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1. 아가야, 너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예언자가 되어, 주님보다 앞서 와서 그의 길을 닦아라.”(루가 1, 76)
나는 요한이 황야의 깊숙한 곳에서 성장하는 것과 그가 온갖 방법으로 고행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노천의 딱딱한 바위 위에서 잠을 잤고, 긴장한 채로 엉겅퀴, 가시나무들이 즐비한 거친 돌길을 뛰었으며, 가시나무로 몸에 채찍질을 가했다. 그는 나무와 돌을 가지고 일을 하는 데 지쳐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기도와 명상에 잠기곤 했다. 나는 황야에서, 자주 그의 곁에서 빛을 발하는 형상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가 17세가 되었을 때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비밀리에 부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보았다. 즈가리야는 그때 이미 죽고 없었다.8) 집을 방문한 이후 그는 이제껏 지내온 곳보다 더 깊숙한 황야로 들어갔다. 그는 아침과 자정 사이에 그 방향으로 계속 걸었으며, 신비한 예언자의 산과 신성한 물이 보이는 지역에 가까이 이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하여 그는 내가 오랜 뒤에 복음서 기록자인 성 요한이 높은 나무 밑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을 보았던, 그 지방까지 다다랐다. 나는 또한 그가 클로버처럼 생긴 다섯 개의 둥근 잎과 흰 꽃을 가진 채소를 먹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가 나무 구멍이나 땅 위의 이끼같이 생긴 것에서 뭔가 푸른 색깔의 조각들을 먹는 것을 보았는데, 나는 그것이 그런 곳에서 자주 발견되는 야생꿀이라고 생각했다.
요한은 자기 생애에 단지 세 번 구세주와 대면했었다. 그런데 요한은 주님을 언제나 마음의 눈으로 보았다. 그는 항상 예언자의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예수를 자기 소명의 완성이자 자기가 외친 예언의 실현으로 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예수는 그와 동시대인도 동반자도 아니었다. 예수는 그에게 있어 세상의 구세주이시고 인간의 몸을 빌려 나오신 하느님의 아들이며, 그 시대에 나타난 영원한 분이셨다. 따라서 그는 예수와 함께 다닌다는 것을 감히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또한 그가 살고 있는 시대와 세상에서 함께 섞여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똑같이 여기지 않았다. 그는 모태 속에서 이미 영원한 분의 손길에 의해 보살펴졌고, 성령에 의해서 자신의 구세주와 일찍부터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아이 적에 그는 이미 세상을 버렸으며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한 자연에 위탁되었으며, 천상으로부터 내려오는 드높은 영향력에 의해 교육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는 구세주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자기 시대를 등지고 황야에서 깊은 은거 생활을 했었다. 그는 다시금 광야에서 나와 새로 태어난 모습으로 자신의 경이로운 임무를 진지한 영감 속에 깊이 받아들이면서 주위의 일들에 구애받지 않고 그 임무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요한이 세례에 대한 계시를 받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후 요한은 황야에서 나오기 바로 전에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에다 샘물을 하나 파서 만들었다. 요한이 이 샘을 파기 전에 나는 그가 가파른 바위벽의 서쪽에 있는, 그의 거처인 동굴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의 왼편으로는 요르단 강의 지류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 시냇물이 흘렀는데, 그것은 레바논의 두 산 사이에 있는 동굴로부터 흘러 나오고 있었다. 또한 그곳의 오른쪽으로는 황야로 이어지는 평평한 장소가 있었는데, 거기에 샘을 팠다. 요한은 한쪽 무릎을 꿇고, 다른 쪽 무릎 위에는 긴 두루마리 모피를 올려놓고 그 위에다 갈대로 글을 썼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에도 그 샘이 사용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스도인들은 그곳에서 세례를 받았고 또한 기도를 올렸다.
