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3권-82~91)십자가는 예수님을 닮게 한다/완전한 겸손/십자가는 겸손의 유일한 양식

Skyblue fiat 2014. 7. 31. 18:38

 

3권-82, 십자가는 예수님의 신성을 흡수하게 하고 그분의 인성을 닮게 한다. 

1900년 6월 14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오셔서, 적지 않은 고통 중에 있는 나를 보시고 몹시 측은해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를 이다지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이냐? 내가 좀 위로해 주마.”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나보다 더 큰 고통 중에 계셨다).

 

2. 그분은 내 영혼에 입맞춰 주셨는데, 당신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계셨으므로 나를 몸 밖으로 나오게 하셔서 그분의 손안에 나의 손을 넣고 그분의 발안에 나의 발을 넣으셨으며, 그분의 머리에 내 머리를, 내 머리를 그분의 머리에 기대게 하셨다.

 

3. 나는 그런 자세로 있는 것이 여간 기쁘지 않았다! 못과 가시들 때문에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그것은 나의 가장 큰 선이신 분께서 겪고 계신 것이니 내게는 기쁨이 되는 고통이었다. 사실, 그 못과 가시들의 수가 더 많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나를 그렇게 당신 안으로 끌어당기신 것이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었으니, 예수님께서는 나를 회복시키시고 나는 그분을 회복시켜 드리는 것 같았다.

 

4. 그리고 그분과 나는 그런 자세로 밖으로 나갔는데, 마침 고해 신부님이 보이기에 나는 즉각 주님께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청하였다. 그리고 신부님으로 하여금 주님의 음성이 얼마나 감미롭고 부드러운지 듣게 해 주시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 소망을 채워주시려고 신부님을 보시며 십자가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5. 십자가는 영혼으로 하여금 나의 신성을 흡수하게 하고 나의 인성과 닯게 하며, 그 안에 나 자신의 업적을 되새겨 준다.

 

6. 그런 다음 우리는 좀 더 돌아다녔다. 그러나 비통한 광경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이 내 영혼을 찌르고 또 찔렸다. 정의가 인간을 내리치려고 하는데도 인간은 머리를 숙일 줄 모르고 중죄들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현재보다 두 배나 더 고약한 상처를 입고 싶기나 한 듯이, 더 맹렬한 기세로 정의에 덤벼들고 있는 것이었다. 대환난 역시 인간 자신이 스스로에게 준비하고 있는 격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깊은 비통에 잠겨 물러났다.

 

7. 그리고 예수님은 모습을 감추셨고, 나는 다시 나 자신의 몸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3권-83, 하느님 안에 있는 것은 평화 안에 있는 것이다.

 1900년 6월 17일

 

1. 아침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자,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마음 속이 어수선해졌다.

그러므로 그분께서 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네가 언제나 하느님 안에 있는 것 평화의 경계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좀이라도 마음이 뒤숭숭해지면 이는 네가 하느님으로부터 그만큼 벗어나 있다는 표지이다. 줄곧 하느님 안에 있으면서도 완전한 평화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평화는 그 경계가 끝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하느님께 딸린 것은 다 평화인 것이다."

 

3. 예수님께서는 그 다음에 이렇게 덧붙이셨다.

"영혼의 헐벗음유익 것은 겨울이 식물에게 유익한 것과 같다는 것을 너는 알지 못하느냐?

식물들은 뿌리를 더 깊이 내린다. 겨울이 그들을 튼튼하게 하여, 다시 신록의 계절이, 꽃피는 오월이 되게 하는 것이다."

 

4. 그리고 나서 그분은 나를 내 몸 바깥으로 나오게 하셨다. 내가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을 말씀드리고 난 후 그분은 사라지셨는데, 나는 평화의 경계 안에 남아 있기 위하여 언제나 하느님 안에 있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과 더불어 내 몸 안에 돌아와 있었다.

 

 

3권-84, 하늘과 창조된 만물은 하느님 사랑을 가리키고,

예수님의 상처 입은 몸은 이웃 사랑을 가리킨다. 

