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I. 공생활 둘째 해
66. 탕자의 비유
“엔도르의 요한아, 이리 내게로 오너라. 네게 할 말이 있다.” 하고 예수께서 문지방에 나타나시며 말씀하신다.
그 사람은 무엇인지 가르치던 아이를 놓아두고 달려와서 “선생님,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하고 묻는다.
“나와 같이 위로 올라가자.”
그들은 옥상으로 올라가서 아침이기는 하지만 벌써 햇볕이 뜨겁기 때문에 가장 햇볕이 잘 가려진 쪽에 가서 앉는다. 예수께서는 나날이 곡식이 황금빛을 띠어가고 나무에서 열매들이 굵어져 가는 경작된 들판을 내려다보신다. 예수께서는 생각으로 이 식물의 변화를 지켜보시려는 것 같다.
“요한아, 듣거라. 이사악이 오늘 죠가나의 농부들을 그들이 떠나기 전에 내게 데려오려고 올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들이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이사악에게 마차를 빌려 주라고 라자로에게 말했다. 그들이 늦어서 벌을 받을 수 있을까 봐 걱정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라자로는 마차를 빌려준다. 라자로는 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하니까. 그러나 네게서는 내가 다른 일을 원한다. 나는 여기 어떤 사람이 주님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내게 준 돈을 가지고 있다. 보통 내 사도들 중의 한 사람이 회계를 맡고 애긍을 주는 일을 맡는다. 대체로 가리옷의 유다가 이 일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도들이 한다. 유다는 지금 여기 없다. 그리고 다른 사도들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아는 것을 내가 바라지 않는다. 유다도 이번에는 이것을 알지 못해야 한다. 네가 내 이름으로 이 일을 하여라 ….”
“주님, 제가요? … 제가요? … 아이고! 저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
“너도 내 이름으로 일해 버릇해야 한다. 네가 온 것이 이 때문이 아니냐?”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불쌍한 영혼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애써야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네게 그 방법을 주는 것이다. 네가 어떻게 해서 죄를 지었느냐? 자비와 사랑을 거스려서 죄를 지었다. 너는 미움으로 네 영혼을 부수었다. 그러니까 사랑과 자비로 네 영혼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내가 그 자재를 네게 준다. 나는 너를 특히 자비와 사랑의 사업에 쓰겠다. 너는 사람들을 돌볼 능력이 있다. 너는 말을 할 줄 안다. 그런 것을 가졌으므로 너는 육체적 정신적 결함을 돌보기에 알맞고, 또 그렇게 할 만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 이 일로 네가 첫걸음을 내디딜 참이다. 돈주머니를 받아라. 이것을 미케아와 그의 친구들에게 주어라. 이것을 가지고 똑같은 몫으로 노느매기를 하되 내가 말하는 대로 하여라. 이것을 가지고 열 몫을 만들어서 네 몫은 미케아에게 주어라. 한 몫은 미케아 자신의 것이고, 한 몫은 사울, 한 몫은 요엘, 한 몫은 이사야의 것이다. 나머지 여섯 몫은 미케아에게 주면서 그것들은 야베의 할아버지에게 그와 그의 동료들의 몫으로 주라고 하여라. 그들은 이렇게 해서 위안을 받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렇지만 증명을 하기 위해서 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
“‘구원되는 한 영혼을 위해 여러분이 잊지 말고 기도하라고 그러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것이 저인 줄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 너는 구원되기를 원치 않느냐?”
“그 사람들인 제가 기부자(寄附者)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하여라.”
“순종하겠습니다. … 그러나 제가 거기에 무엇을 좀 보태는 것이라도 허락해 주십시오. 어쨌건 … 지금 저는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되었습니다. 책들은 이제 더 사지는 않겠습니다. 길러야 할 닭도 이제는 없습니다. 제게는 정말 필요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 자, 받으십시오, 선생님. 저는 샌들 비용으로 돈을 조금만 남겨놓습니다 ….” 그러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전대에서 많은 돈을 꺼내어 예수의 돈에 합친다.
“하느님께서 네 자비를 위해 네게 강복하시기를 바란다. … 요한아, 멀지 않아 너는 이사악과 같이 갈 것이니까 우리가 헤어지게 된다.”
“선생님, 저는 그것이 몹시 슬픕니다. 그러나 순종하겠습니다.”
