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연옥에 대한 네 가지 흥미로운 문제
두 수사
착한 마음씨를 지닌 두 수사가 있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급환으로 눈을 감게 되었는데 임종 몇 시간 전 그에게 수호천사가 나타나서 알려 주었다.
"영혼은 확실히 구해 주겠다. 그러나 너를 위하여 미사 한 대가 바쳐지기까지 연옥에 있어야 한다.”
병자는 곧 벗에게 수호천사에게 들은 내용을 전하면서 자기가 죽거든 즉시 미사를 드려 달라고 청했다. 벗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러기로 약속했다.
이튿날 병자는 죽었다. 그 벗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 제의를 입고 제단에 올라가서 정성스럽게 미사를 드렸다. 미사를 마치고 제의실로 돌아와 제의를 벗는데, 죽은 벗이 빛에 싸여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형제여, 자네의 우정은 어떻게 되었나? 연옥 불 속에 1년이 넘도록 나를 내버려 두다니!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단 말일세. 나를 구해 줄 한 대의 미사마저 오늘까지 미루다니!"
벗은 놀라서 말했다.
"자네야말로 나를 놀라게 하는군. 자네가 눈을 감자마자 나는 곧바로 자네와 한 약속을 이행하고 방금 제단에서 돌아온 길일세. 자네 영혼이 육신을 떠난지 아직 한 시간도 안 되었지 않은가."
어떤 수사는 죽은 후에 나타나서 연옥의 사흘은 10년보다도 길게 느껴진다고 했다. 또 어떤 수사는 밤 12시부터 날이 샐 때까지 연옥에 있었는데 연옥에서 150년 동안 고통을 받은 것으로 믿고 있었다.
연옥 고통을 경시하던 어떤 이는 환상 속에서 연옥에 던져졌다. 그는 15분도 지나지 않아 부르짖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수년 전부터 여기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성 안토니오의 말에 의하면, 어떤 죄인이 회개를 하고서 오랫동안 병을 앓다가 하느님께 죽기를 청했다. 그랬더니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서 말했다.
“지금 죽어서 3일간 연옥에 있든지 2년간 이 병을 참아 받고 바로 천국에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병자는 주저없이 지금 죽어서 연옥에 가기를 원했다. 얼마 후에 천사가 연옥에 가보니 병자가 천사에게 말했다.
"사흘만 있으면 될 이곳에 나는 벌써 몇 년을 있었습니다." 그러자 천사는 말했다.
"아니, 그대는 연옥에 온지 아직 한 시간도 안 되었네."
"그러면 나는 어리석은 청을 했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다시 인간 세계에 돌아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현세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병을 몇 해라도 즐거이 참아 받겠습니다."
그의 소망은 이루어졌다. 병자는 연옥의 비상한 고통을 기억하며 현세의 고통을 인내했을 뿐만 아니라 크나큰 기쁨으로 병환을 참아 받았다고 한다. 이 일화는 비유에 불과하지만 연옥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더딘지 실감하게 한다.
"연옥에 가기만 하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괜찮다. 언젠가는 천당에 갈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신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를 읽어 보고도 아직도 그런 이치에 맞지 않는 어리석은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성 아우구스티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옥에서 받는 찰나의 고통이 석쇠 위에서 순교한 성 라우렌시오의 고통보다 더 무섭다."
연옥 괴로움의 등급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얕은 지식으로는 분명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정직하게 고백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상상은 못할 것도 없다.
성교회에서는 우선 연옥을 지옥과 똑같다고 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그 의로우심으로 천국에 갈 영혼을 정화하실 때에도 한없이 인자하신 분이다. 또 많은 영혼이 육신을 떠나기 전에 죄의 보속을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기 때문에 연옥에서 해야 하는 보속은 영혼마다 각기 다르다.
무릇 실고(苦), 즉 잠시 동안 하느님을 뵈올 수 없다는 것은 연옥에 있는 모든 영혼에 대하여 예외가 없다. 연옥 영혼이 몹시 천국을 희망하나 그 희망은 실현될 수없으므로 그 절망에서 오는 괴로움은 도저히 말로써 형용할 수가 없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불의 고통이다. 이 불은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죄의 종류와 횟수에 따라 영혼들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그 래서 불에 정화되는 자도 여러 종류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 성직자, 수사, 또 세속에서 산 사람이라도 일심으로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기에 진력하는 성인 같은 사람, 그들은 십계명과 교회 법규를 지키고 또 자기 본분을 충실히 완수하고 무엇보다도 대죄를 두려워하고 피하였으나 부주의나 의지의 약함으로 때때로 소죄에 떨어진다. 그러나 복음의 여러 가지 권고를 열심히 지키고 또 하느님의 영광과 타인의 구원을 위해서만 생활하였다면 이 선택된 영혼은 불의 고통을 조금밖에 받지 않는다.
성 벨라르미노는 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들의 고통은 거의 없다고 여겨질 만큼 가벼울 것이다. 그들 이 이승에서 받았던 괴로움 이상의 고통을 받는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 중요한 자기 본분을 지키며 대죄에 떨어지는 일은 드물다. 또 재앙에 부딪칠 때에 진실한 통회로써 그것을 뉘우친다. 그러나 소죄를 피하는 일에 그다지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진실, 정의, 애덕, 오관의 근신 따위를 습관적으로 거스른다면, 만일 죽기 전에 자신의 냉담을 기워 갚지 않는다면 연옥의 정화의 불은 그들에게 엄하고 또한 무서울 것이다.
◆ 게으르고 변덕스러우며, 기도를 게을리하고 소홀히 하는 사람, 주일 미사에 가끔 참석하고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며 정의와 결백을 깨뜨리는 사람, 그들은 주의해야 한다. 남에게 끼친 손해를 빨리 기워 갚고 고행과 회개를 하지 않으면 임종 때 죄사함을 받은 후에도 하느님의 공의에 대한 무거운 부채를 보고 놀랄 것이다. 그들에 대한 하느님의 정의는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 임종 때에 회개한 사람, 방탕하게 일생을 지낸 사람, 일부러 하느님을 떠나거나 그분을 거슬러 생활한 사람, 일생의 대부분을 무엄하게도 하느님의 계명을 깨뜨리고 또 중대한 본분을 짓밟은 사람,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로 말미암아 그들은 최후의 일순간에 회개했을지라도 보속을 할 겨를이 없었던 사람, 이들에게 연옥 불은 실로 무서울 것이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듯 그들은 불의를 마셨기 때문에 연옥에서 불을 마셔야 한다. 성 아우구스티노의 "현세에서 받는 모든 괴로움보다 연옥 불은 혹독할 것이다."라는 말은 이들에게 딱 들어맞는다.
결론
하느님의 무서운 공의, 사함을 받아도 그토록 엄한 보속이 필요한 대죄의 중함과 소죄의 악함, 악업의 더러운 진창 바닥에서 성인을 가려내어 연옥에서 잠시 깨끗하게 하신 후 그들 앞에 천국문을 여시는 하느님의 깊은 자비, 아아, 이 오묘한 현의(玄義)여, 이는 신비 중의 신비이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5장. 연옥에 대한 네 가지 흥미로운 문제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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