1900년 6월 18일

 

1.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기에 나는 마음을 모아 그분께서 매 맞으시는 신비를 묵상하려고 힘썼다.

그렇게 하고 있노라니, 온통 상처와 피투성이가 된 복되신 예수님의 모습이 보였다. 그분께서 곧바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하늘은 창조된 만물과 함께 네게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 준다. 상처 입은 나의 몸은 네게 이웃 사랑을 가르쳐 준다. 나의 인성은 신성과 매우 긴밀히 결합되어 있어서 그 두 가지 본성 안에 하나의 인격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두 본성을 나 자신 안에서 나뉠 수 없는 하나가 되게 했으므로, 하느님의 정의를 채우면서 인류 구원 사업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3.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계명을 확실히 모든 이가 받아들이게 하려고 나는 그것을 하나로 만들고 거룩한 교훈이 되게 하였다. 따라서 나의 고통과 피는 그만큼 많은 혀가 되어, 모든 이에게 서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 모두가 다른 이들의 구원을 위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도 하는 것이다."

 

4. 나중에 그분께서는 더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이셨다.

“내게 있어서 사랑은 참으로 무자비한 폭군이다!  십자가에 달려 피를 흘리며 죽기까지 나는 내 지상 생애 전체를 끊임없는 희생제사로 바쳤을 뿐만 아니라, 성체성사를 통하여 나 자신을 영구적인 제물로 남겨 두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산 제물이 되게 하려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너를 뽑아 세운 것과 같이, 내가 극진히 사랑하는 지체들을, 인류 구원을 위한 지속적인 고통의 산 제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나의 마음은 인간을 찾아내지 않고서는 안식도 휴식도 없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은 (이 사랑에) 어떻게 응답하느냐? 엄청난 배은망덕으로 답할 뿐이다!"

 

5. 이 말씀을 마치시고 그분은 사라지셨다.

 

 

 

3권-85, 완전한 겸손은 하느님과의 긴밀한 일치에 이르게 한다.

1900년 6월 14일

 

1. 오늘 아침에는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었으나 내 가장 큰 선이신 분을 뵐 수 없었기 때문에 그분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너무 지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려는 순간, 그분께서 뒤에서 나를 떠받쳐 주시는 것을 느꼈다.

 

2. 그러므로 나는 손을 뻗어 그분을 내 앞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의 사랑이시여, 당신 없이는 제가 못 산다는 것을 잘 아시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기절할 지경이 되게 하시다니요! 적어도 그 까닭만이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떤 점에서 제가 당신을 모욕했기에, 당신의 부재라는 그 잔혹한 고통과 순교를 방불케 하는 괴로움을 겪게 하셨습니까?"

 

3. 그러자 예수님께서 내 말을 가로막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내 딸아, 내 마음의 고통을 악화시키지 말아라. 모든 이가 계속 가해오는 폭력과 계속 씨름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그 악화의 절정에 달해 있지만 말이다. 인간의 불의가 바로 내게 가하는 폭력이니, 그들이 나로 하여금 자기네를 벌하지 않을 수 없게 하면서 나의 거룩한 정의를 스스로의 머리 위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가 인간에 대한 내 사랑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너무나 큰 비통으로 내 가슴을 미어지게 하면서 계속 나를 죽이고 있는 셈이다.

 

4. 내가 (오늘) 너에게 왔을 때에 너도 내게 폭력을 휘둘렀다. 왜냐하면, 내가 징벌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네가 잠자코 있지를 못하고, 강요와 폭력을 휘둘러서라도 징벌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네가 내 앞에서 달리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내 가슴이 더 격렬한 투쟁으로 폭발하지 않으려면, 네게 오는 것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5. 그러니 지금은 나더러 오라고 떼쓰려 들지 말아라.

나의 격노를 터뜨릴 터인즉, 너의 말로 내 고통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말이다.

