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3권-71~76)하느님 뜻으로만 사는 것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

Skyblue fiat 2014. 7. 31. 17:39

 

3권-71,  "힘써 너의 내면을 나로 가득 채워라."

 

1900년 5월 18일

 

1. 여전히 흠숭하올 예수님을 빼앗긴 느낌이다. 기껏해야 그분의 어떤 자취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이것이 내게는 얼마나 쓰라린 고통인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하는지!

 

2. 오늘 아침에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찾으며 하던 끝에 내 곁에 계신 그분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머리 속을 파고드는 가시관으로 몹시 괴로워하시는 모습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가시관을 벗겨 내 머리에 눌러 썼다. 하지만 그분의 현존 앞에서 나 자신이 너무나 악하게 보여서 말 한마디 꺼낼 힘이 없는 것이었다.

 

3. 예수님은 그런 나를 가엾게 여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힘내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힘써 너의 내면을 나로 가득 채우고, 모든 덕행이 넘치도록 스며들게 하여라. 덕행이 넘쳐흐를 정도가 되면 내가 너를 하늘로 데려가겠다. 그러면 (나를 빼앗긴 듯한) 너의 상실감이 죄다 사라질 것이다.”

 

4.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신 다음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이셨다. “내 딸아, 기도하여라. 폭풍과 우박과 번개와 홍수가 들이쳐서 사람들과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날들이 닥치려고 한다. 사흘이지만 (연달아 사흘이 아니라) 간격을 두고 하루씩 따로 일어날 일이다.”

 

5. 그러고 나서 그분은 내가 처해 있는 (괴로운) 상태에서 다소 풀려나게 하시면서 모습을 감추셨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덕행이 넘쳐흐를 정도가 될 때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내가 그렇게 되지 못하는 이상, 언제나 그분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러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3권-72, 참된 안식은 내적 고요를 전제로 한다.

 

1900년 5월 20일

 

1. 내가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음을 알았을 때에는 한밤중이어서 온 우주와 자연계의 모든 질서 및 별이 빛나는 하늘과 밤의 침묵이 감지되는 것 같았다. 요컨대, 보이는 모든 것이 하나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이를 보고 있을 때에 우리 주님께서도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보시는 것 같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모든 것이 (만물을) 안식에로 초대하고 있다. 그러나 참된 안식이란 무엇이겠느냐?

내적 안식, 하느님이 아닌 모든 것의 침묵이다. 태양처럼 눈부신 빛이 아니라 은은한 빛으로 반짝이는 별들을 보아라. 자연계의 온갖 것과 사람과 짐승들의 잠과 침묵을 보아라. 만물이 고요 속에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아 삶의 고달픔으로부터 휴식을 취하고 있다.

 

3. 휴식은 육신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영혼에는 훨씬 더 필요하다. 사람은 자기의 중심에서 쉴 필요가 있는데 그 중심은 곧 하느님이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서 쉬려면 내적 고요가 필요하다. 이는 평온하게 잠들기 위해서 육신에 필요한 것이 외적 고요인 것과 같다. 그러나 이 내적 고요란 무엇이겠느냐? 그것은 사람이 자기의 격정들의 질서를 바로잡아 고요해지게 하는 것이니, 하느님을 향해 있지 않은 모든 욕망과 성향과 애정에 침묵을 부과하는 것이다.

 

4. 그런데, 사람이 이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은 무엇이겠느냐? 필수적인 단 하나의 수단은 본성에 따르는 자기의 존재를 원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니, 지음받기 전과 똑같은 무(無)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무로 돌아간 존재를 하느님 안에 다시 들어올리는 것이다. 딸아, 모든 것은 무에서 태어났다.

 

5. 하도 질서있게 움직이고 있어서 네가 감탄하고 있는 이 기계적인 우주를 보아라. 만일 그것이 창조되기 전에 다른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 나의 창조적인 손을 대어 이다지도 정교하고 찬란하며 화려하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혹은,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린 뒤에야, 내가 원하는 대로 했을 것이다.

