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의 겸손
정녕 당신은 자신을 숨기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사 45,15
앞에서 나는 네가 마지막 만찬의 자리에 있었다면 두 가지 교훈, 곧 사랑과 겸손을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또 다른 자아여, 네가 성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너에 대한 내 사랑의 깊이와 내 겸손의 정도를 깨닫게 될 것이다. 빵 모양의 이 작고 동그랗고 납작한 작은 성체를 바라보아라. 그것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이 성체는 성령으로 인하여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사람이고, 나 자신이며, 문둥병자들과 눈먼 이들을 고쳐준 예수 그리스도다. 이 성체는 라자로의 무덤에서 울고,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고, 환전상들의 탁자를 둘러엎고, 간음한 여인을 용서해 준 바로 그 사람이다. 치료자이고 스승이며 구세주인 예수다. 이 성체는 나 자신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성체가 전지전능하고 거룩하며 선 자체이고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이라는 사실이다.
이 빵은 무에서 모든 것을 창조한 의지와, 우주를 존재케 하는 권능과, 모든 지식과 질서의 샘인 지혜를 지닌 하느님이시다.
이 성체는 수천 년 전에 시편 작가가 노래한 하느님이시다. “하늘을 차일처럼 펼치시고...”(시편 104,2)
이 성체는 너를 만들었으며, 너를 계속 존재하게 한다. 이것이 없으면 너는 생명을 지닐 수 없고, 영혼도 소멸하게 될 것이다. 이 성체는 너에게 양식과 안식처를 주고 좋은 생각을 하게 하며 자극을 준다.
이 성체는 언젠가 너를 심판할 것이다.
이 성체는 하느님이자 사람인 나 자신이다. 너는 그것을 말로 표현은 할 수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이 성체는 너를 자신의 또 다른 자아라고 부를 정도로 너를 매우 사랑한다. 네 길을 계획하고, 그 자체가 바로 네 영혼의 양식이 됨으로써 성체와의 놀라운 친교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성체가 신성과 인성을 지닌 실제의 위격임을 인식하고 그것을 바라보아라.
너는 내가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듯이 나를 사랑할 수 있다. 너는, 나의 제자들이 나를 신으로 알기 전에 나에게 준 사랑과 나의 신성을 알게 된 후에 나의 인성에 대해 가진 것과 같은 사랑을 나에게 주어야 한다. 나는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그런 사랑을 환영한다.
그러나 피조물이 하느님께 드리는 사랑, 곧 흠숭을 드리고 너 자신을 버리고 네 뜻을 내 뜻에 완전히 일치시키는 그런 사랑도 나에게 주어야 한다. 나는 성체성사에서 나를 너에게 맡긴다. 그러니 너도 나에게 맡겨라.
어떻게 성체 안에 내가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이 빵이 어떻게 갑자기 더 이상 빵이 아닌 그리스도가 될 수 있겠느냐?
빵과 고기와 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너의 몸과 피가 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너는 먹고, 나는 그 나머지 일을 한다. 내가 빵을 너의 몸으로 바꿀 수 있는데, 그것을 나의 몸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해서 왜 더 어려우리라고 여기느냐? 그것이 점차적으로 변화되지 않고 순간적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느님께는 시간이라는 것이 없다.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고 영원도 한순간이다. 내가 영원히 이 빵을 나 자신으로 변화시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좀 되겠느냐? 그러나 너는 물을 것이다. “주님, 왜요? 왜 당신은 이렇게 하십니까?” 아마 너는, 내가 내 몸을 먹고 내 피를 마셔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피를 주는 것을 누가 싫어하겠느냐? 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수혈을 해줌으로써 그들에게 유한한 생명의 원천을 준다. 나는 피를 흘리지 않는 방식으로 너의 영원한 생명의 원천인 내 피를 준다.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데 누가 반감을 갖겠느냐? 사람들이 나에게 보여준 사랑이 무엇이든 내가 그것을 천배로 갚아주는 것을 보아라. 자기 자신을 나에게 준 마리아가 인류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전부를 준다. 마리아는 나를 품에 안고 젖을 먹였다. 나는 네 품 안에서, 네 영혼 안에서 바로 나 자신으로 너를 먹인다.
내가 너에게 영적 양식을 주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되도록 돕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겠느냐?
네 하느님의 사랑이 안보이느냐? 너를 나에게 가까이 이끌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모를 것이다.
나는 너희의 손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너무도 먼 곳에 있었기에, 너희와 가까워지려고 너희 중의 하나가 되었고, 너희와 같은 사람이 되었으며, 너희가 안을 수 있는 피조물이 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나를 붙잡아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아주 작은 일이었다. 나는 너와 가까워지기를 원했다. 진정으로 나는 너와 같은 인간으로서보다 신으로서 더 가까워지기를 원했기 때문에, 나의 신성한 지혜와 사랑의 깊숙한 곳을 뒤져 바로 나 자신을 너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나는 네가 하느님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너와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대로 완전히 나 자신을 너에게 주기 위해 너와 다른 모습을 취해야 했다. 나는 평범한 음식의 모습 속에 나를 숨겼다. 네가 나에게 오는 것을 겁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너의 하느님은 너를 당신께 가까이 데려올 때까지 쉬지 않으실 것이다. 그분은 드러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신다. 그분은 가까이 오기도 하고 멀리 가기도 하신다. 그분은 자신을 분명하게 나타내기도 하고 신비롭게 만들기도 하신다. 그분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빵이 되기도 하신다. 너에게 더 쉽고 너에게 더 좋은 것, 너의 약함을 보완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신다.
마치 네가 주인이고 내가 너의 종인 것처럼 나는 나 자신을 무엇이든 네가 필요로 하는 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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