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1 장 나자렛을 떠나서
1. 그때 군중들은 기대에 가득 차서 …. (루가 3, 15)
예수께서 서른 살이 되셨을 무렵 성 요셉은 점점 노쇠해졌다. 나는 예수님과 성모마리아께서 자주 그분과 함께 계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종종 성 요셉의 침상 앞의 바닥에 앉아 계시거나, 세 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어서 책상으로도 사용되는 나지막한 둥근 판자 위에 앉아 계셨다. 나는 성모께서 식사하시는 것을 아주 가끔씩 목격했다. 성모 마리아께서 식사를 하시거나 성 요셉에게 뭔가 드실 것을 가져다 드릴 경우, 그것은 보통 작은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의 길고 네모난 빵이나 작은 쟁반에 담긴 조그마한 과일들이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성 요셉에게 항아리에서 마실 것을 가져다 드리기도 하였다.
성 요셉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성모 마리아는 그분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팔에 그분을 안고 계셨고, 예수께서는 그분의 가슴 가까이에 서 계셨다. 나는 그 방이 찬란한 빛 속에서 천사들로 둘러싸이는 것을 보았다. 성 요셉의 시신(屍身)은 양손을 가슴 아래로 모아 깍지 낀 채로 흰 천에 싸여 좁은 판에 놓여 있었다. 성요셉은 생전에 어느 선량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훌륭한 무덤에 묻히셨다.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외에 몇몇 사람들만이 관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나는, 성 요셉이 광휘(光輝) 속에서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계신 모습을 보았다.1)
성 요셉이 세상을 떠나시고 며칠이 지난 후 나는, 예수께서 성모 마리아와 함께 성 요셉의 시신이 있는 가파르나움으로 이사하시는 것을 보았다. 나자렛에 있는 집은 문이 잠긴 채 그대로 있었다. 두 분이 가신 곳은 가파르나움 시가 아니고 가파르나움과 베싸이다 중간에 몇 채의 집들이 있는 어떤 마을이었다. 그곳은 베드로가 베싸이다에서 어부 일을 그만두었을 때 베드로의 아버지가 이사하여 살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가파르나움 출신의 어느 레위인이 예수께 드린 집 한 채가 있었다. 이 레위인은 성가정을 흠모하여 예수께 이 집을 거처로 마련해 드린 것이다. 이 집은 따로 떨어져 있었고 성 요셉의 무덤 앞은 호수로 둘러싸여 있었다.
예수께는 이미 젊은 시절부터 나자렛의 청년들 중 많은 추종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 따르는 자들은 언제나 또다시 예수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예수께서는 늘 그의 제자들과 함께 호수로 둘러싸인 길을 산책하셨고, 축제일에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 베다니아의 라자로 가족은 이미 이 성가정과 친교를 맺고 있었다.
가파르나움을 둘러싸고 있는 호수 부근에는, 아주 비옥하고 바람이 부는 골짜기로 이루어진 지대가 있었다. 그곳은 일년 내내 수확이 풍성했으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초목과 과일들 그리고 꽃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또 거기에는 유다인 중에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소유한 여러 정원과 저택들이 있었다.
오후에 나는 글레오파의 딸 마리아를 보았다. 그녀는 예루살렘의 시므온의 아버지인 세번째 남편과 함께 나자렛 근방의 안나의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나자렛에 있는 성모 마리아의 집으로 이사해 왔다. 그녀는 세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이 시므온을 데리고 있었다. 나는 예수께서 성모 마리아와 함께 가파르나움을 떠나 그곳으로 가시는 것을 알았다. 성모 마리아는 거기에 머물러 계셨는데 예수님과는 가파르나움까지만 동행하셨다고 여겨졌다. 성모께서는 항상 그토록 감동적인 모습으로 예수님을 따라가셨다. 예수께서는 이 무렵에 즈가리야가 살고 있는 헤브론 지방으로 떠나려고 하셨다. 그때 글레오파의 마리아2)가 사바와의 두번째 결혼에서 얻은 요셉 바르사바는 집에 있었고, 첫 남편 알패오에게서 얻은 세 명의 아들 -시몬, 야고보, 타대오-이 그곳을 찾아왔다. 그들은 이미 집을 떠나 일거리를 찾으러 다녔는데, 요셉이 안 계신 성가정을 위로해 드릴 겸 예수를 다시 만나 뵐 작정이었다. 그들은 어린 시절 이후로 전혀 가깝게 접촉하지 못했었다. 그들은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성전에서 봉헌할 때, 시므온과 안나의 예언 내용을 개략적으로는 알고 있었으나 그것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얼마 전에 그 지방에 나타났던 세례자 요한에게 더 이끌리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두 명의 젊은 친구들과 함께 유다 지방의 헤브론으로 가셨다. 나는 이곳 베다니아 지방에 오신 예수께서 라자로의 집을 방문하시는 것을 보았다. 라자로는 예수님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아마 여덟 살은 넘게 손위였던 것 같다. 라자로는 많은 사람들을 거느렸으며 막대한 재산과 토지를 소유한, 대저택의 주인이었다. 마르타는 그녀의 집을 가지고 있었고, 마리아라고 불리는 여동생도 따로 상속받은 집에서 아주 한가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막달레나는 성(城) 위에 있는 막달라라는 곳에 살고 있었다. 라자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성가정과 잘 아는 사이였고 또 오래전부터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드리고 있었다.
