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의 힘은 강하다!
- 안나 마리아 -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얼마나 큰 사랑을 부어주시는지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우리 폴란드 사람들의 영적 수도이자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인 체스토호바Czestocbowa에 있는 야스나 고라Jasna Gora 수도원에는 “블랙 마돈나Black Madonna로 불리는 검은 얼굴의 성모님 성화가 모셔져 있어 전 세계의 수많은 순례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블랙 마돈나 성화 앞에서는 매일 미사와 묵주기도가 끊이지 않고 봉헌되는데 매달 첫토요일 6시 30분 저녁 미사 후에는 봉헌식이 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이 봉헌식에 참석해왔다. 순례자들을 포함한 우리는 자기 자신과 가족과 직업과 일과 본당을 봉헌한다. 삶에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고통, 미래의 계획도 봉헌한다. 즉 우리 삶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일을 봉헌하면서 도움을 청한다.
이처럼 단순하고 순박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어머니의 개입을 요청하는 것은 한편으론 파티마에서 성모님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파티마에서 성모님은 “내 티없는 성심은 승리할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에 전적으로 의탁했다. “오로지 당신의 것Totus Tuus!” 그리고 1984년 3월 25일 러시아와 전 세계를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께 봉헌했다.
매달 첫토요일에 성모님의 자녀들은 야스나 고라의 블랙 마돈나를 찾아와,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모든 문제와 어려움을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께 바치면서 성심의 승리를 기도한다. 그리고 종종 즉각적인, 확실한 응답을 듣는다.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은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에서 말했다.
“세상 끝 날에 사람들은 자신들을 회개시키고 정의에 주린 이들을 채워줄 도시를 발견할 것인데 그 도시는 다름 아닌 성령에 의해 ‘하느님의 도시’라고 불리는 지극히 거룩한 동정녀시다”(48항).
아무튼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람들은 많은 은총과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내가 목격한 한 가지 사례를 여기에 소개하고 싶다.
악은 나를 이겼다
어느 날 있었던 일이다. 블랙 마돈나 성화 앞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있었는데 한 젊은이의 이상한 행동이 모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거양성체의 순간에 그 젊은이가 바닥에 쓰러져 발작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를 옆방으로 옮기고는 성수를 먹였는데, 즉각 그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개의치 않고 바닥에서 몸을 마구 흔들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쉼 없이 뱉어냈다.
사제가 그에게 안수하자 일시적으로 그가 조용해지더니 얼굴과 눈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간질병이 아니라 영적 문제였던 것이다. 그에게는 의사가 아니라 구마 치유자가 필요했다.
나는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건너편에 보이는 벤치로 그를 데리고 갔다. 정상적으로는 5분 정도밖에 아 되는 거리였지만 45분이나 걸렸다. 중증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를 데리고 걷는 것 같았다. 그는 걸음을 뗄 떼마다 안간힘을 썼다. 그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했으며 무릎을 굽히지도 못했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그를 보는 내내 나는 마음으로 성모님의 도움을 간절히 청했다. 벤치에 이르자 그는 완전히 지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야스나 고라에 왔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도 너무 힘들어했다. 보다 못해 내가 성모님과 야스나 고라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는데 내 입에서 “성모님”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더니 아주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가! 그러면서 성모님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그의 마음과는 달리 그의 몸은 통제를 벗어나버렸다. 내 입에서 “성모님”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그는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입을 다물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데 집중해야 했다.
두 시간가량 흐른 후 그와 나는 다시 성당으로 향했다. 그는 아주 조용하고 침착한 상태였다. 하지만 사제에게 가까이 갈수록 그의 발작 정도가 심해졌다. 다행히도 사제의 안수를 받자마자 그는 다시 힘을 얻어 성당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성모님은 악을 이겼다
그는 여자 친구의 임신으로 곤경에 처해 있던 한 친구를 돕고 싶었다. 그래서 악령과 계약을 맺었는데, 그녀를 낙태시켜주면 악령에게 자신의 몸과 영혼과 미래, 즉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그날 밤이었다. 불결한 영이 그의 안으로 들어갔으며, 그것을 그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점차적으로 그와 그의 생활은 악령에게 지배되었으며 공격성을 띄기 시작했다. 그는 절망감과 불면증에 사로잡혔으며, 기억력도 감퇴되었고, 자살 충동도 느끼게 되었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으며, 끔찍한 꿈을 꿨고, 환상도 보았다. 당사자인 그는 물론이요 그의 가족에게도 악몽 같은 나날이었다.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여러 차례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치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를 위해 기도해준 사람은 그의 할머니가 유일했다.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묵주기도에 매달렸다. 그래도 그의 상태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가족들은 그를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께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부모를 비롯한 가족은 야스나 고라의 블랙 마돈나 성화 앞에서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께 그를 봉헌했다.