세례를 위한 그 샘이 완성된 뒤에 곧 나는 요한이 요르단 강의 수원지 위편에 있는 황야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경이로운 인상을 사람들에게 주었다. 키가 큰 그는 단식과 육체의 고행으로 수척했으나 강인하고 근육질이었으며, 비범해 보일 만큼 고귀하고 순수했으며, 단순하고 거리낌없이 행동했으며, 굽힘이 없어 보였다.
요한은 그 어떤 것에도 거리낌없이 곧장 사람들에게로 가서 오직 한 가지의 일, 곧 회개와 주님의 도래하심에 관해 외쳤다.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모두 놀랐고 숙연해졌다. 그의 목소리는 칼처럼 날카로웠으며, 낭랑하고 준엄했지만 또한 부드럽게 들렸다. 그는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온갖 부류의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그리하여 나는 그가 숲과 황야를 여기저기 다니며, 어떻게 땅을 파고 돌과 나무들을 치워 휴식처를 마련하며 자신을 망연히 바라보는 사람들을 집에서 나오게 하여, 어떻게 함께 일을 했는지를 보았다. 나는 그를 만난 사람들이 놀라움을 갖고 그를 응시하는 모습과 그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곧 다른 장소로 옮겨 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가 갈릴래아 호수를 따라서 가다가 요르단 강 계곡에서 다리개아를 돌아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살렘에서 베델 쪽으로 황야를 통과하여 예루살렘을 지나는 것을 보았다. 예루살렘에 그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었지만, 고통과 슬픔을 간직한 채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오직 자신의 소명에 몰두했고, 진지하고, 준엄하고, 단순하게 영감을 받은 그대로 한 가지 일만을 외쳤다. “회개하라, 구세주께서 오심을 준비하라.” 그러면서 그는 목자의 계곡을 통과해서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의 부모는 이미 죽고 없었다. 그러나 즈가리야 쪽의 친척들 중에 몇몇은 그의 첫번째 제자가 되었다. 요한이 베싸이다, 가파르나움, 나자렛을 지나올 때, 요셉이 죽은 뒤로 집에서 잘 나오지 않으시던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는 그를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가족들중의 남자들은 그의 가르침을 들었으며 그가 가는 길을 한동안 배웅해 주었다.
요한은 세례를 시작하기 전 석 달 동안, 자기 뒤에 오시도록 되어 있는 분을 알리기 위해 그 땅을 두 번 지나갔다.
요한이 세례를 주는 강물은 요르단 강의 한 지류와 같은 곳으로서 강어귀의 동쪽에 한 시간 거리의 굽이를 짓고 있는 곳이었다. 요르단 강의 이 지류 중에 어떤 곳들은 아주 협소해서 어느 곳에서는 사람들이 그 사이를 뛰어 건널 만했고, 또다시 넓어지곤 했다. 요르단 강의 굽이들은 작은 못과 샘들에까지 어우러지고 있어서 이 못과 샘들은 요르단 강으로부터 물을 얻고 있었다. 이 지류로부터 둑을 통해 분리되어 있는 그러한 못이 애논에서 요한이 세례를 베풀던 장소였다. 요한은 애논의 옛 건물의 성터가 있던 자리에 오두막을 지었다. 오두막을 세운 터는 매우 황폐했는데, 풀이 무성히 자라고 잔디로 뒤덮여 있었다. 건물 터에 남은 기초벽은 멜기세덱이 그곳에 세웠던 천막집의 기초가 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또한 야곱은 이곳 애논에서 자기 양떼와 함께 오랫동안 살았었다. 세례 샘의 저수지가 그 당시에 이미 있었는데 나는 야곱이 그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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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에메릭은 세례자 요한이 탄생할 당시에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의 집이 헤브론의 유타로 옮겨졌다고 진술한다. “성 요셉은 동정 마리아와 함께 유타로 여행 길을 나섰다…. 즈가리야의 집은 따로 떨어진 언덕 위에 있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살이 센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동정 성모 마리아의 생애>, 151, 154면).
1. CatholicOne (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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