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갔다고 단정하지 말라
여기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어떤 희생이 아직 바쳐지기 전에 또는 못다 바치고 어떤 이가 죽을 경우 연옥 영혼은 구원될 수 없는가 하는 의문이다. 이런 때에도 우리는 계속 희망을 가져야 한다. 모든 성인의 통공과 하느님 안에서는 과거도 미래도 없고 모두가 현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참아 받은 고난이나 기도의 공로를 보류하실 뿐만 아니라 아직 실행되지 않은 선행이나 희생도 예지하시어 은총을 내리심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성교회의 성사를 못 받고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 형제, 벗들의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것은 헛수고가 아니다. 이는 진정 우리의 깊고 거룩한 사랑인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미래에 행해질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공로로 말미암아 성모님을 원죄에서 벗어나게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녀 제르트루다가 미래에 바칠 기도 때문에 죄인에게 회개의 은혜를 주셨다는 것을 친히 성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이는 하느님의 정의 쪽만 보고 모든 사람을 지옥에 떨어 뜨린다 하고, 어떤 이는 하느님의 사랑만을 보고 모든 사람을 천국으로 올려준다 한다. 그러나 양쪽 다 틀렸다.
몇 해 전 파리의 어떤 가정에서 아들이 무서운 사정으로 급사했다. 어머니는 깊은 절망에 빠져 며칠을 "아아, 내 아들, 가엾은 내 아들이 지옥 불에 빠져 영원한 벌을 받는구나.” 하며 오열했다.
또 베르사유 교구의 어느 교회에서 한 아이가 아직 준비가 부족하여 첫영성체를 연기하게 되었다. 아이는 순순히 따랐다. 그런데 아이의 어머니가 체면도 서지 않고 모처럼 지은 옷도 소용 없어진다며 억지로 다른 아이들과 같이 성체를 영하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더니 "지옥에 간다. 영원히 벌 받는다…." 하고는 숨이 끊어졌다.
이 두 사람은 확실히 지옥에 갔는가? 알 수 없다. 신을 모욕한 볼테르조차도 지옥에 떨어졌으리라 단언할 수 없다. 임종 때에 하느님과 죄인 사이에는 인간의 지혜를 초월한 많은 비밀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무한하신 사랑으로 인간을 만드시고 성자의 피로써 우리를 속량하시며 그 영혼의 구원을 무엇보다도 원하신다. 특히 임종 때에는 회개에 필요한 은총을 주신다. 성교회는 누군가가 지옥에 떨어졌다고 단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선고를 내릴 분은 오로지 하느님뿐이시다. 피조물인 우리가 이와 같은 단정을 내리는 것은 하느님의 권한을 넘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을 판 유다나 주님의 왼쪽에 못 박혔던 도둑, 기타 성경에 기록된 다른 이에 대해서도 함부로 지옥에 떨어졌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쯤 교황 그레고리오 16세 때 파로타라는 신부가 있었다. 그는 성덕으로 이름이 높았기에 죽은 뒤에 이 신부를 복자위福)에 올리기 위해 조사가 시작되었다. 일찍이 이 신부는 사형수를 회개시키려고 단두대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때 죄인은 하느님을 욕하면서 죽었기 때문에 신부는 격노하여 그 머리를 움켜쥐고 높이 치켜들어 보이며 우레와 같은 목소리 로 “보라, 지옥에 간 자의 얼굴을!” 하고 외친 적이 있었다. 이 일이 알려져서 그는 복자위에 오르지 못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죽은 이가 확실히 지옥에 갔다고 단언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노인이 몇 십 년 동안 신자의 본분을 지키지 않았다. 어떤 이는 성교회를 욕하며 자신은 믿음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어떤 이는 방탕에 빠졌다가 급사했다. 어떤 이는 통회할 시간도 없이 대죄를 범하면서 죽었다. 이런 사람들도 확실히 지옥에 갔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또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된다. 겉만 보고 속단하는 것은 성교회의 정신에 어긋난다. 다만 우리는 이런 이들을 위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빌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임종 때에 통회할 시간을 주실 것으로 확신하고 회개하기를 미루면서 자기 영혼이 구원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화염 속에서 얼음덩이를 찾는 것과 같다. 십자가 옆의 도둑이 좋은 예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했다.
“두 사람 중 하나는 구원되었다. 희망을 가져라. 하나는 지옥에 갔다. 두려워하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말
"신앙을 얻는 것이 인간의 가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은총으로 인한 것이듯 신앙을 지키는 것도 인간의 가치가 아닌 은총 때문이다."
연옥실화 /제7장 연옥 영혼에 대한 믿음/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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