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I. 공생활 둘째 해
68.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푸는 왕의 비유
예수께서는 정말 피로를 모르신다. 해가 저녁 놀의 추억과 더불어 사라지는데,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하나 어렴풋이 들려오는 가운데 예수께서는 풀을 베어낸 지 얼마되지 않은 풀밭 가운데로 가신다. 풀은 시들면서 깊이 스며드는 기분좋은 냄새를 풍긴다. 예수 뒤에는 사도들과 여러 마리아가 따라오고, 마르타와 라자로가 집의 하인들과 같이, 이사악이 제자들과 같이 따라온다. 베다니아 읍내 사람 전부가 따라온다고 말할 만하다. 하인들 가운데에는 진복팔단의 산에서 그들의 일상생활에 대해서까지도 위안을 받은 두 사람인 노인과 여인도 있다.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노인에게 강복하신다. 노인은 울면서 예수의 손에 입맞춤하고 예수 옆에서 걸어가는 어린 아이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선생님을 항상 따라다닐 수 있는 너는 정말 행복하다! 얘야,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조심해라! 이것이 네게는 큰 행운이다! 큰 행운이야! 네 머리 위에는 화관이 매달려 있다. … 아이고! 정말 행복한 아이다!”
모두가 자리를 잡자 예수께서 말씀을 시작하신다. “불쌍한 우리 친구들은 떠나갔습니다. 그 사람들은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하여는 지식이 별로 필요하지 않고 최소한도의 진리만 가지고 있고 거기에 착한 뜻을 가지고 노력만 하면 된다는 바람과 확신에 격려를 받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훨씬 덜 불행한 여러분에게 말을 합니다. 여러분이 훨씬 덜 불행하다는 것은 여러분은 물질적으로 훨씬 나은 처지에 있고, 말씀의 더 중요한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사랑이 그 사람들에게는 생각으로만 갑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여러분에게는 내 사랑이 그 외에 또 말과 함께 갑니다. 더 많이 받은 사람에게 더 많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하늘에서와 마찬가지로 땅에서도 더 큰 힘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들의 비참한 처지로 돌아가는 저 불쌍한 친구들은 최소한의 행복밖에 가질 수가 없고, 따라서 최대한의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온정의 약속밖에 없습니다. 다른 것은 모두 필요 이상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들의 생활이 속죄이고 거룩함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다른 것을 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진정으로 말합니다만, 그들은 슬기로운 처녀들과 같아서 부름을 받는 시간까지 그들의 등불을 꺼지게 벼려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등불을 꺼지게 버려둔다구요? 아니지요. 이 빛이 그들의 전재산입니다. 그러니 그 불을 꺼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진정으로 말하지만, 마치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 안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말씀인 내가 가난하게 나서 가난하게 살기를 원한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시고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서서 온 힘을 다 바치는 사랑을 받으시는 아버지와 더 가까이 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은 아주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 밖에 없습니다. 부자들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뿐입니다. 부자들은 많은 위안을 가졌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위안이 없습니다. 부자들은 기분전환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의 일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부자들에게는 돈이 모든 것을 쉽게 해줍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또 병과 흉년을 염려해야 하는 십자가를 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굶주림과 죽음일 터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그들의 친구이시고 위로자이십니다. 하늘에 대한 바람으로 그들의 고생스러운 현재를 잠시 잊게 하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아버지,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말할 수 있는 분이십니다. –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이 가난하고 보잘 것 없고 외로운 바로 그것 때문에 이 말을 할 줄 알고 또 실제로 합니다.