 

6. 항상 같은 점으로 돌아오거니와, 나의 모든 사업은 무에서 시작된다. 다른 무엇이 섞여 있을 때에는 나의 주권이 영혼 안에서 역사하며 다스리기 위하여 내려오기에 합당하지 않다. 그러나 영혼이 무로 돌아가서 나의 존재 안에서 그 자신의 존재를 취하며 내게로 올라오면, 그때에 나는 곧 "나다"(탈출 3,14) 라고 하는 하느님으로서 역사하고, 영혼은 거기에서 참된 안식을 발견한다. 이것이 겸손에서부터 자아 소멸에 이르기까지 모든 덕행들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7. 복되신 예수님의 이 말씀에 대하여 내가 이해한 것을 다 이야기할 수 있는 이는 아마 없으리라.

오, 만약 스스로의 하찮은 존재를 소멸시키고 하느님께로부터 그 거룩하신 존재를 받을 정도가 된다면,영혼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얼마나 존귀하고 거룩해지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참으로 어리석다! 너무나 어리석어서 아직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비참이라니! 자기 자신의 참된 선을 찾으며 높이 날아오르기는커녕, 지상의 울퉁불퉁한 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면서 썩은내 나는 진창 속에서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8. 그 후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를 한 정원으로 데려가셨는데, 거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예식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예식 고유의) 특별한 예복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참석이 허용되었고,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나도 그것을 받고 싶은 큰 열망을 느꼈으므로 있는 힘을 다하여 애쓴 결과 성공을 거두었다.

 

9. 그래서 옷 받는 곳에 가 보니 기품 있는 한 부인이 내게 우선 흰옷을 입혀 주었고, 그런 다음 내 가슴에 하늘색 푸른 끈을 걸고 여기에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진 메달을 달아 주었다. 그것을 얼굴이며 동시에 거울이어서 사람이 이를 유심히 바라보면 자기 속의 가장 작은 흠까지 찾아낼 수 있으며, 그분의 얼굴 안에서 나오는 빛의 도움으로 그 흠을 쉽사리 없앨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메달은 신비스러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10. 부인은 그 다음에 순금으로 치장된 망토를 내 온 몸을 감싸주었다. 이 모든 예복 때문에 나 자신이 마치 하늘의 동정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11. 그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돌아가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자.

너는 옷을 입었으니 지금은 그것으로 족하다. 예식이 거행될 때가 오면 내가 데려다 주마."

 

12. 그분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좀더 여기저기를 둘러보신 다음, 나를 내 자리로 돌아오게 하셨다.

 

 

 

3권-73, 하느님 뜻 안에 자기 뜻을 소멸시켜

그분의 뜻으로만 사는 것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이며

기적 중의 기적이다.

 

1900년 5월 20일

 

1. 오늘 아침에는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았다. 그러나 오래도록 기다린 끝에 마침내 오셔서, 나를 쓰다듬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너에 대한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겠느냐? 또한, 너로 하여금 이러한 상태로 살게 하는 까닭을?" 잠시 중단하시더니 그분은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2. "내가 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네 안에서 놀랍고 많은 일을 하여 나의 업적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나의 목적은 너를 나의 뜻 안에 빨아들여 두 뜻이 오직 하나가 되게 하는 것과 너를 이 합일의 완전한 모범이 되게 하는 데에 있. 이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이며, 모든 것 가운데서 가장 놀라운 이다. 내가 너를 가지고 기적 중의 기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3. 딸아, 두 뜻의 합일을 완성하려면 영혼은 나를 본받아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나는 (내가 빨려들지 않고) 세상은 나 자신 안에 빨려들게 하면서 세상을 가득 채우지만, 아무에게도 내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이다. 이는 내 안에는 물질적인 것이 도무지 없다는 것, 일체가 순수한 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내가 인성을 취함으로써 물질을 입게 된 것은 모든 점에서 사람과 같아지려는 것이었고, 물(物) 자체를 영화(靈化)하는 방법에 대하여 사람에게 완전한 본을 보여 주려는 것이었다.

 

4. 그러므로 영혼은 그 자신 안의 모든 것을 영화하여, 물질적인 것이 조금도 없고 실제로 형태가 없어서 보이지 않는, 순수한 영과 같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그의 뜻을 나의 뜻과 하나 되게 하기가 용이해진다. 왜냐하면, 눈에 안 보이는 것은 또 다른 것 속으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물체를 하나로 만들고자 한다면, 둘 중 하나는 그 자체의 형태를 잃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직 하나란 것을 형상화할 수 없는 것이다.