 

6.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기 바란다. 가장 높은 겸손은 어떤 이치도 따지지 않는 니, 이런저런 이유에 대하여 논하지 않고 너 자신의 무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영혼이 그렇게 하고 있노라면 부지중에 자기가 하느님 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하여 영혼 안에 하느님과의 긴밀한 일치 영혼의 가장 큰 선이신 그분을 향한 더없이 완전한 사랑이 태어난다. 이것이 영혼의 가장 큰 이익이니, 영혼 자신의 분별력을 잃음으로써 신적인 분별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7. 그리고 영혼 자신에 대하여 (즉 뜨겁든지 차든지, 혹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이 유리한 건인지 불리한 것인지에 대하여) 따지기를 포기한다면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고 온전히 천상적이고 거룩한 언변을 얻게 될 것이다. 이 밖에도 겸손은 영혼을 안전한 옷으로 둘러싼다. 이 옷에 감싸인 영혼은 극히 깊은 평화 속에 있으면서 스스로를 단장하여 그가 더없이 사랑하는 예수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8.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나는 형언할 수 없는 놀라움에 잠겼으니, 대답할 말을 단 한 마디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에,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고 나는 내 몸 안에 돌아와 있었다. 확실히 마음이 평온하였다. 그러나 또 무거웠던 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예수님께서 겪고 계신 고통과 투쟁 때문이었고, 그 다음은 그분께서 곧장 오시지는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분께서 오시지 않는다면) 누가 굳건히 견딜 수 있겠는가? 그분의 부재 속에서 나는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겠는가?

 

9. - 오, 주님, 그 혹독한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제 하찮은 영혼은 이토록 견디지를 못하니 말입니다!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당신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아무 수단도 빼놓지 않고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하며 모든 책략을 다 써보겠습니다. 당신께서 오시도록 끌어당기기 위해서 말입니다!

 

 

3권-86, 십자가는 겸손의 유일한 양식이다.

1900년 6월 24일

 

1. 며칠 예수님을 뵙지 못한 채 지냈다. 기껏해야 희미한 그림자나 번쩍 하는 불빛처럼 잠시 나타나셨다가 사라지곤 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기능이 온통 수면 상태가 된 것 같아서, 나 자신의 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2. 이와 같은 수면 상태 속에 단 하나의 고통만이 마음속에 깨어 있었으니, 이는 잠자고 있는 동안 시력을 잃거나 재산을 빼앗긴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과 같은 것이 내게 일어난 듯 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가련한 사람은 투덜거리거나 자기 방어를 할 수가 없을 뿐더러 그 불행에서 해방시켜 줄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딱한 일인가! 그는 얼마나 괴로운 처지에 놓여 있는가? 그런데 그 원인은 다름아닌 잠에 있다. 깨어 있다면 이 불행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는 법을 알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3. 나의 비참한 처지가 바로 그러한 것이기에 내 사랑이요 선이요 기쁨이신 그분을 뵙지 못해도 탄식이나 신음 소리 한 번 낼 수가 없고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내가 보기에 그분께서 당신 부재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것을 피하게 해 주시려고 나를 수면 상태에 있게 하시고 떠나신 것 같다.

 

4. -오 주님! 저를 깨어나게 해 주십시오. 그래야 저의 비참을 볼 수 있고, 적어도 제가 누구를 빼앗긴 상태로 있는지라도 알지 않겠습니까?

 

5. 그런데 내가 이와 같은 상태에 있었을 때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끊임없이 신음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내 귀를 아프게 하면서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6. "저의 하나뿐인 선이시여, 당신의 신음 소리를 듣자니 너무나 큰 고통 중에 계심을 알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나누어 주시지 않고 홀로 고통 받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사실, 당신을 동반하지 않게 하시려고,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가 전연 알지 못하게 하시려고, 저를 잠들게 하신 후 떠나가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그러므로 당신께서 (저의 방해를 받지 않으시고) 더욱 거침없이 징벌을 내리시기 위한 것입니다.

 

7. 그러하오나 부디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당신 없이는 저는 소경이나 진배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에게도 자비를 베푸소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당신을 동반하고 위로하며 당신의 격노를 멈추게 할 사람이 있는 것이 언제나 좋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징벌을 내리시며 분통을 터뜨리시다가도 당신의 모상인 사람들이 곤궁으로 말미암아 죽어 가는 것을 보시면 지금보다 더욱 큰 비탄에 잠기시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릅니다.