“나도 너를 멀리하는 것이 괴롭다. 그러나 나는 돌아다니는 제자가 대단히 필요하다. 이제는 나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할 수가 없다. 멀지 않아 사도들을 내보내겠고, 다음에는 제자들을 보내겠다. 그리고 너는 일을 썩 잘 할 것이다. 나는 너를 특별한 임무에 충당하겠다. 그때까지 너는 이사악과 함께 인격을 길러라. 이사악은 매우 착하다. 그리고 그가 오래 앓는 동안 하느님의 성령께서 그를 정말 교육하셨다. 그리고 그 사람은 항상 모든 것을 용서한 사람이다. … 게다가 우리가 헤어진다는 것이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자주 만날 것이며, 우리가 서로 만날 때마다 너를 위하여 특별히 말하겠다. 이것을 기억하여라 ….”
요한은 몸을 숙이고 흐느끼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말한다. “아이고, 그러면 제가 용서받았다는 것을 … 제가 하느님을 섬길 수 있다는 것을 제게 확신시킬 무슨 말씀을 즉시 해주십시오. … 덧없는 증오가 사라진 지금 제가 얼마나 제 영혼을 잘 보는지 … 얼마나 … 얼마나 제가 하느님을 생각하는지 … 아십니까?”
“안다. 울지 말아라. 항상 겸손하여라. 그러나 네 품위를 떨어뜨리지는 말아라. 자기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도 역시 교만이다. 다만 겸손만을 가져라. 가자, 울지 말아라.”
엔도르의 요한은 차차 진정된다 ….
그가 진정되는 것을 보시자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오너라, 사과나무 잎이 우거진 아래로 가서 동료들과 여자들을 모으자. 나는 모두에게 말하겠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얼마나 너를 사랑하시는지 말해 주마.”
그들은 내려오면서 사람들을 그들 둘레로 불러 모은다. 그리고 그들이 오는데 따라서 모두 사과나무 그늘에 앉는다. 열성당원과 말하고 있던 라자로도 일동이 있는 데로 온다. 모두 다해서 20명이다.
“들어라. 이것은 많은 경우에 그 빛으로 너희를 인도해 줄 비유이다.
어떤 사람이 아들 둘을 두었었다. 맏이는 착실하고 부지런하고 다정하고 순종을 잘 했다. 둘째는 형보다 영리하였다. 사실 형은 머리가 좀 막혀서 무슨 일을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수고를 하지 않고 그저 질질 끌려다니는 편이었다. 그러나 아우는 또 그 대신 다루기가 어렵고 경솔하고 사치와 쾌락을 좋아하고 낭비벽이 있고 게을렀다. 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러나 슬기롭게 써야 하는 선물이다. 그렇지 않고 옳기 못하게 쓰면 병을 고치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어떤 약들과 같다. 아버지는 그의 권리와 의무를 따라 아들에게 더 착한 생활로 되돌아오게 하려고 하였으나 고약한 대답을 듣고 자기 아들이 그의 못된 생각에 굳어버리는 것을 보는 것 외에는 성과가 없었다.
마침내 어느 날 더 가시돋친 말다툼이 있은 다음에 둘째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내 몫의 재산을 주세요. 그러면 다시는 아버지의 꾸지람을 듣지 않고 형의 불평도 듣지 않게 될 것입니다. 각기 제 몫을 가지고 모든 것이 끝장이 나게 해주세요.”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조심해라. 너는 멀지 않아 망할 거다. 그때는 어떻게 하겠느냐? 나는 네게 유리하게 하려고 불공평한 일은 하지 않겠고, 네게 주려고 네 형에게서 동전 한 푼도 다시 빼앗지 않으리라는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아라.’
‘저는 아무것도 청하지 않을 겁니다. 걱정 마시고, 제 몫이나 주세요.’
아버지는 토지와 값진 물건들을 평가하게 했다. 돈과 보석이 토지만큼이나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밭과 포도밭과 가축떼와 올리브나무들은 맏아들에게 주고 둘째에게는 돈과 보석들을 주었는데, 그는 모두를 돈을 가지려고 보석들을 이내 팔았다. 이렇게 하고 나서 며칠 안되어 먼 지방으로 떠나가서 귀족 같은 태도로 살면서 가지가지 진수성찬으로 가진 것을 낭비하며 왕자라고 자칭하였다. 그것은 ‘내가 시골 사람이오.’ 하고 말하기가 창피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자기 아버지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었다. 연회다, 남녀친구들이다, 옷이다, 술이다, 노름이다 … 해서 방탕한 생활을 계속했다. … 그는 그의 비축이 빨리 바닥이 나고 곤궁이 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곤궁과 더불어 그 곤궁을 더 짐스럽게 하려고 그 지방에 흉년이 들어서 그의 비축의 나머지가 사라져버렸다. 그는 아버지를 찾아가 뵙고 싶었으나 교만해서 그럴 결심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풍성할 때에 친구였던 그 고장의 한 부자를 찾아가서 ‘전에 내가 자네에게 제공해 준 이익을 생각해서 나를 하인으로 좀 써주게.’ 하고 말하면서 청했다.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아라! 아버지에게 가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하고 말하지 않고 어떤 주인의 지배에 들어가는 길을 택하다니. 이 젊은이는 민첩한 그의 총명으로 쓸 데 없는 일을 대단히 많이 배웠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버리는 자는 얼마나 고약하고, 어머니를 괴롭히는 자를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저주하시는가.’ 하는 집회서의 격언은 배우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는 총명하였으나 현명하지는 못하였다.