비록 부자이기는 하지만 내 친구이고 하느님의 친구인 라자로의 이 소유지에서 하는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라자로는 부자들 중에서 예외입니다. 라자로는 이 세상에서는 얻어보기가 매우 어렵고 또 그것을 남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실행하는데는 한층 더 어려운 이 덕행에 도달했습니다. 재산에 대한 덕행과 자유의 덕행이 말입니다. 라자로는 의인입니다. 라자로는 이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습니다. 그가 이 때문에 기분이 상할 수가 없는 것은 그는 부자이면서 가난한 사람이고, 따라서 감추어진 내 비난이 자기에게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라자로는 의인입니다. 그는 실력자들의 세계에서는 내가 말하는 것과 같이 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말을 하는 것이고 또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정말 잘 들어두시오. 하느님 안에 있기가 부자에게보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훨씬 더 쉽고, 나와 여러분의 아버지의 하늘에서는 이 세상에서 먼지와 같이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업신여김을 받았던 사람들이 많은 자리를 차리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진주와 같은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 속에 간직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보물인 것입니다. 재산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은 그것을 잘 보살핍니다. 재산을 여럿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걱정이 많고 방심하고 교만하고 관능적입니다. 이 모든 것으로 인해서 그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보물을 겸손하고 사랑하는 눈으로 감탄하며 바라보지 못하고, 겉으로만 값진 것으로 보이는 다른 보물들, 즉 이 세상의 재산이라는 보물들과 혼동합니다. 그 사람은 ‘나는 육체적으로 나와 같은 사람의 말을 받아들여 준다.’고 생각하고, 초자연적인 것을 맛보는 그의 능력을 육욕의 짜릿한 맛으로 무디게 합니다. 짜릿한 맛! … 그렇습니다. 그 역한 냄새와 썩은 맛을 감추기 위해서 양념을 많이 한 맛입니다 ….
그러나 잘 들으시오. 그러면 불안과 재산과 잘 먹는 것이 어떻게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어느 날 어떤 왕이 아들의 혼례를 치렀습니다. 왕궁에 얼마나 큰 축제가 벌어졌을지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왕의 외아들이었는데, 나이가 차서 그가 사랑하는 처녀와 결혼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왕은 마침 지극히 사랑하는 처녀와 결혼하게 된 사랑하는 아들 주위에서 모든 것이 기뻐하기를 원했습니다. 많은 축하행사를 하는 가운데, 왕은 성대한 식사도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준비하며, 그 식사가 왕의 아들의 혼인잔치에 어울리게 훌륭히 성공하도록 세밀한 데까지 일일이 보살폈습니다.
알맞은 시간에 왕은 하인들을 친구들과 인척들과 나라의 주요한 유력자들에게로 보내서 혼례식이 어느 날 저녁으로 정해졌고 그들이 초대를 받았으니 와서 왕의 아들에게 어울리는 측근이 되어 달라고 말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와 인척과 나라의 유력자들이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왕은 처음에 보낸 하인들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 줄로 생각하고 다른 하인들을 또 보내면서 이렇게 말하면서 간청하라고 시켰습니다. ‘오시라니까요! 제발 와주셔요. 이제는 모든 준비가 다 됐습니다. 큰 방이 준비되었고 사방에서 값진 포도주가 왔고, 부엌에는 벌써 요리를 할 소들과 살찐 짐승의 고기들을 가져왔습니다. 노예들은 후식을 만들려고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고, 또 다른 노예들은 아주 고급과자를 만들려고 편도를 절구에 찧고 거기에다 대단히 진귀한 향료를 섞고 있습니다. 무희와 악사들이 축제를 위해 고용되었습니다. 그러니 오셔서 이렇게 많이 준비한 것을 쓸 데 없는 것이 되지 않게 하십시오.’
그러나 친구와 인척과 나라의 유력자들은 거절하거나 ‘우리는 다른 볼 일이 있다.’고 말하거나 초대에 응하는 체하다가 그들의 볼일을 보러 갔는데, 어떤 사람들은 밭으로 가고, 어떤 사람들은 장사를 하러 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도 덜 고상한 일을 하러 갔습니다. 끝으로 하도 간청하는 바람에 귀찮아서 왕의 하인들을 잡아 말을 못하게 하려고 죽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인들이 ‘임금님께 이걸 거절하지 마셔요. 그 때문에 나으리께 불행이 닥칠지도 모르니까요.’ 하고 말하면서 간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인들은 왕에게로 돌아와서 일어난 일을 모두 보고했습니다. 왕은 화가 불같이 나서 군대를 보내 자기 하인들을 죽인 사람들을 벌하게 하고 초대를 무시한 사람들에게 벌을 주고, 오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에게는 상을 주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러나 잔칫날 저녁 정한 시간에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왕은 분개해서 하인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내 아들이 혼례식을 올리는 오늘 저녁에 그를 축하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대서야 말이 되느냐? 잔치는 차려졌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잔치에 올 자격이 없다. 그렇기는 해도 내 아들의 혼인잔치는 치러져야 한다. 그러나 광장과 네거리에 지켜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을 모아서 이리 데려오너라. 큰 방에 내 아들을 축하하는 사람이 가득 차게 하여라.’