 

8. '오, 네가 더 열심히 나의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힘썼더라면, 사람들의 고통을 네가 책임지고 떠맡았더라면, 나 자신의 지체들이 이토록 잡아 찢기는 모습만을 보지 않으련마는!' 인내심이 지극히 크신 저의 예수님, 이게 사실 아닙니까? 그러니 부디 좀 쉬십시오. 그리고 당신을 대신하여 고통을 받게 해 주십시오."

 

9. 내가 그렇게 말씀드리는 동안에도 줄곧 신음 소리를 내시는 품이, 따뜻한 동정과 위로를 받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당신의 고통을 나와 함께 나누는 데서 받으실) 위로는 같은 위로이면서도 내가 그분에게서 억지로 빼앗다시피 해서 드려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분께서는 계속 졸라대는 나의 끈기를 보시고, 못박히신 손과 발을 내 안으로 뻗으시어 약간의 고통을 나누어 주셨다.

 

10. 그런 다음, 신음 소리를 잠시 그치시고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이 통탄할 시대가 나로 하여금 징벌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사람들이 교만으로 너무 부풀어올라서 각자가 마음속으로 자기가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만일 그들 위에 징벌을 쏟아 붓지 않는다면 그들의 영혼을 해치는 셈이 될 것이다. 겸손의 유일한 양식은 십자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겸손하게 하고 그 괴상한 광기를 끊어 버리게 할 수단을, 내가 몸소 그들에게서 빼앗는 셈이 된다는 말이다.

 

11. 비록 인류의 대부분이 나를 모욕하고 분노하게 하더라도, 나는 모든 이의 양식이 되도록 빵을 쪼개어 주는 아버지로서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자녀들은 그것을 먹으려고 하지 않을 뿐더러 아버지의 면상에 집어 던지기까지 한다. 이 가련한 아버지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이냐? 나의 처지가 이러하니 내 비통한 심경을 측은히 여겨 다오.”

 

12. 그분께서는 이 말씀을 하신 다음 사라지셨는데, 나는 반수반성(半睡半醒) 상태여서 완전히 깨어나야 할지 도로 잠들어야 할지 모를 상태로 남아 있었다.

 

 

 

3권-87, 영혼이 하느님 안에 있는 자신만을 인정하는 방법

 1900년 6월 27일

 

1. 나는 여전히 꾸벅꾸벅 조는 상태로 있다. 오늘 아침 잠시 깨어나서 나의 비참한 처지를 깨달았고, 내 가장 크고 하나뿐이신 선이 함께 계시지 않는데서 오는 쓰디쓴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가까스로 약간의 눈물을 흘릴 수 있어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이다.

 

2. "언제나 좋으신 제 예수님, 어찌하여 오시지 않나이까? 당신께서 한 영혼에 (사랑의) 상처만 입히고 떠나실 수 있습니까? 게다가, 당신께서 무엇을 하시는 중인지 알지 못하게 하시려고 그 영혼을 잠에 짓눌리게도 하시더니! 부디 오십시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3. 그 외에도 어리석은 소리를 자꾸 주절대고 있노라니, 한 순간 그분께서 오셔서 나를 몸 밖을 나오게 하셨다. 그래서 내 가련한 상태에 대하여 말씀드리려고 하자, 예수님께서 입을 열지 못하게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너를 너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내 안에 있는 너로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너 자신을 기억하지 말고 인정하지도 말아라. 그 대신 나를 기억하여라. 그렇게 너 자신을 무시하노라면 홀로 나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네가 너 자신을 잊고 없앨 정도가 되면 나를 아는 지식에 진보하게 되고, 다만 내 안에 있는 너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5, 이를 실천하다 보면, 네가 너의 정신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의 정신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너의 눈으로 보지 않고, 너의 입으로 말하지 않고, 너의 심장으로 고동치지 않고, 너의 손으로 활동하지 않고, 너의 발로 걷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나의 눈으로 보고, 나의 입으로 말하고, 나의 심장으로 고동치고, 나의 손으로 활동하고, 나의 발로 걷게 될 것이다.