그가 호소하러 간 그 사람은 이 젊은 바보의 희생으로 이득을 보았던 모든 것 대신으로 이 바보에게 돼지를 지키게 했다. 과연 이 젊은이는 돼지가 많은 이교도 지방에 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주인은 그를 그의 소유지에 보내서 돼지떼를 치게 했다. 때투성이에 누더기옷을 입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굶주리며 – 식량은 모든 하인에게 조금씩 내주었고, 특히 낮은 일을 하는 하인들에게 그러했는데, 외부에서 와서 돼지를 지키는 사람으로 업신여김을 당하는 그는 이런 하인들 축에 끼였다. – 돼지들이 도토리를 배불리 먹는 것을 보고 한탄했다. ‘저 열매로라도 배를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만 너무 떫단 말이야!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저것들을 맛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단 말이야.’ 그러면서 그는 어제 그제 웃음과 노래와 춤 가운데에서 했던 페르시아의 태수와도 같은 호화로운 연회를 생각하면서 울었다. …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그의 집의 고상하고 풍성한 식사와 아버지가 그의 아들들의 건강한 식욕을 기뻐하며 자기를 위하여는 아주 작은 몫밖에 취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던 몫을 생각했다. … 그리고 그 의인이 하인들에게 나누어 주던 몫도 생각하면서 한숨지었다. ‘아버지의 하인들은 아무리 낮은 일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빵을 풍족하게 받는데 … 나는 여기서 배가 곯아 죽는구나 …’
오랜 반성의 진통과 교만을 부수기 위한 오랜 싸움이 있었다. … 마침내 어느 날 겸손과 분별을 되찾아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를 찾아가겠다! 내가 붙잡혀 있는 이 교만은 어리석은 것이다. 그래 뭣을 가지고 교만한 건가? 용서와 위안을 얻을 수 있는데 뭣 때문에 육체에 고통을 당하고, 마음에는 한층 더 고통을 당하는 거야? 아버지를 찾아가겠다, 결정했다. 아버지께 뭐라고 말할까? 그러나 나는 지금 이 비열하고 더러운 가운데에서 배가 고파 괴로워하고 있단 말이야! 나는 아버지께 이렇게 말하겠다.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이제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게 되었습니다. 저를 제일 낮은 하인으로 다루어 주십시오. 그렇지만 아버지의 집에 있게 용납해 주십시오. 아버지가 지나가시는 걸 보게요 ….> 이렇게는 말하지 못하겠다. <저는 아버지를 사랑하니까요.> 하고. 아버지는 그 말을 안 믿으실 거야.