 

5. 그러니 네가 만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 자신을 없애고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한 형상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복되겠느냐! 사실, 너는 내 안에 나는 네 안에 서로 흡수되어 오로지 하나가 된다면 너 자신 안에 그 거룩한 원천을 지니게 될 것이다. 게다가 나의 뜻 안에는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선이 다 들어 있으니, 너는 모든 선을, 모든 선물과 은총을 너 자신 안에 지니는 이 된다. 다른 곳으로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너 자신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그 모든 것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6. 그리고 사람이 내 뜻 안에 있으면 그가 행하는 덕행들은 한계가 없어서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지극히 멀리까지 이르게 된다. 내 뜻이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을 만큼 영웅적이고 숭고한 덕행들을 닦게 하기 때문이다.

 

7. 내 뜻 안에서 무로 돌아간 영혼은 완성의 단계가 극히 높아서 마치 하느님처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영혼 안에 그 자신의 뜻은 이제 살아 있지 않고 하느님 자신의 뜻만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혼이 하느님의 뜻으로 살아가면 하느님의 능력과 지혜와 거룩함 및 그분 소유의 다른 모든 덕행들을 지니게 된다 하더라도 놀라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8. 너로 하여금 그런 완성에 도달하기를 열망하게 하고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마음이 들게 하려면,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넉넉하리라. 즉 오로지 나의 뜻으로만 사는 경지에 도달한 영혼은 모든 여왕들 중의 여왕이라고 말이다.

 

9. 그의 옥좌는 아주 높은 곳에 있기에 영원하신 분의 옥좌에까지 이른다. 그는 지극히 영화로우신 삼위일체의 신비 안으로 들어가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서로 나누시는 사랑에 참여한다. 이 영혼 안에 거룩하신 분께서 계심을 알아보고, 모든 천사와 성인들은 얼마나 그를 공경하며 사람들은 얼마나 탄복하고 마귀들은 얼마나 무서워하겠느냐!"

 

10. - 오, 주님,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주님께서 언제 저를 그러한 경지에 이르게 해 주시렵니까?

 

11. 그런데, 주님께서 이 두 뜻의 합일에 관해서 내 지성을 비추시며 부어 넣어 주신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개념이 너무나 고상한 것이어서 연마하지 않은 나의 언어로서는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낱말들이 없는 것이다. 주님께서 당신의 찬란한 빛으로 깨닫게 해 주신 것을, 서툴게나마 그저 있는 힘을 다해서 여기에 적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3권-74, "네 뜻이 나의 뜻과 하나인 것 같다."

 

1900년 5월 24일

 

1. 흠숭하올 예수님의 부재로 말미암아 - 나타나신다고 해도 그림자처럼 희미하거나 빛이 번쩍 하는 순간처럼 짧으니까 - 나는 너무나 풀이 죽어 있었기 때문에 그분께서 이렇게 계속하기를 원하신다면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비탄의 절정에 있었을 때에 그분께서 잠시 나타나셨는데,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위로가 필요하신 듯한 모습이었다.

 

2. 그분께서는 양팔로 내 목을 싸안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얘야, 꽃을 가져오너라. 사랑으로 말미암아 쇠약해진 나를 꽃이 온통 에워싸게 해 다오. 딸아, 네 꽃의 감미로운 향기가 내게 위로를 가져오며 내 고통을 가라앉힐 약이 될 것이다. 내가 쇠잔하여 정신이 아찔하니 말이다."

 

3. 그래서 나는 즉시 그 말씀에 이어 "그러면,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께서는 저에게 열매를 주십시오. 저의 나태와 빈약한 고통이 약한 마음을 더 약하게 하기 때문에 죽음에 이를 정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니 당신께서 열매를 주시면, 저는 그 기진 상태에서 더 잘 회복되시도록 꽃뿐만 아니라 열매도 드리겠습니다." 하였다.

 

4.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오, 우리는 정말 마음이 잘 맞는구나! 네 뜻이 나의 뜻과 하나인 것 같다."

 

5. 나는 잠시 (괴로움에서) 놓여난 느낌이었다. 내가 처해 있었던 상태가 바야흐로 멎으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내 가장 큰 선이신 분을 잃고 홀로 버려진 채, 전과 똑같은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알았다.