오늘 나는 주 예수께서 나자렛으로 돌아오신 것을 알았다. 예수께서는 마을을 돌아다니시며 부모의 친지들을 방문하셨지만 대체로 심한 냉대를 받으셨다. 저녁에 예수께서 회당에 가서 가르치려 하셨으나 회당에서는 그분을 쫓아냈다. 그리고 나는 예수께서 장터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아(Messias)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고 사두가이파와 바리사이파 사람들 앞에서도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 메시아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소망에 따라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존재로 오셨다. 그리고 그것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인 세례자 요한도 이미 예언한 것이었다.
나는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글레오파의 마리아와 파르메나의 부모 등 스무 명 가량이 나자렛을 떠나 가파르나움으로 이주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나귀에 짐을 싣고 갔다. 깨끗이 청소된 나자렛의 집은 내부가 꾸며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집이 청결하고, 몇 안 되는 이불까지 안쪽으로 정돈이 되어 있어서, 마치 교회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 집은 빈 채로 남아 있었다.3)
나는 예수께서 다시 산책을 하시는 것과, 회당 안의 작은 방에서 요한의 세례와 메시아의 도래 그리고 회개에 대해 가르치시는 것을 보았다. 모인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그를 경멸했고 몇몇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목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석 달 전만 해도 살아 있었지. 그때 그는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좀 낯선 지방으로 갔다가 곧 다시 와서는 우리에게 자기의 지혜를 가르치려 드는군.”
나는 주님께서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시고, 특히 세례자 요한이 가는 곳에 나타나신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일은 도중에 대략 여섯 번에서 열두 번까지 계속되었다.
때가 가까워 오자 예수께서는 점심때에 당신의 세례를 위해 사마리아를 거쳐 내려가셔야만 했다. 그 중간에도 그는 여기저기서 가르치시는 것을 중단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때로는 홀로 밤을 새워 걸으셨다. 예수께서는 온전한 맨발로 걸으셨는데, 어떤 지역에 도착하셨을 때는 샌들을 신으셨다.
나는 안식일에 예수께서 베싸이다4)의 회당에서 열성을 다해 가르치시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회개하고 요한의 세례를 통해 깨끗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비탄에 빠져 소리치게 될 때가 온다고 경고하셨다. 회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후에 예수의 사도가 된 사람은 필립보밖에 없었다고 여겨진다.
예수님과 그의 동반자들은 그들의 집이 있는 가파르나움과 베싸이다 사이를 내왕하였다. 그들은 흩어져 있는 여러 집들을 오가며 사람들을 불러 모아 말씀을 듣게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고 예수께서는 위대한 가르침을 베푸셨다. 나는 그곳에서 단 한 명의 사도도 목격하지 못했다.
얼마 후에 예수께서는 여기저기 유목 지역으로 이루어진 킴키로 오셨다. 예수께서는 숙소를 정하시고 그곳에 목자들을 모아 가르치셨다. 그 지역을 떠나시기 전에 그분은 회당에서도 가르치셨고 메시아가 가까이 계심을 알리셨다.
“너희들은 메시아가 세속적인 통치자로 와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왔다. 그는 가난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나 진리를 전해 줄 것이다. 그는 칭찬보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그가 정의를 원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그로부터 떨어져 나가지 말라. 그러면 너희들은 죄악의 홍수로부터 구원을 받고자 노아가 애써 방주를 만들고 있을 때 그를 비웃었던 노아 시대의 사람들처럼 멸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아를 비웃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은 방주 안에 들어갔고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분은 제자들에게 따로 몸을 돌리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더 좋은 목초지를 찾아 아브라함에게서 떨어져 나가 소돔과 고모라로 갔던 롯처럼 내게서 떨어져 나가지 말라. 그리고 하늘부터의 불길이 없애버릴 세상의 영화를 돌아보지 말라. 그러면 너희들은 소금 기둥이 되는 것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위험 중에서도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있어라. 내가 항상 너희들을 도울 것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항상 못마땅해 하며 다그쳤다. “당신이 그들에게 약속하는 것들을 자신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하지 않소. 당신은 나자렛의 요셉과 마리아에게서 난 아들이 아닌가?” 그러나 예수께서는 자신이 누구의 아들인가에 대해 그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명료하게 밝히시지 않았다. “당신은 우리가 메시아를 추구해 온 이곳과 모든 곳에서 메시아를 가르쳤는데 당신은 메시아에 관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이오? 당신은 스스로 메시아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가?”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그렇다’는 것 외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 너희들이 그것을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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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은 이렇게 덧붙였다. “성 요셉은 나자렛에서 세상을 떠나 그곳에 묻히셨다. 후에 신자들에 의해 그의 시신은 베들레헴의 한 무덤으로 옮겨졌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것을 손상당하지 않은 채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제1권, 9면. 이는 출처 문헌 가운데 정확한 서지학(書誌學)상의 언명(言明)이다.)
2) 에메릭은 글레오파의 딸 마리아의 어머니, 곧 글레오파의 아내 마리아는 동정 성모 마리아의 언니로서 20세 더 위였다고 여러 차례 설명하였다. 이 책의 끝부분에 첨부한 성모 마리아의 가계도(家系圖) 참조.
3) 에메릭은 성 요셉의 집이 성문(城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며 안나의 집처럼 크지 않았다고 다른 곳에서 진술하였다. 사람들이 몇 계단을 내려가게 되어 있는 정방형의 우물이 그의 집 근처에 있었으며 또한 집 앞에는 작은 정방형의 마당이 있었다. (<동정 성모 마리아의 생애> 142면).
4) 에메릭은 “어획고(漁獲庫)”라는 의미를 가진 베싸이다가 필립보와 베드로와 안드레아의 고향이라고 전했는데, 그곳은 요르단 강 서안(西岸)에서 강 어귀의 절반쯤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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