그러나 내 생활이 그것을 증명할 것이고, 아버지도 그것을 알아 보시고, 돌아가시기 전에 그래도 내게 축복해 주실 것이다. … 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시니까 나는 이것을 바란다. ‘그래서 그날 저녁 읍내로 돌아가 주인에게 하직을 하고, 길을 오는 동안 빌어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기 아버지의 밭들이 있고 … 집이 있고 … 일을 지휘하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고통으로 인하여 늙고 야위었다. 그러나 여전히 착하다. … 죄지은 아들은 자기 때문에 아버지의 건강이 저렇게 상한 것을 보고 겁을 먹고 걸음을 멈추었다. … 그러나 아버지는 눈을 돌려 아들을 보고 그에게로 마주 달려왔다. 아직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들 있는 데까지 와서 목을 얼싸안았다. 오직 아버지만이 이 창피한 꼴을 한 거지를 자기 아들로 알아보았고, 그 아버지만이 그에 대하여 사랑의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아버지의 팔에 안긴 아들은 머리를 아버지의 어깨에 대고 흐느껴 울면서 중얼거렸다. ‘아버지, 아버지의 발 앞에 엎드리게 해주십시오.’ 하고. 그러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내 아들아! 내 발 앞에 엎드릴 것이 아니라 내 가슴에 안겨라. 내 마음은 네가 없는 것으로 인해서 하도 몹시 괴로웠기 때문에 가슴에 네 체온을 느껴서 다시 살아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아들은 더 크게 울면서 말했다. ‘아이고!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아들아 하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하인들과 같이 아버지의 집에 살면서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빵을 먹고, 아버지를 섬기고, 아버지의 입김을 마시게 해주십시오. 빵을 한 입 먹을 때마다 아버지가 숨을 쉬실 때마다 몹시 타락한 제 마음이 새로워지고 성실하게 될 것입니다 ….’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안은 채 멀찍이 모여서 지켜보고 있던 하인들에게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빨리 제일 아름다운 옷과 향기로운 물을 담은 대야들을 이리 가져와서 내 아들을 씻기고, 향수를 뿌려 주고, 옷을 입히고, 새 신을 신기고 손가락에 가락지를 끼워 주어라. 그리고 살찐 송아지를 잡고 잔치 준비를 하여라. 내 아들이 죽었었는데 이제 다시 살아났고, 잃었던 아들을 도로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도 어린 아이의 순진한 사랑을 도로 찾기를 바란다. 나는 내 아들에게 내 사랑을 주어야 하고 집안은 이 아들이 돌아온 것을 축하해야 한다. 내 아들은 옛날 어렸을 적에 내 옆에서 걸으면서 그의 미소와 귀여운 지껄임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던 때 그랬던 것과 같이 내게는 항상 막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하인들은 그대로 하였다.
맏아들은 밭에 나가 있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다가 집에 불이 환히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집안에서 들려오는 악기소리와 춤추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바삐 뛰어 가는 하인을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하인은 ‘아우님이 돌아왔습니다! 서방님의 아버님은 큰 불행 중에서 건강하고 병이 나은 아드님이 돌아왔기 때문에 살찐 송아지를 잡게 하시고 잔치를 준비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서방님이 돌아오시기만 하면 시작할 참입니다.’ 그러나 맏아들은 그의 아우가 제일 나이가 어린 데다가 못되게 굴었었는데 그를 그렇게까지 환영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성이 나서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집에서 멀어져 가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뛰어 나와 맏아들을 쫓아가서 그를 설득하려고 애쓰고 자기 기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지 말라고 부탁했다. 맏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저보고 성을 내지 말라고 하십니까? 아버지는 맏아들에게 불공평하시고 맏아들을 멸시하십니다. 저는 일할 수 있게 된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드렸고, 그것이 여러 해째 됩니다. 저는 아버지의 명령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고, 아버지의 소원을 모르는 척한 적도 없습니다. 저는 항상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고, 내 아우가 아버지께 드린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려고 두 사람 몫의 사랑을 드렸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친구들하고 즐기라고 염소 새끼 한 마리 안 주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아버지를 버렸던 저 애, 게으르고 낭비를 하다가 굶주림을 못 견디어서 돌아온 저 애는 명예롭게 하시고, 저 애를 위해서는 제일 잘 생긴 송아지를 잡게 하셨습니다. 근면하고 못된 습관없이 사는 것이 가치있는 일입니까? 아버지가 제게 그렇게 하실 수는 없습니다! ’
그러자 아버지는 맏아들을 가슴에 껴안으며 말했다. ‘오! 내 아들아! 내가 네 행동에 차일을 쳐 주다시피 하지 않는다고, 그래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 네 행동은 그 자체로 벌써 거룩하고, 세상 사람들이 네 행동 때문에 너를 칭찬한다. 이와 반대로 네 동생은 세상 사람들의 평가와 자기 자신의 평가에서 돋보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네게 눈에 띄는 상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 그러나 아침 저녁으로, 내가 숨을 쉴 때마다, 생각을 할 때마다 네가 내 마음 속에 있고, 매순간 네게 축복한다. 너는 항상 나와 같이 있다는 끊임없는 상을 받고 있고, 내 것은 모두가 네 것이다. 그러나 선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우리가 잃었었는데 우리 사랑으로 돌아온 네 동생에게는 잔치를 차려주고 환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맏아들은 이 이유들을 받아들였다.