 

 

 

3권-75,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은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1900년 5월 27일

 

1. 내 가장 큰 선이신 분의 부재로 말미암아 어느 때보다도 더 의기소침해 있었던 오늘 아침, 그분께서 잠시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이 사람에게 돌진하여 그 속에까지 들어가면서 온 존재를 뒤흔들어 놓는 것과 같이, 내 사랑과 은총도 바람의 날개를 타고 사람에게 돌진하여 그의 마음과 정신과 그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그럼에도 은혜를 모르는 인간은 이다지도 비통한 쓰라림을 안겨 주면서 내 은총을 거부하고 나를 모욕한다!"

 

2. 그러나 나로서는 너무 당황한데다 극도로 쇠약해져 있어서 입을 열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저 이런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분께서 왜 오시지 않을까? 오실 때도 분명하게 뵐 수가 없으니, 내가 투명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 가림 없이 드러난 그분의 아름다운 얼굴을 이전처럼 다시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

 

3. 내가 그러고 있었을 때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우리 두 뜻의 합일을 통하여 너의 지위가 우뚝 높은 곳에 있게 되었는데, 이 두려움은 어찌된 것이냐?"

 

4. 그분께서는 고통스러운 상태 속에 있는 나를 측은히 여기시며 내 용기를 북돋아 주시려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새로운 욥이다. 나를 분명하게 볼 수 없다고 해서 지나치게 울적해 하지 말아라. 일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내가 사람들에게 징벌을 내리려고 하기에 평소처럼 오지 않는 것이다. 네가 분명히 나를 보고자 한다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깨닫게 될 것이다. 게다가, 너의 마음은 나의 마음 안에 융합되어 있으니, 징벌을 내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내 마음이 괴로운 것을 보고) 네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도 알고 있다. 내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너의 이 괴로움을 면해 주려는 것이다."

 

5. 그분께서 내 하찮은 마음에 남기신 아픔에 대해서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 오, 주님, 이 고통을 견딜 힘을 주소서!

 



3권-76, 줄곧 쏟아지는 비의 징벌,

모두에게 버림받고 홀로 비탄 중에 계신 아기 예수님

 

 1900년 5월 29일 


1. 같은 상태가 계속되니 몹시 괴로웠고, 내 가장 큰 선이신 분의 부재를 견디게 할 도움의 필요성이 절감되고 있었다. 그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내 마음 안쪽에서 당신 얼굴을 잠시 보여 주셨다. 그러나 뚜렷하지는 않았다.

 

2.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그분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다.

 "용기를 내어라. 내 딸아, 조금만 더 기다려라. 이 책벌을 마친 후에 이전처럼 너에게로 가마."

 

3.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당신께서 보내시기 시작한 그 징벌은 어떤 것입니까?" 하고 여쭈었다.

 

4.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줄곧 쏟아지는 비는 우박보다 더 해로워서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다."

 

5. 이 말씀을 하시고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나는 몸 바깥으로 나와서 어떤 농원에 있는 것을 깨달았는데, 거기에서 수확할 것이 없어진 포도밭들을 보면서 "가련한 사람들, 가련한 사람들! 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계속 중얼거렸다.

 

6. 그러고 있노라니 농원에 한 어린 사내아이가 보였고, 얼마나 큰 소리로 울어대는지 천지가 진동할 지경이었다. 모든 이가 그 울부짖음 소리를 들었건만, 아무도 그 아이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

너무도 무관심해서 그렇게 혼자 있게 내버려 둔 것이었다.

그때 갑자기 "어쩌면 이 아이가 예수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으나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7. 그래도 나는 그분(이라고 여기고) 다가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사랑하올 아기님, 무엇 때문에 그리도 우십니까? 모든 이가 당신으로 하여금 눈물과 비탄에 젖어 이렇게 울부짖게 한 채 떠나고 말았으니, 이제 저와 함께 가십시다."

 

8. 내가 그분을 진정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분은 그 흐느낌 중에서도 "그래, 너와 함께 가겠다."는 대답만은 해 주셨다. 모셔 오려고 그분의 손을 잡았는데, 바로 그 순간 내가 몸속에 돌아와 있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