 떠나서’
3.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가 사는 베다니아 동네에 라자로라는 병자가 있었다(요한 11, 1)
예수께서 밤중에 베다니아로 오셨다. 베다니아에 있는 저택은 원래 마르타의 소유였다. 그런데 라자로는 그곳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해서 그들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그들은 예수를 기다리고 있었고, 식사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집에는 손님들이 있었다. 마르타 곁에는 세라피아(베로니카), 마리아 마르코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온 나이든 부인이 있었다. 니고데모, 시므온의 아들인 요한 마르코, 오벳이라고 불리는 노인, 성전에 있는 안나 남편의 형과 그 조카는 라자로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예수의 내밀한 친구들이었으며 일부는 세례자 요한을 통해서, 일부는 가족이나 성전에 있는 안나와 시므온의 예언을 통해서 친구가 된 사람들이었다.
니고데모는 학구적이며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예수께 희망을 걸고 있었고 아주 열심이었다. 모두가 요한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라자로의 초대를 받고 비밀리에 여기에 왔다. 니고데모는 그후부터 예수께서 하시는 일을 항상 드러나지 않게 도왔다.
라자로는 예수께 하인을 보내 길에서 마중하도록 했다. 후에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그 늙은 하인은 베다니아로부터 삼십 분 걸리는 거리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그는 예수 앞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여쭈었다. “저는 라자로의 종입니다. 주여, 당신을 뵙고 은총을 받았습니다. 부디 저를 따라서 라자로의 집으로 가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그에게 일어나라 하시고는 그를 따라가셨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친절하셨고 품위 있게 대하셨다. 이러한 점이 그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그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하느님을 체험하였다.
하인은 예수님을 저택 입구의 샘물 옆에 있는 대기실로 모셨다. 거기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예수님의 발을 씻겨 드린 후 다른 샌들을 신겨 드렸다. 예수께서 발을 씻으실 때 라자로가 자기 친구들과 함께 들어왔다. 그는 예수께 잔과 소량의 음식을 가지고 왔다. 예수께서는 라자로를 포옹하시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미셨다. 그들은 예수를 모든 정성으로 맞이하고는 집안으로 모셨다. 라자로는 우선 예수께 마르타의 거처로 안내해 드렸다. 여기에 참석했던 모든 여자들은 베일을 쓴 채 바닥에 엎드렸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고는 성모 마리아께서 세례를 받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가다리시기 위해 이곳으로 오실 것이라고 마르타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그들은 라자로의 집으로 가서 음식을 들었다. 예수께서는 식사 전에 기도를 올리시어 음식을 축복하셨다. 예수께서는 매우 진지하셨고 슬픔을 지니신 것 같았다. 식사 중에 예수께서는 고난의 시간이 닥칠 것이며, 혹독하게 끝나게 되는 고난의 길을 걷게 되리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의 친구로서 모든 것을 참고 견디도록 타이르셨다. 그들은 예수와 함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그들은 감동되어 울었지만, 예수께서 하시는 말씀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으며 그분이 하느님이라는 것을 몰랐다.
라자로, 니고데모 그리고 많은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께서 불림을 받으시고 그의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차지하실 것이라고 암암리에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 로마의 예속으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키신 후 유다인의 왕국을 세울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 누구도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예수께 감히 말하지는 못하였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그들은 침실로 갔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시간과 예정된 일이 시작될 것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올리셨다. 여자들은 뒤에 서 있었다. 그들도 역시 기도를 드렸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축복을 내리시고 라자로의 안내를 받아 침소에 드셨다.
그곳은 남자들이 잠자는 넓은 장소에서 따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보통 집보다 훨씬 잘 정돈되어 있었다. 라자로는 등잔에 불을 붙이고 예수 앞에 엎드렸다. 예수께서 다시 한 번 그를 축복해 주셨고 그들은 각자 헤어졌다.
예수께서 묵고 계신 곳에서 지금까지는 막달레나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다. 그녀는 이제 막달라에서 은총 속에 살고 있었다.
나는 예수께서 라자로의 집 안에서 라자로와 예루살렘의 친구들과 함께 계신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는 베다니아로 가시지 않고 흔쾌히 저택의 마당과 정원으로 가셨다. 예수께서는 이곳저곳을 거니시며 말씀을 나누시고 가르치시기도 하셨는데, 매우 진지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분은 사랑이 넘치셨고 품위를 갖추셨으며 불필요한 말은 전혀 하지 않으셨다. 모두가 그분을 사랑했고 추종하였지만 소심한 편이었다. 라자로가 그분을 가장 굳게 믿고 있었고, 다른 남자들은 더욱 경탄하면서도 행동은 소극적이었다.