 

6. 이 일이 일어나게 하려면, 다시 말해서 영혼이 오로지 하느님 안에서만 그 자신을 인정하게 되려면, 영혼 자신의 기원으로, 곧 자기 존재의 출발점인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자기의 창조주와 온전히 일치해야 한다. 영혼 자신의 기원에 밀착되어 있지 않은 모든 것, 자기 존재의 출발점과 일치하지 않는 모든 것을 멸하여 무로 환원시켜야 하는 것이다.

 

7. 이것이야말로 영혼이 자기의 기원으로 돌아가서 홀로 하느님 안에 있는 자신만을 인정하고 스스로 창조된 목적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본연의 꾸밈없는 방법이다. 따라서 영혼이 나와 온전히 일치하려면 그 자신도 나와 같이,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8. 그분께서 이 말씀을 하시는 동안 나는 끔찍한 징벌(의 현장)을, 곧 말라비틀어진 초목들을 보았다. 더군다나 이는 아직 더 계속될 징벌이었다. 겨우 입을 뗄 기회를 잡은 나는, "안됩니다. 주님, 이 가련한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고 말씀드렸다.

 

9. 그러자 그분께서는 내 말을 듣지 않으시려고 순식간에 내게서 빠져 나가시더니 모습을 감추시고 말았다. 그런즉, 나 자신을 위해서건 이웃을 위해서건 말 한마디 못한 채 자신의 몸속에 돌아와 있음을 알았을 때에, 그런데다가 또 다시 잠이 주체할 길 없도록 쏟아지는 것을 알았을 때에 내 영혼이 느낀 쓰라린 고통은 무슨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3권-88, 장차 닥칠 징벌의 서막에 불과한 현재의 징벌

 1900년 6월 28일

 

1. 사랑하올 예수님의 부재로 몹시 울적해져 있었던 오늘 아침, 그분께서 보이는가 싶더니 곧장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이 징벌의 시기에 참으로 많은 가면들이 벗겨질 것이다! 현재의 징벌은 내가 작년에 너에게 보여 주었던 것의 서막에 불과하니 말이다."

2.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주님께서 계속 이와 같이 하신다면 (곧 징벌을 내리시려고 내게 오시지 않고 고통을 나누어 주시지 않으며 보통 때와 다르게 나를 대하신다면) 누가 저항할 수 있겠는가?

3. 예수님께서 나를 측은히 보시고 나의 그런 생각에 대해 이렇게 물어 보셨다.

 "그러면, 너는 내가 산 제물이라는 신분을 잠시 보류했다가 나중에 다시 시작하게 해 주기를 원하느냐?"

4. 이 말씀을 듣고 나는 너무도 혼란스럽고 괴로워서 도무지 가타부타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제안하시는 품이 나를 당신에게서 떼어 놓으시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대하여 명령이 어떻게 결정될지 듣고 싶었기 때문에 (확답을 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사라지셨고, 나는 그분께서 나를 물리치셨다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못이 박힌 느낌이어서 어찌나 괴로운지 쓰디쓴 눈물만 흘러내릴 뿐이었다.

 

 

 

 

3권-89, “우리 서로 위로하면서 원기를 회복하자.”

1900년 6월 29일

 

1. 끊임없이 쓰라린 마음으로 있노라니,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가엾게 여기시며 오셔서 당신 팔로 떠받쳐 주시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나를 내 몸 바깥으로 나오게 하셨는데, 사방이 온통 침묵과 슬픔과 낙담에 잠겨 있었다. 사람들의 그런 상태가 각인처럼 영혼에 깊이 박히면서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2. 그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옆으로 비키게 하려는 듯이 나를 잡아당 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 잠시 떠나자. 그리고 서로 위로하면서 원기를 회복하자."

 

3. 그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분은 나를 쓰다듬으시며 감미로운 숨결이 느껴지는 입맞춤으로 위로해 주시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당황했기 때문에 그분의 입맞춤과 애무에 화답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4.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덧붙여 말씀하셨다.

