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영혼을위하여/연옥실화

[연옥실화] 실망해서는 안 된다

Skyblue fiat 2023. 11. 16. 09:36

 

실망해서는 안 된다


백년 전 파리의 유명한 수녀원에 한 수녀가 있었다. 그녀는 유대인의 피를 받았으나 덕과 지성은 이 수녀원에서 첫째로 꼽혔다. 수녀의 양친은 순수한 유대인이라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녀는 스무 살쯤에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어머니는 독실한 유대교 신자였고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현모로서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었다.

그러나 딸이 유대교를 버리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머니의 노여움은 대단했다. 딸을 사랑한 만큼 실망과 분노도 컸다. 딸을 협박하고 신앙생활을 방해하며 유대교를 버린 딸을 되찾아 오려고 온갖 책략을 꾸몄다. 세례성사를 받은지 얼되지 않은 딸은 어머니의 회개를 위해 열심히 기도와 희생을 바쳤다. 그러나 효과는 조금도 없었다. 딸은 25세가 되자 굳은 결심으로 어머니의 회개를 위해 헌신하려고 수녀원에 들어갔다.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모른다.”는 속담과는 반대로 딸의 마음을 어머니가 몰라주어 딸이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어머니의 분노는 그칠 줄 몰랐다. 모녀 사이의 전투는 20년간 계속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머니의 노여움도 조금씩 풀렸고 딸도 이따금씩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러나 어머니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딸의 정성도 아무런 보람이 없어 보였다.

이효성 깊은 딸에게 어느 날 "모친이 갑자기 죽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딸은 비통함으로 편지를 움켜쥐고 성당에 들어가 성체 대전에 엎디어 울었다. “주님, 제가 20년 동안 어머니의 회개를 위하여 뜨거운 기도를 바치고 눈물을 흘린 보상이 이소식입니까?" 딸은 이때까지 실천해 온 선행들을 늘어놓으며 몸부림치고 애통해했다.

"이런 일들이 모두 헛일이 되고 어머니는 지옥에 떨어졌구나!"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감실 속에서 준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네 어미에 대하여 무엇을 알고 있느냐?"

그녀는 목소리의 위엄에 눌려 엎드렸다.

"너의 불신앙을 책함과 동시에 또 너를 위로해 주리라. 네가 어미의 영혼을 위해서 이때까지 한 일 때문에 네 어미는 임종의 고통 중에 '하느님, 저는 회개하겠사오며, 제 자식이 받드는 종교를 희망하나이다.'라고 마음속 깊이 통회하고 세상을 떠났다. 네 어미는 얼마 동안 연옥에 있어야 하니 영복을 얻도록 너는 항상 기도해 주어라."

 

 

-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7장. 연옥 영혼에 대한 믿음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