하인들은 갔습니다. 그들은 거리에 나가고 광장에 퍼지고 네거리에 보내져서 착한 사람이건 악한 사람이건,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모아서 궁중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연회장에 들어가기에 어울릴 만한 채비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연회장으로 그들을 데리고 가니, 왕이 원하던 대로 연회장에 즐거워하는 군중이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잔치를 시작할 수 있는지 보려고 연회장에 들어왔다가, 하인들이 채비를 마련해 주었는데도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왕은 그에게 ‘예복을 입지 않고 여기에 들어오다니 어떻게 된 일이오?’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사실 변명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그러자 왕은 하인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저 사람을 붙잡아 손발을 묶고 집 밖에 어두운 밤 진흙탕 속으로 내던져라. 거기서 그는 눈물을 흘리고 이를 갈 것이다. 그는 연회장과 내 아들에게 어울리는 사람만이 들어와야하는 연회장에 초라하고 더러운 옷을 입고 들어와서 저지른 배은망덕과 나와 특히 내 아들에게 준 모욕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한 것이다.’
여러분이 보다시피 세상에 대한 관심, 탐욕, 육욕, 잔인 따위는 왕의 분노를 일으키고, 이 모든 곤경에 빠진 사람들은 결코 다시는 왕의 궁궐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왕의 아들에 대한 친절로 초대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에도 벌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이 세상에 보내신 오늘 날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인척들과 친구들과 당신 백성의 유력자들을 하느님께서는 정말 당신의 종들을 통해 초대하셨고, 이 혼례식이 가까워질수록 더 간절히 청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거짓 인척들이고 거짓 친구들이며 또 더할 수 없이 비열하기 때문에 그저 이름으로만 유력자들이므로 초대에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예수께서는 목소리를 점점 더 높이시고, 늦게 뜨는 하현달이 아직 뜨지 않은 밤을 밝히려고 예수와 청중 사이에 켜놓은 불빛에 예수의 눈은 마치 두 개의 보석인 것같이 반짝인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더할 수 없이 비열합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왕의 초대에 응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요 영광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교만과 냉혹과 음란이 그들의 마음 속에 벽을 쌓아 놓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악의로 나를 미워하고 내 혼례에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들은 혼례보다는 몹시 불쾌한 정치와 흥정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한층 더 불쾌한 돈과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불쾌한 육욕과 흥정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그들은 약삭빠른 계산과 음모와 음험한 계략과 범죄를 더 좋아합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단죄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말을 하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가 초대하는 축제를 미워합니다. 이 백성 가운데에서는 하느님의 종들을 죽이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까지 하느님의 종들인 예언자들과 이제부터의 종들인 내 제자들을 말입니다. 이 백성 가운데에서는 ‘예,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절대로 가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하면서 하느님을 속이려고 하는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스라엘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왕은 아들의 혼례를 어울리도록 호화롭게 치르기 위하여 하인들을 네거리로 보내서 친구인 유력자도 인척도 아니고 그저 그곳에 돌아다니는 서민들인 사람들을 데려오게 할 것입니다. 벌써 이렇게 모으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 내 손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요 종인 내 손으로 -.
그 사람들이 누구이든 올 것입니다. … 그리고 벌써 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혼례의 축제를 위해 자신을 깨끗하게 하고 아름답게 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하느님께서 그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을 그렇게 보이게 하시려고, 즉 부자요 의젓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시려고 향수와 옷을 주시는 하느님의 관대하심까지 이용하여 그들의 불행을 초래할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호의를 유혹하기 위하여, 이득을 얻기 위하여 부당하게 이용할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 불쾌한 문어 같은 모든 악습에 둘둘 말린 길들지 않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 … 그리고 향수와 옷을 아들의 혼례를 위하여 쓰지 않고 그들의 사탄과의 혼례를 위해 써서 거기서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고 그 옷을 빼돌리는 길들지 않은 영혼을 가진 인간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것은 부름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부름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에 선택을 받게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음식보다는 썩은 것을 더 좋아하는 저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연회장에서 쫓겨나 어두움과 영원한 늪의 진흙탕 속에 던져지는 벌이 내려지기도 할 것입니다. 거기에는 사탄이 한 영혼을 이길 때마다 그의 소름끼치는 웃음이 울려 퍼지고, 그들을 부르셨던 무한한 인자를 따르지 않고 죄악을 따른 어리석은 자들의 절망적인 울음이 영원히 울릴 것입니다.