라자로의 안내를 받아 예수께서는 여인들에게로 가셨다. 마르타는 얌전한 여동생 마리아에게로 예수님을 모시고 갔다. 예수와 말씀을 나누기를 원했던 얌전한 마리아는 항상 하늘을 우러르며 천상의 일들을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들 자매가 예수께 쫓아왔을 때 마리아는 영적 환영(幻影)을 통해 예수께서 혹독한 수난을 당하시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한시 반에 성모께서 마리아 쿠자7), 마리아 살로메, 마리아 글레오파와 함께 도착했다. 앞서 도착한 안내자가 그들이 가까이 왔음을 알려 주었다. 마르타, 세라피아, 마리아 마르코 그리고 수산나는 필요한 물건들과 음료수를 가지고 그들을 영접하기 위하여 저택 주변에 있는 큰 집으로 갔는데, 그곳은 어제 예수께서 라자로한테 영접을 받으셨던 곳이었다. 그들은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영접하는 사람들은 도착한 사람들의 발을 씻겨 주었다. 또한 거룩한 여인들은 옷을 갈아입고 앞치마를 아래까지 두르고는 다른 베일을 썼다. 그들은 가볍게 음료수를 들고는 마르타의 거처로 갔다.
예수와 남자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그들에게로 왔다. 예수께서는 동정 성모 마리아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셨다. 예수께서는 지극한 사랑으로 가득 차신 채 당신의 공생활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세례자 요한에게 갔다가 거기서 다시 어머니께 돌아올 것이며, 성모와 함께 사마리아 지방에서 잠시 지낸 뒤에 광야로 들어가시어 40일을 지내게 되리라고 말씀하셨다.
마리아께서 광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그녀는 매우 애처로워하셨다. 예수께서 그 황량한 곳에 계시는 동안 몸이 쇠약해 짐을 염려하신 마리아는 그곳에 가지 않으시기를 간청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어머니에게 이제부터는 인간적인 근심으로 당신을 막으시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해야 할 바를 하셔야 하며, 험난한 길을 시작하신다. 그분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그분과 함께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분은 이제 주어진 소명의 길을 가야하고, 성모 마리아는 이제 개인적인 혈육의 정을 모두 희생해야만 한다. 그분은 마리아를 항상 사랑하실 것이지만 또한 모든 인간들을 위한 일을 이제 해야 한다. 그분이 말하는 바대로 따라야 한다. 그러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성모 마리아에게 보답해 주실 것이다. 왜냐하면 시므온이 마리아에게 예언했던 일이 이제 시작될 것이며, 칼이 마리아의 영혼을 관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을 때 성모 마리아는 매우 슬프고 마음이 고통스러우셨으나 자신을 하느님께 의탁한 후에는 굳세게 되었다. 예수께서 지극히 거룩하시고 깊은 사랑을 지니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저녁에 라자로의 집에서 다시 연회가 있었다.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과 몇 명의 다른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초대되었다. 여자들은 격자(格子)로 분리해 놓은, 인접한 장소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도 역시 예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었다. 예수께서는 믿음, 희망, 사랑 그리고 순종에 대해서 가르치셨다. 그리고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말고 배운 대로 실행해야 하며, 각자에게 닥친 일들을 참고 견디어 내야 하며, 당신은 결코 그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또 예수께서는 당신이 걸어야 할 험난한 길과 어떻게 부당한 취급을 받으며 박해를 당할 것인가에 대해 그리고 당신의 모든 친구들이 어떻게 고난을 겪을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그들은 놀라움과 감동 속에 예수의 말씀을 경청했다.
예수께서는 식사 후에 라자로와 따로 잠시의 휴식을 취하신 후, 세례를 위해 예리고로 가셨다. 처음에는 라자로의 하인 하나가 횃불을 들고 동행해 드렸다. 이미 밤이었다. 대략 30분이 지나서 그들은 어떤 숙소에 도착했다. 그 집은 라자로의 소유였는데, 나중에 제자들이 그곳에서 자주 머물곤 했다. 예수께서는 신고 계신 샌들을 벗고 맨발로 걸으셨다. 라자로는 날카로운 돌들이 깔린 길을 보고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예수께 맨발로 걷지 않으시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일이 이루어지게 두어라. 나는 내가 해야 할 바를 알고 있느니라.” 그들은 그렇게 광야를 계속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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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헤로데의 신하였던 쿠자의 아내(루가 8, 3 참조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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