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거둬들이지 않은 채 늘 남겨두기를!
많은 것들이 우리의 정해진 계획 바깥에 남아 있기를,
사과이건 무엇이건 잊혀진 채로 버려두어,
그 향내 맡는 일이 죄가 되지 않도록."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미국 시인; 1874~1963)의 '안 거둬들인'
(Unharvested)이라는 시(詩)의 마지막 4행이다.
사막에도 어김없이 한낮은 뜨겁지만, 사계절의 가을인 온 것을 아침, 저녁의
체감 온도로 느낄 수 있다.
많이 못먹어 날씬한 까마귀들과 비둘기들이 사제관 뒤뜰에 와서 뭔가를 먹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방울 토마토 몇 개가 이리저리 쪼인 채 텃밭에서 뒹굴고 있다.
어제 텃밭에서 딴 고추는 강렬한 햇빛에 세뇌되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먹어 본
고추 중에 가장 매운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먹다가 도중에 포기했다.
하느님께서 자연을 통해 주신 열매들을 보면서 인간이 깡그리 다 따서 먹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프로스트의 '안 거둬들인'이라는 시(詩)가 떠올랐다.
사람들끼리도 나누어 먹고, 날으는 새들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이다.
그래서 우리 선인(先人)들은 감나무나 기타 과일 나무의 끝에 매달린 열매들을
다 따지 않고 까치밥 등으로 남겨 두었다.
한국의 재벌 기업들도 상도덕(商道德)을 지켜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아야 중소 기업이나 작은 마트나 마켓, 재래 시장이 살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요 모순인 '빈익빈 부익부'(富益富 貧益貧)를 지양해야만
우리 모두가 공생공존(共生共存)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옛날에 동창 신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인사 이동이 되어 소임지에 왔는데, 전임자가 어떻게 사제관에 먼지 하나없이
깡그리 가져갈 수 있는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후임자에게 조금이라도 결례가 안되게 하기 위해서 그럴 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내 것, 네 것이 어디 있는가? 다 교회의 재산이고, 하느님의 것이다.
특히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곳을 떠날 때에는 남기고 가야 한다.
뒤에 온 분이 아쉬워하고 꼭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남겨야 한다.
내가 떠나가서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더욱 더 남겨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물질이나 자재나 도구에서 뿐만 아니라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능력이 있다고 다 하는 게 아니다.
좀 남겨 놓아서 그 다음 봉사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일에 있어서 늘상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좀 실수하고 부족한 게 있고
모자란 부분이 있어야 기도도 하고, 하느님의 은총의 도우심을 구할 것이 아닌가?
자신이 탈렌트가 있고 재능이 있고 카리스마가 있다고 다 설쳐대면
다른 봉사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어도 참고 양보하고, 빠지는 미덕도 하나의 애덕(愛德)이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메시아 콤플렉스에 빠져 대한민국 교회가
자기 손에 달려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고 있지만,
'너 없으면 더 잘 된다'는 교회의 영혼이신 성령님의 생각은
우리 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기 분수에 맞게 순리대로 살아야지, 순리나 자연을 역행하거나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좋고, 자기식의 의(義)나 혈기나
힘을 빼서 일하는 것이 좋다.
남겨 놓아야 한다,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다 드러내지 말며,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나누어 주어라.
너에게 남는 것은 다 자선으로 베풀고,
자선을 베풀 때에는 아까워하지 마라."
(토빗4,16)
"내 생각이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
(이사55,8~9)
2015.09.13. http://cafe.daum.net/FiatLove/ba08/1072
임언기 안드레아 신부님 (미리내 천주성삼 수도회, 2015.9.15일 선종)
하느님의 뜻 안에서 기도합니다.
주님, 임언기 안드레아 사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임언기 안드레아 사제에게 비추소서.
주님의 거룩하신 뜻 안에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2015.09.11. 06:01
2) 신부님의 마지막 소원
임종을 앞둔 신부님께서
변호사 한사람과 국세청직원 한사람을
불러주기를 원하셨다.
유언을 하시리라 믿고 도착한 그 두사람은
신부님 곁에서 하실 말씀을 기다리는데도
당췌 말씀을 하시지 않자 재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부님, 하실 말씀을 하시지요."
"아니요, 난 할 말이 없는데요."
"아니, 신부님께서 저희를 부르셨을때는
어떤 사유가 있으실텐데요."
"예수님께서도 돌아 가실때 두 도둑가운데 계셨는데
나도 그리 따라하고 싶었을 뿐이오."
예수님, 죄인인 저희들 가운데 살다가 임종하신 신부님을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과 일치하여 아버지께 바칩니다.
오, 아버지,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영혼들의 죄를 보속하기 위하여 바칩니다.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고 임언기 안드레아 사제에게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 하느님 뜻 안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임언기 안드레아 신부님~ 영원한 하느님의 빛안에서 아버지를 어머니와 함께 찬미하며 행복하시길 빌어요!
하느님의 뜻으로 사랑해요. 감사해요. 주님, 임안드레아를 통해 영원무궁한 찬미와 흠숭과 영광을 받으소서!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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