"이런! 나는 내 순결한 입맞춤과 사랑의 어루만짐으로 네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데,

너는 너의 입맞춤과 사랑의 어루만짐으로 나를 회복시켜 주기를 원치 않으니 어찌된 일이냐?"

 

5. 이 말씀과 더불어 나도 그분께 입맞춤과 사랑의 어루만짐을 해 드릴 수 있을 만큼 대담해지는 것을 느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노라니 그분께서 모습을 감추시는 것이었다.

 

 

 

 

3권-90, 작은 고통의 위력

1900년 7월 2일

 

1. 나는 바보처럼 계속 마음이 괴롭고 무거운데, 그분께서는 오늘 아침 한 번도 오시지 않았다. 고해 신부님이 내게 오셔서 십자가 고통을 받게 되도록 하라고 명했지만, 복되신 예수님께서 처음에는 신부님의 그 지향을 들어주지 않으셨다.

 

2. 나중에 내가 예수님께, 부디 순명하게 해 달라고 간청하자, 그분께서 잠시 나타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느냐? 지금은 사람들에게 꼭 징벌을 내려야 할 때인데, 너는 어찌하여 내게 억지를 쓰려고 드느냐?”

 

3. 그래서 나는, "주님, 그건 제가 아닙니다. 그러기를 원하는 것은 순명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4.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순명 때문이라면 내 십자가 고통을 나누어 주고, 그 사이에 나는 좀 쉬면서 힘을 되찾고 싶다."

 

5.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시고 내게 십자가 고통을 나누어 주셨다. 이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 그분께서 내 옆에 와 계셨는데 다소 기력을 회복하신 것 같았다. 내가 그분과 함께 그렇게 누워 있었을 때에 공중에 구름장 하나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보기만 해도 굉장히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이어서, 모든 사람이, "이번에는 우리가 정말 죽겠구나."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건물들을 휩쓸어 갈 만큼 위력이 센 전격적인 폭풍인 것 같았다).

 

6. 모두가 그렇게 공포에 질려 있었을 때에 예수님과 나 사이에 빛나는 십자가가 솟아나서 그 폭풍과 맞서려고 나가더니 그 대부분을 물리치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그런데, 폭풍의 대부분을 쫓아낸 그 십자가는, 내가 보기에 예수님께서 내게 나누어 주신 작은 고통인 것 같았다.

 

7. - 주님께서는 찬미를 받으소서.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영광과 영예를 위한 것이 되기를 비나이다.

 

 

 


3권-91,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징벌

1900년 7월 3일

 

1. 오늘 아침 영성체를 한 후에 흠숭하올 예수님을 뵌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사랑하올 저의 주님, 제가 당신의 의노를 풀어드리기를 원치 않으시는 까닭이 무엇이옵니까?"

2.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내 말을 중단시키시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러나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징벌은 앞으로 닥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3.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전염병으로 죽어 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안 됩니다. 주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고작 이것뿐입니까? 어찌된 일입니까? 어찌된 일입니까? 당신께서 이렇게 하시고자 하겠다면, 저를 이 땅에서 데려가 주십시오. 이렇듯 비참한 광경을 제 영혼은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태로 계속 있을 수 있는 힘을 누가 저에게 주겠습니까?"

 

4. 내가 이와 같이 괴로움을 토로하자 예수님께서 가엾어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의 수면 상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라. 이것의 의미는 내가 사람들과 있으면서도 마치 잠자고 있는 것처럼, 그리하여 그들을 보지 않고 말도 듣지 않는 것처럼 하고 싶어서 너도 같은 상태에 있게 하는 데 있다. 내가 일전에 말한 것과 같이, 이것이 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산 제물의 신분을 정지시켜 주겠다."

5. 그래서 나는 "주님, 제가 그 정지를 수락하는 것은 순명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하였다

6.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느냐? 그저 잠자코 순명하여라."

 

7. 그때 나는 형언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더군다나 나의 내적 기력이 수면 속으로 빠져들어,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것 같지를 않았다.

8. - 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렇게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상태 속에 버려두지 마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