그런데 가족들이 이 말을 하는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 안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또 다른 영적 존재가 자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가족들의 간절한 기도와 구마식을 통해 그는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으며 성체를 영할 수 있게 되었다. 악한 영은 그의 안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지만 그는 하느님과의 새 삶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에 참례했다. 그리고 저녁마다 또 미사에 참례했는데, “밤의 세력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이와 같은 엄격한 생활이 몇 개월 동안 반복되면서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성모님의 도움으로” 그는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도 졸업하게 되었다. 성모님 덕분에 그는 악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으며, 야스나 고라 공원에서 블랙 마돈나 성당까지 무릎걸음으로 순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는 기도를 열심히 하는 정상적인 젊은이가 되었다. 예수님과 성모님을 깊이 사랑하는 젊은이가 되었다. 예수님과 성모님 덕분에 그는 지옥의 멸망에서 벗어나 지상에 개설된 “성모님의 학교”에 다니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는 아주 어렸을 때 악한 존재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때 그는 일명 “마귀인형”이라 불리는 작은 장난감을 받고 처음에는 그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다가 점차 여느 장난감의 하나가 되면서 그것에 말을 걸고,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더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한 징후, 직관력, 꿈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 또래의 이아들과, 나아가 청년과 다른 뭔가를 자신 안에서 보았다. 그는 현실과 전적으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 세계가 자신을 이끌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자각했다. 그의 가족 역시 이유는 몰랐지만 그의 상태를 받아들였다.
가족의 끈질긴 기도 덕분에 마침내 그는 마음에서 “하느님의 어머니, 야스나 고라.”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 그는 성모님에게서 도움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가 아는 유일한 것은 할머니가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가 성모님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은 할머니의 기도 덕분이었다. 그 기도 덕분에 그는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께의 봉헌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구원의 방법을 증언하게 되었다.
“예수님의 어머니시며 저의 어머니이신 분이여,
어머니께 저를 봉헌하오니, 저를 당신 것으로 받아주소서.
어머니의 티없는 성심께 저의 몸과 마음과 의지와 감정과 생각과 희망을 바치나이다.
제가 잉태된 그 순간부터 미래의 모든 순간까지, 제 생의 모든 시간을 바치나이다.
오, 모든 어머니 중 최고의 어머니시여, 제 마음을 바로잡아 주시고, 악한 손에서 저를 지켜주소서.
모든 선과 진리와 생명의 원천이시며 저희의 구세주이신,
어머니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을 건설하는데 저를 써주소서. 아멘”
폴란드 체스토호바의 야스나 고라 수도원에 모셔진 블랙 마돈나.
성 루카 복음사가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이 성화의 성모님이 검은 얼굴인 것은 원본이 거의 2000년 가까이 오래 되었다는 점,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고품질의 재료가 아니었기에 시간이 자나면서 색이 바래고 검어졌다는 점, 콘스탄티노플에서 대규모 화재를 엮었다는 점, 동방 정교회에 보관되어 있을 동안 수만 개의 향로가 그 앞에 지펴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 등의 원인이 거론된다. 더불어 르네상스 시대 이전에는 거의 모든 성화와 성물에 유태인인 성가정과 사도들을 올리브색의 피부, 검거나 갈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로 표현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블랙 마돈나는 1382년부터 지금의 야스나 고라 수도원에 모셔진 것으로 본다.
한편 블랙 마돈나는 “기적의 성모님”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 까닭은 이러하다.
1430년 어느 날 보헤미아의 후스파 종교 개혁자들이 야스나 고라 수도원을 쳐들어와 수도원에 있던 모든 보물을 약탈했다. 그들은 의기양양한 기세로 모든 보물을 마차에 실었는데 막상 떠나려는 순간 블랙 마돈나 성화가 실린 마차의 말들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온갖 수를 다해도 안 되자 그들은 성화를 마차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러자 비로소 말들이 마차를 끌기 시작했다.
그때 약탈자들 중 한 명이 성모 성화를 장식하고 있던 온갖 보석과 금을 탐내 칼로 성화를 힘껏 내리쳤다. 그런데 성모님의 오른쪽 얼굴을 두 번 찌르고 세 번째 찌르려는 순간 그가 넘어지더니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이것을 본 다른 약탈자들은 하느님의 징벌을 두려워하며 달아나버렸다.
(마리아지 2012년 11 · 12월호 통권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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