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미사의 의미 (나를 닮은 너에게)

Skyblue fiat 2015. 11. 1. 08:56

 

미사의 의미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에페 5,2

 

 

겟세마니에서의 고뇌가 있기 전에 나는 나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요한 17,20)

나는 너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십자가 위에서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고, 그때도 네가 내 마음속에 있었다.

나는 매번 이루어지는 미사성제에서도 이와 똑같이 너를 생각하고 너를 위해 기도한다.

 

네 하느님은 ‘너’를 위해 기도하신다.

그런데 네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

 

나의 또 다른 자아여, 미사는 완전한 예배행위다. 내가 이 땅에 오기 전에는 남자도, 여자도, 나의 어머니조차도 성삼위께 완전한 예배를 드릴 수 없었다. 이제 너는 미사를 드릴 때마다 완전한 경의를 표할 수 있다.

 

완전한 예배란 무엇이겠느냐? 그것은 갈바리아에서의 내 희생을 재현하는 것이다. 나의 수난에 관해 내가 말한 것을 되새겨 보아라. 겟세마니에서의 내 고뇌를 상상으로 체험해 보아라. 나의 피조물들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며 철저하게 경멸하던 것을 기억해 보아라. 조롱하는 무리들 사이에서 무거운 기둥을 지고 가보아라. 자비로운 죽음으로 너의 모든 고통이 진정될 때까지 기둥에 못 박혀 매달려 있어보아라.

 

이것이 미사다.

 

아니, 미사는 그 이상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십자가에 못 박혔지만 그들의 십자가는 완전한 예배를 드린 제단이 아니었다. 그들의 죽음은 미사가 아니었다.

 

미사는 고난 이상의 것이다. 미사의 본질은 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의 뜻을 신이신 아버지의 뜻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내가 나무기둥에 영원히 매달려 있어도 자유의지로 내 뜻을 바치지 않았다면, 완전한 경의도, 인간을 위한 구원도, 미사도 없었을 것이다.

 

미사는 죽음에 이른다 해도 나의 아버지께 내 모든 의지를 바치는 것이다. 그것은 십자가의 고난이 절정에 달한 상태로 나의 모든 삶을 드리는 것이다. 갈바리아의 수난은 최고의 희생행위였다. 고통을 견디고 그것을 사랑으로 포용했기 때문이며, 희생을 바친 그리스도의 위격이 하느님 자신이기 때문이다. 미사가 거행될 때마다 나는 사랑을 바치는 이 최고의 예배를 피를 흘리지 않는 방식으로 다시 새롭게 드리게 된다.

 

이제 미사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완전한 방법임을 좀 더 분명히 깨달았느냐? 나는 제단에서 사제를 통해, 십자가에서 드린 것과 똑같은 흠숭과 속죄와 감사, 청원과 사랑을 나의 아버지께 드린다.

 

미사에서 나는 나 자신을 온전히 그분의 뜻에 맡긴다. 창조의 정점이고 모든 피조물 중에 가장 높으며 삼위일체에 속하는 인간인 내가 나의 뜻을 그분의 뜻과 완전히 일치시킨 것은, 하느님께서 최고의 통치자이고 모든 피조물이 그분께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완벽한 증거다. 이것이 흠숭이다.

 

미사에서 나는 인류의 모든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나 자신을 바친다. 아버지의 관대한 뜻에 따라 그분께서 명하신 것뿐만 아니라 허락하신 모든 것에 온전히 순종함으로써 인간의 모든 반항을 보상한다. 이것이 속죄다.

 

또한 모든 인간의 관대한 후원자이신 아버지를 찬미하여 나 자신을 드린다. 내가 드리는 이 찬미는 그분께서 주신 모든 선물에 맞갖은 찬미다. 이것이 감사다.

 

그리고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시고, 용서뿐만 아니라 넘치는 은총을 내려주시어 그들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침으로써 그들의 죄가 깨끗이 씻기고 그들의 영혼이 눈같이 희어지게 하소서” 하고 청원하면서 나 자신을 바친다. 나는 너를 위해 간구한다. 나는 아버지께 내 제물을 네 재물로서 받아달라고 청한다. 내 몸을 네 몸으로, 내 피를 네 피로, 내 모든 의지를 네 모든 의지로, 내 속죄, 흠숭, 찬미, 청원, 사랑을 네 것으로 여겨달라고 청한다.

 

십자가 위에서, 그리고 미사 중에 내 입은 네 입이 되고 그 입을 통해 아버지를 찬미한다.

 

못 박힌 내 손이 네 손이 되어 그 손을 통해 너는 아버지께 예배를 드린다. 십자가에 못 박혀 고정된 내 발이 네 발이 되어 그 발로 너는 아버지의 길로 걸어간다. 창으로 찢긴 내 가슴이 네 가슴이 되어 아버지를 향한 네 사랑을 조용히 쏟아낸다. 항상 내 아버지께 집중되어 있는 내 생각이 네 생각이 되어 아버지께 그야말로 너의 모든 것을 드린다.

 

나의 또 다른 자아여, 너는 나의 미사에 동참하여 내가 하는 일을 함께한다.

 

내가 어깨 위에 십자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갔듯이, 너도 내가 허락하는 정도까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간의 죄를 지고 간다.

 

너도 희생을 치르고 인류의 구원을 쟁취할 힘을 가지고 있다.

너도 사람들의 죄를 대속해야 하는 과업을 부여받았다.

너는 흠숭하지 않는 사람들과 냉담하게 흠숭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흠숭한다. 너는 이 모든 사람을 대신해 청원하고 속죄하며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것이 너에게 달려있단 말이냐! 얼마나 많은 죄인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 비웃는 사람들, 냉담한 사람들이 이 미사의 은혜를 필요로 한단 말이냐! 연옥에 있는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네 도움을 바라고 있단 말이냐! 내 모든 교회에 영적 힘을 부여할 방법이 네 손안에 있다. 네가 영적으로 많이 미흡하다 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네 것이다. 내 뜻과 완전하게 일치되어 경건하게 바쳐지는 한 번의 미사는 충분함 이상의 힘을 지닌다.

 

그러한 미사는, 세상이 시작된 이래 세계의 모든 지도자들의 모든 회의보다 더 큰 효과를 지니고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을 이룩할 수 있다.

 

나의 또 다른 자아여, 미사를 사랑하여라. 세상에 구원을 가져오는 것은 미사다.

 

 

 

- 나를 닮은 너에게/ 클래런스 J. 엔즐러 지음/ 바오로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