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2015년 9월 14일 월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제1독서(민수21,4ㄴ~9) -임언기 신부님(생의 마지막 묵상)

Skyblue fiat 2015. 9. 16. 13:33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8)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9) 

 

 

민수기 21장 8절의 '불 뱀'은 실제적으로 '불 뱀'과 모양이 비슷하게 만들어진 '구리뱀'(놋뱀)을 말한다.

 

겉으로는 불 뱀의 형상을 가졌지만 독이 없었고, 또 전혀 해가 없을 뿐 아니라 이를 쳐다보는 자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 '구리 뱀'(놋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 것이다(요한3,14.15; 갈라3,13; 골로2,15).

 

'기둥'(장대)에 해당하는 '네쓰'(nes)'빛나다'(즈카9,16), '눈에 띄다'라는 뜻의 '나싸쓰'

(nasas)에서 유래한 말로서 많은 사람들이 눈에 확연히 띄도록 끝에 헝겊을 매단 '기'(旗)

(예레50,2), '기호'(이사11,2)를 뜻하는 말이다.

 

구약성경에서 이 단어는 어떤 공동의 행위를 위해서, 또는 중요한 정보의 전달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모이게 하는 '표지'를 의미하고 있다(이사13,2; 18,3; 31,9; 예레4,21; 에제27,7).

 

특별히 '네쓰'(nes)는 주님을 부르는 명칭 가운데 '주님은 나의 깃발(군기)'이라는 뜻이 있는

'야훼 니씨'(탈출17,15)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기둥'으로 번역된 '네쓰'(nes)는 단순한 장대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특별한 표지를 통하여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세운 기(旗)로 보아야 한다.

 

이 표지는 바로 불 뱀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구리 뱀이었고, 그 정보는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둥 위에 단 구리 뱀은 하나의 '공개적인 전시', '승리의 표지'였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불 뱀'을 '구리 뱀'의 형상으로 처형한

하나의 승리적인 전시였던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사건을 예표한다.

 

즉 십자가의 사건은 한 귀퉁이에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 수 있게 행해진 것이 아닌,

죄와 죽음과 사탄의 권세를 이기셔서 온 인류의 죄를 대속하시고 구원자가 되셨다는

하느님의 사랑의 메시지를 널리 선포하시기 위해 빛이 있는 곳에서 행해진

대승리의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8)

 

'보면'으로 번역된 '웨라아'(weraah)에서 접속사 '와우'(wau)는 이어 나오는 '와하이'

(wahai; 살게 될 것이다)에 결합된 접속사 '와우'와 연계되어 단순히 '그리고' 뜻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계속적인 진행을 나타내어 '그리고 그때' 뜻을 지닌다.

 

따라서 '웨라아 오토'(weraah otho)'그리고 그것을(기둥에 달린 구리 뱀) 바라볼 때'

번역할 수 있다.

 

그리고 '살게 될 것이다' 해당하는 '하이'(hai)는 기본형이 '하야'(haya)인데, 이 동사는

'살다'(에스텔4,11), '회생하다'(2열왕13,21)란 뜻을 가진다.

 

이처럼 '생명의 보존' 기본적인 개념으로 지니면서도 '생명의 회복'이란 보다 적극적인 개념을

동시에 내포하는 동사 '하야'가 쓰인 것은 '불 뱀'에 물려 고통받는 자들을 '치유하시는 하느님'

(탈출15,26)의 은혜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죄와 죽음과 사탄의 권세에서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주실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하고, 또 그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을 표현 것이다.

 

이와 같이 '불 뱀'에 물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자들이 하느님의 은총의 역사(役事)를 덧입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기둥에 달린 구리 뱀'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것은 '구리뱀' 자체에 어떤 신통력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약속의 말씀을 믿고

그 말씀대로 절대 순종하는 법을 가르치시기 위한 것이다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9)

 

'쳐다보면'에 해당하는 '웨힙비트'(wehibbit)는 한번을 제외하고(이사5,30) 모든 용례에서

사역형으로만 사용되는 동사 '나바트'(nabat)에 접속사 '와우'(wau)가 결합된 형태로 쓰였다.

 

'나바트'(nabat)'바라보다'(탈출33,8), '살펴보다'(시편142,5), '감찰하다'(애가5,1),

'앙망하다'(시편34,6) 등으로 번역되는데, 특히 이 동사가 '하느님을 바라보다'란 뜻으로

쓰일 때는 '하느님께만 눈을 고정시키고 유일한 도움이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다'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시편34,6; 이사51,1; 22,11).

 

본문 역시 온전한 믿음과 신앙의 눈으로 하느님을 바라본다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기둥에 달아놓은 구리 뱀을 바라보면 살리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 들이고,

그 말씀을 따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는 '불 뱀'에 물린 상처와 모든 증상이 말끔히 치유되었다.

 

이처럼 '나바트'(nabat)라는 단어의 의미대로 그들의 '쳐다보는' 행위는 하느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순종'하는 것이었으며, 이것을 통해 구원의 기쁨을 맛 볼수 있게 된 것이었다

(요한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