벗들아, 아버지의 집에서도 이렇게 된다. 그러니까 자기가 비유에 나오는 둘째 아들의 처지에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만일 그가 둘째 아들과 같이 아버지에게로 돌아 오면, 아버지께서는 ‘내 발 앞에 엎드릴 것이 아니라, 네가 없는 것 때문에 괴로워했고, 지금은 네가 돌아와서 행복한 내 가슴에 안겨라.’ 하고 말씀하시리라는 것도 생각할 것이다. 또 맏아들과 같은 처지에 있어서 아버지께 대하여 죄가 없는 사람은 아버지의 기쁨에 대하여 질투하지 말고 구제된 아우에게 사랑을 줌으로써 아버지의 기쁨을 같이해야 할 것이다.
이제 말을 다했다. 엔도르의 요한은 남아 있거라. 그리고 라자로 당신도. 다른 사람들은 가서 식탁을 준비하여라. 우리도 곧 간다.”
모두가 물러간다. 예수와 라자로와 요한만이 남게 되자 예수께서 라자로와 요한에게 말씀하신다. “라자로 당신이 기다리는 소중한 영혼에 대해서도 이렇게 될 것이고, 요한, 네 영혼에 대하여도 이렇게 될 것이다. 하느님의 인자는 한도가 없는 것이다 ….”
… 사도들은 성모님과 여인들과 같이 집을 향하여 가는데, 마륵지암이 앞장을 서서 깡총깡총 앞으로 뛰어간다. 그러나 이내 돌아와서 성모님의 손을 붙잡으며 말한다. “저하고 같이 가셔요. 어머니께 특별히 말할 것이 있어요.” 그러니까 성모님은 그가 하자는 대로 하신다. 둘이는 작은 마당 모퉁이에 있는 우물쪽으로 돌아온다. 우물은 땅에서 옥상 쪽으로 활처럼 휘어서 올라간 잎이 무성한 나무로 된 정자에 완전히 가려져 있다. 그 뒤에 가리옷 사람이 있다.
“유다, 무슨 일인가? 마륵지암아, 너는 가거라. … 말하게, 무슨 일인가?”
“저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 저는 감히 선생님께로 가지도 못하겠고 동료들과 맞서지도 못하겠습니다. … 도와주십시오 ….”
“도와주겠네. 그렇지만 자네가 가져다 주는 고통을 생각하지 못하나? 내 아들은 자네 때문에 울었고, 동료들은 괴로워했네. 그러나 오게. 아무도 자네에게 무슨 말을 걸지 않을 걸세. 그리고 할 수 있으면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말게. 그것은 인간에게 마땅치 않은 일이고,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모독일세.”
“그럼 어머님은 저를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나? 나야 자네 스스로가 대단히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자네에게 비해서는 중요하지 않네. 나는 주님 여종 중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여종일세. 내 아들을 동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내 걱정을 해줄 수 있나?”
“그것은 저도 어머니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님의 용서를 받으면 선생님의 용서를 받는 것같이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자네 어머니는 이 죄를 알고 계시지 않네.”
“그러나 어머니는 저더러 선생님께 대해 착한 사람이 되라고 맹세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맹세를 저버렸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영혼의 꾸지람을 느낍니다.”
“그것을 느끼나? 그러면서 아버지와 말씀(Verbe)의 슬픔과 꾸지람은 느끼지 못하나? 유다, 자네는 불행한 사람일세! 자네는 자네와 자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의 씨를 부리네.”
성모님은 근엄하시고 괴로워하신다. 신랄하게 말씀하시지는 않으나 아주 정색을 하시고 말씀하신다. 유다는 운다.
“울지 말고, 더 착한 사람이 되도록 하게. 이리 오게.” 그러면서 성모님은 유다의 손을 잡으시고 이렇게 부엌으로 들어오신다. 모두가 몹시 놀란다. 그러나 성모님은 별로 자비롭지 않은 일체의 무례한 말을 미리 막으시고 말씀하신다. “유다가 돌아왔네. 아버지의 말을 듣고 형이 한 것처럼 하게. 요한, 예수께 가서 알려 드리게.”
제베대로의 요한이 급히 나간다. 부엌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유다가 말한다. “용서를 해주게. 그리고 우선 시몬 자네가 용서해 주게. 자네는 대단히 온정 넘치는 마음을 가지고 있네. 나도 고아일세.”
“그래, 그래, 나는 자넬 용서하네. 제발 이제 그 얘기는 그만두게. 우리는 형제들일세. … 그런데 용서를 간청하고 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하는 그 일진일퇴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아. 그것은 용서를 받는 사람이나 용서를 주는 사람에게나 모두 품위가 떨어지는 일이야. 예수님이 저기 오시네. 가서 만나 뵙게. 그리고 이것으로 충분하네.”
유다는 그리로 가고 그동안 베드로는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므로 마른 나무를 열심히 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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