일어들 나시오, 그리고 쉬러 갑시다. 베다니아의 주민 여러분, 여러분 모두에게 강복합니다. 그리고 특히 내 친구 라자로 당신에게 강복하고, 마르타 네게 강복한다. 사람들을 불러 오라고 왕의 혼인 잔치에 사람들을 불러 오라고 세상에 보내는 나의 이전부터의 제자들과 새 제자들에게 강복한다. 모두에게 강복하게 무릎을 꿇으시오. 베드로야, 내가 너희에게 가르쳐 준 기도를 하여라. 그런데 내 곁에 서서 하여라. 하느님으로부터 이 일을 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기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중은 모두 다 건초 위에 무릎을 꿇는다. 서 있는 사람은 아마포로 만든 옷을 입으신 키가 크고 매우 아름다우신 예수와 짙은 밤색 옷을 입은 베드로뿐이다. 베드로는 감격으로 얼굴이 새빨개지고 거의 몸을 떨다시피하며 아름답지는 않으나 씩씩한 목소리로 기도하는데, 틀릴까 봐 무서워서 천천히 한다. “하늘에 계신 …”
남자와 여자 … 몇 사람의 흐느낌 소리가 들린다. … 그의 작은 손을 합장시켜 잡고 계신 성모님 앞에 무릎꿇고 있는 마륵지암은 천사와 같은 미소를 머금고 예수를 쳐다보며 가만히 말한다. “어머니, 보셔요, 선생님이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그리고 제 아버지도 정말 아름다우셔요!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것 같아요. … 엄마가 여기 있으면서 우리를 보고 있을까요?”
그러니까 성모님은 “그럼. 꼬마야. 엄마가 여기 있으며 기도를 배우고 있단다.” 하고 속삭이는 말투로 대답하시고, 끝에 가서 입맞춤을 하신다.
“그럼 저도 그 기도를 배우게 될까요?”
“네가 자고 있는 동안에는 엄마가 그걸 네 영혼에게 속삭여 줄 거고, 낮 동안에는 내가 되풀이해 주마.”
어린 아이는 그의 갈색 머리를 성모님의 가슴에 기대고 예수께서는 항상 장엄하게 하던 것과 같은 강복을 하시는 동안 그대로 있다.
그런 다음 모두가 일어나서 각기 집으로 돌아간다. 예수와 같이 있으려고 같이 시몬의 집으로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들어간다. 가리옷 사람은 자존심이 상하여 어두침침한 구석으로 간다. 그는 다른 사도들이 하는 것처럼 감히 예수 아주 가까이로 가지를 못한다 ….
라자로는 예수와 같이 기뻐하며 말한다. “아이고! 선생님이 떠나시는 것을 보게 되어 괴롭습니다. 그러나 그저께 떠나시는 것을 본 것보다는 더 기쁩니다!”
“라자로, 왜 그렇소?”
“선생님이 너무도 침울하시고 피곤해 보이셨기 때문입니다. … 말씀도 안하시고, 별로 웃지도 않으시고 … 그런데 어제와 오늘은 다시 제 거룩하시고 다정스러우신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몹시 기쁩니다 ….”
“나는 말을 하지 않는 때에도 선생이었소 ….”
“선생님이셨지요. 그러나 선생님은 차분하심이시고 말씀이십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에게서 이것을 바랍니다. 저희들은 이 샘에서 저희들의 힘을 마십니다. 그런데 그때에는 이 샘물이 마른 것같이 보였습니다. 저희들은 목마름으로 괴로워했습니다. … 선생님은 이방인들까지도 그것을 놀라워하며, 그 샘물을 찾아왔다는 것을 아시지요 ….”
제베대오의 요한 곁으로 다가갔던 가리옷 사람이 감히 말을 한다. “그건 사실입니다. 그들은 제게도 물었었습니다. … 제가 선생님을 뵙기를 바라면서 안토니아탑 바로 곁에 있었으니까요.”
“너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고 예수께서 짤막하게 대답하신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선생님이 선생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마 사람들까지도 실망했습니다. 선생님이 왜 그렇게 하셨는지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
“그래 네가 그것을 내게 묻는단 말이냐? 내게 대한 최고회의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또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너는 알지 못한단 말이냐?”
“뭐라구요? 선생님이 무서워하십니까?”
