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영혼을위하여/연옥실화

[연옥실화] 연옥은 어디 있는가

Skyblue fiat 2022. 11. 23. 10:47

제5장

 

연옥에 대한 네 가지 흥미로운 문제

-들어가는 사람, 장소, 시간, 고통의 등급-

 

 

연옥은 어디 있는가

연옥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하여 가톨릭 교회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 토마스와 다른 교부들의 설에 의하면 연옥은 지옥 옆에 있다고 한다. 성경과 교회 예식은 이 설을 허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성 대 그레고리오나 성 토마스에 의하면 어떤 영혼은 하느님을 뵙지 못하고 불 옷에 감싸여 이승에서 연옥을 치른다. 이는 이승에 있는 이들에게 훌륭한 교훈이 되고 다른 편으로는 망자의 괴로움을 널리 알려 망자가 구원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저승에서의 영혼의 상태는 망자의 출현과 성인이 보는 발현을 통하여 깨달을 수 있다.



성 말라키아의 여동생

성 베르나르도는 《성 말라키아의 생애》에서 아래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날 말라키아 주교는 얼마 전에 죽은 여동생을 보았다. 그녀는 묘지에서 연옥 벌을 받고 있었다.

허영심 때문에, 특히 머리와 몸치장이 지나쳤기 때문에 제 시체가 놓인 무덤에서 살면서 자기 육신의 부패를 바라보아야 하는 벌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말라키아 주교는 30일을 계속해서 여동생을 위해 미사를 드렸다. 그렇게 한 뒤에도 또 여동생이 보였다. 이번에는 성당 입구에서 보속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성당에서 불경스러웠고 또 제 몸치장으로 신자들의 주의를 끌려고 애썼기 때문이리라. 여동생은 검은 수건에 싸여 심한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주교는 또 30일 동안 여동생을 위하여 미사를 바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녀가 성당 안쪽 성소에 나타났는데 얼굴은 안온하게 빛나고 흰옷을 입고 있었다.



두 수녀

트라피스트회의 어느 수도원에 자매처럼 사이가 좋은 수녀가 있었는데 두 사람 다 덕을 갖추고 있었다. 성당에서도 둘은 항상 나란히 앉았는데 그중 한 사람인 제르트루다는 가끔 침묵을 깨뜨려 제 동무 마르가리타에게도 같은 과오를 범하게 했다. 그 후 제르트루다 수녀는 죽어 수도원 성당에 묻혔다. 그런데 밤기도 때가 되면 동무 옆에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다가 기도가 끝나면 제단 앞으로 가서 엎드리고는 사라졌다.
동료들은 너무나 놀라서 이를 원장 수녀에게 알렸다. 그랬더니 원장수녀는 이것이 홀림수나 마귀의 장난일지도 모르니 만일 또 나타나거든 수도원 인사인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해보라고 명했다.


이튿날 같은 시간이 되자 죽은 제르트루다 수녀가 또 나타났다. 마르가리타가 인사말을 하자 그녀도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에 용기를 얻어 마르가리타는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죽은 이는 대답했다.

 

"당신과 함께 죄를 지은 이곳에 하느님의 공의를 배상하러 왔습니다. 아아, 무서운 불의 고통, 이루 말할 수 없는 혀의 괴로움...."


그 후로 그녀를 위해 기도와 크나큰 희생이 바쳐졌다. 그랬더니 제르트루다는 자신이 연옥에서 구원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온천장의 하인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문답》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직 성직자가 되기 전이었던 청년 시절, 어떤 노인한테서 로마의 부제인 파스카스가 성인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러나 교황 선거에 관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파스카스는 잘못된 이들의 편이 되었고 얼마 안되어 죽었다.

그런데 장례식 날, 어떤 병자가 그의 수의를 만지고는 곧 병이 나았기에 모두 그가 천국에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 후 카푸아 시의 제르만 주교가 의사의 말에 따라 아브루치의 온천에 갔다. 그런데 그 온천장에서 제일 천한 일을 하고 있는 이가 바로 그 파스카스 부제였다. 놀란 주교에게 파스카스가 말했다.

 

"저는 잘못된 이들의 편에 섰기 때문에 이 온천에서 보속을 해야 합니다. 부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당신이 여기서 제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을 때는 주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들어 주신 것으로 생각해 주십시오."제르만 주교는 파스카스를 위하여 열심히 기도했고 며칠 후 그를 몹시 찾았으나 이미 보이지 않았다."

 

성 베드로 다미아노도 비슷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성 세베리노는 강물 속에서 연옥 보속을 했다."

 


기이한 간호원

1629년 프랑스의 프랑슈콩테 주 돌르 시에서 어떤 연옥 영혼이 병에 걸린 부인에게 나타나서 40일 동안을 하루에 두 번씩 빠지지 않고 찾아와 충실한 종이 주인을 섬기듯 여러 가지로 시중을 들었다. 병자는 너무나 고마워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얘야, 나는 17년 전에 네게 적은 재산이나마 남기고 죽은 레오나르도 백모란다.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또 성모님께 대한 신심의 덕분으로 영혼이 구원받았지. 예수님께서는 내가 40일간 너를 보살피도록 허락해 주셨단다. 만일 네가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 세 곳을 순례해 준다면 나는 이 40일이 지난 뒤에 연옥에서 구원 받을 수 있을 거야." 이 말을 들은 병자는 몹시 놀라 당황했다. 속임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당신이 어찌 레오나르도 백모님이시겠어요? 백모님께선 신경질이 심하셔서 사람들이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인내심 많고 친절하고 또 선하실 수가 있나요?"
"아아, 내 말을 들어 보아라. 연옥에서 1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 인내나 친절 같은 건 몸에 익숙해지지. 그러기엔 넉넉한 시간이란다. 지금 우리는 성스러운 사람이 되어 하느님 뜻을 따르니 악덕이란 것은 가질 수 없어."

 

 

빚을 남긴 사람들

◆ 교황 베네딕토는 13세는 어느날 강론에서 다음 일화를 들려주었다.

재산이 있고 세력이 있던 한 귀족이 많은 부채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남은 아내는 전력을 다하여 간신히 그 빚을 모두 갚았다. 그러자 죽은 남편이 온몸이 밧줄에 묶인 채 아내에게 나타나 부르짖었다.


"이 줄을 풀어 주오. 사랑으로 나를 풀어 주오."
아내가 놀라 몸서리치면서 줄을 풀어 주자 남편은 고마워하며 말했다.
"당신이 내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이 밧줄에 묶여 있어야 하는 선고를 받았었소."

◆ 프란치스코회의 복자 스테파노는 어느 날 밤 수도회 사람이 망자가 되어 성당 성가대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그 까닭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미사 중에 성가를 불러야 할 때를 알면서도 성가를 부르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것을 보상하기 위하여 여기 있습니다."

 

위의 예로 보아 내세에서 보속을 하는 연옥 영혼이 보속을 하는 장소는 벌의 종류,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5장. 연옥에 대한 네 가지 흥미로운 문제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