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연옥에 대한 네 가지 흥미로운 문제
연옥 벌의 시간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하기란 우리로서는 불가능하다. 현세를 사는 우리는 내세에서의 시간의 성질, 고통의 정도, 보속과 벌의 균형 같은 것을 전혀 모른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하여 확실한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연옥 벌이 10년을 넘지 않는다는 설은 1666년 3월 18일 교황 알렉산데르 7세에 의해 금지되었다. 둘째, 성교회는 무한히 미사 드리기를 허용한다. 셋째, 연옥에서 영혼의 보속은 경중이 있고 또 그들을 도와주는 우리 열성의 정도에 따라 다른 정도의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으로 보더라도 괴로움이 심하면 같은 시간도 더 길게 느껴진다. 아플 때의 하룻밤은 한 달처럼 길다. 또 내세에서는 시간을 잴 수 없기 때문에 잠깐 사이라도 오랜 세월처럼 여겨질 수 있다. 성인들의 설에 의하면 어떤 영혼은 10년, 어떤 영혼은 20년, 어떤 영혼은 백년, 천년 혹은 세상 마칠 때까지 연옥에서 벌을 받는다.
아내와 어머니의 모범인 성스러운 어머니 모니카를 존경하던 성 아우구스티노는 매일 어머니를 위해 기도했다. 또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30년을 어머니를 위하여 기도해 줄 것을 신자들에게 청하였다.
성 베르나르도는 세월이 흐르면서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분발심을 늦추었다가 성 스테파노에게서 충고를 받았다.
성 루도비코 베르트란도는 자신의 아버지께서 8년간 연옥에서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인의 아버지는 하느님의 열심한 종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은혜를 체험했다. 성인에게 나타나 성인과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다. 그의 아들이 성 루도비코 베르트란도라는 것도 그가 받은 은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성인의 아버지가 겪은 엄청난 고통은 돌 같은 마음을 지녔던 성인도 감동하게 했다. 성인은 온 힘을 다하여 8년간 시편과 묵주기도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바쳤고 철저하게 금식과 금육을 지키며 고행을 하고 미사를 드렸다. 기이한 것은 이 성인의 기도를 언제나 잘 들어주시던 하느님께서 8년 후에야 뛰어난 덕을 지녔던 그 부친의 영혼을 구원하셨다는 것이다.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 그분의 판단은 얼마나 헤아리기 어렵고 그분의 길은 얼마나 알아내기 어렵습니까? '누가 주님의 생각을 안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누가 그분의 조언자가 된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누가 그분께 무엇을 드린 적이 있어 그분의 보답을 받을 일이 있겠습니까? 과연 만물이 그분에게서 나와,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그분께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로마 11,33-36)
성녀 데레사의 말에 의하면, 성녀가 몸담았던 수도원의 한 수녀는 채 이틀이 못 되게, 다른 한 수녀는 단 네 시간만 연옥에서 고생했다고 한다. 이 영혼을 위하여 기도하는 동안 그들이 땅에서 나와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을 성녀는 보았다고 한다.
늘 연옥 영혼과 친밀한 교제를 하고 있었던 성녀 마르가리타에 의하면 그녀가 잘 아는 덕망 있는 한 부인은 현세에서 산 햇수와 같은 시간을 연옥에서 고생했다. 또 90세의 장수를 한 이였음에도 비교적 가볍게 3개월간 연옥에 있어야 했던 이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수녀의 아버지는 딸의 기도도 필요 없이 곧바로 천국으로 갔다.
성녀 베네딕타의 환시
17세기, 프랑스의 동남부 지방에 살았던 성녀 베네딕타는 연옥 영혼에 대하여 하느님에게서 여러 가지 환시를 받았다. 그중 몇 가지를 여기 예로 들어 본다.
◆ 어떤 부인이 난산의 고통 속에 죽었다. 그 동생은 언니의 영혼을 걱정하며 성녀 베네딕타에게 물었다. 그러자 수녀는 대답했다.
"고통 중에 인내한 표양으로 천국에 갔습니다."
◆ 어떤 상인은 중량과 치수를 잴 때에 조금씩 속였기 때문에 10년간의 연옥 벌을 선고받았다.
◆ 이웃 동네에서 그다지 옳지 못한 생활을 하던 어떤 부인이 죽었다. 그 딸이 어머니의 영혼의 구원을 걱정하며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셨을지를 성녀 베네딕타에게 물었다. 수녀는 대답했다.
"임종 때에 당신 어머니는 완전히 통회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영혼은 구원받았습니다. 그러나 10년간 연옥에서 고생해야 합니다."
◆ 어떤 과부의 남편은 4년간 연옥 벌을 받아야만 했다. 과부는 가난하여 다른 이에게 기도를 청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끊임없이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쳐 남편의 영혼을 구했다.