“아니다. 구역질이 났었다. 작년에 내가 혼자였을 때에는 – 내가 예언자인지도 모르는 그 많은 사람에 대항해서 나 혼자 – 나는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고, 내가 보여준 이 대담성으로 인해서 네 마음을 끌었었다. 나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잊어버렸던 백성에게 그것을 돌려 주었다. 나는 하느님의 집에 도사리고 있는 정신적인 더러움은 씻어 없애기를 바라지 못했기 때문에 물질적인 더러움을 씻어냈다. 사실 나는 사람들의 미래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파렴치한 환전상들과 고리대금업자들과 도둑들의 떠들썩한 거주지가 된 영원하신 주님의 집에 대한 열정으로 내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그리고 여러 세기에 걸친 사제들의 소홀로 정신적인 나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흔들어 무감각상태에서 깨우기 위해 그렇게 했었다. 그것은 내 백성을 하느님께 데려가기 위하여 모으려는 집합신호였다. … 올해에 나는 다시 왔다. … 그리고 성전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을 보았다. … 한층 더 나빠진 것을 보았다. 이제는 도둑들의 소굴이 아니라 음모를 꾸미는 곳이며, 다음에는 큰 범죄의 본부가 될 것이고, 다음에는 창가(娼家)가 될 것이며, 그 다음에는 마침내 삼손의 힘보다도 더 센 힘으로 파괴될 것이고, 거룩하다고 불릴 자격이 없는 특권계급이 거기에서 쫓겨날 것이다. 너도 기억하다시피 내가 말하는 것을 금지당한 그 곳에서 말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반역하는 백성! 하느님의 말씀에게 그의 집에서 말하는 것을 금하는 그들의 우두머리들을 통하여 타락한 백성! 나는 내 집에서 말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나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은 내가 스스로 죽음을 당할 시간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내가 필요하고, 내 사도들은 내 자녀들을, 즉 세상을 품에 받을 만큼 아직 힘이 넉넉히 세지 못하다. 어머니, 울지 마셔요. 착하신 어머니, 착각하기를 원하거나 착각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가 알고 있는 진리를 말해줄 필요가 있는 어머니의 아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 저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 그러나 그들 때문에 하느님이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되는 그들은 불행합니다! … 어머니, 울지 마십시오, 마륵지암아, 울지 말아라! … 제발 아무도 울지 말아요.”
그러나 실제로는 모두가 혹은 더 비통하게 혹은 덜 비통하게 운다.
노란 줄과 빨간 줄이 있는 옷을 입은 유다는 죽은 사람처럼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거짓 우는 목소리로 감히 말을 한다. “선생님, 저는 정말 놀라고 몹시 슬픕니다. … 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습니다. …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 제가 성전 사람을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모두와 관계를 끊었습니다. … 그렇지만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것은 사실이겠지요 ….”
“유다야! … 사독은, 그 사람도 네가 안 보았단 말이냐?”
유다는 머리를 숙이며 빠르게 말한다. “그 사람은 친구입니다. … 성전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가 아니라 친구로 만나보았습니다 ….”
예수께서는 대답을 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이사악과 엔도르의 요한 쪽으로 몸을 돌리시고 그들의 일에 대한 당부를 하신다.
그러는 동안 여인들은 우시는 성모님과 성모님이 우시는 것을 보고 우는 어린 아이를 위로한다.
라자로와 사도들도 슬퍼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들에게로 가신다. 예수께서는 다시 다정스럽게 미소지으신다. 그리고 어머니를 껴안으시고 아이를 쓰다듬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자 이제는 여기 남아 있을 사람들에게 하직합니다. 우리는 내일 새벽에 떠나니까요. 라자로, 안녕히 계시오. 막시민, 잘 있게. 요셉, 나를 기다리시던 내 어머니와 여자 제자들을 친절히 도와준 것 모두 고맙다.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한다. 라자로, 당신은 내 이름으로 마르타에게 축복해 주시오. 멀지 않아 다시 오겠소. 어머니, 가서 쉬십시다. 마리아와 살로메도 올 생각이면 오세요.”
“물론 가구말구요!” 하고 두 마리아가 말한다.
“그러면 쉬러 갑시다. 모두에게 평화. 하느님께서 너희 모두와 함께 계시기를.” 강복하는 손짓을 하시고 아이의 손을 잡고 어머니를 껴안으신 채 나가신다.
베다니아 머무르는 것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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