◆ 성녀 베네딕타는 어느 날 4년 전에 죽은 이를 만났다. 그는 수녀에게 살아있을 적에는 악마에게서 구해 주고 죽고 나서는 연옥에서 구해 준 것에 감사드리며 좋은 향기를 풍기면서 사라졌다.
◆ 성모님께 큰 신심을 가지고 토요일마다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을 순례하던 어떤 남자는 성인처럼 죽어서 단 6개월의 연옥 벌을 선고받았다. 같은 신심으로 선행을 실천한 그의 아내는 7개월의 연옥 벌을 선고받았다.
◆ 성녀의 어머니는 주일에 아이들을 치장시키느라 가끔 미사 에 늦었기 때문에 3년간의 연옥 벌을 선고받았다.
◆ 성모님께 깊은 신심을 가지고 가난한 이를 도와주었지만 방탕하여 영혼의 구원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던 신분이 높은 사람도 연옥에서 단 1년만 고생했다. 이로 보면 죄를 없애는 데는 애긍이 대단한 효력이 있다는 것, 성모님을 공경하면 임종 때에 보호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가프 시의 마리옹 주교는 마지막 때에 온전히 천명에 맡기지 않고 이승을 떠났기 때문에 1년간 연옥에 있었다.
◆ 신심 깊은 어떤 부인은 고해신부에게 순명하지 않아 7년의 연옥 벌을 선고받았다.
◆ 한 부인은 여러 가지 망령된 판단을 한 것을 보속하기 위해 10년, 또 다른 부인은 인내하지 않은 죄로 3년을 연옥에 있었다.
◆ 한 방직업자는 자기가 맡은 실타래의 수를 장부에 엄격하 게 기입하지 않아서 연옥에서 몹시 고통받았다.
◆ 가장 두 사람은 아이들을 너무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풀어놓고 아이들 교육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50년간 연옥에 있었다.
◆ 도미니코회의 한 수사는 성인과 같은 최후를 마치고 단 사흘 동안 연옥에 있었다.
◆ 한 부인은 허영에 대한 보속으로 6개월간 연옥에 있었다.
◆ 한 사제는 여러 가지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7개월간 연옥에 있었다.
◆ 어떤 부인은 인내하지 못한 죄의 보속으로 9개월간 연옥에 있었다.
◆ 불쌍한 가난뱅이는 마지막 병을 앓았을 때 천명에 만족하였기 때문에 단지 한순간만 연옥에 있었다.
◆ 어떤 지위 높은 사람은 30년간 잘못된 삶을 살다가 임종이 다가오자 사제를 청했다. 그러나 이미 늦어 병자성사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임종 때 극진히 죄를 통회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하여 연옥에서 5백 년 동안 보속할 것을 선고를 받았다. 너무나 위험해서 흉내 낼 수 없는, 그러나 감동적인 이 사례는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된다. 즉 대죄인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
1896년 벨기에의 덴데르몬더 시에서 바오로 신부는 높은 덕을 닦고 죽었다. 그의 전기는 진실하고도 신비한 사건으로 채워져 있다. 그중 연옥에 관한 몇 가지를 다음에 적는다.
1894년 덴데르몬더 시에서 어떤 이가 무서운 사변(事變)에 희생되어 죽었다. 바오로 신부는 그에 대하여 말했다.
“이 사람은 무신론자로 한번도 성당에 간 일이 없다. 그러나 죽는 순간에 한평생 지은 죄의 배상으로 자기 생명을 하느님께 바쳤기 때문에 지옥에서 구함을 받고 연옥에 가게 되었다."
◆ 우렐이라는 마을의 한 부인이 신부에게 와서 호소했다. 그것은 어떤 탈혼 상태가 된 사람이 조금 전에 죽은 자기 부친이 연옥에 있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주 열심한 신자였고 하느님의 섭리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죽었기 때문에 연옥에서 고생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바오로 신부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당신 부친은 좋은 분이셨습니 다.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섭리에 당신을 완전하게 맡겼다고 할 수 있을까요? 너무 걱정 마십시오. 당신 부친이 연옥에서 고생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영혼들이 조금도 고통받지 않는 천국만을 기다리고 있고, 또 다른 많은 영혼은 성당의 성체 앞에서 조배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보속이 없기 때문입니다."
◆ 어떤 사람이 죽었는데 그는 살아있는 동안 반교회적 성향의 신문을 구독했었다. 아내는 그 신문을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죽고서도 신문이 배달되는 것을 내버려 두고 지내다가 얼마 후에 죽었다. 바오로 신부의 말에 의하면, 이 부인은 집에 그 신문이 배달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오랫동안 연옥에 있어야 했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5장. 연옥에 대한 네 가지 흥미로운 문제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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